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 강하리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이 웃었다.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런 망상을 하는지 현타가 왔다.감정을 추스른 강하리는 능청스럽게 구승훈을 바라보더니 말했다."그래도 괜찮아요?”구승훈은 딱히 상관이 없었다. 그는 원래 제멋대로 행동하고,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다른 사람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오히려 강하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한다면, 확실히 적지 않은 번거로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적어도, 흑심을 품은 사람들은 완전히 단념시킬 수 있다."뭐 괜찮지 않을게 있어?”강하리는 웃으며 농담으로 물었다."유라 씨 귀에 들어가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구승훈은 그녀를 보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 부장, 네가 한두 번 유라 앞에서 위세를 떤 게 한두 번이야? 유라한테 우리 관계에 대해 말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닌데, 이제 와서 무슨 무고한 척할 필요는 없어.”강하리는 이내 목이 메었다.그녀는 유라한테 지금 구승훈과 만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하지만 정말 강하리가 원해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분명 구승훈과 만나는 사람은 강하리인데, 마치 그녀가 그 둘 사이에 끼어든 제3자인 것처럼 되고 있었다.이 삼각관계에서, 강하리는 영원히 수동적인 사람이었다.그녀는 항상 이 둘 사이의 제3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지금은 말을 아꼈다.그녀는 침대에 앉아 조용히 임정원이 보낸 자료를 번역하고 있었다.마음이 좀 답답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더 이상 둘 사이에 끼어들지 않으면 그렇게 슬프지 않을 것이다.강하리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구승훈의 얼굴색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그는 강하리가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강하리와 옆에 있어서 불편한 건지, 아니면 남자친구 있다고 하는것을 허락한다는 말이 불편한 건지 알아챌 수 없었다.구승훈은 계약서를 집어 던지고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노트북 화면을 집중해 보다가 눈을 찡그렸다.
강하리는 너무 화가 났다.비록 현재 그녀의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해도 이미 번역을 끝낸 문서를 지워버리는 건 무슨 뜻일까?강하리는 그를 째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승훈은 또 몇 마디 했다.“그리고 난 내 컴퓨터에 다른 남자 물건이 있는 건 바라지 않아.”강하리는 숨이 막혀 갑자기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구승훈이라는 남자는 원래부터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최악의 경우 다시 번역하면 된다.구승훈은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말했다.“강 부장 좋은 말로 할 때 집에서 휴식하면서 건강 관리해. 내가 강 부장에게 휴가를 준 건 집에서 잘 휴식하면서 건강 관리를 잘하라는 뜻이지 다른 남자를 위해 일하라는 건 아니야. 만약 강 부장이 그렇게 일을 하고 싶은 거라면 내일부터 회사로 출근해.”강하리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구승훈이 너무 강압적이었기에 이 일은 앞으로 몰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가 식사를 가져왔다.구승훈은 뜨거운 물수건을 가져와 강하리의 손을 닦아주었다.강하리는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구승훈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강 부장 나한테 직접 보살펴 달라고 하지 않았어?”강하리의 입술은 얼어붙었다. 이 정도까지는 할 필요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구승훈은 이미 그녀의 손을 다 닦은 뒤 놓아주었다.“그렇게 말했으면 더는 투정 부리지 말고 와서 밥 먹어.”강하리가 앉자 구승훈은 도시락을 하나씩 열었다.그런 다음 대추 수프를 그녀의 앞에 놓아주었다.“단 걸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자주 먹으면 안 돼.”“자주 먹진 않았어요.”3년 동안 그녀는 고작 몇 번 정도밖에 먹지 않았다.구승훈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어 코웃음을 치고서는 젓가락을 들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는 식사 예절을 중시했고 항상 천천히 우아하게 먹었다.강하리는 그와 3년을 함께하며 식사할 때 말을 많이 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두 사람은 매우 조용하게 식사했고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구승훈의 핸드폰이
구승훈은 전화를 다 받은 뒤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일이 있어서 오늘 저녁에는 함께 못 있을 것 같아. 혼자 괜찮겠어?”“네, 괜찮아요.”강하리는 바로 대답했다.“그래,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올게. 그리고 퇴원하자.”“네.”구승훈은 병원을 나왔고 우연히 안현우를 만났다.안현우는 요즘 회사에 강하리를 닮은 인턴이 들어와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오늘 그 인턴이 몸이 안 좋다며 병원에 꼭 같이 와달라고 해서 그는 함께 병원으로 왔다.이것이 그가 점심에 레스토랑에서 강하리를 마주친 이유였다.사실 강하리를 마주치기 전까지 그는 인턴과 재밌게 즐기고 있었다.하지만 오늘 점심 강하리를 마주친 순간 그 인턴에 대한 흥미가 완전히 떨어졌다.아우라도 강하리에게 비교할 수가 없었고 생김새도 강하리와 닮지 않은 것 같았다. 유일하게 비슷한 점이 강하리와 비슷한 키였다.강하리의 매력은 역시 일개 인턴과 비교할 수 없었다.안현우는 순간 마음이 심각하게 간질거렸다.하지만 아쉽게도 강하리 이 여자는 꽤 능력이 있었다. 계속해서 구승훈의 옆에 남아있었다.“승훈아?”안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안현우는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점심에 그 사진들 봤어?”구승훈은 그를 바라보았다.“안 대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바로 해.”안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 더러운 여자를 계속 옆에 두는 게 재밌어?”구승훈의 발걸음조차 멈추지 않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안 대표도 알다시피 난 내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이 묻는 거 안 좋아해.”안현우가 킥킥 거리며 웃었다.그도 당연히 알고 있다. 구승훈이 사적인 일은 아무리 구승재라고 해도 묻기 어려웠다.그런데 이 문제는 단지 여자 때문이었다.그리고 강하리는 돈을 주면 데리고 놀 수 있는 여자였기에 안현우는 구승훈이 이 일 때문에 자기에게 화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구승훈도 안현우가 일부러 그를 오해하게 만들려고 사진을 보냈다는 것에 화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강하리에 대한 안현우의 욕망
구승훈의 얼굴은 계속 굳어 있었다.안현우가 강하리를 언급한 이후로 그의 마음속에는 또 짜증이 몰려왔다.그는 항상 안현우가 그에게 강하리를 언급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결국, 그도 강하리와 어떠한 관계도 맺을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어쨌든 계약이 만료되면 그녀는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이 관계는 단지 돈을 주고 잠자리를 가진 거래였고 그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랬기에 그의 주변 사람들이 강하리에게 호감을 표시하더라도 그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오직 강하리만 자기의 신분을 똑똑히 알고 계약 기간 동안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하지만 안현우가 이렇게 계속 그의 앞에서 강하리에 대한 욕망을 나타내니 그도 조금 짜증이 났다.그는 핸드폰을 힐끔 쳐다보더니 바로 구승재에게 전화를 걸었다.“형?”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안현우에게 귀찮은 일 좀 만들어 줘.”“뭐?”그는 심지어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안현우는 구승훈과 함께 자란 친구였다. 두 가문도 사이가 좋았다고 안현우와 구승훈도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갑자기 안현우에게 귀찮은 일을 만들어 주라니?“내 말 못 알아듣겠어? 안현우를 골치 아프게 만들어 주란 말이야.”구승훈은 정말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구승재는 멈칫했다.“왜 그래 형? 무슨 일 있었어?”“아니.”구승훈은 짜증을 참으며 말했다.“그럼 왜 갑자기 현우 형한테 귀찮은 일을 만들어 주라는 거야? 만약 현우 형이 알게 된다면 이다음에 어떻게 지내려고 그래?”구승훈은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딸칵 소리를 냈다.라이터의 약한 불꽃이 남자의 차가운 옆 모습을 비추어 그림자 때문에 더욱 어두워 보였다.“못하겠어? 못하겠으면 다른 사람 시킬 거야.’구승재는 조금 두려웠다.그는 자기 형이 마음속으로 얼마나 불쾌해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어느 정도로 하면 되는데?”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결국, 오랫동안 서로를 알고 지낸 친구이기 때문에 지난번 김주한을 상대하
강하리는 가슴이 답답했지만 그래도 평소의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안 대표님 이런 걸 저한테 보낸 이유가 뭐죠? 능력이 있으시다면 구승훈이 절 포기하게 만드세요.”안현우가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승훈이도 남자야. 아무 때나 잠자리를 가질 수 있는 여자를 왜 포기하겠어. 오히려 문제는 강 부장이야. 이렇게 구승훈 옆에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강하리는 비웃음을 날렸다.“의미가 있건 없건 모두 저의 개인적인 일이죠. 안 대표님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왜 아무런 관련이 없어? 난 강 부장과의 잠자리를 기다리고 있어.”강하리는 이를 악물었다.“안현우, 다른 여자하고 놀아. 난 당신 같은 남자는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니까. 내 사진을 몰래 찍어서 구승훈에게 보내고 구승훈의 말을 몰래 녹음해서 나한테 보내면서 중간에서 이간질하는 거 너무 비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안현우는 이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비열하면 뭐 어때? 비열하지 않은 남자도 있나?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하는 건 어때? 강 부장 나하고 딱 한 번만 자는 거야. 딱 한 번만. 승훈이한테는 말하지 않을게. 그런 다음에는 절대 질척거리지 않을게. 어때?”“꺼져!”강하리는 분노하며 욕설을 뱉은 뒤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에도 그녀는 한참 동안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사실 그녀는 구승훈에게 전화하고 싶었다.그에게 왜 한편으로는 계속 다른 남자를 만나지 말라고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묻고 싶었다.만약 그가 정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왜 그녀가 다른 남자와 말 한마디를 하는 것도 화를 내는 것인지 궁금했다.만약 신경 쓴다면 왜 안현우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인지 이유를 묻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는 전화를 걸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었다.구승훈에게서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아 이런 질문을 할 용기조차 잃었다.더욱 불쾌한 말을 들을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정말로 모욕당하고 싶진 않았다.손연지가 퇴근한 뒤 그녀의 병실로 왔다
순간 강하리는 완전히 절망감을 느꼈다.그녀는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윽.”그녀는 있는 힘껏 그 사람의 입술을 깨물며 격렬하게 몸부림쳤다.“나야!”구승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순간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몇 초 뒤 반응했고 순간 갑자기 불안해졌다.“승훈 씨 미쳤어요?”구승훈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그녀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웃음소리에서 약간의 기쁨이 들려왔다.“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강 부장이 해명해야 하는 걸까? 나인 줄도 모른 거야?”강하리는 숨이 막혔다.이런 상황에서는 오직 두려움만이 느껴졌다.그녀는 심지어 구승훈일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그는 떠날 때 분명 오늘 저녁에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했었다.“미안해요. 정말 몰랐어요.”“그럼 벌을 받아야지.”구승훈은 말을 마친 뒤 다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강하리의 몸은 다시 긴장했다. 현재 그녀의 몸 상태로는 구승훈이 뭔가를 더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그럴 기분도 아니었다.“승훈 씨, 나 몸이... 읍...”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은 또다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키스는 점점 더 깊어졌다.강하리는 구승훈이 도대체 어디에서 자극받은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 남자가 원한다면 아무리 그녀가 거부해도 그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구승훈은 그런 욕구가 정말 강한 편이었다.강하리는 평소에 그를 상대하는 것도 벅찼다.그녀가 생리하는 기간이 아닌 이상 그는 쉴 틈을 주지 않았다.심지어 하루에 3, 4번을 할 때도 있었다. 그동안은 그녀가 유산으로 인해 몸이 좋지 않았기에 구승훈은 아마도 많이 참았을 것이다.게다가 이제 그녀는 그의 몸이 반응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녀의 몸은 또다시 긴장했다.구승훈이 그녀를 잠깐 놓아준 틈에 물었다.“안 하면 안 돼요?”구승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그러나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기분은 좋아졌다.방에는 불도 켜지 않았고 창밖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 속에서 구승훈은 여전히 벨트를 풀고 있는 여자를 내려다보았다.그녀는 살짝 눈살을 찌푸린 채 조금 급해 하며 핑크빛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구승훈은 그녀의 턱을 잡고 다시 키스했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손을 큰손으로 잡고서는 벨트를 함께 풀었다.강하리를 만난 뒤로 그는 손으로 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도 강하리가 손으로 해주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손보다는 그녀의 몸에 깊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다.하지만 오늘 밤에는 그도 만족감을 받았다.구승훈은 침대에 기대며 강하리를 가슴에 기대게 했다.“강 부장, 오늘 밤은 아주 표현이 좋았어.”그의 목소리에는 만족감이 묻어났다.강하리는 눈에 떠오르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눈을 감았다.그녀는 그의 팔을 떼어내고서는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들어갔다. 손을 씻고 나오니 그는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방에는 여전히 조명을 켜진 않았지만, 창가에 있는 그의 실루엣은 보였다.강하리는 시선을 옮겼다. 마음속으로는 아직도 구승훈의 말들이 떠올랐다.그녀는 아까 한순간 만약 안현우를 받아주면 구승훈이 정말 자기를 놓아줄지 생각했었다.하지만 결국 그녀는 남자들 사이에서 노리개가 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안현우 같은 남자에게 더욱 역겨움을 느꼈다.만약 언젠가 구승훈을 떠나게 된다면 그녀는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 지금보다는 인생을 더 잘 살아가고 싶었다.마음을 전부 그에게 주었지만, 그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다.“못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또 온 거예요?”창가에서 불꽃이 튀더니 구승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강 부장은 내가 온 게 싫어?”강하리는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반대쪽 창가에 기댔다.“난 단지 구 대표님이 굳이 오실 필요는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에요.”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필요는 없지만 오늘 밤은 꽤 괜찮았어.”강하리는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
다음날.강하리가 깨어났을 때 구승훈은 이미 일어나 창가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슈트를 입고 가죽구두를 신은 그의 옆모습은 날카롭게 각진 모습이었다.움직임을 들은 구승훈은 전화를 끊은 뒤 고개를 돌려 강하리와 시선을 마주쳤다.“강 부장, 날 보는 걸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강하리는 시선을 돌렸다.“왜 아직 안 떠났어요?”“오늘 퇴원한다고 했잖아.”구승훈은 그녀의 옆에 와 앉으며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에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강 부장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간 거야?”강하리의 표정은 순간 부자연스럽게 변했다.“잘못 본 거예요.”구승훈은 바로 큰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강 부장은 내가 정말 눈이 나쁜 줄 알아?”그는 멈칫하더니 이어서 말했다.“내가 그렇게 잘생겼어?”강하리의 표정은 더욱 긴장했고 눈을 피했다.“아니요.”강승훈은 그녀를 놓아주며 웃었다.“좋으면 당당하게 봐. 내가 못 보게 한 것도 아니고.”강하리는 입술을 움찔하며 더 말하려고 했지만, 더 설명할수록 어색해질 것 같아 그저 하려던 말을 삼키며 입을 닫았다.구승훈이 어떻게 말하든지 상관하지 않고서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짐을 다 싸고 나니 손연지가 병실에 들어왔다.“이번에는 돌아가서 건강 잘 챙겨. 네 몸은 네 것이야. 알지?”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연지는 몇 마디 더 당부하더니 옆에 있는 구승훈에게 시선을 옮겼다.“구 대표님, 제가 전에 제안들인 거 다시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랄게요. 만약 하리를 도저히 보살펴주실 수 없다면 하리는 저희 집에서 지내도 괜찮아요.”구승훈은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표정도 따라서 어두워졌다.강하리는 이 남자가 화나 났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챘다.그녀는 다급하게 손연지의 앞을 막아섰다.“괜찮아. 나 바로 집으로 돌아갈 거야.”강하리도 손연지가 모두 자기를 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어린 소녀는 전에는 구승훈의 강한 아우라에 무서워했으면서 지금은 더는 무서워하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