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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앞당기다

남도로 돌아오고 나서 송재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다.

단지 요즘 들어 야근이 잦아지면서 몸이 조금 피곤한 상태였다.

모처럼 일찍 퇴근한 어느 날, 한의원을 지나치다가 간만에 스트레스 풀 겸 한방 마시지를 받으러 무작정 들어갔다.

그녀는 흰색 가운을 입은 젊은 여자의 안내를 받아 프런트 데스크에서 접수를 마치고 진료실로 향했다.

이내 간단한 상담을 받고 나서 다른 룸으로 옮겼다.

한의사가 워낙 프로라서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고, 마시지를 이어가면서 그녀에게 불편한 건 없는지 수시로 체크했다.

예전에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송재이는 마사지를 배운 적도 있었다.

어설픈 실력을 갖춘 그녀보다 확실히 전문가가 더 믿음직스러웠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잠이 솔솔 왔고, 마사지가 끝났을 때는 이미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방금 마사지를 해줬던 한의사와 소소한 담소를 나누었다.

하지만 이때,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아랫배에서 뜨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송재이는 잽싸게 배를 끌어안고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뜨거운 열기도 점점 아래로 흘러내리는 듯싶었다.

이는 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아직 생리할 때도 아니라서 무방비 상태이지 않은가?

한의사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웃는 얼굴로 송재이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치마를 끌어 내리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이런!

고개를 돌리자마자 카키색 치마에 물든 빨간 핏자국을 발견했다.

순간,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다.

맞은편에 있던 한의사도 송재이의 복잡미묘한 표정을 보더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가까이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

“왜요?”

송재이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다행히 상대방도 여자니까 충분히 이해할 거로 생각했다.

이내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레 말했다.

“치마 뒤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 선생님, 혹시 제 서랍에 있는 출석부 보셨나요?”

문밖에 다정하면서도 나긋나긋한 여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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