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이는 빨개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으나 홍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설영준은 그녀를 다시 끌어왔다.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니 설영준의 두 눈과 마주쳤는데 희롱 적인 눈빛이 가득했다.설영준은 그녀의 턱을 잡고 입술에 뽀뽀해 주었다.“먼저 아침을 먹은 후 한약을 먹어야 해.”경주에 급하게 오느라 송재이는 남은 한약을 가져오지 못했다.방금 설영준에게 어떻게 자신의 한약을 가지고 있는 물으려다가 문득 양은서가 바로 설영준이 소개해줬다는 사실이 생각났다.한약 처방을 얻는 것은 설영준에게 있어 쉬운 일이었다.자리에 앉은 후 두 사람은 묵묵히 아침을 먹기 시작했고 송재이는 가끔 고개를 들어 설영준을 바라보았다.송재이는 옛날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이렇게 아침을 보냈던 그때를 종종 그리워했다.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이 시각, 송재이는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우리 지금 다시 시작하는 거야?”조용하게 물은 후 송재이는 고개를 숙였다.잠시 후 다시 고개를 들자 마침 설영준과 눈길이 마주쳤다.그의 그윽하고 명랑한 두 눈은 사람을 유혹하는 것 같았고 그 눈빛은 송재이를 빠져들게 했다.“죽이 맛있어?”설영준이 불쑥 물었다.송재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설영준이 계속해서 말했다.“앞으로 매일 해줄게!”매일, 그는 매일 이라고 말했다.‘너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보다 ‘매일 끓여줄게’가 더 생동하게 느껴졌다.그의 작별인사를 알아들은 듯 송재이는 입술을 실룩거렸고 설영준도 웃음을 지었다.밖에 햇빛이 쏟아져 두 사람을 비추니 유달리 조화롭고 달콤해 보였다.그날 이후 송재이는 며칠 동안 설영준의 별장에서 지냈다.이원희와 통화할 때 송재이는 자신이 곧 이사할 것이라고 말했다.“왜요? 나와 함께 살지 않을 건 가요?”이원희가 물었다.이 일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송재이는 머뭇거리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설영준이 남도에 지사를 설립했어요. 남도에서의 일이 많아져서 난 아마...”뒷말을 다 하지 않았지만 이
설영준은 오늘 박윤찬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박윤찬이 송재이에 대한 마음을 알고 있었던 설영준은 만약 두 사람이 오랜 친구가 아니었다면 아마 오래전에 먼저 이 말을 꺼냈을 것이다.가끔 고개를 들어 박윤찬을 올려다보면 과연 예전보다 쓸쓸한 표정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전에 없었던 일이다.송재이를 아마 진심으로 좋아했나 보다.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박윤찬은 지금까지 한 여자를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설영준은 마음이 복잡해졌다.뭐라도 말을 하려는 참에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여진 비서가 문 앞에서 물었다.“문예슬 씨가 오셨는데 대표님을 만나겠다고 했습니다.”설영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지난번 파티에서 만난 후 그는 문예슬이 귀찮아졌고 일부러 피해 다녔다.그러나 문예슬은 설영준이 싫어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분명히 알아챘지만, 모르는 척하는 지 계속 따라다녔다.“일이 있으니 나가라고 해.”그러나 이 말을 들은 여진이 몸을 돌리기도 전에 문예슬은 하이힐을 밟고 다짜고짜 걸어 들어왔다.문예슬은 여진 비서를 밀치고 곧장 사무실로 들어갔다.설영준과 박윤찬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고 두 남자의 예리한 눈빛에 문예슬은 약간 주춤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남자는 카리스마가 대단했다.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던 문예슬은 마음을 다잡고는 설영준 앞으로 다가섰다.“설 대표님, 아버지께서 보낸 생일잔치 초대장을 받았을 텐데 거절하셨다면서요. 왜죠?”박예슬의 얼굴이 이토록 두꺼울 줄 생각지도 못했던 설영준은 말문이 막혔다.거절한 이유는 당연히 가기 싫었기 때문이다.표정이 어두워진 채로 의자에 앉은 설영준은 다리를 꼬고 몸을 뒤로 기대며 음산한 눈빛으로 문예슬을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아도 두려움에 휩싸였던 문예슬은 섬뜩해 하며 몸서리를 쳤다.잠자코 설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문예슬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재이와 화해했어요?”“음!”설영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고 문예슬
설영준의 사무실에서 나온 문예슬의 얼굴에는 아직도 홍조가 가시지 않았다.이는 화가 났기 때문이다.문예슬은 자신이 도대체 어떤 점이 송재이보다 못한지 알 수 없었어.이미 헤어졌는데 왜 다시 연애하지?문예슬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러 번 울리 후에야 마침내 전화가 연결됐다. 송재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문예슬의 가슴속에 쌓아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래도 매너를 유지하기 위해 문예슬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심호흡한 후 말했다.“재이 씨, 설영준은 짐승보다 못해! 며칠 후면 아빠 생일이어서 청첩장을 보냈지만 받지 못했는지 회신이 없었어. 오늘 아빠는 나에게 직접 보내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글쎄 나의 몸에 손을 대는 거 있지? 남자는 다 양아치인가 봐? 너와 함께 있을 때도 그랬어?”설영준이 문예슬의 몸에 손을 댔다고? 송재이는 믿을 수 없었다.마침 수업을 마친 송재이는 교실 문 앞에 서 있었다.전화를 받으며 송재이는 천천히 복도로 걸어갔다.창가에 기대어 선 송재이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어떻게 했어?”송재이의 말투에서는 화가 났음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설영준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궁금해했는데 이는 분명 믿지 않는 눈치였다.그 때문에 문예슬은 갖은 상상력을 펼쳐 일어나지도 않은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했다.설영준에게 청첩장을 건네줄 때 그녀의 손을 만졌을 뿐만 아니라 방 카드까지 쥐여주었다고 했다...송재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문예슬이 말할 때 휴대전화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문예슬이 방금 한 말은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녹음되었다.송재이는 눈썹을 찡그리며 문예슬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꼭 복수해 줄게...”송재이의 말을 들은 문예슬은 어리둥절해졌다.“복수는 됐어! 그저 설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는 당하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야. 지금 떠나도 늦지 않았어. 겉만 멀쩡하지 뼛속까지 추잡할 줄은 몰랐어. 역시 남자는 다 똑같아...”문예슬이 송재이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설영준과 빨
송재이는 미소를 지었다.휴대전화 화면 너머로 설영준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송재이의 생각에 신경을 쓰는 것을 알았지만 통쾌하게 결론을 주지 않았다.송재이는 회신하지 않았다. 이미 경주에서 며칠 지체했기에 이젠 돌아가야 했다.남도에는 아직 일이 남았던 송재이는 설영준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남도로 가는 비행기 표를 샀다.도착한 후 휴대전화를 켜보니 안에는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가 있었는데 그 중 설영준이 보낸 문자도 있었다.이미 남도로 돌아간 것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카톡 대화는 그녀가 답장하지 않은 것에 머무르고 있었다.설영준은 송재이가 문예슬의 영향을 받아 홧김에 훌쩍 떠난 줄 오해했다.송재이는 웃으며 설영준에게 문자를 보냈다.[남도에 아직 일이 남았어.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게 될 거야.]이 문자를 본 설영준의 표정을 상상하며 송재이는 그의 회신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꺼버리며 주머니에 넣었다....송재이가 보낸 마지막 문자를 본 설영준은 어리둥절해졌다.마침 박윤찬이 곁에 있어 그는 문자를 보여주며 의아해서 물었다.“재이 씨가 마지막에 보낸 문자는 무슨 뜻이지?”박윤찬도 어리둥절해 하며 의심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안녕이라는 말은... 안녕히 하는 뜻일까요?”역시 국어는 오묘했다. 말투가 다르면 두 가지 의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하필 송재이의 표정을 볼 수 없었던 설영준은 직접 전화를 걸려고 하다가 또 망설였다.“남자친구라는 분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박윤찬은 옆에서 심드렁하게 말했다.설영준은 의아해하며 말했다.“뭐?”“내일이 송재이 씨 생일인데 지금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선물을 주지 않겠다는 뜻인가요?”박윤찬은 설영준이 아직 송재이의 생일을 몰랐을 것으로 추측했다.그는 옹졸한 사람이 아니었다.또 송재이와 정이 가장 깊은 시기에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척할 수 없었다.과연 박윤찬의 말을 들은 설영준은 몇 초 동안 멍해졌다.“정말이야?”무심코 주민등록증을 봤는데 바로 오늘이에요
오후에 설영준은 여진 비서를 자동차 판매센터에 보내 여자가 좋아할 만한 차를 고르라고 했다.송재이가 선호하는 브랜드나 색상에 대해 설영준은 잘 몰랐다.나중에 종업원에게 물어서야 차를 골랐고 저녁 무렵 여진 비서는 이 차를 몰고 돌아갔다.설영준은 일을 다 처리한 후 새 차를 몰고 남도로 갔다.직접 운전해서 가는데 5시간 이상 걸렸다.설영준은 처음으로 이렇게 오래 운전한 것은 아니다....남도송재이가 퇴근하자마자 설영준이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혼자 도망가는 건 무슨 뜻이야?”전에 송재이는 그의 반응이 어떤지 보려는 장난기 어린 마음으로 떠났다.전화 속 말투를 듣고 있으니 약간 억눌린 분노도 있었다.송재이는 웃음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정색해서 또박또박 대답했다.“출근해야 하므로 급하게 돌아왔어.”“나에게도 말해 줘야지.”설영준의 말투에는 배신당한 여자처럼 약간의 원망이 들어 있었는데 그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송재이는 눈썹을 찌푸렸다.“화났어?”설영준의 반응은 확실히 예상을 초월했다.“아니야!”설영준은 단호하게 대꾸했다.그러나 빨리 대답할수록 오히려 더 의심스러워졌다.“지금 어디야?”자신이 추태를 부렸음을 의식한 설영준은 다시 입을 열었는데 말투가 한결 누그러들었다.“집으로 가는 중이야.”종일 수업을 들은 송재이는 너무 피곤해서 돌아가서 샤워하고 푹 자고 싶었다.설영준은 담담하게 대꾸했다.“그럼 일찍 돌아가서 쉬어.”말을 마치자마자 설영준은 전화를 끊었다.송재이는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며 설영준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 했다.설마 퇴근 후 돌아다니는 것이 싫어서 경고 삼아 전화를 걸었을까?만약 그렇다면 옹졸했다....잠자리에 들었던 송재이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전화의 벨 소리를 들었다.몸을 뒤척이며 꿈인 줄 알았는데 시간을 보니 이미 새벽 3시가 되었다.수신 버튼을 누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재이. 문을 열어줘.”설영준이 말했다.잠이 덜 깨서 멍한 송재이는 휴대전화에
피곤한 송재이는 마침내 잠자리에 들었다.다음날 눈을 떴을 때, 마치 테니스 경기를 한 것처럼 온몸이 시큰거리며 쑤셔놓았다는.“어젯밤에 왜 갑자기 왔어?”송재이는 몸을 뒤척이며 그의 가슴에 기대었고 한 손으로 그의 가슴에 원을 그렸다.설영준은 웃으며 손을 뻗어 송재이를 품에 안았다.“조금만 더 자.”피곤해 보이는 쉰 목소리로 설영준이 말했다.설영준도 피곤했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일을 할 때 힘을 쓰는 것은 남자이기 때문이다.결국, 두 사람은 침대에서 15분 정도 더 뒹굴다가 일어났다.아침을 먹은 후 설영준은 그제야 말했다.“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여줄 것이 있어.”말을 마친 후 그는 송재이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갔다.그 차를 본 송재이는 멍해졌지만 두 눈에는 놀라움이 없었다. 그저 설영준의 의도를 모르는 체하는 의아함이 반짝였다.차 문을 연 후 설영준은 송재이를 운전석에 앉히며 말했다.“오늘이 생일이지? 선물을 준비했어.”‘오늘이 생일이었나?’생일이 다가온 것 같았으나 요즘 너무 바빴던 재이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싫어?”설영준이 물었다.“솔직히... 내가 방금 산 차를 몰아도 충분해.”송재이가 억 원을 넘는 고급 차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매일 출퇴근하며 많은 동료가 보고 있어 관심을 끌기 싫었을 뿐이다.일부 동료들은 이미 은연중에 그녀에게 불만을 표시했다.만약 송재이가 너무 뽐낸다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송재이는 재벌 출신이 아니고 또 그녀의 집안 배경을 잘 알고 있었다. 쏘타나를 몰던 사람이 갑자기 고급 차를 운전하면 틀림없이 구설에 오르게 될 것이다.설영준은 옆에서 송재이의 망설이는 표정을 눈여겨보았다.문득 설영준은 아까 박윤찬이 한 말이 생각났다. 아마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보면 적중한 것 같았다.이것은 박윤찬이 송재이를 잘 요해했다고 뜻이다.또 남자친구인 자신보다 더 잘 안다는 뜻이기도 했다.비록 송재이는 이렇게 비싼 차를 몰고 출근하지 않을 것이지만 설영준이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송재이는 설영준의 곁으로 다가가 손을 잡으며 말했다.“아니야. 자기가 준 선물은 다 마음에 들어. 그런데...”외출할 때 사용하기도 불편하고 중요한 건 너무 눈에 튀었다.박윤찬이 자기에 대한 요해가 깊다고 설영준이 말해서부터 그녀는 머릿속이 복잡했다.자신과 박윤찬의 사이를 오해한 것이 확실하다.두 사람이 어렵게 재결합했기에 이런 작은 일로 다시 감정을 상하고 싶지 않았고 여기까지 오면서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서러워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듯한 송재이의 표정에 설영준은 가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애써 누르고 있었다.송재이의 표정 때문만이 아니라 그도 송재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힘들게 재결합했기에 다시 그녀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바로 이때 갑자기 울린 휴대전화 벨 소리가 정적을 깼다.설영준이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해보니 도 대표의 전화였다.“설 대표님, 남도에 오셨다면서요? 내일 클럽에서 모임을 하려 하는데 참석할 의향이 있으세요?”도경진은 설영준이 일 때문에 자주 연락하는 사업 파트너이다.설영준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있는 송재이를 힐끗 보더니 전화에 대고 말했다.“참석할게요. 하지만 동행이 한 명 있어요.”머리 좋은 도경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얼마든지요.”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도경진은 머릿속으로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다.저번 파티 때 화려한 복장으로 나타났던 송재이의 모습이 도경진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송재이가 설영준의 옆에 서니 선남선녀가 따로 없어 많은 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되었다.설영준이 여자 파트너와 동행하겠다고 주동적으로 말을 했으니 송재이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 없을 것이다.도경진과 통화를 마친 뒤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어 송재이에게 말했다.“방금 내가 한 말 들었지? 내일 저녁 나와 함께 가야 해.”송재이는 방금 설영준이 자기와 박윤찬의 사이를 오해한 일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파티가 끝나고 송재이와 설영준 사이의 분위기가 어쩐지 무거웠다.직접 운전하고 온 설영준이 갈 때가 되자 갑자기 산책을 제의했다.시계를 보니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니었다.두 사람은 달빛과 네온사인이 어우러진 길을 따라 걸었다. 주위의 바람 소리와 차 소리 외에 두 사람의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았다.한참 걸어 다리에 도착하니 불빛에 반짝이는 냇물이 보였다.다리에 도착한 송재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천천히 쭈그려 앉았다.“힘들어?”설영준은 송재이에게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설영준은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밀어 송재이를 바닥에서 일으키자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냉큼 그의 등에 업혔다.처음으로 설영준의 등에 엎힌 송재이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고 턱을 어깨에 괴었다.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줄곧 턱으로 설영준의 어깨를 살살 문질렀다.집에 도착하니 열두 시가 다 되었다.현관에서 설영준은 송재이를 업은 채로 그녀의 신발만 벗기고는 그대로 침실로 걸어가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설영준이 두팔을 짚고 엎드린 채로 한 쌍의 까만 눈으로 송재이를 지그시 바라보자 갑자기 당황했다.눈빛을 피하려고 얼굴을 옆으로 돌리자 설영준은 송재이의 곁에 누우면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었고 주변에서 풍기는 호르몬 냄새 때문에 송재이도 덩달아 몸이 뜨거워졌다.“움직이지 마.”설영준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자 송재이는 진짜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샤워하고 싶었지만 설영준의 품에 안기니 저도 모르게 잠이 쏟아지면서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당장 꿈나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설영준이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재이야.”“...”“재이야.”갑자기 눈을 뜬 송재이는 설영준이 자신을 부른다는 것을 느꼈다.한참 지나 송재이는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워 설영준의 허리를 껴안으면서 얼굴을 품에 묻었다.그러자 설영준도 이내 두 손으로 송재이를 껴안으며 턱으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