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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Author: 재인
강하리는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 그냥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힘이 있는 게 더 이상한 거야. 너 어젯밤에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알지?”

강하리는 몰랐지만 차에서부터 출혈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구승훈은 너 잘 챙겨주니?”

강하리가 대답했다.

“응 잘 챙겨줘. 전문 도우미까지 구해줬어.”

“어머.”

손연지는 조금 놀랐다.

“그래도 완전히 양심이 없는 건 아닌가 보네.”

강하리는 웃었다. 비록 계약을 맺은 사이였지만 구승훈은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편에 속했다.

그녀가 숨긴 것에 대해 그녀를 비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고용해 그녀를 챙겨주었다.

“집에서 푹 쉬어. 내가 시간 나면 너 보러 갈게.”

“그래.”

두 사람은 몇 마디 더 나눴고 전화를 끊기 전에 손연지가 한마디 덧붙였다.

“맞다, 우리 고등학교 동창회 때면 너 몸도 거의 회복될 텐데 참석할래?”

강하리는 당황했다. 지난번 단톡방에서 동창회가 열린다는 말은 확실히 있었지만 그 당시 그녀는 송유라의 일 때문에 짜증이 나서 무시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날짜를 정했을 줄은 몰랐다.

“그러자.”

강하리는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잠에 들었다.

도우미가 깨우는 소리에 그녀는 잠에서 깼다.

“아가씨, 일어나서 뭐 좀 드셔야죠.”

강하리는 눈을 뜨며 물었다.

“승훈 씨는 돌아왔어요?”

도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이런 시기에 그녀의 앞에서 송유라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는 최대한 그녀의 체면을 생각해 준 것이었다.

게다가 송유라가 다쳤는데 그는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의 첫사랑은 송유라였고 그는 순정파였다.

오늘 병원에서 그녀를 집에 데려다준 뒤 바로 송유라와 함께 드레싱을 하러 가지 않은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강하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네, 조금 있다가 나갈게요.”

“네.”

강하리는 겨우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아랫배와 허리에서 통증이 느껴졌고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도우미를 불러 부축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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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봉은 갑자기 강한 적을 마주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노진우가 어떻게 강하리 앞에서 빈틈을 드러내지 않고 버틸 수 있었는지 매우 궁금해졌다.강하리는 무심하게 준봉에게 걸어갔고 준봉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안녕하세요.”“가져와요.” 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었고 준봉은 망설이다가 강하리에게 휴대폰을 건넸다.상사의 명령은 거역할 수 없지만 사모님의 말씀은 더더욱 그러했다.휴대폰 화면에 뜨는 메시지를 보며 강하리의 속눈썹이 살짝 처졌다.“그쪽 대표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 몸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강하리는 불편한 느낌을 참으며 힘겹게 물었다.구승훈의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그녀만 모르고 있었다.준봉은 신경이 곤두서며 거짓말에 능숙하지 않아 이마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강하리는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그쪽이 곁에 있는 게 싫다고 하면 그쪽 대표님이 어떻게 할 것 같아요?”“대표님은 어머님에 의해 약물을 투여받았습니다.”준봉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툭 내뱉었고 말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이건... 그의 탓이 아니겠지?아무렴 우선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데...강하리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언제요? 무슨 약이요?”준봉은 강하리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차라리 잘된 걸지도 모른다. 적어도 대표님이 혼자 버틸 필요는 없으니까.“아가씨를 구하러 갔을 때요. 정확히 어떤 약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노민준 씨 말로는 신경 약물이라고 했어요.강하리는 문득 구승훈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밤잠을 설치던 때가 떠올랐다.모든 것이 그 약 때문이었을까?그래서 그토록 오랫동안 홀로 고통을 견뎌냈던 건가?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요. 고마워요.”강하리가 떠난 후 준봉은 서둘러 구승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사모님께 약물에 관해 말씀드렸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감히 말하지 못했습니다.]구승훈은 휴대폰의 메시지를 쳐다보다가 한참 후 준봉에게 답장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16화

    구승훈은 차갑게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내 물건이니 당연히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주는 거죠. 정안이나 에비뉴가 아니라 온 세상을 이 여자에게 줘도 부족해요. 다들 자신 있으면 제 손에서 빼앗아 가세요. 그게 아니면 제 아내 회사에 찾아와서 괜히 공기나 더럽히지 마시고요.”구민성과 구민수를 제외한 다른 친척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움츠렸고 구민성이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구승훈이 두 눈을 부릅뜨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거기 서서 뭐 하고 있어! 얼른 이 사람들 내보내지 않고!”준봉은 그 말에 급히 경호원을 불러들여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구민성의 목소리가 꼭대기 층에 계속 울려 퍼졌다.“구승훈, 이거 놔. 난 네 삼촌이야. 구승훈, 두고 봐. 구씨 가문이 네 것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줄게!”구민성의 목소리가 사라진 뒤에야 구승훈은 구동근에게 전화를 걸었다.“시간 나면 B시에 오세요. 하리 어머니 산소에 가서 절이라도 하셔야 제가 결혼식을 올리죠.”구동근은 순식간에 발끈했다.“망할 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구승훈은 웃었다.“못 알아들어요? 제가 다시 얘기할까요? 급하니까 일찍 오세요.”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빨리 강하리와 식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한 건 사실이었다.무슨 일이 있든 강하리를 명실상부 그의 아내로 만들어야 그가 이성을 잃어도, 구씨 가문에서 원하지 않더라도 강하리에게 준 재산을 빼앗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구승훈은 문득 자신이 무척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시간을 지체해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강하리가 자신을 포기할까 봐, 상황이 점점 악화하여 자신이 어쩔 수 없이 강하리를 포기해야 할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곁에 두고 싶었고 그녀에게도 자신에게도 흔들릴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강하리가 회사로 달려갔을 때 그녀가 본 건 응접실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서 있는 구승훈의 뒷모습뿐이었다.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이 이 남자에게서 다시 한번 느껴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15화

    노민우가 혀를 차며 해명하려던 찰나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렸다.휴대폰에 걸려 온 전화를 살피던 그는 손연지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전화를 끊었고 손연지가 콧방귀를 뀌며 뒤돌아 위층으로 향하자 노민우는 황급히 그녀를 다시 끌어당겼다.“내가 한 밥 안 먹을 거야?”“너나 먹어!”손연지가 씩씩거리며 그를 발로 찼다.“꺼져! 누가 그딴 거 먹고 싶대?”“이미 다 했는데.”손연지는 이를 갈았다.“노민우, 난 널 남자로 생각 안 해.”노민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이렇게 오랜 시간 애까지 만들었는데 아직도 내가 남자라는 걸 증명하지 못한 거야?”손연지가 비웃었다.“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냥 인간이 아닌 것 같다. 기다려, 내가 결혼할 때 너한테 주례를 부탁할 테니까.”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노민우를 밀어냈고 상대는 더 말하고 싶었지만 손연지에게 연달아 발길질당했다.“손연지!” 노민우는 화가 났다.“너 누구랑 결혼하는데?”“누구랑 결혼하든 내 마음이지. 나 따라다니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아?”노민우가 눈을 부릅떴다.“진짜 결혼하려고?”손연지가 웃었다.“왜, 너는 약혼해도 되고 난 결혼하면 안 돼?”“난 엄마 달래려고 약혼한 거지 진짜로 결혼할 생각은 없어.”손연지는 그 말에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은 듯 차분하게 노민우를 바라보았다.그 말을 들었을 때 심장마저 한 박자 늦게 뛰었다는 건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왜 흔들려? 뭘 망설여? 전에 당한 굴욕으로 충분하지 않아? 하리처럼 엄마가 목숨까지 잃어야겠어?’게다가 엄마를 달래기 위해서였다고 하니 지금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그는 굴복하지 않았을 거다.고작 한심한 사랑 때문에 자신의 삶을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고 싶지도 않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두 사람은 또다시 불쾌하게 등을 돌렸고 노민우는 식탁에 앉아 검게 탄 밥을 바라보며 조금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이미 해명을 다 했는데 왜 아직 화가 나 있는 걸까.노민우는 정신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14화

    기세등등하게 강하리를 찾아와 정안그룹과 에비뉴를 내놓으라고 따지려던 참인데 강하리가 그들을 만나러 오지도 않을 줄이야.그들이 오자마자 응접실로 안내하고 좋은 차와 물을 대접했지만 강하리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강하리가 전화를 끊자 손연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아? 정 안 되면 회사로 가. 걱정하지 마, 내가 죽이진 않을 테니까.”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일그러지며 고개를 돌려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노민우를 바라보았다.이번엔 접시를 깨고 그다음엔 그릇을 떨구자 강하리의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구씨 가문 사람들보다 어젯밤 소파에서 잔 노민우가 복수심에 주방을 망쳐버릴까 봐서 걱정이었다.“그릇 하나만 더 깨뜨리면 경비 불러서 쫓아내게 할 거예요!”그릇을 들고 있던 노민우의 움직임이 갑자기 조심스러워졌고 가정부는 연정이를 안은 채 눈 뜨고 못 봐주겠다는 표정으로 부엌을 바라보았다.“사모님, 제가 하게 해주세요.”강하리는 한숨을 쉬었다.“됐어요. 고생 좀 하라고 해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가 연정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자 가정부는 손연지와 노민우를 번갈아 보았다.“저기, 일들 보세요. 난 좀 치우고 있을게요.”손연지는 사람들이 떠난 뒤에야 부엌으로 향했고 멈칫하던 노민우는 고개를 돌려 손연지를 바라보았다.“어젯밤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손연지는 부엌문 앞에 서서 심호흡하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돌아가, 노민우. 여기서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노민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이게 어떻게 시간 낭비야? 손연지, 난 특별히 사과하러 온 거야. 화 풀고 나랑 같이 가. 내가 일자리도 다시 마련해 줄게, 응?”손연지가 갑자기 비웃었다.“시간 낭비가 아니면 뭔데? 노민우, 난 다른 사람 결혼 망칠 생각 없어. 예전엔 네가 싱글이라 기꺼이 만났지만 이젠 약혼녀도 있으면 그 사람이나 소중히 여겨.”노민우의 손에 들린 칼에 손가락을 베일 뻔하며 다소 우울한 미소를 지었다.“그 여자를 소중히 여기라고?”손연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13화

    어둡고 축축한 지하 감옥.구승훈은 철창에 갇힌 느낌뿐이었다.손목과 발목은 물론 목까지 무거운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그의 뒤에는 사나운 개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그는 몸부림을 치려 했지만 전혀 힘을 쓸 수 없어 울부짖으며 외칠 수밖에 없었다.“엄마, 내가 잘못했어요.”“엄마, 꺼내줘요!”“엄마, 살려주세요...”그러나 그의 외침에는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고 이빨을 드러낸 개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가 그에게 달려들었다.“엄마!”구승훈이 번뜩 눈을 떴고 조용한 치료실에는 진자 바늘이 똑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정신과 의사인 임희주가 옆에 있다가 그가 깨어나자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기분이 어떠세요?”구승훈은 미간을 누른 채 물을 건네받지 않았다.마음속에 억눌린 짜증은 진정되지 않았고 그는 여전히 같은 말만 했다.“내일도 이 시간에 뵙죠.”임희주가 입술을 달싹거렸다.“구승훈 씨, 천천히 해도 돼요. 너무 긴장한 상태라 여유가 필요해요.”“필요 없습니다.”말을 마친 구승훈은 치료실에 조금도 머물지 않고 떠났다.임희주는 문 앞에 서서 구승훈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이 눈가에 스쳤지만 이내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 휴대전화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차에 돌아온 구승훈이 넥타이를 끌어당기자 준봉은 백미러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대표님, 괜찮으세요?”구승훈은 입꼬리를 당기며 노진우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노진우는 몸이 좋아진 이후 구승훈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구승훈은 계속 연성에 남으라고 했다.구씨 가문 사람들을 감시하면서 여초연의 행방을 찾으려는 거다.여초연은 그때 떠난 이후 증발한 듯 사라졌고 구승훈은 그동안 많은 인력을 해외에 보냈지만 여초연에 대한 단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너무 한가해 미칠 지경이던 노진우는 구승훈의 전화를 받고 무척 들떴다.“대표님, 시키실 일 있으세요? 저 언제든 B시로 갈 수 있어요.”구승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가서 여씨 가문 조상 무덤 좀 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12화

    노민우는 다른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 구승훈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입가에 차오른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노민우가 떠난 후 구승훈은 한참 동안 서재에 홀로 서 있다가 마침내 뒤돌아보던 그는 갑자기 책상 위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 들어 부숴버렸다.분풀이인 동시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재떨이는 여기저기 산산조각이 났고 구승훈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걸었다.“생각 끝났습니다. 최면 치료 받을게요. 내일 가겠습니다.”전화기 너머 정신과 의사가 서둘러 답했다.“네, 준비할게요.”구승훈은 전화를 끊고 담배에 다시 불을 붙였다.그는 여전히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지금의 삶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기에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좋은 아내와 사랑스러운 딸이 있는데 어렵게 얻은 이 모든 걸 잃고 싶지 않았다.강하리는 잠든 손연지를 바라보다가 연정이가 자고 있는지 확인하러 나오는 순간 마침 서재에서 걸어 나오는 구승훈을 봤는데 웬일인지 손가락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강하리가 걸음을 멈칫했다.“왜 그래?”구승훈은 손의 상처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재떨이가 깨져서 치우다가 실수로 베었어.”강하리는 급히 다가와 그를 아래층으로 끌어당긴 뒤 구급상자를 찾아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구승훈의 상처 치료를 도왔다.“괜찮아, 다 큰 남자가...”“마음이 아프다고!” 강하리는 구승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쏘아붙였고 말을 마친 그녀가 눈물을 머금은 채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구승훈, 몸에 상처가 너무 많아. 앞으로는 다치지 마.”팔의 흉터도, 복부의 흉터도, 허리 흉터까지 모두 자신을 구하다가 생긴 상처였다.그녀가 그동안 고통받긴 했어도 이 남자 역시 그녀를 위해 희생하고 있었다.구승훈의 목울대가 꿈틀거리며 이내 웃는 얼굴로 그녀의 눈물을 말끔히 닦아주었다.“아내가 걱정해 주니까 그 어떤 상처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아.”강하리가 그를 노려보았다.“입 다물어.”말하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11화

    노민우는 손연지가 갑자기 문을 닫을 줄은 몰랐기에 코가 부딪혔고 순간 고통이 머리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졌다.문을 닫은 손연지는 노민우의 비명을 들었지만 다시 문을 열지 않았다.개자식, 더 열을 받지 않게 꺼졌으면 좋겠다.구승훈이 뒤를 따라가 보니 노민우가 손연지의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쭈그리고 앉아 우는 게 무슨 소용이야? 난 무릎 꿇고 울었어.”노민우는 멈칫했다.“정말이야?”구승훈은 태연하게 피식 웃었다.“당연하지. 아니면 내 아내를 어떻게 얻었겠어?”“승훈아, 네 아내는 네가 하도 매달려서 돌아온 거잖아.”“웃겨, 내 진심에 감동한 거지.”구승훈의 말이 끝나자 강하리가 방문을 열었다.“오늘 연정이랑 같이 자.”구승훈은 깜짝 놀랐다.“그럼 넌?”“난 손연지랑 잘 거야.”강하리는 말을 마치고 손연지의 방으로 향했다.“...”노민우가 슬쩍 물었다.“강하리 씨, 나는요?”“나가서 자요!”“...”말을 마친 강하리는 두 남자를 무시하고 뒤돌아 손연지의 방으로 들어갔다.복도에서 구승훈은 어두운 얼굴로 노민우를 바라보았고 노민우는 다소 억울하단 표정이었다.“나 때문은 아니잖아.”구승훈은 비웃으며 뒤돌아 방으로 들어갔고 노민우가 서둘러 따라갔다.“승훈아, 우리 친구 맞아?”“아니.”구승훈은 망설임 없이 문을 닫았다.손연지는 여전히 화가 난 채로 씩씩거리며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대체 저 노민우 개자식이 뭐라고!일부러 그녀를 화나게 하려고 온 게 틀림없었다.강하리가 막 들어왔을 때 손연지가 노민우를 혼잣말로 욕하는 소리가 들려 잠시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얘기 잘했어?”손연지가 피식 웃었다.“잘했다고 봐야지. 내가 칼로 그 자식 몸을 잘라버리진 않았으니까.”말을 마친 손연지가 웃음을 터뜨렸다.“하리야, 내가 대체 왜 저런 놈을 좋아한 걸까?”그 말을 하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고 강하리는 안쓰러운 마음에 서둘러 다가가 손연지를 안았다.손연지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910화

    노민우가 약혼했을 때 손연지는 둘 사이에 조금의 희망도 남기고 싶지 않아 아이를 지우고 홀연히 돌아섰다.마음속에 노민우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확고했다.그런데 노민우의 약혼녀도, 노민우의 어머니도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줄이야.강하리가 한숨을 쉬며 다가가서 칼을 뺏으려는 순간 구승훈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를 밖으로 끌고 갔다.“구승훈, 뭐 하는 거야?”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멀리 해. 우리 부부 사이 방해하지 않게.”강하리는 다소 말문이 막힌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떼어내고 가정부에게서 연정이를 건네받았다.“두 사람 싸우지 않게 잘 지켜봐. 난 연정이 씻기고 올 테니까.”구승훈은 피식 웃었다.노민우가 정말 손연지와 싸울 생각이라면 굳이 살아서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거실에서 노민우는 한동안 눈에 띄게 살이 빠진 손연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로 표현 못할 감정을 느꼈다.어머니가 손연지를 찾으러 갔고 노씨 가문으로 손연지를 데려와 모욕을 줬다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손연지 어머니가 화가 나서 쓰러졌다는 것도.노민우는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손연지가 수술한 걸 알았을 때 왜 그녀에게 화를 냈을까.“미안해.”노민우는 이 세 글자를 끄집어내는 데 한참을 고민했다.“필요 없어.” 손연지는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정말 미안하면 돈이나 줘. 그쪽 어머니 방법이 나쁘지 않아. 돈으로 해결하는 데 굳이 감정 낭비할 필요 없지. 애초에 날 먹여 살리겠다며? 한 달에 2억으로 계산해서 이따가 24억 줘. 그리고, 앞으로 네 약혼녀가 날 찾아올 때마다 2억씩 보상금을 받을 거야. 이자는 됐어.”“손연지, 우리 사이에 남은 게 돈밖에 없는 거야?”손연지는 마음이 씁쓸했다.“그게 아니면? 애초에 그냥 잠만 자는 사이였잖아.”아무리 거짓된 모습을 보이려고 해도 마음이 괴로웠다.“내가 아니라고 하면?”노민우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왔고 손연지가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이내 그에게 허리를 잡혔다.“손 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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