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치자마자 임지환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청월은 헬리콥터의 좌석에 먼저 앉았다.“이봐...”임지환은 당황해서 머리를 긁적였지만 이청월 앞에선 두 손 들어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세상에, 임 선생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 있군요.”옆에서 허청열이 보기 드문 구경거리를 보며 임지환을 비꼬았다.“네놈이 정보를 흘린 거지?”임지환이 허청열을 흘긋 쳐다보며 담담하게 추측을 털어놨다.“너 말고 내가 금릉에 가는 걸 아는 사람이 없잖아.”“천만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허청열은 상황이 심상치 않자 슬그머니 엉덩이를 들어 자리를 뜨려 했다.“어딜 도망가려고? 가만히 앉아 있어!”임지환은 허청열의 옷깃을 잡아 병아리를 집어 던지는 것처럼 좌석에 던졌다.“허 교관, 죄송해요. 저 때문에 피해를 보네요.”이청월은 혀를 내밀며 사과하는 듯했지만, 눈빛에는 전혀 사과의 기색이 없이 고소해하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섣불리 좋아하지 마, 이따가 너도 난처해질 거니까.”임지환은 굳은 얼굴로 이청월을 노려보며 그녀를 겁주었다.“얼씨구? 하나도 안 무섭거든?”이청월은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어쨌든 이제 내가 올라탔으니 날 버리고 갈 수는 없잖아, 안 그래?”“한번 해볼까?”임지환은 천천히 이청월에게 다가갔다.“앗,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이청월은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좌석에 쓰러졌다.“발 연기가 너무 심하잖아. 아직 널 다치지도 않았어.”임지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이청월은 창백한 얼굴을 들고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비행기 멀미 오래된 병인데, 아까 급히 오느라 약을 안 가져왔어.”“그래? 그럼 침놓아 줄까?”임지환은 그 말에 가방을 열려고 했다.그러자 이청월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까진 없어. 네가 내 옆에 앉아주면 나아질 거야.”“앉아 있는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어?”임지환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옆에 있던 허청열은 임지환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끼어들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