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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강하리는 말을 마친 뒤 조금 우스운 느낌이 들었다.구승훈에게는 남아서 그녀를 돌봐주는 것은 책임이었고 송유라와 함께 병원에 가서 드레싱을 바꾸는 것은 그가 원해서 가는 거였다.그녀는 원래 누구에게도 책임으로 발목을 잡을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의 책임을 묻고 싶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마음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것을 이용했다.그녀는 구승훈이 강하리와 함께 떠나는 것을 정말로 보고 싶지 않았다.송유라와의 신경전에서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바라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강 부장님 아까는 내가 옆에 없길 바라지 않았어? 근데 왜 지금은 생각을 바꾼 거야?”강하리는 그의 조롱 섞인 표정을 바라보며 입술을 하얗게 될 정도로 깨물었다.“대표님께서 저를 챙겨주는 건 본인의 책임이라고 말했잖아요. 아니에요?”구승훈은 낮게 웃으며 그녀를 놓아주었다.“강 부장 걱정하지 마. 혼자 두지 않을 거니까. 유라 드레싱만 바꾸면 돌아올 거야.”구승훈은 말을 끝낸 뒤 몸을 돌려 떠났다.강하리는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조금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결국 그녀가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한 것일까?“아가씨, 괜찮으세요?”도우미가 옆에서 물었다.강하리는 정신을 차린 뒤 대답했다.“괜찮아요.”도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괜찮을 수 있을까? 안색이 이렇게 안 좋은데.’강하리는 진심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그녀는 이제 이런 상황이 익숙해졌다.그녀는 방으로 돌아온 뒤 고민하다가 노트북을 꺼냈다. 그런 다음 사직서를 써 내려갔다.구승훈은 이미 허락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말했지만 그녀는 고민 끝에 사직서를 보냈다.사직서를 보낸 뒤 그녀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몸이 너무 약해져서 그런지 그녀는 조금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이불로 몸을 더 감쌌지만 또 몸에서 열이 나 불편했다. 몇 번 뒤척이다가 점차 잠에 들었다.그녀는 도우미가 깨우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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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연결음이 두 번 정도 울린 뒤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저 지금...”“강 부장님?”강하리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저쪽에서 안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살짝 나른하면서도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승훈이 유라 씨 데리러 갔어요. 갈 때 너무 급해서 핸드폰을 놓고 갔네요. 강 부장님 무슨 일 있어요?”강하리는 핸드폰을 쥔 손이 하얗게 될 정도로 움켜쥐었다.그녀는 바로 연락을 끊은 뒤 계속 핸드폰으로 콜택시를 불렀다.택시를 잡은 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난 뒤였다.손연지는 비에 흠뻑 젖은 강하리를 발견하더니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너 이런 시기에는 비 맞으면 안 되는 거 몰라?”강하리는 챙백한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래, 나도 알아. 화내지 마. 나 지금 너무 아파. 지금 나 환자니까 화내지 말아 주라. 응?”손연지는 그런 강하리의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그녀를 째려본 뒤 그녀와 함께 검사받으러 갔다.“염증이야. 수액 놔줄게.”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연지는 병실을 마련한 뒤 그녀에 수액을 직접 꽂아주며 물었다.“구승훈은?”강하리는 순간 멈칫하다가 대답했다.“일 때문에 바빠.”“무슨 일인데 너 병원에 데려다주지도 않는 거야? 이게 널 잘 챙겨주는 거니?”강하리의 입꼬리가 조금 굳었다.“우리는 이런 관계야. 나한테 도우미를 구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그 사람은 최선을 다한 거야. 나도 승훈 씨한테 더 바랄 수 없어.”손연지는 순간 욕설을 내뱉었다.“옆에서 보살펴 달라고는 못 해도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도 못 바라니? 너무 바빠서 너 병원에 데려다 줄 시간도 없대? 구승훈은 도대체 어떤 쓰레기야? 정말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강하리도 구승훈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적어도 그녀와 관련된 일은 모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그녀는 더 구승훈의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대화를 나눌수록 마음만 더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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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구승훈은 송유라를 데려다준 뒤 집으로 돌아왔고 그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문을 열고 들어오자 도우미가 바로 그에게 말했다.“구 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 아가씨 열이 심하게 나셨어요.”구승훈은 신발을 벗으려다가 멈칫했다.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열이 나는 거죠?”그는 말한 뒤 성큼성큼 침실로 걸어가 문을 연 뒤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지금 어디 있어요?”“아가씨 병원 가셨어요.”그는 굳은 표정으로 도우미를 바라보았다.“왜 함께 가지 않았어요?”도우미는 조금 난감했다.“아가씨가 혼자 가시겠다고 해서요. 따라가려고 했는데 굳이 혼자 가겠다고 하셔서.”구승훈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다.“따라오지 말란다고 정말 안 따라가요? 지금 아픈 사람인 거 알면서 혼자 가게 내버려두면 어찌합니까?”평소 말투에도 위압감은 있었지만 이렇게 화를 내니 도우미는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구승훈은 도우미를 바라보더니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지금 몸 상태가 조금 특수한 상황입니다. 이제부터 강하리가 어디로 가면 모두 따라가 주세요.”“알겠습니다.”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핸드폰을 꺼내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제야 그는 저녁 6시쯤 강하리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걸 발견했다.6시쯤이면... 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아마도 그가 송유라를 데리러 간 시간대였다.당시 그의 사무실에는 안현우밖에 없었다.구승훈의 표정이 바로 싸늘해졌고 눈빛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 안현우는 강하리에게 지나친 관심을 두고 있었다. 지금도 가끔씩 강하리에 대해 나쁜 말을 하면서도 안현우는 여전히 강하리에 대한 강렬한 관심이 담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구승훈은 다른 남자가 강하리에게 관심을 갖는 걸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친구 중에 강하리에게 관심이 있는 놈들은 꽤 많았지만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말했다시피 강하리가 그와 만나는 동안 다른 남자와 썸을 타거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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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손연지는 침대 옆에 서서 천천히 그녀의 붕대를 풀어냈다.상처를 바라보고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아파?”강하리는 통증을 참으며 눈으로 상처를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참을 만해.”“참을 만하긴 뭘 참을 만해? 얼굴이 하얗게 질렸구먼.”손연지는 말하면서 신속하게 드레싱을 바꿔 주었다. “이거 이다음에 무조건 흉터 남을 거야. 너 흉터 연고 있어?”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예전에 강찬수에게 심하게 구타당해 많은 상처가 있었다. 그때도 수시로 흉터 연고를 발랐다. 지금까지도 흉터 연고를 집에 구비해 두고 있었다.“그 팬은 어떻게 처리됐어?”손연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절차대로 고소했어.”“이 문제는 이렇게 끝내는 거야? 더 조사해야 하지 않아?”강하리는 차갑게 웃었다.“조사하면 뭘 해? 경찰에서 이미 이 문제는 송유라와 상관없다고 결론 내렸어.”그리고 구승훈이 송유라를 아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단지 언급한 것만으로도 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가 더 조사할 수 있을까?“아무리 남모르게 한 일이라도 나쁜 짓은 언젠가 들키게 되어 있어. 송유라가 저지른 일이라면 분명 흔적을 남겼을 거야. 네가 알아보기 불편하면 내가 송유라 팬클럽에 몰래 잠복해서 알아볼까?”강하리는 침대 옆에 올려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구승훈은 다섯 번 정도 전화를 더 한 이후로 더 이상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다.화가 난 건지 아니면 더 신경 쓰기 귀찮은 건지 알 수 없었다.강하리는 잠시 아무 말도 없다가 입을 열었다.“됐어. 그럴 필요 없어.”“정말 증거가 있다고 해도 구승훈은 송유라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 오히려 조사한 나를 비난할걸. 넌 모르겠지만 구승훈은 이미 이 일을 덮으려고 나한테 돈을 줬어. 그런 사람이 송유라를 의심한 적도 없을까?”만약 정말 송유라를 의심하지 않았다면 구승훈의 성격에 왜 그녀에게 큰돈을 준 걸까? 그러니 사실 그도 그녀처럼 송유라를 의심했을 것이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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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강하리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핸드폰이 무음이어서 보지 못했어요.’구승훈은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정말 못 본 거 맞아?”강하리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으면요? 구 대표님은 왜 내가 받지 않았다고 생각해요?”구승훈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강 부장, 내가 너한테 말했었지. 이렇게 쓸데없이 화내지 말라고.”“뭐가 쓸데없는 건데요?”강하리는 순간 참을 수가 없었다.“대표님한테는 송유라 눈물만 쓸모 있는 건가 봐요? 송유라만 화낼 수 있고 나는 이런 화조차 낼 자격이 없는 건가요?”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강 부장 왜 이렇게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거야? 불러줘야 하는 도우미도 불러줬고 너한테 보상도 다 해줬잖아. 지금은 왜 또 이렇게 억울해하는 건데? 내가 널 병원에 데려다주지 않은 것 때문에 이래?”강하리는 웃음을 터트렸지만 자기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이 젖어갔다.그녀는 눈물을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꾹 참으며 이 남자의 시선을 마주쳤다.“맞아요. 당신이 날 병원에 데려다주지 않아서 그래요. 송유라만 관심이 필요하고 난 관심도 필요 없는 줄 알아요? 애초에 임신도 내가 하고 싶어 한 거 아니고 다른 사람이 날 챙겨 주겠다는 것도 당신이 거절했어요. 구승훈 씨 정말 도우미를 고용하고 나한테 보상을 해주면 내가 억울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감정이란 게 있어요. 돈을 주거나 낯선 도우미를 고용해 주는 걸로 정말 내 마음속에 난 상처를 메꿀 수 있는 게 아니에요.”강하리는 말을 마친 뒤에 결국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서는 눈물을 닦았다.분명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예전부터 그녀는 잘 울지 않았다. 강찬수에게 피멍이 들 정도로 맞으면서도 울지 않지만 눈앞에 있는 이 남자 때문에는 벌써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구승훈은 고집스러우면서도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마음속에서 또다시 답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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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강하리는 입을 꾹 깨물더니 구승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대표님 마음 놓으세요. 더는 이런 일 때문에 투정 부리지 않을 거예요.”구승훈은 촉촉한 눈으로 강하리를 바라봤다. 속으로는 앞으로 강하리가 걸어온 전화는 무조건 받으리라 약속하려 했지만, 지금은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는 머리가 복잡해져 시큰둥하게 웃고는 촉촉하게 젖은 옷을 벗어 던졌다.“승재가 아마 주변에 있을 거야. 걔한테 전화해서 옷 두어 벌 가져다 달라고 해줘.”강하리의 입꼬리는 미세하게 떨렸다.그녀는 구승훈이 남아있을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이제 멀쩡했기 때문이다.구승훈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평소 스타일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이라 젖은 옷은 절대 안 입으려할 것이다. 아마 구승재가 새옷을 가져다줘야 그를 내쫓을 수 있을 것 같았다.강하리는 곧바로 구승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과연 구승재는 주위에 있었고 이내 옷을 가져다주었다. 옷들 중에는 남성 잠옷도 있었다.“사실 잠옷은 가져오지 않아도 되는데요. 승훈 씨가 여기서 잠을 자진 않을 거니까요.”강하리의 말이 그치자 화장실에서 구승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하리, 내 잠옷 좀 가져다줘.”“...”구승재는 강하리 한테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강 부장님, 보세요, 그래도 제가 형을 더 잘 알죠.”강하리는 입술을 깨물며 구승재를 바라봤다. 구승재는 강하리 한테 눈짓을 하며 재촉했다.“빨리요, 강 부장님.”강하리는 구승훈에게 잠옷을 건넸다.그러자 구승재는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봤다.강하리는 그 표정을 못 본 척 승재한테 말했다.“밤늦게 불러내서 미안해요.”구승재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뭘요, 근데 왜 또 입원하셨어요?”강하리는 그냥 얼버무리며 물음을 피하자 구승재가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강하리 옆에 바싹 들러붙었다.“강 부장, 저희 형이 비바람을 뚫고 찾아와 줬는데 무슨 생각이 들어요?”강하리는 이마를 찌푸리더니 대답했다.“아무런 생각도 없어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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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구승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강 부장님, 농담 아니에요. 전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이렇게 오랜 시간 저희 형 곁을 지키셨는데, 송유라 한테 형을 뺏기고 싶으세요? 제가 만약 강부장 님이라면 꼭 형을 뺏기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강하리는 피죽 웃었다.못 빼기겠으면 또 뭐가 달라질 게 있을가. 감정이란 것은 놓지 않는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또한 강하리는 노력도 해봤다.지난 3년간 강하리는 구승훈의 마음을 얻으려 항상 노력을 해왔었다. 구승훈한테 조금의 마음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도 좋았다.하지만 결국 모든 노력은 수포가 돌아갔다.전에도 마음을 얻지 못했는데, 송유라가 나타난 지금 강하리가 성공할 확률은 더욱 희박했다.강하리는 구승재의 말에 그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어떻게 대꾸하면 좋을지 몰랐다.보고 있던 구승재는 마음이 조급해 났다.“강 부장님이 연락이 안 됐을 때 저희 형이 얼마나 안절부절했는지 모르실 거예요. 오는 길에 도로가 막히니 차를 도로에 버리고는 강 부장님한테 달려왔죠. 이런데도 형이 강 부장님 한테 일말의 감정도 없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강하리를 마음에 두지 않고서는 구승훈 성격에 이 늦은 시간에 비를 맞으면서 달려왔을 리는 없다.구승훈이 그저 차가 막힌다는 이유로 비 맞으며 왔다는 사실도 강하리는 믿기 어려웠다.하지만 강하리는 알고 있었다. 구승훈은 그녀가 연락이 닿지 않아 마음이 급해졌을 뿐이라고, 더 나아가 그녀가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분노에 휩싸였을 뿐이라고 말이다.구승훈이 찾아왔을 때 그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왜 전화를 받지 않았냐는 말이었기에 이 추측에 더 힘을 실어주었다.강하리는 더는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더는 자그마한 희망을 품고 더 큰 실망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 둘의 관계는 강하리가 구승재 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구승훈이 진심으로 강하리가 걱정됐다면 온종일 전화 한 통 없었을 리는 없다.분명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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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구승훈의 마음은 여전히 부글부글 타올랐다.강하리의 구승훈이 있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가 구승훈을 억장이 무너지게 했다.안현우와는 연락하고 구승훈은 필요없다는 듯한 강하리의 태도 말이다.구승훈은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담배를 피웠다.그는 도무지 자신이 왜 강하리 때문에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담배를 피우다 구승훈의 마음은 더 부글부글 타올랐다.구승훈은 담배를 꾹 밟아버리고는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병실로 들어가자 작은 체구의 강하리가 누워있었다.강하리의 1미터 60정도의 키에 평균에는 속했다.강하리는 평균의 키 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약했다. 허리도 한줌만 하고 살은 그저 있을 곳에 조금 붙어있을 뿐이였다.유산을 하고 나니 더 약해진 듯 했다.게다가 커다란 병실에 누워있으니 더 한없이 약해 보였다.너무 약해서 툭 치면 부서질 것 같았다.구승훈은 부글부글 대던 마음을 이내 가라앉혔다.“배고파? 먹을 것 좀 보내 달라고 시킬까?”온 하루 아무것도 못 먹은 강하리는 열이 내리고 나니 배가 고파 났다.“조금.”구승훈이 나가 전화통화를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먹을 것을 가져왔다.강하리는 죽을 몇 숟가락 먹고는 더 먹을 수가 없었다.옆에 있던 구승훈은 미간을 좁히더니 말했다.“이것밖에 안 먹어?”강하리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더 먹었다가는 토할 것 같았다.구승훈은 침묵하더니 물었다.“내가 걔들 시켜서 달달한 것 좀 사 오라고 할까? 네가 달콤한 거 좋아하는 것을 까먹고 있었네.”강하리는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괜찮아요.”구승훈도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강하리가 다시 자리에 눕자, 그도 뒤따라 누웠다.구승훈은 강하리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오늘 전화했을 때 누가 받은 거야?”품에 안긴 강하리는 몹시 불편해 빠져나오려 버둥대자, 구승훈은 더 꽉 끌어안았다.“강하리!”강하리는 벗어나는것을 포기하고 조금 뜸들이다 대답했다.“안현우였어요.”“안현우랑 무슨 얘기를 나눴지?”구승훈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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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강하리는 머리를 가볍게 끄덕였다."맞아요. 고민 끝에 퇴사하기로 했어요."강하리는 구승훈의 표정을 보지도 않은 채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굳이 보지 않아도 구승훈의 표정이 좋을 리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미 사직서를 냈으니 더 깊게 설명하지 않았다.세수하고 나오자마자, 구승훈은 이미 옷을 입고 있었다."오늘 회사 변호사가 너를 찾아 계약 해지에 관해 얘기할 거야."말을 마치고 나서 구승훈은 차분한 얼굴로 홀연히 떠났다.강하리는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결국 뱉어내지 못했다.손연지가 회진할 때 강하리한테 물었다. "어젯밤에 승훈 씨가 왔어?"강하리는 머리를 가볍게 끄덕였다."그래도 양심은 있나 봐. 그렇지만 네 남자 정말 만만찮은 놈이야. 방금 승훈 씨를 마주쳤는데, 그 아우라하며 얼굴색 하며. 그런 사람한테 감히 그런 말을 한 나도 참 대단해."강하리는 입을 비쭉거렸다."뭔 내 남자야. 그런 말 좀 하지 마."손연지는 웃으며 말했다. "내 말이 틀려? 승훈 씨 네 남자 맞잖아."손연지는 눈썹을 찌푸리고는 강하리를 쳐다봤다."어젯밤에 집에 돌아가서 골똘히 생각해 봤는데, 송유라한테 최고의 복수는 구승훈을 영원히 네 곁에 두는 거야. 좋기에는 네가 구승훈 한테 시집가서 너희 둘이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서 송유라를 분노케 하는 거야!"강하리는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네가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아. 내가 송유라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왜 송유라를 이길 수 없어? 걔보다 더 예쁘지, 스타일도 더 세련됐지. 얼굴 되지 능력 되지 하는데 왜 걔를 못 이겨?"강하리는 못 참고 웃음을 뿜어내고는 이내 슬픔이 눈에 가득 찼다. "사랑은 이런 도리를 따지지 않아."손연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손연지도 사랑이 이런 도리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 화를 쉽게 삭히기 힘들었다.순간 뭔가가 생각난 손연지는 폰을 뒤적뒤적 거리더니 강하리한테 내밀었다"봐봐. 내가 이미 송유라의 팬클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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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강하리는 서둘러 회사 홈페이지를 열어 보았다.운영은 정상화됐지만 사이트 밑부분에는 여전히 송유라의 팬들이 형부를 부르고 있다."형부, 언제 우리 언니랑 결혼해요?”"형부, 너무 스윗해요.”"형부, 저 두 사람 깨 볶는 모습 구경하러 왔어요.”"매형, 빨리 저희 언니와의 열애 사실 인정해 주시죠.”"형부...”형부로 도배되어 있는 댓글들을 본 강하리는 머리가 어지러워 났다.회사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인원들이 있었지만, 이 댓글들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구승훈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대표님의 마음이 어찌 넓었으면 상대 팬들도 다 옹호해 주는 건지.’강하리는 한숨을 내쉬고는 폰을 한쪽으로 던졌다.막 누우려고 하는데 누군가 병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들어오세요."방문이 열리자, 강하리는 그대로 얼어버렸다.회사의 수석 변호사였다.구승훈은 과연 말한 대로 한다.그 남자는 단정한 양복 차림으로 엘리트 티를 내며 강하리 앞에 섰다."강 부장님, 이 시간에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강남은 쓴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수석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여기 해약 협의서가 있으니 한번 보시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면 바로 서명하시면 됩니다.”강하리는 그 계약을 받아들고 곧바로 위약금에 눈을 돌렸다.100억원.강하리의 관자놀이는 펄떡펄떡 뛰고 있다.구승훈이 그녀를 순순히 떠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하지만 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해약서를 꺼내 들 줄은 몰랐다."강 변호사님, 법을 공부하신 입장에서 이 계약서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강 부장님, 이 계약은 강 부장님께서 체결하신 근로계약에 따른 것입니다.”말하면서 강 변호사는 또 근로계약서를 하나 꺼냈다."강 부장님, 4번, 6번, 3번, 보세요.”강하리는 눈살을 찌푸렸다.강 변호사가 말한 그 항목이 번듯이 적혀 있다.「용역 계약 기간 중 을이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갑은 을에게 향후 계약 기간 동안 갑이 예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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