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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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대표님, 계약 해지 건에 관해 얘기 좀 하고 싶은데요.”구승훈은 차갑게 웃었다."강 부장, 합의서를 보지 못했어?”강하리는 입꼬리가 굳어났다."봤어요...”“봤는데 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강하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정상적인 퇴사를 하고 싶어요. 필요하시다면 후임을 찾아준 뒤 퇴사할 수도 있어요...”구승훈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 없었다. 강하리는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도 구승훈이 불쾌해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강 부장, 우리 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야. 애초에 그 근로계약서에 사인했으면 순순히 지켜줘야지.”강하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표님, 회의실에서 분명히 제 퇴사에 동의하셨잖아요.”구승훈은 순간 당시 회의실에서 강하리가 안현우의 러브콜을 받은 일이 생각났다.구승훈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회의실은 무섭게 조용했다.회의실에 사람들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구승훈은 탁 하고 손에 들고 있던 만년필을 탁자 위에 던졌다.회사의 임원들은 모두 가슴이 철렁거렸다.이어 맨 앞에 앉은 남자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강 부장, 내가 퇴사에 동의한 건 맞지만, 네가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내가 알려줄까?”강하리는 순간 난감해졌다.강하리가 당시 그 2억 원 때문에 다시 구승훈을 찾았을 때, 그가 한 모든 말을 강하리는 기억하고 있었다.강하리는 이런 난처함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아뇨, 기억나요.”"기억이 났으면 강 부장은 몸조리 잘하고 얌전히 출근해.”강하리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해야 그만둘 수 있는 거예요?”구승훈이 눈을 번쩍 뜨더니 말했다."강 부장, 여기는 모텔이 아니야. 백억을 내놓든지, 건강을 회복해서 출근하든지, 아니면 강 부장이 법정에서 나를 마주하고 싶으면 소원대로 해줄 수도 있어.”구승훈은 멈칫하더니 계속하여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백억원은 이미 내가 강 부장의 지난 3년 동안의 고생을 생각해서 싸게 쳐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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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강하리는 멈칫했다."그 사건, 계속 다른 사람 못 찾았어요?”임정원은 피식 웃었다.“하리 씨가 허락해서 안 찾고 있었는데요. 설마 번복하고 싶은 거예요?”강하리는 문득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지난번에 임정원이 도움이 필요한 자료가 있다고 할 때, 강하리가 거절한 이후로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강하리는 임정원이 분명 다른 사람을 찾았을 거라고 생각했다.임정원이 계속 강하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후에 번역할 게 있으면 메일로 바로 보내줘요. 제가 최대한 일에 방해 안 가게 빨리해서 보낼게요.”"그래요, 그렇게 하죠. 이번 일은 뭐예요?”"계약 해지에 관한 문서인데 메일로 보내드릴까요?”"아뇨, 점심인데 같이 밥이나 먹을까요?”임정원의 말이 제안에 강하리도 거절하기 힘들었다."좋아요."강하리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대답했다.임정원와 약속한 레스토랑은 병원 근처에 있었다.강하리가 도착했을 때 임정원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얼굴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임정원이 물었다.강하리는 살짝 웃었다."요즘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임정원은 강하리가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식사 자리는 그럭저럭 조용하고 온화했다.식사를 마치자, 강하리는 그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잠시 후 임정원은 심란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하리 씨,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계약을 했어요?”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해결하긴 힘들겠죠?”임정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인정하기 싫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강하리도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임정원은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강하리는 이미 그런 결과를 예상한 듯했다.어쨌든, 이건 SH그룹의 법무팀이 내놓은 협의이고 만약 허점을 찾을 수 있다면 구승훈이 이 사람들을 부양하는 데 그렇게 많은 돈을 쓰지는 않았을 거다."정말 구 대표님 곁을 떠날 생각이에요?" 임정원이 또 물었다.사실 이 말을 꺼내면 두 사람 모두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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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강하리는 이 남자가 무슨 꿍꿍이인지 도통 알길이 없었다. 그러나 구승훈이 화가 났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강하리는 구승훈한테 다가가지 않고 멀찍이 침대 옆에 섰다."무슨 일이예요. 그냥 말하세요”구승훈은 눈을 번쩍 뜨고는 강하리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강하리는 원래 힘이 없던 터라 끌어당기는 힘에 못 이겨 구승훈의 품속에 쏙 들어갔다. 구승훈은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홱 돌아서서 강하리를 창턱에 대었다."누구를 만나러 나갔어?"구승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강하리는 등뒤가 창턱에 배겨서 너무 아팠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강하리의 몸부림에 구승훈은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구승훈이 힘을 더 보태자, 강하리는 등에 무딘 칼이 닿은 것처럼 더욱 아파왔다."어느 남자를 만나러 나갔었냐고!”"아파요! 승훈 씨!""아프게 해서 미안해.”구승훈은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강하리를 놓아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강하리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입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승훈 씨, 이게 무슨 미친 짓이에요! ”"내가 미쳤다고? 역시 강 부장이 좋고 나쁨을 모르네.”구승훈은 이를 갈며 말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제 다른 사람하고 밥 먹을 자유도 없는 거예요?”그녀와 임정원의 관계는 누가 봐도 결백했다. 그래서 구승훈이 임정원을 질투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오히려 구승훈과 송유라는 누가 봐도 결백하지 않는 걸 알지만, 그는 보란듯이 계속 송유라을 데리고 와서 강하리 앞에서 자랑을 했다.구승훈은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강하리를 놓아줬다.강하리는 갑자기 기침하기 시작했다.구승훈은 옆에서 그녀가 기침하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가 마침내 기침을 멈추자 비로소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이런 몸 상태에서도 나가서 같이 밥이나 먹겠다니, 임 변호사가 너한테 그 정도로 중요해? 너는 지금 네가 어떤 신분인지 몰라?”방금 기침으로 강하리의 눈가가 붉어 났다.그녀는 약간 붉어진 눈을 들어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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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강하리가 뭔 대단한 짓을 한 것도 아니다.강하리는 그저 임정원과 간단히 식사한 것이 전부다.갑자기 강하리는 오늘 밥을 먹고 일어났을 때 그녀가 갑자기 현기증을 일으키자, 임정원이 자신을 부축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그게 오늘 임정원과의 유일한 스킨십이었다.하지만 구승훈이 고작 그 스킨쉽만으로 강하리와 임정원 사이를 의심한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강하리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구승훈을 바라봤다. "대표님 혹시 저한테 사람을 붙여 저를 감시했어요?”구승훈은 냉정하게 웃더니 말했다. "강 부장, 걱정하지 마. 나 아직 그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 하지만 오늘부터 너한테 사람을 붙이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나몰래 바람피워도 모르겠어!”강하리의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강하리는 구승훈을 무섭게 노려봤다."도대체 무슨 뜻이에요?”구승훈은 강하리를 슬쩍 쳐다보고는 폰을 꺼내 그녀 앞에 내동댕이쳤다."강 부장, 네가 직접 봐.”강하리가 내동댕이쳐진 폰을 집어 들고 채팅 기록을 누르자 사진 한 장이 보였다.임정원의 부축을 받는 장면이 매우 교묘하게 찍혀있었다.마치 강하리가 일부러 임정원의 품에 안긴 것처럼 말이다.강하리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도대체 누가 보낸 사진인지 보려고 더보기를 누르자 안현우가 바로 그 범인이었다. 게다가 구승훈의 친구 놈들의 채팅그룹에 보내져 있었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화면을 계속 밑으로 내려봤다. 이어 안현우가 보낸 톡이 보였다.「강 부장님 정말 예상 밖이네, 승훈이 몰래 밖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니. 승훈아, 이런 나쁜 년도 좋다는 거야? 언제 임신하면 네 아이가 아닐지도 몰라.」강하리는 머리가 어지러워 났다. 그래서 입꼬리를 파르르 떨며 구승훈을 바라보았다. "이거 다 오해예요. 못 믿겠으면 레스토랑 CCTV를 가서 확인해 보세요. 임 변호사와 저는 정말 평범한 친구 사이일 뿐이에요. 아이에 대해서는......”강하리는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이 예고 없이 뚝뚝 떨어졌다."대표님 아이가 아니라고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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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강하리는 구승훈의 비수같이 꽂히는 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임정원의 부축을 받았다고 더러워하다니...'강하리는 구승훈을 훑고는 되물었다."대표님께서 송유라한테 안겼던 곳이 더 많지 않나요?”구승훈은 한쪽에 서서 가벼운 미소만 지었다."강 부장은 유라랑 나 둘 중 누가 갑인지 몰라? 만약 네가 날 책임질 능력이 있다면, 나도 다른 여자는 건드리지 않을 수 있어.”강하리는 구승훈한테 요구할 자격조차 없었기에 더 이상 그와 싸울 마음이 없어졌다. 강하리는 그들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다는 것을 잠깐 잊고 있었다."저 샤워할 거니까 나가주세요.”구승훈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얀 강하리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너 혼자 씻을 수 있겠어?”"네.”구승훈은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장실에서 나왔다.화장실 문이 닫히는 순간 강하리는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그와중에 입술을 꽉 깨물며 울음소리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공제했다.한참 울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는지 그재야 옷을 벗고 목욕을 했다.팔에 상처가 있어서 가능한 물에 닿지 않으려 조심했지만 결국은 거즈를 적셨다.방금 구승훈이 팔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 상처가 다소 찢겼다. 거즈도 이미 붉게 변했다.강하리는 정신을 꼭 붙잡고 몸을 깨끗이 닦았다.누군가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다 씻었어?”구승훈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다 씻었어요.”대답을 들은 구승훈은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에게 옷 한 벌을 건네주었다."이거 입어.”"네.”그때 강하리의 팔뚝에 이미 붉게 물든 거즈가 구승훈의 눈에 띄었다. "간호사 불러올게, 이따가 약도 바꾸자.”강하리의 시선은 땅으로 향한 채 감사하다 인사를 전했다.구승훈은 그런 강하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침착한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구승훈이 간호사를 불렀을 때 강하리는 이미 옷을 다 입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 아직도 물이 침대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간호사는 병실로 들어오자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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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구승훈이 이렇게 묻는 것은 그저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다.강하리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감정을 애써 숨겼다."괜찮아요.”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사람 시켜서 드라이기를 보내라고 했는데 뭐 또 부족한 거 있어? 내가 사람을 시킬게.”"괜찮아요.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을 거예요.”구승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장실로 들어가 수건을 가지고 나왔다."이리 와, 내가 머리 말려줄게.”강하리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거절했다. "아니예요. 제가 직접 닦으면 돼요.”구승훈의 얼굴은 또 어두워졌다."내 말 못 알아듣겠어?”강하리가 구승훈을 쳐다보자, 그의 얼굴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구승훈이 간호사가 한 그 말 때문에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강하리는 알고 있었다.강하리도 더 이상 다투기 귀찮아서, 순순히 의자에 앉았다.구승훈은 머리를 부드러운 손길로 살살 닦았다. 마침내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떨어지지 않자 구승훈은 한마디 했다."미안해. 방금은 내가 심했어.”미안하다는 말이었지만 강하리는 그의 말에서 조금의 미안함도 느끼지 못했다. 예상과 벗어나지 않게 구승훈은 곧이어 한마디 했다."하지만 내 탓으로 넘기면 안 되지. 사진이 그렇게 나오면 누구나 오해할 수 있으니 어. 강 부장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강하리는 조용히 웃었다."대표님이 저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있었다면 묻지도 않고 바로 의심하지 않았을 거예요.”구승훈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확실히 강하리를 믿지 못했다.강하리는 외모가 출중했다.하필이면 권력도 없고 배경도 없으니, 그들의 세상에서는 이런 여자는 그저 노리개에 불과하다.하지만 구승훈은 한 번도 강하리를 노리개로 생각한 적이 없다.그와 그녀의 거래는 줄곧 공평했다.이런 돈 거래 중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그 계약뿐이다.그런데 하필 강하리가 거듭 계약을 위반하고 구승훈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강 부장, 불평해도 소용없어. 이 모든 것은 네가 그 임 변호사를 만나러 가서 생긴 일이야.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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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구승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뭐야? 안 믿어?”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나 자신만 믿어. 이런 대답이라면 강 부장 마음에 들어?”구승훈이 진지하게 생각하고는 말했다.강하리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구승훈의 말은 송유라 마저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다강하리는 저도 모르게 손을 꽉 쥐었다. "그럼 송유라는요?”구승훈은 눈빛이 어두워졌다.강하리는 구승훈을 빤히 쳐다봤다.구승훈이 입을 떼려 하자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전담비서는 밖에 서서 구승훈에게 봉지를 건네주었다.구승훈은 나가 물건을 받고는 강하리에게 물건을 건넸다. "이리 와, 머리 말리자.”강하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소파에 앉아 구승훈이 머리를 말리도록 내버려두었다.머리를 다 말리고 나서야 구승훈이 입을 뗐다."유라는 나에게 특별한 존재야. 싫은 소리 듣고 싶지 않으면 두 번 다시는 유라와 비교하지 마.”강하리는 잠시 뜸 들이다 머리를 끄덕였다.그때 구승훈의 폰도 울렸다.송유라 전용 벨소리였다.강하리는 순간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대표님, 일이 있으시면 먼저 가셔도 돼요. 저는 좀 쉬어야겠어요.”구승훈은 강하리를 슬쩍 보더니 말했다. "유라가 약을 바꾸러 병원에 왔대, 내가 같이 있어 줘야겠어.”"네."강하리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 위로 푹 올려 썼다. 구승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불을 끌어 내렸다."피곤하면 좀 자. 난 약 바꾸는 거 보고 올게.”강하리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사실 구승훈과 강하리는 서로에게 별 믿음이 없었다.지금 구승훈이 하는 말도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말썽을 부려봤자 자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 뿐이었다.구승훈이 떠난 후 강하리는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병실 안이 몹시 답답하게 느껴졌다.결국 옷을 입고 밖에 나가 돌아다니려 했다.그런데 병실 문을 나서자, 강찬수가 병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강하리가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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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그날 보경시에서 돌아왔을 때, 아파트 입구에서 강찬수를 마주치지 않아 다행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강찬수가 병원에 달려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병실에 들어서자, 강하리는 굳은 얼굴로 물었다.“또 무슨 일이세요.”강찬수가 병실에 들어서자 오히려 조급해 하지 않았다.그는 병실을 한 바퀴 빙 둘러보고는 혀를 내둘렀다."요즘 병실은 이렇게 고급이냐? 우리 딸 정말 대단하네.”강하리는 그딴 헛소리를 듣기 싫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도대체 뭘 더 원하는 거죠? 당신이 원하는 돈은 이미 드렸잖아요!”강찬수는 바보처럼 웃어댔다."왜, 이렇게 네 아비를 싫어해도 돼?”"지금 대꾸도 하기 싫으니까 당장 꺼져요!”"쯧쯧, 무슨 성깔이냐!"강찬수는 투덜대다가 탁자 위에 구승훈이 올려놓은 담배를 보고는 주섬주섬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걱정하지 마, 이번에 내가 나쁜 일로 찾아온 게 아니야. 너도 이제 나이가 서른이다. 네 어미는 비록 반쯤 죽어가지만, 내가 네 아버지로서 네 평생의 큰일을 결정은 해줘야지. 내가 결혼 상대를 소개해 줄게.”강찬수가 결혼 상대를 소개해 준다니, 강하리는 어이가 없어 차갑게 웃었다. 팔려 가는 건 아닐지 걱정스러울 지경이다."괜찮아요. 당분간 연애할 생각이 없어서요.”강찬수는 투덜거렸다."하리야, 난 분명 경고했어. 나중에 내 탓 하지 마라. 내가 좋게 말할 때 내 말 듣는게 좋을 거야. 나를 또 그 반쯤 죽어가는 사람한테 손을 대게 강요하지 마!”"당신, 도대체 무슨 짓 하려는 거예요?”"별다른 생각은 없어. 네가 순순히 선을 보면 돼. 나도 그 년을 건드리기 귀찮아!”그러더니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피우기 시작했다.담배 두어 모금 빨고 나서야 그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하리야, 너 설마 남자 있는 거 아니지?”강하리는 몸이 굳어서 뜸 들이다 대답했다. "아니요.”강찬수는 벌떡 일어나 냉소를 지으며 추궁했다. "아니라고? 그럼, 이 담배는 누구 거야?”강하리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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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강하리가 말하자 구승훈은 눈을 질끈 감았다.구승훈은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어 강하리한테 시선을 고정하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승낙했어?”강하리가 승낙하지 않아도 강찬수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거다."요즘 몸이 아파서 괜찮아지면 다시 얘기하자고 했어요.”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았다."대표님, 저를 도와주실 건가요?”구승훈은 냉소를 지었다.“내가 어떻게 도와주길 바라는데?”강하리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강찬수는 대표님을 꽤나 무서워 해요. 대표님이 말만 해주시면 더는 저를 위협하지 않을 거예요.”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서 그의 감정을 알 수 없었다.구승훈은 얼마간 시간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강 부장이 이렇게 사람을 잘 부려 먹었었나?”강하리는 입꼬리가 떨리더니 그의 말에 부인할 수 없었다. 그녀는 구승훈을 이용해서 강찬수가 다시는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구승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도와주실래요?”구승훈은 풋 하고 웃으며 강하리를 향해 손짓했다.강하리는 머뭇거리다가 그의 다리 위에 올라 탔다.앉자마자 그는 강하리의 목덜미를 잡고 키스를 했다.남자의 몸에서 나는 무거운 향기와 옅은 담배 냄새가 그녀를 엄습하고 있었다.강하리는 무의식적으로 반항하려 했지만 겨우 자제했다. 구승훈은 한참 동안 키스를 해서야 강하리를 놓아주었다.하얗게 질려 있던 강하리의 입술이 빨갛게 부어올랐다.구승훈은 손가락으로 강하리의 입술을 스윽 만졌다."강 부장 입술이 좀 거칠다. 물 많이 마셔.”강하리는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피식 웃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병실은 몹시 조용했다.강하리가 폰으로 메일을 확인하자 임정원은 이미 일부 자료를 보내왔다.구승훈의 노트북이 강하리의 눈에 들어왔다."대표님, 노트북 좀 써도 될까요?”구승훈은 그녀를 슬쩍 보고는 노트북을 건네주었다.강하리가 노트북을 받아 가려는 순간 구승훈은 노트북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강하리는 어리둥절해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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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얼마 후 강하리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이 웃었다.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런 망상을 하는지 현타가 왔다.감정을 추스른 강하리는 능청스럽게 구승훈을 바라보더니 말했다."그래도 괜찮아요?”구승훈은 딱히 상관이 없었다. 그는 원래 제멋대로 행동하고,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오히려 강하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한다면, 확실히 적지 않은 번거로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적어도, 흑심을 품은 사람들은 완전히 단념시킬 수 있다."뭐 괜찮지 않을게 있어?”강하리는 웃으며 농담으로 물었다."유라 씨 귀에 들어가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구승훈은 그녀를 보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 부장, 네가 한두 번 유라 앞에서 위세를 떤 게 한두 번이야? 유라한테 우리 관계에 대해 말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닌데, 이제 와서 무슨 무고한 척할 필요는 없어.”강하리는 이내 목이 메었다.그녀는 유라한테 지금 구승훈과 만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하지만 정말 강하리가 원해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분명 구승훈과 만나는 사람은 강하리인데, 마치 그녀가 그 둘 사이에 끼어든 제3자인 것처럼 되고 있었다.이 삼각관계에서, 강하리는 영원히 수동적인 사람이었다.그녀는 항상 이 둘 사이의 제3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지금은 말을 아꼈다.그녀는 침대에 앉아 조용히 임정원이 보낸 자료를 번역하고 있었다.마음이 좀 답답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더 이상 둘 사이에 끼어들지 않으면 그렇게 슬프지 않을 것이다.강하리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구승훈의 얼굴색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그는 강하리가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강하리와 옆에 있어서 불편한 건지, 아니면 남자친구 있다고 하는것을 허락한다는 말이 불편한 건지 알아챌 수 없었다.구승훈은 계약서를 집어 던지고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노트북 화면을 집중해 보다가 눈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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