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의 모든 챕터: 챕터 91 - 챕터 100

984 챕터

제91화

강하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웃었다.“네, 꽤 통쾌하네요.”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송유라의 일은 이렇게 끝내자. 이제부터 다시 언급하지 마.”구승훈은 말속에 담긴 질책을 숨기지도 않았다.강하리는 처량하게 웃었다.“구 대표님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이런 말을 꺼낸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제가 송유라를 비난했다고 생각하세요? 송유라가 굳이 제 앞에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필요까지 있었을까요?”구승훈의 표정이 많이 어두워졌다.“넌 비난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한 거 아니야?”“그럼, 생각도 마음대로 하지 말라는 뜻인가요?”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하리는 마음이 불편했고 어색한 분위기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사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걷는 것이 엄청 힘들었지만 구승훈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 않아 그저 꾹 참았다.구승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더니 결국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다.“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대표님은 송유라 씨 만나러 가세요. 다쳤잖아요. 그것도 저 때문에. 저는 그 책임을 질 수 없어요.”구승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강하리, 송유라의 일은 이제 그만 얘기하자고 내 말을 이해 못 하겠어? 그리고 내가 널 안은 건 내 책임을 다할 뿐이야.”강하리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마침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승훈도 침묵하며 굳은 얼굴로 그녀를 안고서는 차로 향했다. 차는 이미 다른 차로 바뀌어 있었다. 그자 자주 쓰는 차는 세차를 맡겼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길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 아무 말도 없었다. 집에 도착한 뒤 구승훈은 또 강하리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의 말 대로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것 같았다. 마음이 아프거나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를 임신시킨 것이 자기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었지 다른 뜻은 없었다.두 사람이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구승훈이 문을 열기도 전에 문이 안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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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음식을 넘길 수가 없었다.“차라리 죽 같은 걸로 부탁해요.”“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끓여드릴게요.”도우미가 미역국을 들고 침실을 나오자 구승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안 먹어요?”“죽을 드시겠다고 하셨습니다.”구승훈은 잠시 침묵했다.“그럼, 죽으로 끓여주세요. 이제부터는 요리하기 전에 뭘 먹고 싶은지 먼저 물어보시고요.”“알겠습니다.”도우미는 재빠르게 대답을 한 뒤 부엌으로 들어갔다.구승훈은 꾹 잠긴 침실문을 바라보다가 결국 서재로 들어갔다.도우미는 강하리에게 야채죽을 끓여주었다. 강하리는 여전히 입맛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다 먹었다.그녀도 구승훈의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녀는 몸을 잘 챙겨야 했다. 자기 스스로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이 자기를 돌봐줄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있을까?구승훈은 언제나 현명하고 냉철했다.강하리는 씁쓸한 느낌이 들었지만 도우미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웃었다.“구 대표님께서 아가씨를 정말 잘 챙기세요.”강하리는 고개를 들어 도우미를 바라보았지만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정말 잘 챙겨준다면 그녀가 유산한 것을 보고도 어떻게 가만히 있었을까?그녀를 정말 생각해 주는 거라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도 망설임 없이 송유라의 편을 들었을까?죽을 다 먹은 뒤 강하리는 침대에 기대어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만져보았다.그러나 그녀는 만지자마자 몸을 웅크렸다. 사실 임신하고 나서부터 유산까지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그저 아랫배를 자주 만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그녀는 아랫배에서 손을 떼며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마치 이것이 그녀의 마음속에 퍼지는 고통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시트를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눈물은 자기도 모르게 흘러내렸다.도우미는 그런 모습에 순간 당황했다. “아가씨, 괜찮으세요?”강하리는 심호흡하며 감정을 조절하려고 노력했다.“괜찮아요. 저 좀 쉴게요.”“네, 알겠습니다.”도우미는 다급하게 침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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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강하리는 마치 심장이 날카로운 칼에 찔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이 남자에게 자기가 더 이상 임신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말하면 마치 또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하지만 구승훈의 말은 날카로운 칼처럼 그녀의 심장을 찔러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너무 고통스러워 제대로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웠다.그녀는 심호흡하며 구승훈에게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 그럴게요.”구승훈은 찌푸린 미간이 더 깊어졌다. 분명 그가 한 말이었지만 그녀가 대답하는 찰나 그의 마음 또한 더 불편해졌다.설마 정말로 다른 남자와 아이를 낳고 싶은 걸까?그의 어두운 눈빛이 강하리의 몸에 떨어졌다.“하지만 너무 좋은 생각은 하지 마. 요즘 남자들은 너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널 반드시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이다음에 남자를 만날 때는 잘 보고 만나.”강하리는 웃었다.“적어도 아이를 낳게 하겠죠.”구승훈의 얼굴은 순간 더욱 굳어졌다. 한참이 지난 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쉬어.”강하리는 눈을 감았다.“나가 줄래요?”구승훈은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왜? 내가 여기 있으면 너 쉬는 데 방해 돼?”“네.”강하리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이 내 휴식을 방해하고 있어요. 구 대표님, 나가 주시겠어요?”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이런 강하리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부터 그와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그제야 그는 계약서로 그녀를 묶어두지 않았다면 이 여자는 반드시 멀리 숨어 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그는 강하리의 턱을 움켜쥐었다.“강하리, 얌전하게 굴어.”강하리는 웃었다.“이미 아주 얌전하게 있는 거 같은데요?”구승훈은 눈썹을 치켜떴다. 확실히 강하리는 얌전했다.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말대꾸조차 거의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질문을 하면서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있는 것 같았다.“더 얌전하게 굴어.”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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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강하리는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아. 그냥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힘이 있는 게 더 이상한 거야. 너 어젯밤에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알지?”강하리는 몰랐지만 차에서부터 출혈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구승훈은 너 잘 챙겨주니?”강하리가 대답했다.“응 잘 챙겨줘. 전문 도우미까지 구해줬어.”“어머.”손연지는 조금 놀랐다.“그래도 완전히 양심이 없는 건 아닌가 보네.”강하리는 웃었다. 비록 계약을 맺은 사이였지만 구승훈은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편에 속했다.그녀가 숨긴 것에 대해 그녀를 비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고용해 그녀를 챙겨주었다.“집에서 푹 쉬어. 내가 시간 나면 너 보러 갈게.”“그래.”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나눴고 전화를 끊기 전에 손연지가 한마디 덧붙였다.“맞다, 우리 고등학교 동창회 때면 너 몸도 거의 회복될 텐데 참석할래?”강하리는 당황했다. 지난번 단톡방에서 동창회가 열린다는 말은 확실히 있었지만 그 당시 그녀는 송유라의 일 때문에 짜증이 나서 무시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날짜를 정했을 줄은 몰랐다.“그러자.”강하리는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잠에 들었다. 도우미가 깨우는 소리에 그녀는 잠에서 깼다.“아가씨, 일어나서 뭐 좀 드셔야죠.”강하리는 눈을 뜨며 물었다.“승훈 씨는 돌아왔어요?”도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이런 시기에 그녀의 앞에서 송유라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는 최대한 그녀의 체면을 생각해 준 것이었다.게다가 송유라가 다쳤는데 그는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의 첫사랑은 송유라였고 그는 순정파였다.오늘 병원에서 그녀를 집에 데려다준 뒤 바로 송유라와 함께 드레싱을 하러 가지 않은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강하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네, 조금 있다가 나갈게요.”“네.”강하리는 겨우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아랫배와 허리에서 통증이 느껴졌고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도우미를 불러 부축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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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강하리는 구승훈이 그날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쪽에서 송유라가 계속 그의 위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그는 밤에 다시 돌아왔다.“구 대표님, 돌아오셨어요?”도우미는 구승훈에게 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침묵한 뒤 다시 물었다.“좀 어때요? 밥은 먹었어요?”“네, 아가씨께서 조금이라도 드시긴 했습니다.”구승훈은 다시 고개를 끄덕인 뒤 침실 문을 열었다.방안에는 강하리가 손에 영어 원본 책을 들고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그녀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마침 구승훈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쳤다.구승훈은 조용히 침대 옆으로 다가가서 그녀의 손에 들린 책을 뺏었다.“너 지금 책 읽으면 안 돼. 요즘에는 보지 마.”강하리는 잠시 말이 없더니 대답했다.“알겠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고 여전히 그에게 무관심과 거리감을 보여줬다.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더니 잠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씻고 나온 뒤 그는 서재로 향했다.잠시 뒤 그는 한 서류를 갖고 들어왔다.“읽어 보고 괜찮으면 사인해.”강하리는 서류를 살펴보니 재산 양도 계약서였다. 구승훈 명의 아래에 있는 별장 중에 하나를 그녀의 명의로 넘긴다는 것이었다. 서류를 들고 있는 강하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적어?”강하리는 고개를 들지 않고 쓴웃음을 지었다.“충분해요.”충분하다 못해 넘친다.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아이로 몇십억짜리 별장을 바꿔준다는 데 어떻게 감히 적다고 할 수 있을까?구승훈은 감정도 없는 냉혈인이었다. 하지만 이런 거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감사합니다. 구 대표님.”강하리는 마침내 고개를 들어 웃었다.구승훈은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바라보았지만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강하리, 웃고 싶지 않으면 웃지 마. 보기 힘들어.”그러나 강하리 얼굴에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일찍 자.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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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구승훈이 물었었다.“왜 또 단 음식을 만드는 거야?”그 당시에 그녀는 아직 그에게 기대를 가득 품고 있었다.그래서 그가 물었을 때 그녀는 항상 기대하며 대답했었다.“내가 단 걸 좋아해요.”하지만 그다음에도 구승훈은 테이블 위에 단 음식이 놓여 있으면 또 물었었다.그 뒤로는 강하리는 단 음식을 하지 않았고 새로운 요리를 배워 전부 구승훈의 입맛에 맞게 밥을 차렸다.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가 물었다.구승훈은 그녀를 쳐다보았다.“좋아하면 말해야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알아.”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아무리 표현한다고 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소용이 있었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굳이 표현할 필요가 없었다.강하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먹는 것에 집중했다. 구승훈도 더 말하지 않았다. 방금 한 말도 그저 무심코 한 말인 것 같았다.밥을 다 먹고 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네 자리는 임시로 다른 사람에게 넘겼어. 한 달 정도 휴가처리 해줄 테니까 건강 잘 회복한 뒤에 출근해.”강하리는 침묵하다가 말했다.“회사 그만두고 싶어요.”그녀는 정말로 이런 식으로 계속 지내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계약 때문에 바로 떠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 남자와는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게다가 만약 그녀가 구승훈을 떠날 운명이라면 그녀는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 했다.구승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강하리를 바라보다가 물었다.“왜?”강하리는 눈을 내리깔며 강정을 숨겼다.“이유는 없어요. 단지 계속 이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요.”구승훈은 의미심장하게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강 부장이 너무 겸손하네. 네 능력은 나도 인정하는데.”강하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구승훈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전에는 그녀에게 일을 못 하겠으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그만두겠다고 하니 또 허락하지 않았다.그녀는 인내심을 갖고 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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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구승훈의 뒤에 있는 법무팀이 얼마나 강한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만약 구승훈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겠다고 하면 아마도 법무팀에서는 그녀를 뼈까지 잘근잘근 밟아줄 수도 있었다.강하리는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승훈 씨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그녀는 구승훈이 도대체 왜 자기를 옆에 두려고 하는지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구승훈은 테이블 앞에 앉아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날 배신하는 걸 내가 가장 싫어한다는 거 강 부장 잊었어?”강하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당연히 잊지 않았다. 구승훈 이 남자가 얼마나 안하무인에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윈 생각하지 않는 사람인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는 다른 사람이 배신하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그녀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강제로 그녀를 머물게 했다. 이제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까지 생각하지도 않고 거절했다.이제야 이유를 이해한 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네. 이해했어요.”“강 부장이 이해했다니 다행이야.”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라 와서 더 먹어.”강하리는 입맛이 없었지만 이 남자가 얘기한 모든 것은 거절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테이블에 앉아 억지로 앞에 놓인 수프를 더 먹었다.구승훈은 옆에 앉아서 그녀가 다 먹을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만약 휴가가 짧다고 느껴지면 더 연장해 줄게. 푹 쉬어. 다른 일들은 이후에 다시 얘기하자.”강하리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그녀는 어떻게 되든 다 상관없다고 느껴졌다.구승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 팬에 아버지는 내가 처벌받을 수 있게 조치할게.”강하리가 말했다.“알아서 해요.”구승훈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하리는 구승훈이 이내 떠날 줄 알았다. 예상외로 그는 전혀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강하리는 그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출근 안 해요?”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계약서에 사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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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구승훈은 눈썹을 치켜뜨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는 입술을 움찔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송유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승훈 오빠.”구승훈은 입구로 걸어갔다.“여긴 어떻게 왔어? 사진이라도 찍히면 어쩌려고?”목소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워졌다.아무리 많이 들어도 강하리는 여전히 불편하게 느껴졌다.“난 친구 병문안도 오면 안 되는 거예요? 그리고 오늘은 오빠 보러 온 게 아니라 강 부장님 만나러 온 거예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허락도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강 부장님, 괜찮아요? 어제 돌아가서 생각해 봤는데 그래도 정식으로 부장님한테 사과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초대도 없이 불쑥 왔어요. 혹시 기분 나쁜 건 아니죠?”강하리는 비웃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송유라의 가식에 맞장구쳐주고 싶은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사과할 거면 바로 사과해요. 이렇게 거창한 말로 힘 빼지 말고요.”송유라는 순간 화가 났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는 바로 사과했다.“강 부장님, 미안해요. 내 팬이 철이 없어서 부장님을 다치게 했어요. 내가 이렇게 팬을 대신해서 사과할게요. 부장님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그녀는 말을 마친 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구승훈은 강하리를 조금 어두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강하리는 그것이 경고임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미 구승훈의 돈을 받았기에 그녀는 이 일로 더 이상 송유라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사과받을 테니까. 이제 떠나줄래요?”송유라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강 부장님, 내 팬도 용서해 줄래요?’강하리는 눈살을 찌푸렸다.송유라가 목적 없이 이렇게 집까지 찾아와 사과하는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역시나 목적은 이것이었다.그녀는 송유라를 바라보았다.“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네요. 송유라 씨는 좋은 사람이 되고 오히려 피해자인 제가 이런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게 맞는 건가요?”송유라의 미간도 순간 찌푸려졌다.“강 부장님, 손해 배상은 원하시는 만큼 해드릴게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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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안현우는 구승훈이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흥미롭게 구승훈과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승훈아, 너 설마 이 여자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송유라는 이미 눈가가 살짝 붉어진 채 불쌍한 표정을 하고서는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구승훈은 온몸에서 싸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네가 오해한 거야. 난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고.”그는 이 말을 끝으로 이 주제를 매듭지어버렸다. 그런 다음 송유라를 바라보았다.“팔에 상처는 어때?”송유라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는 눈물을 닦으며 화가 난 듯 구승훈을 째려보았다.“날 관심하긴 하는 거예요?”구승훈은 기분이 복잡했다.강하리의 창백한 얼굴이 그의 마음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송유라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조금 짜증이 났다.“내가 언제 널 관심하지 않았어?”송유라는 멈칫했다. 구승훈이 이런 말투로 그녀에게 말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녀는 눈물을 쏟아내며 말했다.“난 오빠가 날 좀 더 걱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다른 뜻은 없어요.”그녀는 평소에 애교가 많은 편이었다. 구승훈도 그런 그녀를 귀여워했다.사실 이런 말은 그녀에게는 평소에 자주 하는 애교 섞인 말일 뿐이었지만 구승훈이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구승훈은 어두운 얼굴로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는 송유라를 바라보며 그제야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다쳤으면 집에서 잘 쉬고 있어. 밖에 돌아다니지 말고.”“알겠어요.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눈물을 닦았다.“조금 있다가 나하고 드레싱 바꾸러 같이 가면 안 돼요? 드레싱 바꿀 때 나 정말 무섭단 말이에요. 이번에는 나하고 같이 가줘요. 네?”구승훈은 다친 그녀의 팔을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송유라의 눈물은 순식간에 미소로 바뀌었다. 안현우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강하리는 안현우의 시선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피했다.그녀는 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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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송유라의 말은 강하리의 가장 아픈 곳을 콕콕 찔렀다.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 아이를 지켰다고 해도 구승훈이 낳을 수 있게 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가슴이 너무 아파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송유라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지 강하리의 귓가에 속삭였다.“강하리 씨, 이제야 알겠어요? 당신은 그저 잠자리 파트너일 뿐이에요. 그런데 임신했다고 정식으로 여자 친구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그녀는 비웃음을 날렸다.“한 번 생각해 봐요. 임신한 게 나라면 승훈 오빠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만약 송유라였다면?'강하리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구승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와 그녀를 지켰을 것이다.강하리는 손을 하얗게 될 정도로 꽉 움켜쥐었고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송유라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송유라 씨 힘내요. 돌아온 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승훈 씨가 아직 당신하고 화해할 마음이 없는 걸 보면 임신하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송유라는 그녀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강하리의 한마디가 송유라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소유라가 돌아온 지도 이미 긴 시간이 지났는데 구승훈은 아직도 그녀와 화해하려는 뜻이 하나도 없었다.지난번 구승훈은 비록 두 사람이 전에 사귀었던 사이였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지만 그 뒤로 인터넷에서 어떠한 소란이 일어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심지어 소유라의 팬들은 에비뉴 주얼리 홈페이지에 올라가서 그를 형부라고 불렀는데도 구승훈은 여전히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강하리, 당신 기다려. 당신은 결국 승훈 오빠한테 차일 거니까.”강하리는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기다릴게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입을 열지 않았다.송유라도 이만하면 충분히 그녀를 자극했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서재로 들어갔다.평소 강하리는 구승훈의 서재에 들어갈 때면 항상 노크를 했지만 송유라는 노크도 없이 바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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