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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평행선

설영준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느긋하게 교실 밖의 복도를 거닐었다.

이때 문득 가까운 곳에 있는 가녀린 실루엣이 보였다.

오후 햇살이 그녀를 내리쬐었다. 그녀는 한창 촉촉이 젖은 눈동자로 원수를 쳐다보듯 그를 째려보았다.

설영준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여기는 학교인지라 그녀도 굳이 밖에서 그와 다투며 남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싶지 않았다.

송재이는 입술을 꼭 깨물고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성큼성큼 그의 앞에 다가가 작은 얼굴을 번쩍 쳐들었다.

“따라와!”

말투가 꽤 사납고 살짝 협박하는 투였다.

다만 이건 단지 그녀만의 생각이다.

설영준이 듣는 입장에서는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방금 사무실에서 송재이가 놀란 표정으로 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왜 고작 3개월이에요? 3개월은 너무 짧아요...”

그 순간 설영준은 하마터면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라 그녀의 목을 조를 뻔했다.

3개월이란 시간이 짧다니?

그는 단 3일도 송재이를 내보내고 싶지 않았다.

원래도 기분이 언짢았는데 지금 막상 그녀에게 ‘협박’을 당하니 가슴에 꽉 막혔던 돌덩어리가 이상하게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설영준은 가끔 본인이 참 비열해 보였다.

두 사람은 앞뒤로 나란히 빌딩을 나섰다.

송재이가 머리를 돌리자 설영준이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유유하게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이런 모습을 보니 송재이는 또다시 울화가 치밀었다.

“네가 몰래 손 쓴 거지?”

그녀가 물었다.

설영준은 눈썹을 치키며 대답했다.

“아니!”

“너!”

“몰래가 아니라 대놓고 그랬어.”

설영준은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그녀는 이 남자가 바로 승인할 줄은 미처 몰랐던지 두 눈을 부릅떴다.

“네가 뭔데 제멋대로 내 유학 시간을 줄여? 분명 6개월이라고 했는데 이젠 고작 3개월이야. 대체 그 시간 동안 뭘 배우라는 건데?”

“열심히 공부할 마음만 있다면 3개월도 족해.”

설영준이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

“벌써 몇 번째 묻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딜 가든 얼마나 오래 있든 대체 너랑 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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