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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같이 살자

“나쁜 자식? 난폭? 너한테 내가 그리 형편없는 남자였어?”

설영준도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지라 저도 모르게 유치한 말을 내뱉었다.

송재이는 고개를 홱 돌려 그를 아예 외면했다.

“내가 싫어?”

설영준이 문득 물었다.

순간 송재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히 얼굴이 창문을 향하고 있는지라 설영준은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느릿느릿 대답했다.

“그걸 몰라서 물어?”

새침한 목소리는 억울함 때문인지 화가 묻어났다.

그녀는 설영준이 단지 떠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때, 등 뒤로 라이터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영준은 담배를 물고 힘껏 빨아들였고, 마치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싶었다.

이내 차 안에 담배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순간 남자의 손이 턱을 움켜쥐었고, 고개를 천천히 돌려 그윽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빨개진 눈시울은 억울한 듯 보호 본능을 자극했고, 마치 공중에 매달려 있는 유리처럼 손대면 깨질 듯 위태위태했다.

“엄마가 준 10억을 진짜 받은 거야? 고작 돈 때문에 평생 날 외면하겠다고?”

“그래, 나 원래 돈에 환장하잖아.”

“괜한 객기 부리지 마.”

설영준은 그녀가 홧김에 일부러 오서희의 돈을 받은 걸 알고 있었다.

그제야 송재이는 어떤 사람인지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상대방을 이해하니까 ‘죄책감과 미안함’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윤찬과 다정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질투심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이런 기분은 결코 처음이 아니었다.

박윤찬과 같은 책을 읽고, 두 사람이 찍은 셀카, 그리고 친구의 소송 때문에 박윤찬을 찾아간 걸 알게 되는 순간에도...

그러나 둘은 단지 친한 친구에 불과했고, 박윤찬도 송재이에게 관심이 있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꼬투리를 잡을 거리가 없어 왠지 모르게 더욱 화가 났다.

용암처럼 부글거리는 감정은 오로지 혼자서 삭여야만 했다.

이내 그는 시동을 걸고 천천히 차를 출발했다.

내부는 유난히 조용했고 송재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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