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6화 영준 씨 덕분에

생리 불순을 제외하고 송재이는 면역력도 약한 편이라 양은서는 처방전에 따라 그녀에게 약을 잔뜩 지어주었다.

글씨가 빼곡한 처방전을 보며 송재이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약을 달이는 건 처음인데...”

이내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이때, 등 뒤에서 설영준의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

송재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사 와서 나랑 같이 살자고 했잖아. 고민 좀 해봤어?”

뜻인즉슨 이사 오면 마침 자기가 약을 달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밥해준 적이 있는지라 송재이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맞은편의 양은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설영준은 호의호식하는 도련님으로서 남의 시중을 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송재이의 모습을 보니 마치 설영준이 자주 챙겨주는 듯 무덤덤하기만 했다.

양은서는 입꼬리를 올리며 농담을 넌지시 건넸다.

“영준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에요. 그 여자가 역시나 재이 씨가 맞았네요!”

송재이는 입술을 꼭 깨물고 아무 말도 안 했다.

둘이 다시 만나기로 한 것도 아니고, 적어도 자신은 아직 동의한 적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설영준의 일거수일투족은 마치 이미 자기 여자를 대하는 듯싶었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설영준을 향해 말했다.

“오늘 고마웠어. 먼저 가볼게.”

말을 마치고 나서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고, 단호한 발걸음은 일말의 미련도 없었다.

양은서는 홀로 덩그러니 남은 설영준을 바라보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뭐야? 이미 사귀는 줄 알았더니 아직도 작업 중이었어?”

심기 불편한 설영준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그녀를 힘껏 째려보았다.

헛기침으로 무마하려는 양은서는 사실 속으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송재이를 위해 약을 달여주는 건 물론 그녀의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는 신세라니?

...

설영준의 아파트로 이사 가서 동거하는 일에 대해 송재이는 아직 확답을 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앞으로 설영준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다시 같이 살게 되었다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