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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그는 매일 밤을 즐기고 있다

작가: 라오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오늘 내가 당신이랑 합숙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의 그 눈빛이 거의 나를 죽일 듯 했어요. 내가 여기 살지 않으면 아마 오늘 밤에도 이유를 찾아서 여기서 자려고 했을 거예요...”

이원희가 말했다.

송재이는 웃었다.

웃음 속에는 약간의 자기 자신을 비웃는 웃음과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

“그가 남고 싶어도 나랑 자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그는 꽤 중독됐어요. 나는 그의 눈에 단지 그런 존재일 뿐이에요.”

아마도 이원희와의 우정이 이정도 까지 깊어진 것 때문이거나 아니면 그녀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처음으로 이원희에게 당시 설영준과 헤어진 이유를 말한 것이다.

“당신이 다른 어떤 여자와 닮았다”라는 사건을 언급할 때마다 아직도 역겨움을 느낀다.

“어떤 여자가 자신이 대체물로 여겨지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설영준이 나와 가까워지고 싶어도 그저 육체적인 이유일 뿐이에요. 내가 지난번 경주에 갔을 때, 그와 한 번 잤지만 그것도 단지 육체적인 매력 때문이었어요. 우리 둘이 옛정을 잊지 못한 것보다는 단지 섹파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에요. 맞아, 그렇게 얕은 거예요.”

송재이가 이런 말을 할 때 무심한 듯 말했지만 그녀만이 얼마나 많은 희망과 절망을 반복했는지 알고 있었다.

밤에 송재이는 혼자 침대에 누워 뒤척였다.

잠에 들자 그녀는 다시 혼란스럽고 수치스러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빛과 그림자가 섞인 아래에서, 그녀는 다시 그 남자를 보았다.

매우 잘생겼고 몸매가 탄탄하며 근육이 뚜렷한 상태로 시원하게 입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처음 이런 꿈을 꿨을 때는 매우 부끄러웠다.

하지만 몇 날 밤을 연속으로 꾸고 나니 그녀도 익숙해졌다.

이날 아침,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심지어 약간의 여운을 느끼며 깨어났다.

몸을 뒤척이며 머릿속에서 다시 한 번 재현했다.

그의 키스는 부드럽고 끈적하며 길고 오래 지속되었다.

그녀는 온몸이 떨렸다.

...

이원희는 박윤찬에게서 설영준이 남도에 지사를 설립할 일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송재이는 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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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슬은 농담하는 말투였다.하지만 송재이는 그녀가 방금 “설영준이 밤마다 즐긴다”라고 말한 것을 주의 깊게 들었다.송재이는 잠시 멈추었지만 얼굴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그리고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한 어조로 물었다. “너 경주에서 그를 만났어?”문예슬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이상한 술자리들을 자주 가야 해서 설영준 대표님을 만나는 것도 꽤 정상적인 일이야. 예전에는 그가 이런 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열심히 다니더라. 내가 본 것만 해도 몇 번이나 됐어.”문예슬은 술자리 이야기를 할 때 얼굴에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묻어났다.하지만 송재이의 침울한 표정을 보자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잠시 멈추고 당황한 듯 서둘러 말했다. “사실 그렇게 과장된 건 아니야. 그의 곁에는 여자가 없었고 주변의 협력자들이 일부러 그의 곁에 여자를 두려고 했지만 그는 그걸 엄청 거부했어!”그 말투와 표정은 본래 사실을 숨기려다 오히려 진실을 드러낸 것 같았다.송재이는 비웃으며 컵 안의 물을 한 번에 마셨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당당하게 미소 지었다. “그 사람 싱글인데 몇 명의 여자를 만나는 게 아주 정상이지, 나랑 상관없어!”문예슬은 송재이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잠시 후에야 물었다. “정말로 잊었어?”“응, 오래된 일이야. 다 지난 일이지.”문예슬은 송재이가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문득 감탄하며 말했다. “그때 내가 너와 설영준이 사귀는 걸 알았을 때 정말 화가 났었어. 배신당했다고 생각했지.”“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설영준은 나에게 관심도 없었어. 나 혼자서 착각한 거지.”“너희가 사귀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넌 나를 배신하지 않았어.”“오히려 내가 그를 얻지 못해서 억지로 죄를 뒤집어씌우며 그 분노를 너에게 푼 거야. 내가 좁은 마음을 가졌던 거지. 송재이, 미안해.”송재이는 문예슬이 사과를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문예슬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였다.그 순간, 송재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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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영준의 미간이 점점 더 찌푸려졌다.“민효연이 미쳤나? 내가 누구와 함께 있든 그녀가 무슨 자격으로 간섭하지?”녹음된 내용을 들어보면 민효연은 간섭할 뿐만 아니라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막으려는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송재이와 그 사이를 정말로 민효연이 이간질한 건가?정아현의 사진을 이용해 오서희를 통해 송재이에게 그에게 전 여자친구가 있다고 믿게 만든 것인가?민효연...... 예전에 확실히 그를 잘못 믿었다.......문예슬은 오후 비행기로 남도에서 경주로 돌아가 회사에서 몇 가지 일을 처리했고 3일 후에 예율 법률 사무소로 갔다.그 날 박윤찬은 공교롭게도 사무실에 없었다.박윤찬은 설영준의 사무실에 있을 때 문예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그에게 전화를 한것은 꽤 놀라운 일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친분이 없는데 어떻게 갑자기 연락이 왔을까?그 순간 설영준은 서류를 보면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박윤찬은 그를 한번 쳐다본 후 전화를 받았다.“윤찬 씨, 지금 어디에 계세요? 제가 당신을 만나고 싶은 일이 있어요.”문예슬은 카운터 근처에서 매우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다.“내일 사무실로 오세요. 지금 밖에 있어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박윤찬이 말했다.“그런데......”문예슬은 쇼핑백을 들고 잠시 고민한 후에 말했다. “이건 송재이가 당신에게 보낸 선물이에요. 그녀가 정성스럽게 준비했어요!”“송재이?”박윤찬은 생각 없이 대답했다. 반대편에서 설영준은 펜을 잡고 있던 손이 잠시 멈췄지만 그도 잠깐의 일일 뿐 계속해서 서류에 적었다.박윤찬의 눈빛은 의미심장했고 그는 설영준을 한번 보고 다시 한 번 전화로 말했다. “지금 설한 그룹에 있어요. 시간을 따로 잡고 싶지 않으면 그냥 오세요!”“좋아요, 지금 바로 갈게요!”박윤찬이 전화를 끊었다.사무실은 잠시 조용해졌다.잠시 후, 설영준이 입을 열었다. “누가 당신한테 전화했어요?”“문예슬!”박윤찬이 말했다. “그녀는 방금 남도에서 돌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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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찬은 아까보다도 어두운 설영준의 표정을 보면서 오늘 문예슬을 부른 것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설영준이 화가 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영준을 화나게 만든 결정적인 물건이 벨트라는 것을 몰랐다. 박윤찬에게 벨트를 선물해준 여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몰랐다. 설영준이 보는 앞에서 박윤찬은 벨트의 포장지를 뜯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박윤찬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맞은 편에 앉은 남자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박윤찬의 손에서 벨트를 뺏어 들고는 말아서 다시 봉투 안에 넣었다.“선물을 돌려보내고 윤찬 씨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얘기하세요.”설영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군더더기 없는 말을 뱉었다. 이에 어리둥절해진 박윤찬이 말했다.“저한테 왜 안 어울린다고 그래요? 저는 이 벨트가 마음에 드는데요...”“여자가 남자한테 벨트를 선물하는 건 남자를 자신에게 얽매이게 하겠다는 의미예요.”설영준은 차가운 말투로 한마디 하고는 고개를 들어 박윤찬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윤찬 씨는 저 여자의 남자입니까? 이미 그렇게 된 거예요, 아니면 그럴 예정인 거예요?”뒤에 따라온 두 마디의 물음은 박윤찬의 등골이 오싹하게 했다. 다행히 설영준은 그저 그를 한번 보기만 하고 시선을 옮겼다. 그의 손에는 아직 절반 남은 담배가 들려있었고 두어 번 빨더니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렸다.“돌려보내면서 무슨 뜻인지 물어봐요.”이는 설영준이 묻고 싶은 말이었지만 박윤찬이 대신해 말을 전하라고 했다. 어떤 말들과 일들에 대해서 설영준은 체면을 차리고 있었다. 박윤찬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설영준은 곁에 있던 정장 외투를 들고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설영준은 빌딩 꼭대기의 옥상으로 갔다. 바람이 불어오자 그는 머리가 더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무실 안에는 박윤찬 홀로 남아있었고 연초의 냄새가 아직 은은하게 풍겨왔다. 그는 깊게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송재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재이 씨가 준 선물은 정말 고마워요. 아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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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튿날, 문예슬은 자기 회사에 있으면서 퀵 서비스로 보내온 택배를 하나 받았다. 열어보니 어제 그녀가 박윤찬에게 건넸던 벨트 두 개가 들어있었다. 이 상황은 그가 이미 송재이랑 연락을 했다는 건가? 문예슬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도 진실을 은폐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들통날 줄 몰랐다.문예슬은 온종일 송재이가 자신에게 이 일에 대해 따지는 카톡이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도 송재이에게서 온 어떠한 소식도 받지 못했다. 결국, 문예슬은 참지 못하고 송재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송재이는 문예슬이 보낸 장문의 카톡을 보고 자신의 예상대로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그녀는 자신이 쇼핑 백을 착각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오해라는 말만 늘어놓고 있었다...송재이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고는 문예슬이 스스로 광대 짓을 계속하게 놔두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송재이가 저번에 경주로 갔던 것은 입원해 있던 도경욱의 병문안을 하기 위해서였기에 일정이 촉박했다. 떠나기 전날 밤에는 예상치도 못하게 설영준과 관계를 맺기도 했다. 아무 의미 없던 원나잇일뿐이었지만 떨어뜨린 일정 노트가 그녀의 마음속에 일어났던 작은 소란을 폭로하게 되었다. 송재이는 남도에 돌아오고 나서 일주일 후에야 자신이 평소에 늘 갖고 다니던 A5 일정 노트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설영준은 마침 차를 몰고 송재이의 아파트를 지나게 되었고 예정에 없었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불쑥 거기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소파의 카펫 아래서 우연히 송재이의 일정 노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설영준은 송재이가 일정 노트에 끄적거리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었다. 그는 앉아서 무심코 노트를 펼쳤다. 노트의 페이지마다 일에 대한 주의사항과 그 일이 완성도가 쓰여있었다. 비슷한 내용이었지만 그는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송재이의 글씨체는 아주 깔끔했는데 휘갈겨 쓴 글씨가 아니라 오히려 초등학생이 또박또박 쓴 글씨처럼 예뻤다. 그 일정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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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일정 노트를 송재이는 거의 일 년을 썼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녀는 미세한 강박증이 있었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그녀는 노트에 그날의 스케줄을 적는 습관이 있었다. 학교에 다닐 때는 매일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적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매일 해야 할 업무와 일상생활을 기록했다. 지금 갑자기 노트가 곁에 없으니 아주 불편했다. 송재이는 일 년에 노트를 하나씩 썼는데 올해의 노트는 다 쓰기도 전에 잃어버려서 무척 속 시끄러웠다. 강박증이 말썽을 부렸다. 그녀는 자신이 일정 노트를 어디에다가 놓았는지 생각해내려고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 그때 경주로 갔을 때 아파트에서 꺼낸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노트를 경주에 놓고 온 건가?’송재이는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휴가를 또 내기가 어려웠다. 경주 아파트의 열쇠는 하나가 자신한테 있고 하나는 설영준이 가지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 열쇠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 송재이는 휴대폰을 꺼내 설영준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다.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했지만, 이 메시지는 결국 보내지 못했다.송재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박윤찬과의 카톡 창을 열었다.「박 변호사님, 제가 갖고 다니던 일정 노트를 경주집에 놓고 온 것 같아요. 내일 제 열쇠를 보내드릴 테니 저의 집으로 가서 찾아봐 주실 수 있습니까?」30여 분 후, 박윤찬에게서 답장이 왔다.「알겠어요. 열쇠를 보내주세요. 영준 씨가 아파서 방금 입원 절차를 진행하느라 답장이 늦었어요.」뒤에 덧붙인 말은 무심코 하는 말 같아 보였다. 카톡을 보낸 후, 박윤찬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입원서류를 들고 병실 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지금 설영준은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기대서 생각에 잠긴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박윤찬은 동정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웃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영준 씨, 오랜만에 병원 치레를 하네요. 왜 그러죠? 몸도 마음처럼 나약해진 거예요?”설영준은 박윤찬의 말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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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가 종료된 후 설영준은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는 다시 한번 송재이 병실로 가 침대 끝에 앉았다. 그리곤 창백한 얼굴로 고요히 잠든 송재이의 얼굴을 보았다.설영준은 마치 송재이에게 자신이 한 말이 들리는 것처럼 나직하게 말했다.“재이야, 내 말 들려? 나 여기 있어. 네 옆에 있어.”그는 조심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미약해진 체온을 느꼈다.“어쩌면 지금 내 말이 안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설영준은 이내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우리 아직 함께 해보진 못한 일들이 많아. 혹시 기억해? 우리 그때 그랬었잖아. 함께 세계 곳곳에 있는 나라로 여행 가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문화를 체험해 보고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자고. 네가 지금 눈만 떠준다면 난 지금 당장 너랑 함께 그 떠날 거야.”이때 누군가 노크하더니 도정원이 들어왔다. 그는 아주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영준 씨, 경찰들이 지금 출동했다고 하네요. 곧 도진욱의 거처로 들이닥칠 거예요.”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한 눈길로 송재이를 보았다.“정원 씨,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도와드릴게요.”“저 대신 재이 좀 잘 챙겨주세요. 전 누구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그 사람이 아마 이 사건에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걱정하지 말고 가봐요. 여긴 제가 꼭 붙어 있을 테니까 아무도 재이를 건들지 못할 거예요.”설영준은 고마운 눈빛으로 도정원을 힐끗 보곤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떠나기 전 설영준은 나직하게 송재이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재이야, 나 얼른 돌아올게. 그러니까 나 꼭 기다려줘야 해.”송재이의 병실에선 도정원만이 묵묵히 곁을 지키며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설영준은 이미 진상을 찾으러 떠났다.그는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그 친구는 의학 부문에서 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9화 새로운 증거

    그러자 보안 요원이 말했다.“여긴 병원 CCTV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외부인에게 함부로 영상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설영준은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전 송재이 씨 약혼자입니다. 전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보안 요원은 다소 망설이더니 결국 그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영상 속에서 설영준은 세세한 부분까지 발견했다. 송재이가 쓰러지기 전 도진욱은 물잔을 송재이에게 건넸다. 그 순간 설영준은 의심을 하게 되었다.같은 시각 도정원은 병실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쪽지엔 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약물의 이름과 사용량이 적힌 쪽지였다. 그는 발견하자마자 바로 설영준에게도 알렸다.두 사람은 각자 발견한 것을 공유하곤 분석하기 시작했다. 설영준은 도진욱이 송재이에게 건넨 물잔과 쪽지 위에 쓴 약물의 명칭을 보았다. 그는 순간 무언가 깨닫게 되었다.송재이가 검사실로 들어간 뒤 설영준과 도정원은 각자 단서를 찾으러 움직였기에 설영준은 다시 돌아와 송재이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도정원은 쪽지에 적힌 약물 이름을 보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설영준은 초조한 얼굴로 검사실 밖에서 송재이를 기다렸다.“재이야, 꼭 버텨야 해.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설영준은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머릿속에 송재이의 미소와 웃음소리, 그리고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는 속으로 기도했다. 송재이가 무사히 나오길 바라며 말이다.설영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재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네가 그때 엄청 찬란한 미소를 지었었어. 네 찬란한 웃음이 온통 어둠뿐이던 내 세상을 환하게 빛내주었지. 그때 널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지금은...”바로 이때 문이 스르륵 열리고 의사가 나왔다. 설영준은 바로 다가가 물었다.“선생님, 재이는 어때요?”“저희가 최선을 다해 독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희귀한 독에 중독된 거라 독 분석하고 해독제를 만드는 데 시간이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8화 단서

    송재이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도정원과 도진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수사관이 빠르게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그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얼른 입을 열었다.“저희가 바로 의사를 불러오겠습니다.”도정원은 빠르게 긴급 호출 벨을 누르면서 송재이를 부축한 채 옆에 있던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혔다.의자에 앉히자마자 도정원은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어깨에 기대게 했다.“재이야, 조금만 버텨줘. 의사가 금방 도착할 거야.”도진욱은 다소 복잡한 감정이 담긴 얼굴로 송재이를 보았다. 속으로 뭔가 갈등하고 있는 듯했다.그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독에 중독됐다고? 그럴 리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예리한 수사관은 그런 도진욱의 상태를 눈치채고 바로 심문했다.“도진욱 씨, 이 상황에 관해 설명하세요. 송재이 씨가 왜 갑자기 중독된 거죠?”도진욱의 안색은 더 창백해졌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전 정말로 모릅니다. 제가 왜 제 조카를 죽이겠습니까?”바로 이때,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오며 송재이를 살펴보았다.의사가 엄숙하게 말했다.“아무래도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송재이는 급하게 검사받으러 갔다. 도정원과 도진욱이 그 뒤를 따라갔다. 수사관은 묵묵히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머릿속에 이미 사건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도정원이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기다렸다. 그러나 도진욱은 홀로 구석으로 간 뒤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안에 있는 핸드폰만 불안한 마음으로 만지작거렸다.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했다.“나야. 일이 복잡하게 됐어. 송재이가 갑자기 독에 중독되어서 경찰이 개입하게 되었어. 나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하지만 우린 지금 반드시 움직여야 해.”전화기 너머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군요. 일단 절대 증거를 찾게 해서는 안 돼요. 안 그러면 우리 모두 끝장나게 되니까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7화 중독

    화가 난 도정원은 이를 빠득 갈았다.“그게 무슨 의미죠? 설마 아버지 병이 당신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요?”정체 모를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곧 알게 될 거야. 참, 도진욱. 가문의 이익을 위해 네 동생 행복을 희생했었지? 이젠 네가 희생할 차례야.”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송재이와 도정원은 고개를 돌려 도진욱을 보며 설명을 바랐다.그러자 도진욱이 말했다.“난... 난 정말 몰랐어. 그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인정해. 하지만 전부 가문을 위해서였어. 난 너희들을 해칠 생각한 적 없다고.”송재이는 무력감이 들었다. 거짓과 배신으로 가득한 이 가족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절망에 빠진 송재이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 거예요?”도정원도 다소 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셨다고요. 우리 도씨 가문이 언제부터 이익에만 눈멀어 가족을 버리는 가문이 된 거죠?”도진욱의 얼굴엔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는 힘이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원아, 그땐 내 잘못이 맞아. 나도 인정해. 난 내 선택으로 우리 가문이 더 힘이 있는 가문이 될 줄 알았고 가족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난... 난 정말 미안하구나.”옆에서 듣고 있던 송재이는 막막하면서도 불안했다.“두 사람은 전부 제 가족이에요. 전 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송재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그 순간 문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면서 이 숨 막히는 침묵을 깨버렸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았다.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엄숙한 얼굴로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저희는 경찰서 수사과에서 나왔습니다. 몇 가지 당신들이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도정원과 도진욱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진상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조사라는 것을“네, 협조하겠습니다.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6화 충격적인 사실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짙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도진욱이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다. 너희들한테... 해줄 얘기가 있단다. 네 아버지의 과거와 어머니에 관한 얘기란다.”도정원과 송재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의아하면서도 초조했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뭔가 알고 계신 거예요?”도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곧 도착하니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자꾸나. 이 일은 내가 너희들 얼굴을 보면서 직접 말해줘야 할 것 같구나.”전화를 끊은 후 도정원과 송재이는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도진욱이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몰랐고 도진욱이 그들에게 해줄 얘기가 그들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진욱이 병원에 도착했다. 그의 얼굴엔 초조함과 죄책감이 담겨 있었다.그는 송재이와 도정원의 얼굴을 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마음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고 있단다. 하지만 더는 너희에게 숨길 수 없을 것 같구나. 너희들이 모르는 사실은 더 많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리가 어질거렸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아직도 모르는 비밀이 있는 건가요?”“그래, 그때 당시 나와 네 엄마는 확실히 그런 사이였었지. 하지만 그건 다 지나간 일이란다. 나중에 난 그 삼각관계에 빠지기로 했고 네 엄마랑 네 아빠를 이어주기로 했었지. 그때의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지금까지도 말이야.”송재이와 도정원은 충격받은 얼굴로 도진욱을 보았다. 그가 꺼낸 얘기는 도경욱이 꺼낸 얘기보다 더 충격적이었다.“큰아버지, 정말로... 정말로 그러셨어요?”“나도 알고 있단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과거의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난 아직 살아 있을 때 너희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싶구나.”바로 이때 병실 안에서는 긴급 호출 벨이 울렸다.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하게 병실로 달려왔고 송재이와 도정원도 얼른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의사는 그들을 보더니 고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5화 마지막 오늘

    송재이는 얼른 도경욱의 손을 꼭 잡았다. 눈물이 그녀의 눈 앞을 가렸다.옆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도정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병실 안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저 일정한 의료 기기 소리만 들려오며 시간이 흘렀다.도경욱은 송재이를 빤히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아쉬움과 죄책감만 남아 있었다.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기 전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미약한 목소리지만 그는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재이야, 내 딸.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단다. 네 출생의 비밀과 네 엄마에 관한 얘기야.”송재이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 그렁그렁 맺힌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 엄마가 왜요?”도경욱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마치 온몸의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깊이 숨겨둔 진실을 정확하게 말해주기 위해서 말이다.“그때 네 엄마, 그러니까 서지원의 약혼 상대는 내 형이었단다. 네 큰아버지지. 하지만 운명이 장난을 쳤지. 서지원이... 네 엄마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나였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너무도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출생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던 거죠?”도정원도 놀란 표정인 것을 보아 처음 알게 된 사실인 것 같았다.도경욱은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네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지만 전부 사실이란다. 난 지원이를 단 한 번도 강요한 적 없었어. 우리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어. 하지만 그때는 이런 추문을 받아들이지 않던 시절이었지.”송재이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운 감정은 처음이었다.그녀는 이렇게나 갑작스러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아빠, 그럼 대체 왜 일찍 말씀해 주지 않으신 거예요? 왜 그동안 숨기고 계셨던 거예요?”도경욱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송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4화 마지막 만남

    박정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다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박윤찬을 보았다.“그때 내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아주 똑똑하고 예쁘고 착한 사람이었지. 나한테 아주 특별한 사람이기도 했어. 하지만 어머니가... 어머니가 우리 사이를 반대하셨어.”박윤찬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머니가 왜 반대하셨는데? 어머니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실 분이 아니잖아.”박정후가 대답했다.“처음엔 나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때의 난 분명 어머니가 그 여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 또 어쩌면 내가 사랑놀이에 푹 빠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시는 건 줄 알았어.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전혀 아니었어.”박윤찬은 초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어머니가 아무 이유도 없이 반대하실 분은 아니야.”박정후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선 슬픔이 느껴졌다.“그 여자는 성이 임 씨였어. 임씨 가문은 우리 성씨 가문과 오래전부터 원한이 있었지. 이 원한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거라 저주와도 같은 것이었어. 두 가문의 후대에도 아주 큰 영향을 주고 있어.”박윤찬은 놀란 모습이었다.“난 임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어머니도 나한테 한 번도 말씀하신 적 없었다고.”박정후가 말했다.“어머니는 이 원한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길 바라셨던 거야. 하지만 사실상 잊히지 않았지. 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지난 세대에서도 심각한 충돌이 있었어. 두 가문은 사업 경쟁을 벌이다가 더 틀어지게 되었지.”박윤찬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사업 경쟁이라니? 그게 언제 일인데 아직도 신경 쓰고 있다는 거야?”“그래, 하지만 지난번 경쟁에서 임씨 가문은 파산당하게 되었지. 그 가문 어르신도 결국 그때 세상을 뜨게 되신 거야. 임씨 가문에서는 우리 성씨 가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을 벌여 그런 비극을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박윤찬은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러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3화 떠난 이유

    박정후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더니 생각에 잠겨 버렸다.그는 나직하게 말했다.“제가 멀리 떠나기로 결정한 건 저와 윤찬이 사이에... 오해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랑 윤찬이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데 전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윤찬이 곁을 떠났죠. 하지만 혈연관계는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거잖아요.”묵묵히 박정후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송재이는 박정후의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고스란히 느꼈다.송재이가 말했다.“가족 사이에 확실히 갈등이 생길 수도 있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서로 항상 응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죠.”설영준은 진지한 얼굴로 박정후를 보았다.“정후 씨는 정의를 위해, 동생을 위해 이미 많은 것을 했으니 윤찬 씨도 이해해줄 거예요.”장주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정후 씨가 한 모든 것을 박윤찬 씨가 알게 된다면 분명 아주 자랑스러워할 거예요.”박정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려 확고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그랬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돌아온 것도 윤찬이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고 윤찬이와 화해할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네요.”그들을 도와준 정체 모를 인물은 바로 박정후였다.그는 마음이 너무도 복잡했다.이번 일로 동생과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화목하게 지내고 싶었다.박정후가 말했다.“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기다릴 수 있어요. 윤찬이가 저한테 기회만 준다면 형으로서 책임을 다할 거예요.”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박윤찬과의 거리감을 하루아침에 줄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꼭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전 반드시 윤찬이한테 찾아가야 해요.”박정후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찬이가 저를 만나고 싶어 하든 말든 상관없이 알려주고 싶어요. 전 단 한순간도 윤찬이를 포기한 적 없다고 말이에요.”송재이는 박정후의 손을 잡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2화 그의 정체

    설영준과 송재이는 서도재의 비웃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방 안의 상황을 살펴본 뒤 도망칠 길이나 반격할 기회가 없는지 파악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조용히 숨어서 행동을 개시하려고 했다.설영준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서도재, 이러면 네가 정말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저지른 범죄는 이미 전부 드러났어. 밖엔 경찰들이 깔려 있다고.”서도재의 웃음이 사라지고 표정이 굳어졌지만 빠르게 다시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경찰이 깔려 있다고? 넌 내가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거로 보이나 봐? 이 아지트는 아주 단단하게 만들었거든. 너희들은 도망칠 수 없어.”송재이는 설영준이 방 한구석에 있는 창문에 힐끗 본 것을 발견하곤 바로 그의 의도를 눈치챘다.그녀는 일부러 서도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그럼 우린 여기서 그쪽과 시간을 끌 수밖에 없겠네요. 그쪽 아지트가 먼저 무너질지 아니면 밖에 경찰들이 먼저 쓰러지게 될지 한 번 지켜보자고요.”서도재는 손을 들어 올리며 부하들에게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 방 안의 불빛이 꺼지더니 어둠이 내려앉았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확성기로 말했다.“꼼짝 마!”설영준과 송재이는 어둠 속에서 빠르게 창문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설영준은 있는 힘껏 발로 창문을 깨버렸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바깥엔 이미 에어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서도재는 갑자기 어두워진 주위에 당황스러워하면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불빛이 다시 켜졌을 땐 설영준과 송재이는 이미 사라졌다.그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쫓아가! 반드시 두 사람 내 앞에 잡아 와!”그러나 서도재의 부하들이 아지트에서 나가자마자 이미 밖을 포위하고 있는 경찰들을 발견하게 되었다.알고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미리 익명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경찰은 확성기로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 모두 들으세요. 당신들은 포위되었습니다. 당장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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