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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은침 날리는 용왕: Chapter 581 - Chapter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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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임지환, 너 진짜 바보야? 저 자식을 바로 죽이면 될걸, 굳이 짐승이랑 육탄전을 벌여야 하겠어? 그건 자살과 다름없는 짓이잖아.”바닥에 쓰러져 있던 소유리가 다급한 표정으로 전혀 숙녀답지 않게 목소리를 높여 고래고래 외쳤다.지금 둘은 한배를 탄 처지에 있어 소유리의 다급한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여기서 임지환이 죽으면 소유리는 송평화의 손에 떨어질 게 분명했다.송평화는 잔인하기로 유명해서 소유리를 죽이지는 않는다고 해도 절대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다.“걱정 마, 저 짐승 따위는 나를 어쩌지 못해.”임지환의 목소리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자신감이 담겨 있었고 소유리에게 대화를 나누면서 대수롭지 않게 주먹을 휘둘렀다.임지환의 위력이 없어 보이는 공격에 송골매의 붉은 눈동자에는 인간적인 경멸이 비쳤다.송평화의 피로 길들인 후, 송골매는 이미 어느 정도 지성을 갖춘 상태였다.“이건 그냥 짐승이 아니야. 내가 직접 훈련한 이변이 일어난 맹수야. 네가 송골매와 겨루는 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야. 네가 송골매에게 당하고 나면 반드시 널 갈기갈기 찢어서 우미의 혼을 달래줄 거야.”송평화는 임지환을 보며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삐익!”송골매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방패처럼 튼튼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깃털을 휘저어 소름이 끼치는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날카로운 송골매의 부리는 칼보다도 날카롭게 빛나며 임지환을 향해 돌진했다.“하찮은 깃털 짐승이 감히 내 앞에서 미쳐 날뛴다고?”임지환이 호통을 치자 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비밀 통로에 울려 퍼졌고 주먹도 더욱 빠르게 나갔다.그 순간 송평화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했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한편, 무술을 배운 적이 없는 소유리는 더욱 버티기 힘들어 임지환의 목소리에 겁을 잔뜩 먹고 그대로 주저앉았다.지금 소유리의 귀에는 수백 마리의 벌이 윙윙대는 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꽥!”갑자기 처참한 비명이 밀실을 가득 메웠다.임지환과의 접전에서 무적일 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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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이게 뭐지? 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는 거야? 설마 이 밀실의 산소가 부족해진 건가?”옆에서 두 사람의 교전을 지켜보던 소유리조차 임지환의 기운에 영향을 받아 불편함을 느꼈다.‘이 녀석 도대체 뭐 하는 놈이지? 겨우 서른 초반으로 보이는데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어떻게 날 완전히 짓누를 수 있지? 설마 저 녀석 실력이 대종사 이상이라는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이 자식에게 겁먹어 이렇게 쫄 순 없어.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혹시나 살길이 있을지도 몰라.’임지환의 압도적인 기운을 받자 송평화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마침내 송평화의 눈에 뜨거운 전투 의지가 불타올랐고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죽더라도 너를 끌고 같이 갈 거야!”송평화는 고삐 풀린 야수처럼 임지환에게 돌진하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이제야 조금은 대종사의 풍모가 있군. 하지만 아쉽게도 넌 길을 잘못 들었어. 내가 진정한 선천 경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마.”임지환은 날카로운 시선을 보이며 느릿느릿 말했다.임지환의 여유로운 자태는 생사를 다투는 싸움이 아닌 스승님이 제자에게 전도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말투에는 태연함과 무심함이 배어 있었다.“헛소리 집어치워! 오늘은 네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야!”송평화는 여전히 고래고래 외치며 주먹을 뻗어 임지환의 가슴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어떠한 화려한 기술도 없이 단순한 주먹과 발차기로 공격했지만 그 동작은 공기를 가르며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쾅!폭발력이 엄청난 주먹이 임지환의 가슴을 정통으로 강타했다.“됐어! 이 녀석이 방금 방출한 기운은 단순한 허세였어. 이 녀석이 죽으면 저 계집을 인질로 삼아야겠어. 설령 폭탄을 터뜨리지 않아도 이 보물을 가지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겠어.”임지환을 강타한 순간, 송평화는 이미 앞으로 펼쳐질 달콤한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다.“네 힘이 겨우 이 정도야? 가슴이 간지러운데? 실력이 형편없구나.”하지만 임지환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송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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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펑펑...조금 전까지 멀쩡히 서 있던 송평화가 갑자기 불붙은 폭죽처럼 야윈 몸에서 지속적으로 강렬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폭발음이 한 번 울릴 때마다 또한 끔찍한 핏줄기가 몸에서 치솟았다.“피야! 피가 엄청 많아...”시뻘건 피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송평화의 몸에서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왔다.비록 생사를 넘나드는 참혹한 현장을 여러 번 본 소유리였지만 이 처참한 광경 앞에서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구역질을 억누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여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난... 너무 억울해!”송평화는 마지막 힘을 짜내며 목소리를 높여 외치고는 그 절망적인 외침 속에서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네 실력은 괜찮긴 하지만 머리는 잘 안 돌아가는구나.”송평화가 눈을 감지 못한 채 죽은 비참한 모습을 보며 임지환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한편, 간신히 구역질을 참아낸 소유리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무슨 뜻이야? 설마 방금 다친 척한 거야?”말하는 동안 소유리의 손이 서서히 임지환의 복부 쪽으로 다가갔다.탁!임지환은 손을 뻗어 소유리의 손등을 가볍게 쳐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상한 데 만지지 마, 나 멀쩡하니까.”“뭘 만지려던 게 아니야. 그냥 네가 걱정스러워 그런 것뿐이야. 아까는 네가 내게 다쳤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왜 괜찮다고 그래?”임지환이 소유리의 속셈을 간파하자 소유리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붉히며 변명했다.“사실 내 지금 능력으로는 그 주먹 한 방을 막는 게 한계였어.”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저 녀석이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공격을 들이댔다면 내가 이렇게 쉽게 저 녀석을 죽일 수 없었을 거야.”임지환의 옛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고 체내의 영기도 사실 많지 않았다.하지만 송평화는 그 사실을 간파하지 못했다.임지환에게 겁을 먹고 나서 선수를 놓쳤고 결국 임지환의 일격에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송평화가 아직 살아 있다면 네가 한 말에 피 토하며 죽을지도 몰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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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소유리는 가슴을 내밀며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였다.하지만 임지환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대응했다.“미리 경고하는데 마지막 폭탄을 아직 찾지 못했어. 이 유람선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어.”“쳇! 알았어, 올라가서 사람들을 불러올게.”소유리도 지금은 심술을 부릴 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 벽에 걸려 있던 횃불을 내려서 밀실을 뛰쳐나갔다.찰칵!소유리가 어두운 길목에 숨겨져 있던 스위치를 누르자 침대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비밀 통로에서 무사히 탈출한 소유리는 곧바로 갑판 위로 올라갔다.“유리 씨,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그 임지환이라는 남자가 유리 씨에게 허튼짓을 한 건 아니죠?”소유리가 무사히 나타나자 한중오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선생님, 오해하셨어요. 임지환은 저에게 허튼짓을 한 게 아니라 제 목숨을 구해줬어요.”소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선생님, 자그마한 부탁이 하나 있어요. 앞으로는 임지환 앞에서 꼭 예의를 지켜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거든요.”“그게 무슨 뜻이죠?”한중오는 자기 제자가 임지환을 두둔하는 말을 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선생님, 저는 절대 과장해서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전설 속의 최고 킬러 독수리의 신마저 임지환의 손에 죽었어요. 임지환은 개미 밟듯이 너무 쉽게 대사급 고수를 죽이더라고요.”밀실에서 일어난 모든 기억을 떠올리며 소유리는 지금까지도 꿈인지 현실인지 믿기지 않았다.임지환을 만나기 전에는 이 세상에 자기가 가장 존경하는 무사 김현무보다 더 강한 무사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독수리의 신은 스승님께서 이미 오래전에 죽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다시 살아나게 된 겁니까?”한중오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만에 하나 독수리의 신이 죽지 않았다 하더라도... 임지환이 그 전설 속의 인물을 이길 리 없잖아요.”“당신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일이 임 선생님에게도 똑같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면 큰 오산이에요. 임 선생님이 누군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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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스승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했던 추측이 진짜였어. 그때 이놈이 진짜 죽은 척 연기하고 도망친 거였네. 흥, 그래도 결국 죽을 운명을 피하지는 못했군. 너희들 한국에서는 이걸 인과응보라고 하더군. 그 말이 진짜 지금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네.”한중오는 감정이 격해져 목 놓아 통곡하다가 미친 듯이 웃어대며 난리를 피웠다.몇 분이 지나고서야 한중오는 정신이 나간 듯한 상태에서 벗어나 점차 이성을 되찾았고 이내 몸을 돌려 임지환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임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고마울 게 뭐가 있어?”임지환은 다소 의아해했다.“이놈을 죽인 건 임 선생님이잖아요. 이놈을 죽인 사람은 곧 제 은인입니다. 예전의 제 무례함과 오만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이 순간에서야 이 니혼 검도 대사는 진심으로 임지환에게 탄복하며 예의를 갖췄다.“감사까지는 필요 없고, 앞으로 우리 한국 무사들에게 예의를 갖추도록 해.”그러고는 유란에게 머리 돌려 지시했다.“유란, 난 지수를 먼저 데리고 올라갈 거야. 넌 우리 장모님을 데리고 올라가. 얼른 여기를 떠나야 해.”임지환은 지시를 내리고 배지수를 안아 들었다.유란은 고개를 저으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유옥진을 안았다.“장모님이라고? 그러면 임지환이 안고 있는 여자는 임지환의 아내인 거야? 어휴... 임지환에게 시집가려고 했는데, 다 글러 먹었네.”소유리는 임지환의 말을 듣고 실망과 아쉬움이 가득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댔다.사실 소유리는 이미 마음속에서 임지환을 자기 미래 남편으로 찜해 둔 상태였다.“정확히 말하면 저 여자는 임 선생님의 전처예요.”유란은 소유리의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웃으며 입을 열었다.“물론, 전처라고 해도 유리 씨가 가망 없는 건 마찬가지예요.”“무슨 뜻이죠? 혹시 나랑 남자 놓고 경쟁할 생각인가요?”소유리는 자존심 강한 싸움닭처럼 고개를 높게 치켜들며 따졌다.“오해하지 마세요. 난 단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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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한국에서 태어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네. 임지환이 니혼에서 태어났다면 틀림없이 우리를 이끌고 무도 세계의 정상에 올랐을 텐데 말이야.”한중오는 내심 아쉬운 듯 중얼댔다.“제가 임지환과 결혼만 하면 임지환도 우리 민족의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소유리는 교활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스승님, 스승님의 꿈도 머지않아 이루어질 겁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얼른 올라가십시오.”한중오는 소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재미 삼아 말한 게 아니거든요. 임지환이 동의하지 않으면 돈을 퍼부으면 돼요. 2000억으로 안 되면 2조를 퍼부으면 되잖아요. 이렇게 큰 금액을 보고도 마음이 안 흔들릴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 전에, 먼저 결혼 자금을 모아야겠네요.”소유리는 계획을 털어놓고 나서 금은보화가 가득 담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스승님, 이 안에는 가격이 어마어마한 보물이 잔뜩 있어요. 나르는 건 스승님에게 부탁할게요.”“유리 씨, 제 몸은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한중오는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나르기엔 아마도...”“설마 저한테 시키실 건가요? 스승님, 여기는 스승님께 맡길게요. 수고하세요!”소유리는 진지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깡충깡충 뛰며 나갔다.검도 대사 한중오는 자기가 막일꾼으로 전락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임지환 일행이 지상으로 돌아오는 동시에 마침 허청열도 헬리콥터를 타고 다시 돌아왔다.“허 교관, 타이밍이 아주 기가 막히네. 이제 여기 일이 다 마무리됐으니 날 용은 저택으로 바로 보내주면 될 것 같아.” 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선생님, 오늘은 아무래도 저와 함께 금릉에 한 번 다녀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허청열은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해?”임지환의 얼굴에서 미소가 천천히 자취를 감췄다.“방금 본부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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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좋아요, 화 장군님을 구하겠다고 약속만 하신다면 모든 건 임 선생님에게 맡기겠습니다.”허청열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걱정 마. 화 장군님이 숨만 붙어 있다면 반드시 장군님을 구할 방법이 있습니다.”임지환은 말을 마치고 한 손으로 배지수를 안고 공중에 떠 있는 헬리콥터에 올랐다.유란은 병아리 한 마리를 집어 올리듯 유옥진을 가볍게 들고 뒤따랐다. 이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은 유란은 그녀를 대충 들고 있었다.“유리 씨, 갈 거예요, 안 갈 거예요?”허청열은 소유리를 한 번 쓱 보며 물었다.비록 허청열은 니혼 사람에 대해 별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소유리는 특별한 신분을 가진 니혼 사람이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게다가 허청열은 굳이 어린 소녀와 시시콜콜 따질 정도로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었다.소유리는 그 말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먼저 임지환을 데려다주시고 그 후에 저와 스승님을 데리러 와주세요.”“그러죠.”허청열은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고 바로 헬리콥터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용수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려 헬리콥터를 부두로 돌렸다.“임 대사님, 돌아오셨군요!”“역시 임 대사님은 무사히 돌아올 줄 알았어요!”“우리가 이번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임 대사님 덕분이에요!”부두에 있던 귀빈들은 임지환이 무사히 돌아오자 기쁨에 가득 차 환호했다.“저 자식, 운이 진짜 좋네. 이 정도로 궁지에 몰아넣었는데도 죽지 않아?”사람들 속에서 오직 송진국만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 이를 갈았다.“차를 이미 준비해 놨습니다. 더 늦기 전에 바로 출발하시죠.”임지환이 헬리콥터에서 내리자마자 허청열은 군용 지프를 불러와 대기했다.“유란아, 이 두 여자를 먼저 예씨 가문으로 데려다줘.”임지환은 유란에게 배지수를 맡기며 부탁했다. 배지수는 아직도 의식이 없었다.“임 선생님, 이건 임 선생님과 지수 씨 사이의 관계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잖아요. 임 선생님이 직접 데려다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유란은 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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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송진국, 네 아들이 아무리 허물을 벗고 나와도 임 대사의 상대가 될 수는 없어. 그러니 너희 송씨 가문은 이번에 패배할 운명을 피해 갈 수 없어.”강진수는 송진국을 힐끗 쳐다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그건 강 문주님이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저는 이미 천문의 장로들에게 연락해 놨거든요. 장로들이 저를 전력으로 도와주기로 했으니 우리 송씨 가문은 이번 내기에 반드시 이길 겁니다.”임지환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천하무적일 리는 없었다.천문 장로회의 지원을 받으면 송씨 가문이 이길 확률은 90% 이상일 것이다....오후가 되었다.모든 준비를 마친 임지환은 낡은 등나무 상자를 하나 들고 용은 저택에서 걸어 나왔다.“임 선생님, 이렇게 빨리 나오시는 겁니까?”지프에 앉아 있던 허청열은 임지환이 단 하나의 등나무 상자만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임지환이 그래도 꽤 많은 물건을 가져갈 줄 알았는데 임지환이 전에 말했던 그 상자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임지환은 손으로 나무 상자를 툭툭 치며 미소 지었다.“이 친구만 있으면 충분해.”“그럼 바로 부두로 모시겠습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가면 더 빠를 겁니다.”허청열도 수다 떨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임지환과 함께 부두로 돌아갔다.그 시각, 강변 부두에는 모든 손님이 이미 떠났고 오직 니혼 사람들만이 부두에 남아 있었다.마침내 긴 기다림 끝에 마지막 헬리콥터가 성공적으로 돌아왔고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착륙했다.헬리콥터의 프로펠러 굉음 속에서 큰 체형과 작은 체형의 두 사람이 헬리콥터에서 내려왔다.두 사람의 뒤를 따르던 용수 병사들은 큰 상자를 몇 명이 힘겹게 들어냈다.“한중오 스승님!”“유리 씨!”무사히 돌아온 두 사람을 보자 니혼 검도관의 제자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소유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이들은 니혼으로 돌아가서 할복해야 했을 것이다.“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스승님, 먼저 모두를 데리고 돌아가세요. 이 상자는 제가 알아서 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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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임지환은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이 어린 소녀가 약속을 지키는 성격일 줄은 몰랐다.“필요 없어. 상자 안에 있는 건 전부 네가 가져가.” 임지환이 고개를 저으며 보물 상자를 사양했다.“그건 안 돼, 난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소유리는 임지환이 거절하자 초조해지며 급히 말했다. “네가 안 받으면 이 상자 여기 두고 가버릴 거야.”“상자 안 물건이 어떤 경로로 온 건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잖아. 나도 보물을 처리하기 어려워. 그러니 네가 가져가는 게 나아.”임지환은 냉랭한 말투로 단호하게 거절했다.임지환은 번거로운 일을 유독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임지환에게는 이 보물이 별 가치가 없었다.“임 선생님, 유리 씨도 선의로 그러는 거니 받아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옆에 있던 허청열이 두 사람의 실랑이를 보며 참지 못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저는 금릉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 상자 속 물건은 제가 대신 처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이 상자 안의 물건을 정말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아?”임지환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물론이죠!”허청열은 가슴을 두드리며 장담했다.“부탁이 하나 있는데 제가 한 번 열어봐도 될까요?”“그래, 열어 봐.”임지환이 어깨를 으쓱였다.소유리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허청열은 허락을 받자마자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뚜껑이 열리자 허청열의 눈앞에는 금은보화가 가득 넘쳐나는 황홀한 상자 내 모습이 드러났다.탁!허청열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애써 침착한 척 뚜껑을 다시 덮었다.그리고 임지환에게 다가가 쓴웃음을 지었다.“임 선생님, 이 물건 혹시 어느 무덤에서 파낸 게 아닙니까?”이 상자에 가득한 금은보화는 최소 수백억대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임지환 앞에서 큰소리를 쳤던 허청열은 이내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이 보물은 정당한 경로를 통해서 얻은 건 아니지만 무덤에서 가져온 건 절대 아니에요. 딴 건 보증할 수 없어도 이것 하나만은 내가 보증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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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말을 마치자마자 임지환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청월은 헬리콥터의 좌석에 먼저 앉았다.“이봐...”임지환은 당황해서 머리를 긁적였지만 이청월 앞에선 두 손 들어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세상에, 임 선생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 있군요.”옆에서 허청열이 보기 드문 구경거리를 보며 임지환을 비꼬았다.“네놈이 정보를 흘린 거지?”임지환이 허청열을 흘긋 쳐다보며 담담하게 추측을 털어놨다.“너 말고 내가 금릉에 가는 걸 아는 사람이 없잖아.”“천만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허청열은 상황이 심상치 않자 슬그머니 엉덩이를 들어 자리를 뜨려 했다.“어딜 도망가려고? 가만히 앉아 있어!”임지환은 허청열의 옷깃을 잡아 병아리를 집어 던지는 것처럼 좌석에 던졌다.“허 교관, 죄송해요. 저 때문에 피해를 보네요.”이청월은 혀를 내밀며 사과하는 듯했지만, 눈빛에는 전혀 사과의 기색이 없이 고소해하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섣불리 좋아하지 마, 이따가 너도 난처해질 거니까.”임지환은 굳은 얼굴로 이청월을 노려보며 그녀를 겁주었다.“얼씨구? 하나도 안 무섭거든?”이청월은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어쨌든 이제 내가 올라탔으니 날 버리고 갈 수는 없잖아, 안 그래?”“한번 해볼까?”임지환은 천천히 이청월에게 다가갔다.“앗,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이청월은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좌석에 쓰러졌다.“발 연기가 너무 심하잖아. 아직 널 다치지도 않았어.”임지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이청월은 창백한 얼굴을 들고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비행기 멀미 오래된 병인데, 아까 급히 오느라 약을 안 가져왔어.”“그래? 그럼 침놓아 줄까?”임지환은 그 말에 가방을 열려고 했다.그러자 이청월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까진 없어. 네가 내 옆에 앉아주면 나아질 거야.”“앉아 있는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어?”임지환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옆에 있던 허청열은 임지환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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