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송재이는 자신을 훑어보는 민효연의 시선을 고스란히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으면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최근에 이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본 게 바로 오서희이지 않은가?설영준과 얽힌 이후로 항상 이러한 평가하고 관찰하는 상황에 놓이는 듯싶었다.어쨌거나 손윗사람인지라 그녀도 굳이 따질 생각이 없었다.그리고 손에 든 포크를 내려놓고 민효연을 바라보았다.“우선 축하드려요, 사모님.”민효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축하라니? 왜요?”송재이가 피식 웃었다.“주승아 씨 말이에요. 아직 살아있지 않나요?”큰딸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민효연은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졌다.“맞아요.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회복에 전념하라고 딸아이도 지킬 겸 외부에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했죠. 결국 기적이 나타나 진짜 다시 깨어날 줄은 몰랐어요.”“부모로서 자식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사모님의 표정을 보니 그리 기쁜 편은 아닌가 봐요?”송재이는 뻔히 알면서 물었다.“무슨 일이 있어요?”시간이 흐르고 나서 되돌아보니 민효연도 예전처럼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신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심지어 눈앞의 송재이마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여유가 흘러넘치지 않는가?설영준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분명 그녀만의 색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반면 그러한 신분과 지위를 지닌 사람을 상대하기에 본인은 역부족이었다.이내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비록 깨어나긴 했으나 실력 있는 의료진의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죠. 현아가 몹쓸 짓을 워낙 많이 해서 우리 집에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승아는 송 선생님께 폐를 끼친 적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만약 가능하다면, 혹시라도...”“네?”송재이가 되물었다.“영준한테 부탁해서 승아에게 더 좋은 치료 환경을 제공할 수 없는지 물어봐 주면 안 될까요?”민효연의 말을 듣자 송재이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은 영준 씨랑 아
민효연과 헤어진 이후로 송재이는 아파트로 돌아갔다.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고, 아주머니가 앞치마를 두른 채 다가와 그녀에게 얼른 식사하라고 했다.방금 민효연과 일식 레스토랑에 가서 코스 요리를 주문했는데 작은 접시에 코딱지만큼 나와서 전혀 배부르지 않았다.게다가 온종일 학교에서 수업하느라 힘든 탓에 배가 꼬르륵거릴 지경이었다.아주머니가 만든 먹물 파스타를 보는 순간 식욕이 확 돋았다.이원희는 식탁 맞은편에 앉아 그녀에게 젓가락을 건네주었다.의자에 앉자마자 송재이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반쯤 먹다가 방금 민효연과 만났을 때 그녀가 부탁했던 일이 떠올랐다.이내 곰곰이 생각하더니 결국 휴대폰을 꺼내 설영준에게 카톡을 보냈다.[왜 아직도 주승아 보러 안 간 거야? 그리고 더 좋은 의료진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던데 혹시 도와줄 수 있어?]전송 버튼을 누르고 나서 다시 코 박고 파스타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누구한테 카톡 보낸 거예요?”이원희가 능글맞은 말투로 물었다.송재이는 고개를 들고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설마 또 무슨 낌새라도 눈치챈 건가?이원희는 웃으면서 말했다.“얼굴에 모든 감정이 드러나 있다니까? 방금 카톡을 보낼 때 표정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아요?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죠.”송재이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정말 그렇게 티가 나는지 의아했다.곧이어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먹물 파스타를 계속 먹었다.결국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설영준은 답장이 없었고, 송재이는 그가 바빠서 못 봤을 거로 생각했다.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다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볼 때 문득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했다.제목은 다음과 같았다.[경주 대표님의 만행?! 3년 동안 만난 여친이 임신하자 바로 내팽개치다?]경주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송재이는 무심결에 링크를 열어보았다.기사에 비록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구구절절 재벌 설영준을 가르키고 있었다.심지어 그가 최근에 남도 지사를 설립한 이유도 여자를 더 편하게 만나기 위해서
도경진은 설영준의 여자에 대해 사뭇 궁금했다.그러다 갑자기 제안했다.“참, 조만간 자리 한 번 마련하려고 하는데 그때 가서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거예요. 혹시 베일에 싸인 여자 친구분도 모셔 와서 소개할 생각은 없어요?”설영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여자가 아무한테나 보여줄 그런 사람인가?”도경진은 본인의 가벼운 말투 때문에 설영준이 심기 불편해졌다는 것을 눈치챘다.한편으로 그가 여자 친구를 꽤 아낀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기도 했다.“얼굴이나 익히는 거죠. 나중에 마주치더라도 대표님의 여자 친구분이라는 걸 알고 나면 서로 배려해 주기 마련이잖아요.”설영준은 눈을 내리깔고 곰곰이 생각했다.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도 송재이가 같이 가겠다고 할 확률은 희박했다.남도에서 일도 하고 있는지라 바쁠 텐데 굳이 모임에 참석하려고 경주까지 오지는 않을 것이다.비록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추측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녀에게 거절당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예전 같았으면 그는 이런 고민 따위 안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이때, 문득 송재이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약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물론 본인은 끝까지 부정하고 싶지만 진실은 변치 않는 법이다.언제부터인지 이 사랑싸움에서 그는 점점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었다.사업가로서 일방적인 열세는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하지만... 힘들어도 달갑게 받아들이는 건 또 뭐냐는 말이다.“됐어요. 자기 여자를 지키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안 가요, 어차피 데려 갈 생각도 없으니까.”그녀에게 거절당하기 전에 설영준이 먼저 선수를 쳤다.어떻게 보면 체면은 지킨 셈이다....설영준은 도경진과 헤어진 이후에 송재이의 카톡을 보게 되었다.그리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민 사장님 만났어? 주승아에 관한 일을 왜 너한테 대신 전달하라고 시키는 거지? 본인은 입이 없대?]송재이는 샤워를 마치고 나서 설영준의 답장을 확인했다.이내 빠르게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지민건이 민효연을 찾았을 때 그녀는 망설였지만 지민건의 끊임없는 설득하에 끝내 동의했다.민효연이 설영준에게 원한을 품고 있다 보니 이 기회를 이용해 기선을 제압하거나 적어도 좌절을 당하게 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뜻밖에도 설영준을 타격하기는커녕 오히려 주승아에게 연루했다.주승아를 중히 여기는 민효연에게 있어 지민건의 이런 행동은 마치 민효연의 명치를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민효연이 이 소식을 본 후 화를 낼 거라는 것을 알았지만 지민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지민건은 그저 설영준의 약점을 장악한 후 잘 이용해 그의 명성을 손상하려 했다.이 단계에서 지민건에게 있어 주승아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핸드폰을 쥐고 있는 지민건은 콧방귀를 뀌며 민효연이 무슨 말을 더하기도 전에 바로 전화를 끊었다....설영준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약혼녀가 그를 떠나버린 일은 이미 며칠째 경주의 뉴스거리가 되었다. 심지어 설영준은 기자로부터 디스 사진도 찍혔으나 언론에 보도하기 전에 가로막았다.하지만 사진 이후 뉴스 내용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었다.지금 경주에서는 설영준에 대한 의론이 끊이지 않았고 송재이는 줄곧 이 뉴스들을 보고 있었다.그러나 설영준이 그녀에게 준 회신을 보면 그는 이런 소식의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담담했으나 송재이는 그가 일부러 괜찮은 듯한 모습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설영준은 지금 경주에 있고 송재이는 그를 볼 수 없어 더욱 걱정이 된다.특히 이 일에는 민효연도 연루되어 있는데 이 여자가 속셈이 깊고 꼼수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송재이는 알고 있었다.설영준이 자칫 그녀의 계략에 휘말릴까 봐 두려웠던 송재이는 설영준에게 카톡을 보냈다.[지금 그쪽 상황은 어때?]이 카톡 문자를 보았을 때 설영준은 마침 사무실에 있었고 뉴스의 영향으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하지만 송재이의 문자를 본 그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설영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회신했다.[내가 걱정돼?]송재이는 확실히 설영준을 걱정했다.
마침 이쪽으로 다가오던 도경진은 파파라치 기자가 한 얘기를 다 듣게 되었다.설영준의 찌푸려진 미간을 본 도영준은 마치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것 같아 얼른 곁에 있는 경비원에게 말했다.“빨리 이 사람을 끌어내. 아무 사람이나 다 들어오게 하다니?”파파라치 기자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끌려갔다.여전히 안색이 어두운 설영준을 보며 도경진은 그의 옆에 앉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일 처리 했는지 모르겠어! 이런 사람도 들어오게 하다니!!”설영준은 쌀쌀하게 웃으며 휴대전화를 열어 송재기와의 카톡 화면을 지켜봤으나 여전히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내가 경주에서 겪은 일들에 대해 정말 조금도 관심이 없어?’설영준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을 개의치 않지만 송재이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이때 긴 치마를 펄럭이는 한 여자가 설영준을 향해 걸어왔다.도경진은 설영준과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두 사람은 그저 평범한 여자인 줄 알고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녀가 설영준 앞으로 다가와 손가락으로 그의 넥타이를 만질 때야 설영준은 무의식적으로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고개를 들었다.앞에 선 사람을 본 설영준의 미간은 더 심하게 찌푸려졌고 안색도 나빠졌다.순간 문예슬은 어색해졌다.문예슬을 본 설영준은 놀라기는커녕 혐오한 표정을 지어 상대방을 난감하게 했다.그러나 문예슬은 여전히 좋은 매너를 유지하며 설영준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설 대표님, 춤을 한 곡 추시겠어요? 우울해 보이는데 이 방법을 통해 기분전환이 될 수도 있어요.”옆에 앉아 있는 도경진은 의아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잘 생겼고 품위가 있으며 지위가 높은 설영준은 많은 여자가 주동적으로 그를 쫓아다니며 대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대담한 여자는 처음 보았다.설영준은 잘 생겼지만 도도해서 웬만한 여자는 그의 앞에서 쩔쩔매며 배짱이 부족했다,도경진은 문예슬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눈빛이 갑자기 변해버린 설영준은 손을 뻗어 문예슬
멍해 있던 설영준는 정신을 차린 후에야 손을 뻗어 송재이를 가볍게 품에 안았다.송재이는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고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비록 주위에 무수한 시선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를 놓치려 하지 않았다.심지어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설영준은 제지하지 않았다.도경진은 송재이를 처음 봤는데 절세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설영준의 눈에 든 여자가 어찌 일반 사람일 수 있겠는가.저녁 10시.파티가 끝날 무렵 문예슬은 송재이 곁으로 왔는데 웃음 지은 표정이 아까와 사뭇 달랐다.“재이야, 돌아왔어?”오늘 밤 기분이 좋았던 송재이는 문예슬 때문에 파괴하고 싶지 않았다.송재이는 가볍게 웃으며 문예슬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오히려 고개를 돌려 설영준을 바라보았는데 말이 없어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것 같았다.이때 송재이와 설영준이 떠난다면 두 사람은 분명 밤을 같이 보낼 것이며 이 장면을 생각하기만 해도 문예슬은 가슴을 찢는 듯 아파났다.비록 송재이와 설영준이 이미 여러 번 몸을 섞었다는 것을 알지만 이것은 옛일에 불과했다.지금 그녀가 바라보는 앞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을 거로 생각하자 문예슬은 질투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호텔을 나설 때 밖에서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문예슬은 가식적으로 바래다주겠다고 말하려 했으나 송재이는 이미 빗속으로 걸어갔다.잔잔한 보슬비가 내렸고 옆은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와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다.송재이가 떠나는 뒷모습을 본 설영준은 서슴없이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케미가 좋은 송재이와 설영준을 바라보던 문예슬은 질투에 휩싸인 것 같았다.이때 도경진이 문예슬 곁으로 다가왔다.거친 사람이라 도경진은 문예슬의 복잡하고 이상한 정서를 느끼지 못한 채 그녀를 송재이의 평범한 친구로 여기며 두 사람을 칭찬하려고 머리를 굴렸다.“설 대표님과 재이 씨는 참 잘 어울리세요. 그렇죠?”도경진이 말을 마치기 바쁘게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워졌다.고개를 돌려
송재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설영준은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송재이는 깜짝 놀라 엉겁결에 그의 목을 꼭 껴안았다.갑자기 길옆에는 검은색 벤틀리가 다가왔다.설영준의 전화를 받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진은 두 사람이 껴안은 모습을 보며 시선을 피할 수 없어 몸 둘 바를 몰랐다.설영준은 송재이를 안고 차에 올랐고 여진은 곁눈질도 하지 않고 바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차에 오르자 송재이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설영준은 오히려 더 꼭 껴안았다.그는 손을 뻗어 송재이의 턱을 잡으며 눈길을 마주쳤다.“이제 날 벗어나려고 해도 늦었어.”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설영준을 바라보며 송재이는 점차 얼굴이 빨개졌다.전에 설영준이 남도에 집을 장만했고 송재이에게 이사 오라고 했지만, 송재이는 줄곧 대답하지 않았다.오늘 여진 비서는 차를 몰고 직접 그 별장으로 갔다.약 한 시간 후 차는 그 별장에 세워졌다.설영준은 먼저 차에서 내린 후 다른 쪽으로 돌아가 송재이를 안에서 안아 내왔다.집에 도착한 후에야 그녀를 내려놓았다.“씻으러 가!”몸이 축축하여 빨리 목욕을 해야 했다.욕실에 들어가서 옷의 지퍼도 내리기 전에 설영준은 이미 그녀의 옷을 와락 벗겨버렸다.설영준은 미소를 머금은 채 앞으로 다가섰고 송재이는 놀라서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몸을 기댔다.설영준의 뜨거운 키스가 폭우처럼 쏟아졌다.그에게 일이 있을 때 아랑곳하지 않고 와준 그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구설에 오를 위험을 무릅쓰고 그와 굳건히 서 있는 송재이를 보며... 이 순간 설영준의 심장은 송재이를 위해 힘차게 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예전에 송재이에 대한 감정은 그다지 확실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를 위해 수없이 타협하고 양보했지만 그녀가 특별한 사람뿐만 아니라는 것을 감히 인정하지 못했다.특별한 것을 뛰어넘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포용력이자 사랑이었다.자신의 몸 아래에서 정에 물든 송재이를 보며 설영준은 가슴에서 뭔가가 강하게 뛰는 것 같았고 곧 뚫고 나올 것
송재이는 빨개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으나 홍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설영준은 그녀를 다시 끌어왔다.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니 설영준의 두 눈과 마주쳤는데 희롱 적인 눈빛이 가득했다.설영준은 그녀의 턱을 잡고 입술에 뽀뽀해 주었다.“먼저 아침을 먹은 후 한약을 먹어야 해.”경주에 급하게 오느라 송재이는 남은 한약을 가져오지 못했다.방금 설영준에게 어떻게 자신의 한약을 가지고 있는 물으려다가 문득 양은서가 바로 설영준이 소개해줬다는 사실이 생각났다.한약 처방을 얻는 것은 설영준에게 있어 쉬운 일이었다.자리에 앉은 후 두 사람은 묵묵히 아침을 먹기 시작했고 송재이는 가끔 고개를 들어 설영준을 바라보았다.송재이는 옛날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이렇게 아침을 보냈던 그때를 종종 그리워했다.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이 시각, 송재이는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우리 지금 다시 시작하는 거야?”조용하게 물은 후 송재이는 고개를 숙였다.잠시 후 다시 고개를 들자 마침 설영준과 눈길이 마주쳤다.그의 그윽하고 명랑한 두 눈은 사람을 유혹하는 것 같았고 그 눈빛은 송재이를 빠져들게 했다.“죽이 맛있어?”설영준이 불쑥 물었다.송재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설영준이 계속해서 말했다.“앞으로 매일 해줄게!”매일, 그는 매일 이라고 말했다.‘너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보다 ‘매일 끓여줄게’가 더 생동하게 느껴졌다.그의 작별인사를 알아들은 듯 송재이는 입술을 실룩거렸고 설영준도 웃음을 지었다.밖에 햇빛이 쏟아져 두 사람을 비추니 유달리 조화롭고 달콤해 보였다.그날 이후 송재이는 며칠 동안 설영준의 별장에서 지냈다.이원희와 통화할 때 송재이는 자신이 곧 이사할 것이라고 말했다.“왜요? 나와 함께 살지 않을 건 가요?”이원희가 물었다.이 일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송재이는 머뭇거리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설영준이 남도에 지사를 설립했어요. 남도에서의 일이 많아져서 난 아마...”뒷말을 다 하지 않았지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