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351 - 챕터 360

524 챕터

제351화 헤어지자

설영준의 눈에 조롱 섞인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비록 웃고는 있었지만 그 웃음은 소름 돋을 정도로 서늘했다. 그 모습에 송재이는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딱 좋다고 느껴졌던 주변 온도가 순간적으로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설영준이 휴대폰을 집어넣더니 천천히 송재이에게 다가갔다.송재이가 몸을 돌려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설영준은 한 손으로 그녀를 잡아 돌려세웠다.“찔려?”설영준은 이를 악물고 두 글자를 또박또박 내뱉었다.그의 날카로운 두 눈을 마주한 송재이가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지나칠 정도로 강한 남자의 기세에 잘못한 게 없는 송재이였지만 그 날카로운 눈빛 앞에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그 순간, 설영준은 송재이의 턱을 움켜잡더니 억지로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려 시선을 맞추었다.“배려심 참 넘치네. 너 대신 나한테 전화까지 해서 해명을 다 해주고 말이야.”  설영준이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 전 박윤찬이 설영준에게 전화를 했던 이유는 설영준이 오해를 할까 봐서였을까, 아니면 송재이가 곤란해질까 봐서였을까. 송재이는 설영준의 눈빛에서 이글거리는 분노를 느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마침내 폭발해버리고 말았다.“너, 너 이거 놔!”“놔주면? 또 누구 찾아가려고? 그 자식?”설영준은 그 사람의 이름을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하지만 송재이가 무심코 말을 던졌다.“나랑 박 변호사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제발 의심 좀 하지 마!”송재이의 말은 설영준의 화를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불 나는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버렸다.“너 박윤찬 언급한 거야? 왜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걘데? 네 입으로 자백하는 건가?”설영준은 송재이의 턱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송재이는 몰려오는 고통에 눈물까지 나올 지경이었다.애초에 말싸움에 약한 송재이는 잔뜩 긴장된 이런 분위기 속에서 더더욱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설영준의 압도적인 기세에 송재이의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얘져 아무 말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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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믿음의 위기

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송재이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끊임없이 뒤로 가는 풍경들이 그녀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송재이는 갑자기 자신의 시야가 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그 순간, 참았던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그녀는 슬픈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울었다.분명 먼저 헤어지자고 한 사람은 본인인데 지금 마음이 아픈 사람도 자신이었다. 송재이는 칼에 베이는 듯한 고통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집으로 돌아온 송재이는 씻을 생각도 못 하고 곧바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그녀는 모든 에너지를 다 쓴 듯 힘이 다 빠져버렸다.사실 그전까지 송재이는 진지하게 설영준과 화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최근 들어 여러 힘든 일들이 겹치면서 자신과 박윤찬의 사이까지 의심하는 설영준 때문에 전례 없는 답답함에 숨까지 막혀왔다.송재이는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결국 참을 수 없던 울음이 터져버렸다.송재이가 목놓아 울고 있던 그 순간, 등 뒤에서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이원희가 들어왔다.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방에서부터 송재이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송재이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이 흐느끼며 고개를 돌렸다.이원희는 촉촉하게 젖은 송재이의 눈망울과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가가 발갛게 부어올라 마치 상처 받은 작은 토끼 같았다.이원희는 재빨리 다가가 누워있던 송재이를 일으켰다.사람의 마음이 가장 나약해질 때, 혼자 천천히 감정을 소화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친구의 위로가 필요한 법이다.“원희야, 나 실연당했어.”송재이가 울먹이며 말했다.설영준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던 때까지만 해도 송재이는 단호하고도 확신에 찬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저 불쌍한 어린 소녀 같았다.그 후로도 한동안 송재이는 우울함에 잠겨있었다.다행히도 의리 넘치는 이원희가 매일 일찍 퇴근해 송재이와 함께 먹고 마시며 산책도 하고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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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바람끼 많은 여자

설영준과 손재이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당사자 외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원희와 박윤찬뿐이었다.박윤찬이 알게 된 것도 단순히 우연에 불과했다.그날 저녁, 술에 취한 설영준은 화장실에서 돌아오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같은 룸에 함께 있던 박윤찬의 멱살을 잡았다.두 사람은 긴 세월을 함께 해온 오랜 친구로서 둘 다 이성적이고 절제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탓에 단 한 번도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한 적은 없었다.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라 황급히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뒤늦게 술이 깼을 때는 설영준이 그 일을 기억해내지 못했다.다행히 박윤찬도 깊게 따지지 않았지만 그 일 이후로 두 사람의 연락이 줄어들었다.송재이는 쭉 남도에 머물렀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경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어쩌면 그녀와 설영준의 관계는 이렇게 끝나버린 것일지도 모른다...그날 밤, 송재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아파트 아래에 익숙한 벤틀리가 주차된 게 어렴풋이 보였다.주변 가로등이 너무 어두웠던 탓에 그녀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생각했다.송재이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늦추었다.설영준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그의 훤칠하고 당당한 모습은 알아보기 너무 쉬웠다.하지만 그러면서도 희미한 불빛 때문에 송재이는 자신이 잘못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설영준의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바라보던 그 설영준의 눈빛은 이상할 정도로 어딘가 낯설었다.손재이의 기억 속에서 설영준은 항상 당당하고 지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저런 피곤할 얼굴을 할 수 있단 말인가?손재이는 설영준과 2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계속 침묵만 유지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그녀 역시 설영준은 지금 그녀가 먼저 다가가 주길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평소 같았으면 손재이가 먼저 다가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둘은 이미 헤어진 연인 사이였다.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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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문전박대

송재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녀는 정아현과 설영준이 어떤 관계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다만 설영준의 어머니인 오서희가 정아현을 이용해 송재이와 설영준의 사이를 이간질한 적은 있었다.어쩌면 정아현이 설영준의 진짜 첫사랑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하지만 둘의 관계가 애매모호한 것도 사실이었다.그래봤자 이미 송재이와 설영준은 헤어진 사이였다.그가 어떤 여자와 어울리든 이제 송재이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문 채 1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걸어가 버튼을 눌렀다.설영준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힐 때까지 들어오지 않았다.아마 정아현의 전화나 받고 있겠지.송재이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번졌다.정말 웃긴 일이었다.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설영준은 조금 전 송재이의 태도로 그녀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분노에 가득 차 내뱉었던 “줏대 없는 여자”라는 말이 송재이의 밑바닥을 건드려 버린 것이다.지금이라도 같이 올라가봤자 냉대만 당할 뿐, 딱히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설영준은 다시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올라탔다.정아현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벨 소리가 몇 번이나 더 울렸지만 설영준은 받지 않았다.계속해서 울리는 전화에 결국 설영준은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놓았다.이 세상이 드디어 다시 조용해졌다.그는 입술에 물고 있던 담배 필터를 짓씹으며 한창 실랑이를 벌일 때 송재이가 지었던 표정을 떠올려 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분명한 거부와 혐오감이었다.그리고 설영준이 만지려던 찰나에 정확히 그의 손길을 피하던 송재이의 모습까지.모든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 밀물처럼 밀려들었다.설영준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이미 불이 켜져 있는 위층의 창문을 올려다보았다.그의 깊고도 복잡한 눈빛에는 도무지 읽어낼 수 없는 감정이 담겨있었다.하지만 설영준의 머릿속에서는 송재이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던 말만 계속 맴돌았다.“우리 이미 헤어졌잖아.”헤어졌다.맞다, 지금 둘은 헤어진 사이다.하지만 설영준은 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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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아직 미련이 남은 거야?

송재이는 도경진, 도경진의 딸과 함께 식사하고 있었다.도경진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절했다.하지만 송재이는 그와 나눌 대화가 별로 없었다. 곁에 어린 소녀가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으로 느껴졌다.송재이는 소녀에게 여러 반찬을 덜어주며 학교에서의 공부나 친구 관계에 대해 물어보았다.그러다 보니 한 끼 식사 자리가 생각보다 어색하지는 않았다.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도경진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최근에 설 대표님이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든요. 그래서 월말에 파티를 할 예정인데 송재이 씨도 오실 건가요?”“...네?”송재이가 뒤늦게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도경진이 여전히 자신을 설영준의 여자친구로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당연히 자신도 그 파티에 참석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사실 저희... 이미 헤어졌어요.”송재이가 해명했다.도경진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다시 물었다.“뭐라고요?”그 질문에 송재이가 또박또박 다시 대답해주었다.“저랑 설 대표님은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남도에 지사가 있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저를 초대하지는 않을 겁니다.”도경진은 한동안 멍해 있더니 길게 “오”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조금 일그러져 있었다.하지만 곧이어 미소를 되찾은 도경진이 말했다.“잘 사귀고 계셨으면서 왜 헤어지셨어요? 전에 설 대표님이 재이 씨 데리고 나타났을 때부터 두 분 다 선남선녀라서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송재이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 보였다.선남선녀라고? 어울린다고?송재이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다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더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식사를 마치고 송재이는 레스토랑 앞에서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송재이가 자신과 설영준의 이별 소식을 얘기해줬지만 도경진은 여전히 공손하게 행동했다.그는 송재이를 직장까지 데려다주고 나서야 차를 몰고 자리를 떴다.돌아가는 길에 도경진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전화를 걸어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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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쟤 지금 저 여자 칭찬해주는 건가?

송재이는 설영준의 남도 지사에 있는 축하 파티에 애초부터 참석할 생각이 없었다.도경진의 말을 들은 다음에도 그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송재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어느덧 벌써 월말이 다가왔다.집으로 돌아오던 송재이의 눈에는 집 앞에 주차된 그 검은색 벤틀리가 또 한 번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싸운 그 날 이후로 저 차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다.하지만 송재이가 이해할 수 없는 포인트가 하나 있었다. 그 차는 자신이 예전부터 봐오던 설영준의 벤틀리와 어딘가 달랐다.그녀가 제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던 그때, 차 문이 열리더니 설영준이 차에서 내렸다.송재이가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졌다.하지만 곧이어 송재이는 6개월 전 그날이 떠올랐다. 그녀는 도경진이 분명 설영준에게 무슨 말을 해준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송재이가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발걸음을 옮겨 설영준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설영준의 앞에 멈춰선 송재이가 입을 열었다.“왜 또 왔어?”설영준은 송재이의 말투에서 불쾌함이 묻어나오자 미간을 좁혔다.설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송재이의 손을 잡아 차 뒷좌석으로 데려갔다.“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송재이는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지만 더는 이 남자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설영준에게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설영준은 운전석 문을 열어 시동을 걸었다. 마치 뒷좌석에 앉은 송재이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였다.그렇게 송재이는 설영준에 의해 명품샵에 도착했다.입구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문을 열어주더니 두 줄로 서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사장님, 사모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송재이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설영준을 올려다보며 물었다.“여긴 왜 데리고 온 거야?”“도와달라고. 여자 파트너 한 명이 필요했어.”설영준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마치 설영준을 도와주는 게 송재이의 당연한 의무인 것처럼.그녀가 멍해 있는 사이에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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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가 계속 따라다닌다

차가 도로를 달리는 동안 송재이는 계속 창밖만 뚫어져라 응시했다.설영준은 그녀가 여전히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오늘 밤의 송재이는 유독 아름다웠다. 옅은 메이크업이 오히려 그녀의 화려한 이목구비와 하얀 피부를 더 돋보이게 했다.설영준의 각도에서는 송재이의 옆모습이 더 잘 보였다. 긴 속눈썹에 크고 밝은 눈, 앙증맞은 턱과 선명한 턱선까지.설영준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송재이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낯선 남자의 손길에 송재이가 재빨리 얼굴을 돌렸다.이미 은밀한 관계는 여러 번 가져봤던 탓에 설영준의 소유욕 가득한 눈빛만 봐도 송재이는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그 모습에 송재이는 사냥꾼을 경계하는 사슴처럼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그녀의 반응에 설영준은 오히려 웃으며 물었다.“내가 그렇게 무서워?”“응.”송재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재이야, 너 오늘따라 정말 예쁘다.”설영준은 보기 드물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송재이를 바라보며 칭찬을 늘어놓았다.그 말에 송재이가 잠시 멍해졌다. 설영준의 눈빛에서 마치 봄날의 햇살 같은 따뜻한 기운을 읽어낼 수 있는 것도 드문 일이었으니 말이다.“너랑 도경진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오늘 밤에 나한테 자세히 얘기해줄래?”설영준이 덧붙였다.송재이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뭘 얘기해?”설영준이 가늘게 실눈을 뜨더니 말했다.“그건 네가 알아서 생각해봐!”말을 마친 그는 더 이상 송재이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려 버렸다.뒤늦게 송재이도 설영준이 했던 말을 이해했다. 자신과 설영준이 헤어졌다는 사실을 도경진에게 얘기했던 것에 대해 해명을 하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이런 것도 해명이 필요할까? 이건 정말 팩트인데.송재이는 여태껏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은 이미 합의된 사안이었고 그러니 아무런 오해도 생기지 않으리라 여겼다.차에서 내리자 송재이는 설영준의 팔짱을 낀 채 파티장 안으로 들어섰다.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송재이는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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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넌 내 최애가 아닐까?

설영준이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여자를 데리고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언론 기자들이 이 특종을 절대 놓칠 리 없었다.다음 날 아침이 되자 두 사람이 찍힌 사진이 모든 주류 웹사이트들에 등장했다.송재이가 눈을 떠 휴대폰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 상황이었다. 그 메시지들 전부 다 그녀와 설영준의 사이를 묻는 내용들이었다.그중에는 문예슬도 있었다.[재이야, 너 설 대표님이랑 헤어진 거 아니었어?]이런 비슷한 질문만 서너 번 반복해서 와있는 걸 보니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문예슬은 이미 송재이에게 설영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명확하게 표현한 적이 있었다.문예슬은 송재이의 성격상 다시는 설영준과 얽히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더군다나 송재이는 이미 자신이 설영준 때문에 간접적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는지 알고 있었다.그러니 예상 밖일 수밖에...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송재이가 문예슬에게 답장을 한 줄 보냈다.[너랑 설 대표님은 안 어울려.]그 후로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하지만 문예슬이 여기서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송재이도 알고 있었다.역시,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문예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재이야,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너도 알다시피 난 설 대표님 좋아해. 게다가 넌 지금 설 대표님이랑 헤어져서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그런데 왜 계속 설 대표님 잡고 안 놔주는 거야?”평소 문예슬은 이렇게까지 직설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정도니 아마 최후의 방어막까지 자극받은 모양이었다,하지만 설영준의 성격을 잘 아는 문예슬이라면 공식 석상에 여자를 데리고 나타날 정도면 그 여성이 설영준에게 어떤 존재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계속 소리를 지르던 문예슬은 오히려 더 평온해졌다.잠시 침묵을 지킨 송재이가 입을 열었다.“문예슬, 너도 스스로를 속이려 하지 마, 자꾸. 너도 알 거 아니야. 너랑 설 대표는 절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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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초대받지 못한 손님

지금 문예슬은 문씨 가문의 관리직에까지 올라 남도에 지사를 설립하자는 기획안까지 제출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문예슬의 아버지인 문성호는 딸의 진짜 의도가 술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만약 문예슬이 정말로 설영준과 사귀고 문씨 가문의 사위가 된다면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얻을 수 없는 일이었다.그 때문에 딸의 의도를 뻔히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뭐라 더 말을 얹지 않았다.문예슬이 이사회에서 제안했던 모든 것을 오히려 순순히 받아들여 주었다.문예슬은 주로 외국 무역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생각해주었던 첫 번째 협력사의 대표는 바로 설영준이었다.설영준의 회사로 가기 전, 문예슬은 따로 그에게 연락을 주지 않았다.여진이 설영준에게 문예슬이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하자 설영준은 반감을 드러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봐도 전혀 반기지 않는 표정이었다.“예슬 씨는 공적인 일로 찾아왔다고 하셨습니다.”공적인 일이라는 명목으로 사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문예슬의 태도에 설영준은 역겨움을 느꼈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바쁘다고 전하세요. 무슨 일 있으면 비서님 찾아서 얘기하라고 하시고요.”“하지만...”문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문예슬은 밖에서 기다릴 때 일부러 문을 살짝 열어두고 있었다.안에서 들려오는 설영준의 말에 문예슬은 이를 꽉 깨물더니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인기척에 고개를 든 설영준의 눈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들어왔다.“누가 들어오라고 했어요?”“설 대표님, 아무리 저를 싫어하신다고 해도 그렇지, 적어도 저랑 얘기는 할 수 있잖아요.”문예슬은 설영준의 눈빛에 담긴 짜증을 애써 무시하며 그에게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설영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마를 매만졌다.  잠시 후, 설영준이 말했다.“제 기억으로는 그 어떤 공적인 일이든 다 먼저 저희 아버지부터 만나고 오던데요. 정말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면 제가 직접 문 대표님 찾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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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우리 집으로 와도 돼

송재이는 설영준이 최근 들어 계속 난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송재이가 설영준에게 메시지를 보낸 이후로 설영준은 그녀를 먼저 찾지 않았다.그 대신 양은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지난번 설영준은 송재이에게 농담조로 양은서에게서 마사지를 배우라는 말을 꺼냈다. 송재이는 그 말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양은서가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마침 그날은 송재이가 출근을 하지 않은 덕분에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던 날이었다.그래서인지 충동적으로 양은서의 초대에 응해 그녀가 일하는 한의원에 가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마침 양은서도 한가했다.송재이가 도착했을 때는 양은서가 마침 점심 식사를 끝낸 참이었다.두 사람은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는 곧장 옆의 진료실로 이동했다.마사지 수업의 1교시는 인체의 혈 자리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었다.필기 노트까지 챙겨온 송재이는 양은서가 하는 말을 필기하며 열심히 수업에 집중했다.송재이가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쓰고 있던 그때, 머리 위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고개를 들어보자 양은서의 웃음기 가득한 눈빛이 보였다.송재이는 얼굴까지 만지며 놀란 눈으로 물었다.“뭘 보고 계신 거예요”양은서는 그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었다. 송재이는 마음 한구석이 왠지 불편해졌지만 딱히 무어라 말은 하지 않았다.수업 하나를 끝내자 양은서가 입을 열었다.“설영준이 왜 재이 씨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네요.”갑작스러운 양은서의 말에 송재이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그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질문을 던졌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설영준이 공개적인 행사에도 재이 씨 데려갔잖아요. 그게 무슨 의미겠어요. 게다가 이번에 한의원까지 데려온 걸 보면 겉으로만 봤을 땐 마사지를 배우라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을 재이 씨 몸 조절이나 잘하라는 뜻이에요.”“몸 조절이요?”“네, 제가 한의학을 배워서 산부인과 쪽으로도 빠삭하거든요.”양은서가 입술을 물며 어떻게 얘기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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