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261 - 챕터 270

660 챕터

제261화 나와 관련이 있을까

갑자기 설영준의 이름을 듣고 윤선주는 순간 멈칫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정말로 그는 지금 방청석에 서서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설영준을 보았다.윤선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두 사람은 사람들 사이로 잠시 눈을 마주쳤다.그 후 윤선주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가 아무리 부드럽게 웃어도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숨길 수 없었다....소송이 끝난 후 며칠 동안, 이원희와 윤수아는 송재이의 집에 계속 머물렀다.그들은 윤선주가 다시 그들을 귀찮게 할까봐 두려워서가 아니라 송재이와 함께 지내면서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남도에서 송재이도 혼자였고 밤에 돌아오면 외로웠지만 이제는 함께 있는 사람이 있어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어차피 여기에 방이 더 있으니까 그냥 나랑 같이 사는 게 어때요? 이사 와서 같이 살아요!” 송재이는 진심으로 그들을 떠나보내기 싫어했다.이원희는 원래 집을 구하려고 했었다.이동안 송재이에게 계속 신세를 졌기 때문에 그녀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이제 송재이의 권유를 받자 그녀는 잠시 멍해졌다. “정말 나와 함께 살고 싶어요?”“네, 이사 와요!”이원희도 사실 송재이와 함께 살고 싶어 한다.그녀는 밝은 미소를 지었지만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이원희는 두 번 기침을 하고 송재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지금 설영준과 박윤찬이 그녀의 집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들은 송재이의 집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왔다.박윤찬은 이미 여러 번 왔지만 설영준은 송재이가 이사 온 후 처음이었다.박윤찬에 비해 설영준은 상당히 거만한 모습으로 마치 누가 그에게 2백만 원을 빚진 사람 같았다.송재이가 박윤찬에게 들은 바로는 설한 그룹의 사업 영역이 이제 남도로 확장되었다고 한다.설영준은 앞으로 남도에 올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이번에도 그는 남도에 새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했다.정말로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만 온 것일까?송재이는 그녀의 등에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그녀는 얼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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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그는 매일 밤을 즐기고 있다

“오늘 내가 당신이랑 합숙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의 그 눈빛이 거의 나를 죽일 듯 했어요. 내가 여기 살지 않으면 아마 오늘 밤에도 이유를 찾아서 여기서 자려고 했을 거예요...”이원희가 말했다.송재이는 웃었다.웃음 속에는 약간의 자기 자신을 비웃는 웃음과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 “그가 남고 싶어도 나랑 자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그는 꽤 중독됐어요. 나는 그의 눈에 단지 그런 존재일 뿐이에요.”아마도 이원희와의 우정이 이정도 까지 깊어진 것 때문이거나 아니면 그녀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였을 것이다.이것이 그녀가 처음으로 이원희에게 당시 설영준과 헤어진 이유를 말한 것이다.“당신이 다른 어떤 여자와 닮았다”라는 사건을 언급할 때마다 아직도 역겨움을 느낀다.“어떤 여자가 자신이 대체물로 여겨지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설영준이 나와 가까워지고 싶어도 그저 육체적인 이유일 뿐이에요. 내가 지난번 경주에 갔을 때, 그와 한 번 잤지만 그것도 단지 육체적인 매력 때문이었어요. 우리 둘이 옛정을 잊지 못한 것보다는 단지 섹파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에요. 맞아, 그렇게 얕은 거예요.”송재이가 이런 말을 할 때 무심한 듯 말했지만 그녀만이 얼마나 많은 희망과 절망을 반복했는지 알고 있었다.밤에 송재이는 혼자 침대에 누워 뒤척였다.잠에 들자 그녀는 다시 혼란스럽고 수치스러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빛과 그림자가 섞인 아래에서, 그녀는 다시 그 남자를 보았다.매우 잘생겼고 몸매가 탄탄하며 근육이 뚜렷한 상태로 시원하게 입고 그녀에게 다가왔다.처음 이런 꿈을 꿨을 때는 매우 부끄러웠다.하지만 몇 날 밤을 연속으로 꾸고 나니 그녀도 익숙해졌다.이날 아침,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심지어 약간의 여운을 느끼며 깨어났다.몸을 뒤척이며 머릿속에서 다시 한 번 재현했다.그의 키스는 부드럽고 끈적하며 길고 오래 지속되었다.그녀는 온몸이 떨렸다....이원희는 박윤찬에게서 설영준이 남도에 지사를 설립할 일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하지만 송재이는 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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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화해했다

문예슬은 농담하는 말투였다.하지만 송재이는 그녀가 방금 “설영준이 밤마다 즐긴다”라고 말한 것을 주의 깊게 들었다.송재이는 잠시 멈추었지만 얼굴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그리고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한 어조로 물었다. “너 경주에서 그를 만났어?”문예슬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이상한 술자리들을 자주 가야 해서 설영준 대표님을 만나는 것도 꽤 정상적인 일이야. 예전에는 그가 이런 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열심히 다니더라. 내가 본 것만 해도 몇 번이나 됐어.”문예슬은 술자리 이야기를 할 때 얼굴에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묻어났다.하지만 송재이의 침울한 표정을 보자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잠시 멈추고 당황한 듯 서둘러 말했다. “사실 그렇게 과장된 건 아니야. 그의 곁에는 여자가 없었고 주변의 협력자들이 일부러 그의 곁에 여자를 두려고 했지만 그는 그걸 엄청 거부했어!”그 말투와 표정은 본래 사실을 숨기려다 오히려 진실을 드러낸 것 같았다.송재이는 비웃으며 컵 안의 물을 한 번에 마셨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당당하게 미소 지었다. “그 사람 싱글인데 몇 명의 여자를 만나는 게 아주 정상이지, 나랑 상관없어!”문예슬은 송재이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잠시 후에야 물었다. “정말로 잊었어?”“응, 오래된 일이야. 다 지난 일이지.”문예슬은 송재이가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문득 감탄하며 말했다. “그때 내가 너와 설영준이 사귀는 걸 알았을 때 정말 화가 났었어. 배신당했다고 생각했지.”“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설영준은 나에게 관심도 없었어. 나 혼자서 착각한 거지.”“너희가 사귀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넌 나를 배신하지 않았어.”“오히려 내가 그를 얻지 못해서 억지로 죄를 뒤집어씌우며 그 분노를 너에게 푼 거야. 내가 좁은 마음을 가졌던 거지. 송재이, 미안해.”송재이는 문예슬이 사과를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문예슬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였다.그 순간, 송재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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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수상한 낌새

한순간, 문예슬은 송재이의 눈빛에서 쓸쓸함을 보았다.“내일 나는 경주로 돌아가, 너 혹시 윤찬 씨에게 전할 게 있으면 내가 대신 전해줄까?” 문예슬이 갑자기 말을 꺼내며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송재이는 깜짝 놀랐다. “윤찬 씨?”문예슬은 미소를 지었다. “이원희한테 다 들었어. 이번에 원희가 이혼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윤찬 씨 덕분이야. 그리고 윤찬 씨는 너의 친구라서 너의 면목을 보고 그 사건을 맡은 거잖아. 이제 이원희의 소송이 끝났으니 너도 뭔가 표시를 해야 하지 않아? 이원희가 그에게 돈을 주려고 했는데 윤찬 씨가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송재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사실 그녀의 입장에서 박윤찬에게 선물을 줄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었다. 법률계에서 박윤찬의 위치를 고려하면 자신의 면목을 보지 않았다면 그는 정말로 이원희의 사건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나중에 이원희에게 받은 변호사 비용도 둘 사이의 우정을 고려한 가격이었다.박윤찬은 이 기간 동안 많은 손해를 보았다.어쨌든 그는 그녀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마지막으로 생각한 후, 백화점을 떠나기 전에 그녀는 옆 브랜드 매장에 들러 직원에게 185사이즈 셔츠 두 벌을 주문했다.박윤찬과 설영준의 키와 체격이 비슷했다.설영준은 바로 이 사이즈를 입는다.틀리지 않을 것이다.주문을 마치고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문예슬이 벨트를 파는 매장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녀가 문예슬을 몇 번 부르자 문예슬은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지었다. “잠깐만, 금방 갈게.”문예슬은 벨트 몇 개를 사서 아빠와 오빠에게 줄 거라고 말했다.송재이는 별 생각 없이 두 사람이 물건을 다 산 후 함께 백화점을 떠났다.그녀는 자신이 산 두 벌의 셔츠가 든 쇼핑백을 문예슬에게 넘겼다.문예슬이 경주로 돌아가면 박윤찬에게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이것은 그녀가 이원희의 소송에서 이긴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문예슬은 흔쾌히 승낙했다....밤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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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정말로 문제를 일으키는군

설영준의 미간이 점점 더 찌푸려졌다.“민효연이 미쳤나? 내가 누구와 함께 있든 그녀가 무슨 자격으로 간섭하지?”녹음된 내용을 들어보면 민효연은 간섭할 뿐만 아니라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막으려는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송재이와 그 사이를 정말로 민효연이 이간질한 건가?정아현의 사진을 이용해 오서희를 통해 송재이에게 그에게 전 여자친구가 있다고 믿게 만든 것인가?민효연...... 예전에 확실히 그를 잘못 믿었다.......문예슬은 오후 비행기로 남도에서 경주로 돌아가 회사에서 몇 가지 일을 처리했고 3일 후에 예율 법률 사무소로 갔다.그 날 박윤찬은 공교롭게도 사무실에 없었다.박윤찬은 설영준의 사무실에 있을 때 문예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그에게 전화를 한것은 꽤 놀라운 일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친분이 없는데 어떻게 갑자기 연락이 왔을까?그 순간 설영준은 서류를 보면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박윤찬은 그를 한번 쳐다본 후 전화를 받았다.“윤찬 씨, 지금 어디에 계세요? 제가 당신을 만나고 싶은 일이 있어요.”문예슬은 카운터 근처에서 매우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다.“내일 사무실로 오세요. 지금 밖에 있어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박윤찬이 말했다.“그런데......”문예슬은 쇼핑백을 들고 잠시 고민한 후에 말했다. “이건 송재이가 당신에게 보낸 선물이에요. 그녀가 정성스럽게 준비했어요!”“송재이?”박윤찬은 생각 없이 대답했다. 반대편에서 설영준은 펜을 잡고 있던 손이 잠시 멈췄지만 그도 잠깐의 일일 뿐 계속해서 서류에 적었다.박윤찬의 눈빛은 의미심장했고 그는 설영준을 한번 보고 다시 한 번 전화로 말했다. “지금 설한 그룹에 있어요. 시간을 따로 잡고 싶지 않으면 그냥 오세요!”“좋아요, 지금 바로 갈게요!”박윤찬이 전화를 끊었다.사무실은 잠시 조용해졌다.잠시 후, 설영준이 입을 열었다. “누가 당신한테 전화했어요?”“문예슬!”박윤찬이 말했다. “그녀는 방금 남도에서 돌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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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박윤찬은 아까보다도 어두운 설영준의 표정을 보면서 오늘 문예슬을 부른 것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설영준이 화가 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영준을 화나게 만든 결정적인 물건이 벨트라는 것을 몰랐다. 박윤찬에게 벨트를 선물해준 여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몰랐다. 설영준이 보는 앞에서 박윤찬은 벨트의 포장지를 뜯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박윤찬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맞은 편에 앉은 남자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박윤찬의 손에서 벨트를 뺏어 들고는 말아서 다시 봉투 안에 넣었다.“선물을 돌려보내고 윤찬 씨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얘기하세요.”설영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군더더기 없는 말을 뱉었다. 이에 어리둥절해진 박윤찬이 말했다.“저한테 왜 안 어울린다고 그래요? 저는 이 벨트가 마음에 드는데요...”“여자가 남자한테 벨트를 선물하는 건 남자를 자신에게 얽매이게 하겠다는 의미예요.”설영준은 차가운 말투로 한마디 하고는 고개를 들어 박윤찬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윤찬 씨는 저 여자의 남자입니까? 이미 그렇게 된 거예요, 아니면 그럴 예정인 거예요?”뒤에 따라온 두 마디의 물음은 박윤찬의 등골이 오싹하게 했다. 다행히 설영준은 그저 그를 한번 보기만 하고 시선을 옮겼다. 그의 손에는 아직 절반 남은 담배가 들려있었고 두어 번 빨더니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렸다.“돌려보내면서 무슨 뜻인지 물어봐요.”이는 설영준이 묻고 싶은 말이었지만 박윤찬이 대신해 말을 전하라고 했다. 어떤 말들과 일들에 대해서 설영준은 체면을 차리고 있었다. 박윤찬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설영준은 곁에 있던 정장 외투를 들고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설영준은 빌딩 꼭대기의 옥상으로 갔다. 바람이 불어오자 그는 머리가 더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무실 안에는 박윤찬 홀로 남아있었고 연초의 냄새가 아직 은은하게 풍겨왔다. 그는 깊게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송재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재이 씨가 준 선물은 정말 고마워요. 아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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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설

이튿날, 문예슬은 자기 회사에 있으면서 퀵 서비스로 보내온 택배를 하나 받았다. 열어보니 어제 그녀가 박윤찬에게 건넸던 벨트 두 개가 들어있었다. 이 상황은 그가 이미 송재이랑 연락을 했다는 건가? 문예슬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도 진실을 은폐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들통날 줄 몰랐다.문예슬은 온종일 송재이가 자신에게 이 일에 대해 따지는 카톡이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도 송재이에게서 온 어떠한 소식도 받지 못했다. 결국, 문예슬은 참지 못하고 송재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송재이는 문예슬이 보낸 장문의 카톡을 보고 자신의 예상대로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그녀는 자신이 쇼핑 백을 착각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오해라는 말만 늘어놓고 있었다...송재이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고는 문예슬이 스스로 광대 짓을 계속하게 놔두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송재이가 저번에 경주로 갔던 것은 입원해 있던 도경욱의 병문안을 하기 위해서였기에 일정이 촉박했다. 떠나기 전날 밤에는 예상치도 못하게 설영준과 관계를 맺기도 했다. 아무 의미 없던 원나잇일뿐이었지만 떨어뜨린 일정 노트가 그녀의 마음속에 일어났던 작은 소란을 폭로하게 되었다. 송재이는 남도에 돌아오고 나서 일주일 후에야 자신이 평소에 늘 갖고 다니던 A5 일정 노트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설영준은 마침 차를 몰고 송재이의 아파트를 지나게 되었고 예정에 없었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불쑥 거기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소파의 카펫 아래서 우연히 송재이의 일정 노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설영준은 송재이가 일정 노트에 끄적거리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었다. 그는 앉아서 무심코 노트를 펼쳤다. 노트의 페이지마다 일에 대한 주의사항과 그 일이 완성도가 쓰여있었다. 비슷한 내용이었지만 그는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송재이의 글씨체는 아주 깔끔했는데 휘갈겨 쓴 글씨가 아니라 오히려 초등학생이 또박또박 쓴 글씨처럼 예뻤다. 그 일정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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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누가 나 고민한대

그 일정 노트를 송재이는 거의 일 년을 썼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녀는 미세한 강박증이 있었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그녀는 노트에 그날의 스케줄을 적는 습관이 있었다. 학교에 다닐 때는 매일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적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매일 해야 할 업무와 일상생활을 기록했다. 지금 갑자기 노트가 곁에 없으니 아주 불편했다. 송재이는 일 년에 노트를 하나씩 썼는데 올해의 노트는 다 쓰기도 전에 잃어버려서 무척 속 시끄러웠다. 강박증이 말썽을 부렸다. 그녀는 자신이 일정 노트를 어디에다가 놓았는지 생각해내려고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 그때 경주로 갔을 때 아파트에서 꺼낸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노트를 경주에 놓고 온 건가?’송재이는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휴가를 또 내기가 어려웠다. 경주 아파트의 열쇠는 하나가 자신한테 있고 하나는 설영준이 가지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열쇠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 송재이는 휴대폰을 꺼내 설영준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다.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했지만, 이 메시지는 결국 보내지 못했다.송재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박윤찬과의 카톡 창을 열었다.「박 변호사님, 제가 갖고 다니던 일정 노트를 경주집에 놓고 온 것 같아요. 내일 제 열쇠를 보내드릴 테니 저의 집으로 가서 찾아봐 주실 수 있습니까?」30여 분 후, 박윤찬에게서 답장이 왔다.「알겠어요. 열쇠를 보내주세요. 영준 씨가 아파서 방금 입원 절차를 진행하느라 답장이 늦었어요.」뒤에 덧붙인 말은 무심코 하는 말 같아 보였다. 카톡을 보낸 후, 박윤찬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입원서류를 들고 병실 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지금 설영준은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기대서 생각에 잠긴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박윤찬은 동정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웃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영준 씨, 오랜만에 병원 치레를 하네요. 왜 그러죠? 몸도 마음처럼 나약해진 거예요?”설영준은 박윤찬의 말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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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돌아온 김에 

사실 송재이도 자신이 설영준의 상태에 관해 관심을 건네야 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말을 꺼내는 순간 더 큰 나비효과를 불러와서 수습이 안 될까 봐 걱정이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그를 더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잠자리만 함께하고 싶을 뿐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송재이에게는 이런 기울어진 관계가 쉽사리 그에게 많은 것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사람이 많았기에 그녀 하나 정도는 없어도 됐다. 하지만 송재이는 곧 박윤찬이 보낸 카톡을 받게 되었다. 카톡 창을 열자 한마디가 보였다.「재이 씨, 경주에 한 번 오세요. 영준 씨가 보고 싶답니다.」보고 싶다.보고 싶다고 했다.“...”...독한 감기는 설영준을 평소보다 나약하게 만들었다. 그는 송재이가 자신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당연히 화가 났다. 설영준이 박윤찬한테 보내라고 했던 메시지 내용은 당장 이리로 튀어오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박윤찬도 예의가 있고 알만한 사람이므로 당연히 송재이에게 그렇게 노골적이고 거친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살짝 내용을 순화하여 여러 멘트중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그렇게 답장을 보냈다.메시지를 보낸 후, 박윤찬은 웃음을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재이 씨가 오든 말든 나는 더는 두 사람의 메신저를 하지 않을 겁니다. 저도 바빠요. 두 사람의 사랑놀이에 관여할 여유가 없습니다.”설영준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돌리고 시선은 창밖을 계속 보고 있었다....송재이는 자신이 정말 선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경주로 가는 비행기에 앉는 순간까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왜 설영준의 말 한마디에 만사를 제쳐두고 돌아가고 있는가, 그가 자신이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박윤찬이 그녀에게 전달한 것이고 설영준이 직접 한 말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에게로 가고 있다. 마치도 돌아가서 그와 만날 수 있는 핑계가 생긴 것처럼 말이다. 그가 자신을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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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가슴이 꽉 막혔다 

‘이제 금방 왔는데 내쫓는다고?’박윤찬이 카톡에서 얘기한 내용은 설영준이 그녀를 보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다.‘역시, 사실이 아니었어...’송재이의 마음속에서 서러운 기분이 몰려왔다. 그녀가 뒤돌아 병실을 나서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노크를 하려던 박윤찬과 마주쳤다.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고 박윤찬이 웃으며 말했다.“왔어요?”이윽고 그는 얼굴에 있던 웃음이 굳어지더니 물었다.   “왜 울어요?”설영준 때문에 화가 난 송재이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지만, 그녀는 그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그런데 박윤찬이 눈치 없이 콕 집어 말했다. 그녀는 어색하게 코를 킁킁거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감기인가 봐요. 대표님한테 옮길까 봐 저 먼저 갈게요...”박윤찬은 그녀를 불러세우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옆을 지나 빠르게 자리를 떴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녀의 뒷모습만 보였다. 잠시 후, 시선을 돌린 박윤찬은 설영준의 시선이 여전히 문 앞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박윤찬은 이미 다 안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여기까지 온 사람 왜 또 쫓아내고 그래요, 그럴 필요 없잖아요?”“내가 가라고 하면 바로 가잖아요. 다른 때에는 이렇게 말을 잘 듣지도 않으면서!”설영준은 굳은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설영준은 하루만 수액을 맞았다. 한편, 송재이는 병원을 떠나 바로 아파트로 왔다. 그녀는 아파트를 꼼꼼히 다 뒤졌지만, 자신의 일정 노트를 찾지 못했다. 집에 두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허탕이었다. 그녀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 휴식하면서 머릿속에는 노트를 어디에 잃어버렸을까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하나 새로 바꿔야 했다. 밤에 송재이는 아파트에 묵었고 아무리 뒤적거렸고 잠이 오지 않았다. 전에 설영준과 함께 여기서 생활할 때 사소한 일상들, 불꽃이 튀던 날들을 생각하다가 낮에 병원에 갔을 때 이상하리만큼 자신을 향해 날을 세우던 그를 생각하면 그녀는 도대체 무엇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알지 못했다. 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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