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86화 불만

휴대폰 너머로 정적이 이어졌다.

어쩌면 문예슬은 그동안 혼자만의 착각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송재이가 워낙 성격이 착해서 싫은 소리를 차마 못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녀의 이런 ‘착한 성격’을 저도 모르게 이용했던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매번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는가?

이제 와서 강경한 태도로 자신의 위선적인 이면을 들춰낼 만큼 딱 잘라 말하니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송재이가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휴대폰을 타고 문예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재이, 네가 이렇게 나쁜 년일 줄은 몰랐네? 그래도 한동안 둘도 없는 친구였는데 그런 모난 생각으로 날 억측하다니...”

한껏 누그러진 말투는 억울한 느낌이 역력했지만 정작 상상을 초월하는 멘트를 내뱉었다.

송재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감히 그녀에게 모났다고 하는 건가? 자기 잘못을 인정해도 모자랄 판에 되레 남을 비난할 줄이야!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은 송재이는 바쁘다고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이내 연신 심호흡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뒤에 떡하니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대체 언제 나타났단 말이지?

그녀는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긴 왜 왔어?”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설영준은 햇빛을 등지고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만큼은 뜨거우면서 그윽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곧이어 남자는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송재이는 무의식적으로 연신 뒷걸음질 쳤고, 등 뒤에는 바로 통유리창이 있었다.

어쩌면 상대방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한 탓인지 몰라도 설영준을 마주할 때면 저도 모르게 기가 죽었다.

그녀의 앞에 멈춰선 남자는 곧바로 턱을 살짝 움켜쥐었다.

이내 입술을 달싹이며 무심한 말투로 물었다.

“방현수랑... 잤어?”

방금 문예슬과 통화하고 나서 안 그래도 짜증이 난 상황인데, 뜬금없는 설영준의 질문에 겨우 참았던 화가 다시금 폭발했다.

사실은 일부러 그를 열받게 하려고 인정할까 고민도 했었다. 어차피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이상 될 대로 되라는 식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