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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설

이튿날, 문예슬은 자기 회사에 있으면서 퀵 서비스로 보내온 택배를 하나 받았다. 열어보니 어제 그녀가 박윤찬에게 건넸던 벨트 두 개가 들어있었다. 이 상황은 그가 이미 송재이랑 연락을 했다는 건가? 문예슬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도 진실을 은폐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들통날 줄 몰랐다.

문예슬은 온종일 송재이가 자신에게 이 일에 대해 따지는 카톡이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도 송재이에게서 온 어떠한 소식도 받지 못했다. 결국, 문예슬은 참지 못하고 송재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송재이는 문예슬이 보낸 장문의 카톡을 보고 자신의 예상대로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그녀는 자신이 쇼핑 백을 착각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오해라는 말만 늘어놓고 있었다...

송재이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고는 문예슬이 스스로 광대 짓을 계속하게 놔두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

송재이가 저번에 경주로 갔던 것은 입원해 있던 도경욱의 병문안을 하기 위해서였기에 일정이 촉박했다. 떠나기 전날 밤에는 예상치도 못하게 설영준과 관계를 맺기도 했다.

아무 의미 없던 원나잇일뿐이었지만 떨어뜨린 일정 노트가 그녀의 마음속에 일어났던 작은 소란을 폭로하게 되었다.

송재이는 남도에 돌아오고 나서 일주일 후에야 자신이 평소에 늘 갖고 다니던 A5 일정 노트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설영준은 마침 차를 몰고 송재이의 아파트를 지나게 되었고 예정에 없었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불쑥 거기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소파의 카펫 아래서 우연히 송재이의 일정 노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설영준은 송재이가 일정 노트에 끄적거리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었다.

그는 앉아서 무심코 노트를 펼쳤다. 노트의 페이지마다 일에 대한 주의사항과 그 일이 완성도가 쓰여있었다. 비슷한 내용이었지만 그는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송재이의 글씨체는 아주 깔끔했는데 휘갈겨 쓴 글씨가 아니라 오히려 초등학생이 또박또박 쓴 글씨처럼 예뻤다.

그 일정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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