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승훈의 뒤에 있는 법무팀이 얼마나 강한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만약 구승훈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겠다고 하면 아마도 법무팀에서는 그녀를 뼈까지 잘근잘근 밟아줄 수도 있었다.강하리는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승훈 씨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그녀는 구승훈이 도대체 왜 자기를 옆에 두려고 하는지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구승훈은 테이블 앞에 앉아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사람이 날 배신하는 걸 내가 가장 싫어한다는 거 강 부장 잊었어?”강하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당연히 잊지 않았다. 구승훈 이 남자가 얼마나 안하무인에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윈 생각하지 않는 사람인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는 다른 사람이 배신하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그녀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강제로 그녀를 머물게 했다. 이제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까지 생각하지도 않고 거절했다.이제야 이유를 이해한 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네. 이해했어요.”“강 부장이 이해했다니 다행이야.”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라 와서 더 먹어.”강하리는 입맛이 없었지만 이 남자가 얘기한 모든 것은 거절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테이블에 앉아 억지로 앞에 놓인 수프를 더 먹었다.구승훈은 옆에 앉아서 그녀가 다 먹을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만약 휴가가 짧다고 느껴지면 더 연장해 줄게. 푹 쉬어. 다른 일들은 이후에 다시 얘기하자.”강하리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그녀는 어떻게 되든 다 상관없다고 느껴졌다.구승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 팬에 아버지는 내가 처벌받을 수 있게 조치할게.”강하리가 말했다.“알아서 해요.”구승훈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하리는 구승훈이 이내 떠날 줄 알았다. 예상외로 그는 전혀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강하리는 그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출근 안 해요?”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계약서에 사인은
구승훈은 눈썹을 치켜뜨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는 입술을 움찔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송유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승훈 오빠.”구승훈은 입구로 걸어갔다.“여긴 어떻게 왔어? 사진이라도 찍히면 어쩌려고?”목소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워졌다.아무리 많이 들어도 강하리는 여전히 불편하게 느껴졌다.“난 친구 병문안도 오면 안 되는 거예요? 그리고 오늘은 오빠 보러 온 게 아니라 강 부장님 만나러 온 거예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허락도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강 부장님, 괜찮아요? 어제 돌아가서 생각해 봤는데 그래도 정식으로 부장님한테 사과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초대도 없이 불쑥 왔어요. 혹시 기분 나쁜 건 아니죠?”강하리는 비웃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송유라의 가식에 맞장구쳐주고 싶은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사과할 거면 바로 사과해요. 이렇게 거창한 말로 힘 빼지 말고요.”송유라는 순간 화가 났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는 바로 사과했다.“강 부장님, 미안해요. 내 팬이 철이 없어서 부장님을 다치게 했어요. 내가 이렇게 팬을 대신해서 사과할게요. 부장님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그녀는 말을 마친 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구승훈은 강하리를 조금 어두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강하리는 그것이 경고임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미 구승훈의 돈을 받았기에 그녀는 이 일로 더 이상 송유라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사과받을 테니까. 이제 떠나줄래요?”송유라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강 부장님, 내 팬도 용서해 줄래요?’강하리는 눈살을 찌푸렸다.송유라가 목적 없이 이렇게 집까지 찾아와 사과하는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역시나 목적은 이것이었다.그녀는 송유라를 바라보았다.“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네요. 송유라 씨는 좋은 사람이 되고 오히려 피해자인 제가 이런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게 맞는 건가요?”송유라의 미간도 순간 찌푸려졌다.“강 부장님, 손해 배상은 원하시는 만큼 해드릴게요. 내
안현우는 구승훈이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흥미롭게 구승훈과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승훈아, 너 설마 이 여자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송유라는 이미 눈가가 살짝 붉어진 채 불쌍한 표정을 하고서는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구승훈은 온몸에서 싸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네가 오해한 거야. 난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고.”그는 이 말을 끝으로 이 주제를 매듭지어버렸다. 그런 다음 송유라를 바라보았다.“팔에 상처는 어때?”송유라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는 눈물을 닦으며 화가 난 듯 구승훈을 째려보았다.“날 관심하긴 하는 거예요?”구승훈은 기분이 복잡했다.강하리의 창백한 얼굴이 그의 마음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송유라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조금 짜증이 났다.“내가 언제 널 관심하지 않았어?”송유라는 멈칫했다. 구승훈이 이런 말투로 그녀에게 말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녀는 눈물을 쏟아내며 말했다.“난 오빠가 날 좀 더 걱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다른 뜻은 없어요.”그녀는 평소에 애교가 많은 편이었다. 구승훈도 그런 그녀를 귀여워했다.사실 이런 말은 그녀에게는 평소에 자주 하는 애교 섞인 말일 뿐이었지만 구승훈이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구승훈은 어두운 얼굴로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는 송유라를 바라보며 그제야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다쳤으면 집에서 잘 쉬고 있어. 밖에 돌아다니지 말고.”“알겠어요.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눈물을 닦았다.“조금 있다가 나하고 드레싱 바꾸러 같이 가면 안 돼요? 드레싱 바꿀 때 나 정말 무섭단 말이에요. 이번에는 나하고 같이 가줘요. 네?”구승훈은 다친 그녀의 팔을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송유라의 눈물은 순식간에 미소로 바뀌었다. 안현우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강하리는 안현우의 시선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피했다.그녀는 더 이
송유라의 말은 강하리의 가장 아픈 곳을 콕콕 찔렀다.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 아이를 지켰다고 해도 구승훈이 낳을 수 있게 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가슴이 너무 아파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송유라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지 강하리의 귓가에 속삭였다.“강하리 씨, 이제야 알겠어요? 당신은 그저 잠자리 파트너일 뿐이에요. 그런데 임신했다고 정식으로 여자 친구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그녀는 비웃음을 날렸다.“한 번 생각해 봐요. 임신한 게 나라면 승훈 오빠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만약 송유라였다면?'강하리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구승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와 그녀를 지켰을 것이다.강하리는 손을 하얗게 될 정도로 꽉 움켜쥐었고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송유라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송유라 씨 힘내요. 돌아온 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승훈 씨가 아직 당신하고 화해할 마음이 없는 걸 보면 임신하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송유라는 그녀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강하리의 한마디가 송유라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소유라가 돌아온 지도 이미 긴 시간이 지났는데 구승훈은 아직도 그녀와 화해하려는 뜻이 하나도 없었다.지난번 구승훈은 비록 두 사람이 전에 사귀었던 사이였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지만 그 뒤로 인터넷에서 어떠한 소란이 일어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심지어 소유라의 팬들은 에비뉴 주얼리 홈페이지에 올라가서 그를 형부라고 불렀는데도 구승훈은 여전히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강하리, 당신 기다려. 당신은 결국 승훈 오빠한테 차일 거니까.”강하리는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기다릴게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입을 열지 않았다.송유라도 이만하면 충분히 그녀를 자극했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서재로 들어갔다.평소 강하리는 구승훈의 서재에 들어갈 때면 항상 노크를 했지만 송유라는 노크도 없이 바로 문
강하리는 말을 마친 뒤 조금 우스운 느낌이 들었다.구승훈에게는 남아서 그녀를 돌봐주는 것은 책임이었고 송유라와 함께 병원에 가서 드레싱을 바꾸는 것은 그가 원해서 가는 거였다.그녀는 원래 누구에게도 책임으로 발목을 잡을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의 책임을 묻고 싶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마음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것을 이용했다.그녀는 구승훈이 강하리와 함께 떠나는 것을 정말로 보고 싶지 않았다.송유라와의 신경전에서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바라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강 부장님 아까는 내가 옆에 없길 바라지 않았어? 근데 왜 지금은 생각을 바꾼 거야?”강하리는 그의 조롱 섞인 표정을 바라보며 입술을 하얗게 될 정도로 깨물었다.“대표님께서 저를 챙겨주는 건 본인의 책임이라고 말했잖아요. 아니에요?”구승훈은 낮게 웃으며 그녀를 놓아주었다.“강 부장 걱정하지 마. 혼자 두지 않을 거니까. 유라 드레싱만 바꾸면 돌아올 거야.”구승훈은 말을 끝낸 뒤 몸을 돌려 떠났다.강하리는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조금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결국 그녀가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한 것일까?“아가씨, 괜찮으세요?”도우미가 옆에서 물었다.강하리는 정신을 차린 뒤 대답했다.“괜찮아요.”도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괜찮을 수 있을까? 안색이 이렇게 안 좋은데.’강하리는 진심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그녀는 이제 이런 상황이 익숙해졌다.그녀는 방으로 돌아온 뒤 고민하다가 노트북을 꺼냈다. 그런 다음 사직서를 써 내려갔다.구승훈은 이미 허락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말했지만 그녀는 고민 끝에 사직서를 보냈다.사직서를 보낸 뒤 그녀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몸이 너무 약해져서 그런지 그녀는 조금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이불로 몸을 더 감쌌지만 또 몸에서 열이 나 불편했다. 몇 번 뒤척이다가 점차 잠에 들었다.그녀는 도우미가 깨우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연결음이 두 번 정도 울린 뒤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저 지금...”“강 부장님?”강하리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저쪽에서 안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살짝 나른하면서도 조롱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승훈이 유라 씨 데리러 갔어요. 갈 때 너무 급해서 핸드폰을 놓고 갔네요. 강 부장님 무슨 일 있어요?”강하리는 핸드폰을 쥔 손이 하얗게 될 정도로 움켜쥐었다.그녀는 바로 연락을 끊은 뒤 계속 핸드폰으로 콜택시를 불렀다.택시를 잡은 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난 뒤였다.손연지는 비에 흠뻑 젖은 강하리를 발견하더니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너 이런 시기에는 비 맞으면 안 되는 거 몰라?”강하리는 챙백한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래, 나도 알아. 화내지 마. 나 지금 너무 아파. 지금 나 환자니까 화내지 말아 주라. 응?”손연지는 그런 강하리의 모습에 화가 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그녀를 째려본 뒤 그녀와 함께 검사받으러 갔다.“염증이야. 수액 놔줄게.”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연지는 병실을 마련한 뒤 그녀에 수액을 직접 꽂아주며 물었다.“구승훈은?”강하리는 순간 멈칫하다가 대답했다.“일 때문에 바빠.”“무슨 일인데 너 병원에 데려다주지도 않는 거야? 이게 널 잘 챙겨주는 거니?”강하리의 입꼬리가 조금 굳었다.“우리는 이런 관계야. 나한테 도우미를 구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그 사람은 최선을 다한 거야. 나도 승훈 씨한테 더 바랄 수 없어.”손연지는 순간 욕설을 내뱉었다.“옆에서 보살펴 달라고는 못 해도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도 못 바라니? 너무 바빠서 너 병원에 데려다 줄 시간도 없대? 구승훈은 도대체 어떤 쓰레기야? 정말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강하리도 구승훈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적어도 그녀와 관련된 일은 모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그녀는 더 구승훈의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대화를 나눌수록 마음만 더 복잡해졌다.“
구승훈은 송유라를 데려다준 뒤 집으로 돌아왔고 그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문을 열고 들어오자 도우미가 바로 그에게 말했다.“구 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 아가씨 열이 심하게 나셨어요.”구승훈은 신발을 벗으려다가 멈칫했다.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열이 나는 거죠?”그는 말한 뒤 성큼성큼 침실로 걸어가 문을 연 뒤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지금 어디 있어요?”“아가씨 병원 가셨어요.”그는 굳은 표정으로 도우미를 바라보았다.“왜 함께 가지 않았어요?”도우미는 조금 난감했다.“아가씨가 혼자 가시겠다고 해서요. 따라가려고 했는데 굳이 혼자 가겠다고 하셔서.”구승훈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다.“따라오지 말란다고 정말 안 따라가요? 지금 아픈 사람인 거 알면서 혼자 가게 내버려두면 어찌합니까?”평소 말투에도 위압감은 있었지만 이렇게 화를 내니 도우미는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구승훈은 도우미를 바라보더니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지금 몸 상태가 조금 특수한 상황입니다. 이제부터 강하리가 어디로 가면 모두 따라가 주세요.”“알겠습니다.”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 핸드폰을 꺼내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제야 그는 저녁 6시쯤 강하리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걸 발견했다.6시쯤이면... 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아마도 그가 송유라를 데리러 간 시간대였다.당시 그의 사무실에는 안현우밖에 없었다.구승훈의 표정이 바로 싸늘해졌고 눈빛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 안현우는 강하리에게 지나친 관심을 두고 있었다. 지금도 가끔씩 강하리에 대해 나쁜 말을 하면서도 안현우는 여전히 강하리에 대한 강렬한 관심이 담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구승훈은 다른 남자가 강하리에게 관심을 갖는 걸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친구 중에 강하리에게 관심이 있는 놈들은 꽤 많았지만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가 말했다시피 강하리가 그와 만나는 동안 다른 남자와 썸을 타거나 하지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손연지는 침대 옆에 서서 천천히 그녀의 붕대를 풀어냈다.상처를 바라보고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아파?”강하리는 통증을 참으며 눈으로 상처를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참을 만해.”“참을 만하긴 뭘 참을 만해? 얼굴이 하얗게 질렸구먼.”손연지는 말하면서 신속하게 드레싱을 바꿔 주었다. “이거 이다음에 무조건 흉터 남을 거야. 너 흉터 연고 있어?”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예전에 강찬수에게 심하게 구타당해 많은 상처가 있었다. 그때도 수시로 흉터 연고를 발랐다. 지금까지도 흉터 연고를 집에 구비해 두고 있었다.“그 팬은 어떻게 처리됐어?”손연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절차대로 고소했어.”“이 문제는 이렇게 끝내는 거야? 더 조사해야 하지 않아?”강하리는 차갑게 웃었다.“조사하면 뭘 해? 경찰에서 이미 이 문제는 송유라와 상관없다고 결론 내렸어.”그리고 구승훈이 송유라를 아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었다. 단지 언급한 것만으로도 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가 더 조사할 수 있을까?“아무리 남모르게 한 일이라도 나쁜 짓은 언젠가 들키게 되어 있어. 송유라가 저지른 일이라면 분명 흔적을 남겼을 거야. 네가 알아보기 불편하면 내가 송유라 팬클럽에 몰래 잠복해서 알아볼까?”강하리는 침대 옆에 올려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구승훈은 다섯 번 정도 전화를 더 한 이후로 더 이상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다.화가 난 건지 아니면 더 신경 쓰기 귀찮은 건지 알 수 없었다.강하리는 잠시 아무 말도 없다가 입을 열었다.“됐어. 그럴 필요 없어.”“정말 증거가 있다고 해도 구승훈은 송유라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야. 오히려 조사한 나를 비난할걸. 넌 모르겠지만 구승훈은 이미 이 일을 덮으려고 나한테 돈을 줬어. 그런 사람이 송유라를 의심한 적도 없을까?”만약 정말 송유라를 의심하지 않았다면 구승훈의 성격에 왜 그녀에게 큰돈을 준 걸까? 그러니 사실 그도 그녀처럼 송유라를 의심했을 것이다.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