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강하리가 깨어났을 때 구승훈은 이미 일어나 창가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슈트를 입고 가죽구두를 신은 그의 옆모습은 날카롭게 각진 모습이었다.움직임을 들은 구승훈은 전화를 끊은 뒤 고개를 돌려 강하리와 시선을 마주쳤다.“강 부장, 날 보는 걸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강하리는 시선을 돌렸다.“왜 아직 안 떠났어요?”“오늘 퇴원한다고 했잖아.”구승훈은 그녀의 옆에 와 앉으며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에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강 부장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간 거야?”강하리의 표정은 순간 부자연스럽게 변했다.“잘못 본 거예요.”구승훈은 바로 큰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강 부장은 내가 정말 눈이 나쁜 줄 알아?”그는 멈칫하더니 이어서 말했다.“내가 그렇게 잘생겼어?”강하리의 표정은 더욱 긴장했고 눈을 피했다.“아니요.”강승훈은 그녀를 놓아주며 웃었다.“좋으면 당당하게 봐. 내가 못 보게 한 것도 아니고.”강하리는 입술을 움찔하며 더 말하려고 했지만, 더 설명할수록 어색해질 것 같아 그저 하려던 말을 삼키며 입을 닫았다.구승훈이 어떻게 말하든지 상관하지 않고서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짐을 다 싸고 나니 손연지가 병실에 들어왔다.“이번에는 돌아가서 건강 잘 챙겨. 네 몸은 네 것이야. 알지?”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연지는 몇 마디 더 당부하더니 옆에 있는 구승훈에게 시선을 옮겼다.“구 대표님, 제가 전에 제안들인 거 다시 잘 생각해 보시길 바랄게요. 만약 하리를 도저히 보살펴주실 수 없다면 하리는 저희 집에서 지내도 괜찮아요.”구승훈은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표정도 따라서 어두워졌다.강하리는 이 남자가 화나 났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챘다.그녀는 다급하게 손연지의 앞을 막아섰다.“괜찮아. 나 바로 집으로 돌아갈 거야.”강하리도 손연지가 모두 자기를 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어린 소녀는 전에는 구승훈의 강한 아우라에 무서워했으면서 지금은 더는 무서워하지 않는 걸까?
게다가 구승훈이라는 남자는 자기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사람들에게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아마도 지난번에는 그녀가 금방 유산했기에 그냥 지나간 것일 수도 있었다.이번에는 그녀가 유산했다는 핑계도 그에게는 끝난 것 같았다.“연진아 너 바쁠 텐데 먼저 가 봐. 집에 도착하면 전화할게.”손연진은 그녀를 가슴 아픈 눈빛으로 한 번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구승훈을 향해 흥하고 콧방귀를 뀐 뒤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방에는 강하리와 구승훈 두 사람만이 남았고 침묵 속에서 강하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연지가 성격이 조금 급해요. 날 걱정해서 그런 거니까 화내지 말아 주세요.”구승훈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강 부장도 내가 못 해준다고 느껴?”강하리는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웃으며 말했다.“잘해주죠. 어떤 스폰서가 이렇게 직접 병실에 와서 애인을 돌봐주겠어요?”“구 대표님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저도 구 대표님에게 여자 친구나 아내를 대하는 것처럼 보살펴 달라고 하면 안 된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어요.”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색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았다.그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눈을 마주 보게 만들었다. 한참이 지난 뒤 조롱하는 말을 뱉었다.“근데 강 부장의 표정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 같은데.”강하리는 조금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 뒤 그녀도 처량한 웃음을 터트렸다.“그럼 이제부터 구 대표님이 저한테 더 잘해주실래요?”구승훈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건 앞으로 강 부장의 태도에 달렸어.”말을 마친 뒤 강하리를 놓아주었다.강하리는 웃으며 말했다.“구 대표님은 제 태도가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세요?”“강 부장은 더 잘할 수 있잖아. 어젯밤처럼 말이야.”구승훈은 말하면서 격려하듯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난 강 부장 믿어.”강하리는 손가락이 뻣뻣해질 정도로 꽉 쥐었다.“제가 김 대표님에게 감사를 드려야죠.”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천만에.”
구승훈은 마치 바보를 보는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너한테 줄 것도 아닌데 내가 왜 네 손에 쥐여줬겠어?”말하며 그는 강하리의 이마를 만져보았다.“강 부장 열이 너무 나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강하리가 웃었다.“구 대표님이 저한테 선물을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해서요.”구승훈은 손을 거두며 무심하게 대답했다.“선물까지는 아니고 보상일 뿐이야.”강하리는 무슨 보상인지 묻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여 상자를 열어보았다.상자를 열어본 뒤 그녀는 깜짝 놀랐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귀걸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기만 했던 귀걸이였다. 강하리는 손에 들린 귀걸이를 보며 경매에서 봤던 것과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슷할 뿐 하나는 정품이었고 이건 이미테이션일 뿐이다.마치 그녀와 송유라처럼 말이다.강하리는 가볍게 웃으며 상자를 닫았다.“왜? 맘에 안 들어?”구승훈의 질문에 강하리는 그를 바라보며 한참 있다가 말했다.“아니요.”강하리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강 부장이 좋아하면 됐어.”강하리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돌아가는 차 안에서 강하리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녀도 지금 마음속에 이 느낌이 도대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만약 평소에 구승훈이 귀걸이를 선물해 줬다면 그녀는 아마 엄청나게 기뻐했을 것이다. 그가 선물을 준 적은 별로 없었다. 목걸이를 제외하고는 이 귀걸이가 두 번째였다.많이 기뻐해야 맞는 것인데 지금은 비교 대상이 있으니 어떻게 생각해도 기쁘지 않았다.역시 사람은 모두 탐욕적이다.강하리도 다른 여자에게 좋은 것을 준 뒤에 그녀에게 비슷한 걸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주는 유일한 것을 갖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이런 불만조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럴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이미테이션도 그의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만약 이런 것이 동정심이라면 그녀
“그동안은 매일 요리를 가져오라고 할게.”“네.”사실 식사를 가져오든 안 가져오든 상관없었다. 그녀는 지금 몸이 안 좋긴 했지만, 식사를 차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구승훈의 말을 그녀는 귀찮아서 대꾸하지 않았다.식사가 거의 다 끝나갈 때쯤 강하리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핸드폰을 보니 임정원이었다. 구승훈도 누군지 본 것 같았고 순간 표정이 안 좋아졌다.강하리가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구승훈은 우아하게 냅킨으로 입 주변을 닦은 뒤 냅킨을 식탁에 던져 놓았다.“강 부장 왜 안 받아?”그의 어두운 얼굴에 조금 분노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강하리는 긴 한숨을 쉬며 전화를 받았다.임정원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으면 오히려 뭔가 켕기는 것이 있다고 오해할 것 같아 전화를 받으려고 했다. 바로 그때 구승훈이 핸드폰을 가져가 스피커폰으로 바꿨다.강하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구승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왜? 뭐 켕기는 거라도 있어?”“켕기는 거 없어요.”그녀는 구승훈 앞에서 임정훈의 전화를 받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이 자기의 사적인 전화 내용을 듣는다는 것이 불편했다.이미 전화를 받은 상태에서 임정원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마음을 가다듬으며 말했다.“네, 임 변호사님 안녕하세요.”“하리 씨 좀 괜찮아요?”“네 많이 좋아져서 퇴원했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임정원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서려 있으면서도 유난히 다정하게 들렸다.“요즘 사건 회의가 여러 번 열릴 것 같아서요. 하리 씨 시간 있어요? 만약 시간 있으면 회의에 참석할래요? 사건에 대해 하리 씨가 사전에 이해해 두면 좋을 것 같은데.”강하리도 사건 분석 회의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만약 구승훈이 옆에 없었다면 그녀는 무조건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구승훈이 옆에 있으니 또 어떤 귀찮은 일이 생길지 몰라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영통으로 참여해도 괜찮을까요?”“그래도 돼요.
강하리의 말이 끝나자 구승훈은 가볍게 웃었다. 그의 표정에는 경멸과 조롱이 가득했다.“강 부장은 자기가 나와 협상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강하리는 눈을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구 대표님이 얘기 나누자고 하셨잖아요? 말해도 되는 줄 알았죠.”구승훈의 시선은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귓볼로 향했다.분명 연약한 여지일 뿐이지만 여전히 이런 일로 그와 싸웠다.그는 그 모습에 가슴에서 분노가 치솟았다.강하리의 허리를 잡고 더 가까이 당겨 그녀의 귓볼을 세게 깨물었다. 강하리는 귀에서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고 이어 그의 목소리라 귓가에서 들려왔다.“나하고 협상한 뒤 또 그 임정원을 도와주겠다는 거야?”그의 목소리에서는 강한 한기가 느껴졌다.강하리는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았지만 부인하지 않았다. 임정원을 돕고 싶은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임정원에게 대답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돈과 그녀만의 커리어를 위해서였다.먼저 커리어는 제쳐두더라도 돈을 벌 기회를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 어머니의 병원비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았기에 많은 돈이 필요했다.구승훈도 매달 그녀에게 돈을 주지만 그녀는 이제 그를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미래의 계획들을 잘 세우는 것이 맞았다.“네, 나 돈 필요해요. 그리고 임 변호사님 쪽뿐만 아니라 앞으로 난 더 많은 아르바이트할 거예요. 만약 내가 회사 일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되면 바로 날 잘라요. 난 의견 없으니까.”구승훈이 비웃음을 날렸다.“강 부장 너무 좋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해서 100억에 달하는 위약금을 아끼겠다는 거야?”강하리의 입술이 움찔했다. 그것이 그녀의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다.구승훈이 그녀의 사직을 막는다면 그녀는 회사를 출근하면서 아르바이트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구승훈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바로 그녀를 자르면 된다.구승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꼭 그렇게 해야겠어?”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구 대표님은 사업가이시니까 신뢰가
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그에게 건넸다.구승훈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가 말하기도 전에 강천수가 먼저 말했다.“강하리 너 정말 네 엄마 죽게 할 거야?”구승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한참 뒤에 물었다.“강천수, 내가 누군지 알지?”강천수가 멈칫했다.“구, 구승훈?”“앞으로 감히 강하리를 계속 괴롭힌다면 이미 잘린 한 손으로는 부족할 거야.”그는 잔인한 목소리로 말한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강하리는 눈살을 찌푸렸다.“손을 잘랐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구승훈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본 다음 대답하진 않고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너희 어머니는 도대체 강천수 어디를 보고 만난 거야?”강하리는 입수를 깨물었다.강천수의 어디를 보고 만난 거냐고?아마도 처음에는 강처수의 외모에 반했을 것이다.처음에는 강천수도 아주 친절했다. 그때도 돈은 없었지만 매일 퇴근하면 정서원이 일하는 곳으로 그녀를 마중 왔고 그녀가 좋아하지만 돈을 아끼느라 사 먹지 못한 음식을 사줬다.매일 시간을 맞춰 데리러 오고 날씨가 변하면 항상 춥지 않은지 물어보는 그런 따뜻함이 오랜 세월 떠돌며 지낸 정서원의 마음을 녹였다.강천수의 애정 공세에 결국 정서원도 동의했다.하지만 강하리는 항상 자기가 정서원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다.어렸을 때 그녀는 철이 없어 다른 아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매번 부럽다며 정서원에게 말했었다. 나중에 정서원은 강찬수를 알게 된 뒤로 사람이 괜찮아 보여 빠르게 결혼했다.직후 그녀의 가족들은 장진영과 송동혁의 괴롭힘을 당했고 수년 동안 그녀는 증오했다.강천수가 원래부터 나쁜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장진영과 송동혁의 괴롭힘에 그녀의 가족들은 지금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힘이 없었다. 그녀는 언젠간 송동혁과 장진영에게도 죽음의 고통을 선사할 것이라고 믿었다.강하리의 표정이 안 좋아지는 것을 본 구승훈은 더 이상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았다.“좀 수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
“승훈 씨 운전 조심해요.”구승훈은 눈썹을 치켜뜨고서는 그녀를 바라보며 손에 들린 넥타이를 건네주었다.“립서비스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지.”강하리는 넥타이를 받은 뒤 침묵하다가 그에게 다가가서 넥타이를 매주었다.넥타이를 다 맨 뒤 그녀는 물러나려고 했지만 구승훈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하게 잡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그녀의 마른 쇄골에 떨어졌다.“요즘 많이 먹어. 너무 말랐어.”강하리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구승훈은 여전히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고 강하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에게 더 얘기할 것이 있냐고 물으려는데 그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뜨거운 입술 그녀의 입술에 떨어졌다.구승훈은 그녀의 입술을 벌리며 더 깊은 곳으로 들어왔다. 강하리가 몸부림을 치자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강하리는 그의 키스에 숨을 헐떡였다. 구승훈은 가볍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문질렀다.“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강하리는 그녀의 손길을 피하며 대답했다.“네.”구승훈은 피하는 그녀의 움직임에 다시 그녀를 당겨 입술을 문질렀다.“앞으로는 피하지 마.”강하리는 이 남자가 왜 또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다시 피하지는 않았다.그녀는 시간을 내어 정서원을 보러 다녀온 뒤로 다시 외출하지 않았다.거의 한 달 동안 집에서 쉰 그녀는 안색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적어도 예전처럼 얼굴이 창백하진 않았다. 그동안 임정원 쪽의 일을 제외하고도 그녀는 인터넷에서 번역 아르바이트를 많이 찾았다.은행 카드에 돈이 조금씩 쌓이는 것을 보고 그녀는 전에 느껴보지 못한 만족감을 느꼈다. 비록 이 돈들은 구승훈이 주는 것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했지만 그녀는 마음이 편안했다.구승훈은 요즘 많이 바빴다. 가끔 그녀와 함께 식사하고 잠을 자고 갈 뿐이었다.인터넷에서는 여전히 그와 송유라에 관한 기사가 떠돌았다. 강하리는 매번 그것을 보면 빠르게 지나갔다.보지 않으면 기분이 상할 일도 없었다.정서적으로도 많이 안정되었을 때 임정원의 전화를
안현우가 문 앞에 서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강 부장님, 오랜만이에요.”강하리는 이곳에서 안현우를 우연히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 남자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안타깝지만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가 보겠습니다.”안현우는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최근 그녀는 골치 아픈 사건들을 겪고 있었다. 오늘도 그 일 때문에 상담을 나누러 온 것이었는데 우연히 강하리를 만났다.이렇게 만났으니 그는 그녀를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강 부장님 이게 무슨 뜻이에요? 나 피하는 건가?”강하리는 마음속으로 짜증이 몰려왔다. 그녀는 지금 안현우를 보면 구역질이 났다.그녀는 도대체 자기가 이 남자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설마 그녀가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기에 이렇게 계속 그녀를 괴롭히는 걸까?그것도 아니면 그녀가 송유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에 송유라를 위해 그녀와 맞서 싸우는 걸까?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강하리는 이 남자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안 대표님도 제가 왜 이러는지 잘 아실 텐데요.”그녀는 말을 마친 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강하리는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더 이상 좋은 말투로 말할 수가 없었다.안현우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고 매번 강하리를 잡았다.“그날 내가 한 제안 생각해 봤어요? 걱정하지 마요. 돈을 얼마든지 협상 가능하니까.”강하리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화가 나서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안현우 씨 도대체 날 뭐로 생각하는 거예요?”안현우는 순간 웃음을 터트렸다.“강 부장 그렇게 고상한 척할 필요 없어. 그저 돈 있는 남자와 잠자리를 갖는 것뿐이잖아?”강하리는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적어도 인간이 여야죠.”이번에는 안현우도 화를 냈다. 그는 앞으로 나서서 강하리의 목을 잡았다.“강하리, 좋게 대해줄 때 잘해. 앙탈 부리지 말고.”강하리는 그에게 목이 졸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안현우, 난 당신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