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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얼마 후 강하리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이 웃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런 망상을 하는지 현타가 왔다.

감정을 추스른 강하리는 능청스럽게 구승훈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구승훈은 딱히 상관이 없었다. 그는 원래 제멋대로 행동하고,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강하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한다면, 확실히 적지 않은 번거로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적어도, 흑심을 품은 사람들은 완전히 단념시킬 수 있다.

"뭐 괜찮지 않을게 있어?”

강하리는 웃으며 농담으로 물었다.

"유라 씨 귀에 들어가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

구승훈은 그녀를 보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 부장, 네가 한두 번 유라 앞에서 위세를 떤 게 한두 번이야? 유라한테 우리 관계에 대해 말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닌데, 이제 와서 무슨 무고한 척할 필요는 없어.”

강하리는 이내 목이 메었다.

그녀는 유라한테 지금 구승훈과 만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말 강하리가 원해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

분명 구승훈과 만나는 사람은 강하리인데, 마치 그녀가 그 둘 사이에 끼어든 제3자인 것처럼 되고 있었다.

이 삼각관계에서, 강하리는 영원히 수동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항상 이 둘 사이의 제3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말을 아꼈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조용히 임정원이 보낸 자료를 번역하고 있었다.

마음이 좀 답답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더 이상 둘 사이에 끼어들지 않으면 그렇게 슬프지 않을 것이다.

강하리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구승훈의 얼굴색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그는 강하리가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강하리와 옆에 있어서 불편한 건지, 아니면 남자친구 있다고 하는것을 허락한다는 말이 불편한 건지 알아챌 수 없었다.

구승훈은 계약서를 집어 던지고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노트북 화면을 집중해 보다가 눈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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