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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저주를 받다

다른 사람은 어리둥절하겠지만, 송재이는 그가 생리일이 앞당겨졌냐고 물어봤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직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운지라 남자의 말투가 그녀를 조롱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물어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생리일을 설영준이 언제부터 기억하고 있단 말이지?

순간 패닉에 빠진 송재이는 그 자리에 꼼짝도 안 하고 서서 초조한 얼굴로 입술만 꽉 깨물었다.

“영준아, 아는 사람이야?”

방금 문 앞에서 노크를 한 사람은 키가 크고 늘씬한 여의사인데, 20대 후반으로 용모가 단정하고 인상이 친절한 편이다.

“응, 둘은 볼일 봐.”

설영준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시종일관 송재이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양은서는 의아하긴 했으나 두 남녀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눈치챘다.

이내 방금 송재이에게 마사지해준 한의사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럼 일단 자리를 피해줄까요? 출석부 찾는 것 좀 도와줘요.”

“네.”

두 사람은 눈치껏 빠져나갔고, 문까지 살짝 닫아주었다.

방 안은 금세 정적이 이어졌다.

송재이의 손이 무심코 엉덩이를 가렸고, 이내 설영준이 성큼성큼 다가가서 앞에 멈추어 섰다.

마치 치부라도 들킨 듯 고개를 숙인 채 난감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농담을 몇 마디 던지고 싶었지만 발갛게 물든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끝내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리고 외투를 벗어 어깨에 살포시 걸쳐주었다.

슈트의 길이는 마침 그녀의 엉덩이를 덮을 정도였다.

송재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마워.”

잠시 후, 비록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설영준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윽한 눈빛은 뜨거우면서도 집요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송재이는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먼저 입을 열었다.

“런던에 있는 거 아니야? 언제 돌아왔어?”

“어제.”

설영준이 무심하게 대답하고, 뒤집힌 옷깃을 흘긋 쳐다보더니 손을 뻗어 자연스럽게 정리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마치 세균이라도 되는 듯 그녀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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