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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은침 날리는 용왕: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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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아마도 테러 조직 사람들이 유람선의 승객들을 납치한 것 같아. 듣기로는 그 위급한 상황에서 임 대사가 선뜻 나선 덕분에 모두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배국권은 유람선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고 나서 무언가가 떠올라 배지수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러고 보니... 그 임 대사가 우리 배씨 가문에 여러 번 도움을 주신 적이 있잖니. 이번에 그분을 유람선에서 만나긴 했어?”배국권은 늘 소망이 하나 있었다. 배씨 가문이 임 대사와 어떻게라도 얽혀서 배경으로 둔다면 앞으로의 부귀영화는 따 놓은 당상일 것이기 때문이었다.“할아버지, 망상이 너무 심하네요. 임 대사님은 어마어마한 배경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배씨 가문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죠. 그런 대단한 분이 여러 차례 우리에게 도움을 주신 건 아마도 진운 도련님 덕분일 거예요.”배지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유람선 위에서 임 대사는 자기와 어머니에게 굉장히 모욕적이었고 안중에도 없는 자태를 보여줬었다.둘 사이의 차이는 넘을 수 없는 깊은 협곡 같아서 배지수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절망적인 차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임 대사는 누구나 다 아는 탁월한 신분과 지위를 가진 분이니 진운조차 임 대사를 움직이게 할 수 없을지도 몰라. 지수야, 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어. 널 집으로 데려다준 그 아가씨가 말하길 임 대사가 그 아가씨더러 너희 모녀를 잘 모시고 저택에 보내드리라고 특별히 당부했다고 하더구나.”배국권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그럴 리가 없어요. 임 대사님은 배 위에서 날 정말 쌀쌀하게 대했거든요. 절대로 사람까지 시켜 우리를 저택까지 잘 모시라고 할 수 없죠.”배지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어째서 임 대사는 이렇게 앞뒤가 다를까?“바보야, 임 대사는 지금 우리 강한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거물이야. 그런 거물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널 특별히 대하는 모습을 보일 리가 없잖아. 눈치 빠른 사람들이 임 대사가 너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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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듣고 보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구나. 어쨌든 우리 배씨 가문에겐 좋은 일이야. 하지만 지금 제일 급한 건 일단 준영의 병을 고치는 거야.”배국권에게 있어 현재 가장 큰 걱정은 배준영의 병이었다.“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회사 일은 전부 수경에게 맡겼어요. 금릉 쪽 병원도 미리 다 예약해 놨으니 언제든 출발할 수 있어요.”배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진성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아니었다면 배지수는 아마 지금쯤 금릉에 도착했을 것이다.“서두르지 마, 네 큰아버지와 영지 일행이 오면 다 함께 가자꾸나.”배국권은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말했다.“우린 준영의 병을 보러 가는 거잖아요. 큰아버지네가 왜 끼는 거죠? 제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주세요.”배지수의 목소리엔 분노가 섞여 있었고 표정이 단번에 차가워졌다.“지수야, 거 참 듣기 거북한 말을 하고 있구나. 우리 아들이 너희 남매 때문에 식물인간이 된 사실을 벌써 까먹었어? 다 배씨 가문 사람인데 누구 하나 편애할 수는 없지 않겠어?”배지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배전무와 배영지가 배지수의 저택 거실로 들어왔다.“손등도 손바닥도 다 살인데 너도 이 할아버지가 곤란해지길 원하지는 않겠지? 그리고 인국이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식물인간이 된 이상 이렇게 무관심하게 둘 수는 없잖아.”배국권은 감정적으로 호소하며 이성적으로 배지수를 설득하려고 애썼다.배국권도 항상 화목하던 배씨 가문이 이번 일로 붕괴하여 뿔뿔이 흩어지기를 결코 원하지 않았다.“할아버지의 체면을 봐서 과거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게요.”결국, 배지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하지만 이번에 금릉에 가서 저 사람들이 또 훼방을 놓으면 그땐 제가 가족이고 뭐고 가리지 않을 거예요.”...한편, 임지환은 허청열의 주선으로 화연평 장군의 저택에 도착했다.이곳은 금릉에서 최고급 규모를 자랑하는 대저택이었다.임지환은 저택에 들어오면서 최소한 일곱 군데의 감시초소를 발견했다.그리고 초소마다 무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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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모두가 그 자리에서 임지환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도대체 이 청년은 무슨 배경이길래 감히 침왕의 치료를 막을 수 있는 거지?“임 선생님, 이건... 너무 무모한 거 아닙니까?”심지어 허청열도 지금은 임지환을 충격에 빠진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아무래도 임지환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바로 나설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이봐, 젊은이, 난 네가 누구든 전혀 상관없어. 이것만 명심해. 지금 화 장군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상태야. 이 손을 놓지 않으면 널 거칠게 다룰 거니까 그렇게 알아.”이민재의 짙은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가면서 냉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위협했다.“청열아, 다 들었지? 아직도 안 데리고 나갈 거야? 빨리 데리고 나가! 이 침왕이 우리 아버지 치료하는 걸 방해하면 네가 용수의 교관이라 해도 그 책임을 질 수 없을 거야!”화도윤의 얼굴에는 냉정함이 스며 있었다.허청열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며 설득했다.“임 선생님, 제발 잠시 물러나 주십시오. 이 침왕의 치료가 끝나고 나면 그때 치료하셔도 늦지 않습니다.”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자기 소견을 밝혔다.“이 사람이 침을 끝까지 놓게 되면 나중에 내가 치료한다고 해도 화 장군의 목숨은 살릴 수 없어.”“입 다물어! 지금 우리 집에 들어오자마자 우리 아버지를 직접 보지도 않고 그런 개소릴 지껄여? 우리 화씨 가문이 네가 함부로 날뛰는 곳이라고 착각하는 거야?”화도윤이 성난 목소리로 임지환을 향해 외친 후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화도윤 뒤에 서 있던 경비병들이 우르르 방에 들어와 바로 임지환을 둘러쌌다.허청열은 그 광경을 보고 황급히 임지환을 변호하며 말했다.“임 선생님은 단지 조급해서 그런 것입니다. 임 선생님이 화씨 가문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려는 의도는 하나도 없습니다.”“청열아, 내가 네 체면을 봐서 한 번만 기회를 주는데 지금 당장 이 녀석을 데리고 나가! 그러면 없던 일로 해줄게. 근데 저 녀석이 계속 이렇게 날뛰면 나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명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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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침왕 이민재는 그야말로 금릉 의학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이민재는 절묘한 침술 하나로 금릉에서 명성을 떨쳤다.수십 년간 이민재가 구해낸 사람은 적으면 수백 명, 많으면 수천 명에 달했다.이민재의 침술은 세상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실상부한 실력이었다.이런 뛰어난 의술을 자랑하는 신의는 아무래도 임지환이라는 출처 불명의 돌팔이보다 훨씬 더 믿을 만했다.게다가 임지환이 한 말은 화도윤에게 그저 터무니없게만 들렸다.이민재의 침왕 명성은 자타가 공인한 것이지 이민재 자신이 부풀린 것이 절대 아니었다.이런 신의의 의술을 동원한다면 아버지의 상태도 곧 회복될 것이다.생각을 마친 화도윤은 이민재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침왕, 아까는 제가 잠시 실수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화 선생, 이번에는 당신이 아버지를 구하려는 다급한 마음을 고려해서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바로 떠날 겁니다.”이민재는 뒷짐을 지고 서서 자부심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그러고는 다른 한 손에 은침을 들고 돌아서서 침대에 누워 있는 화연평을 바라보았다.이때의 화연평은 얼굴이 칠흑처럼 검게 변했고 숨결이 미약해서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다.“화 장군님은 사악한 기운이 몸에 침투된 상태입니다. 제가 은침으로 경락을 자극해 체내의 생기를 불러일으켜 정의로운 기운으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면 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 침을 놓으면 장군님의 생명은 문제없을 겁니다.”이민재는 자세히 화연평의 상태를 설명하면서 은침을 손가락 사이에 집어넣고 노인장의 미간에 놓았다.“콜록콜록...”그 순간, 화연평의 얼굴에 퍼져 있던 검은 기운이 사라졌고 갑자기 눈을 뜨며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아버지가 정말 깨어났네요. 이 침왕은 정말 명불허전입니다!”화도윤은 이 장면을 보자마자 감격스러워 어쩔 바를 몰랐고 급히 이민재 앞에 다가가 예를 표하며 말했다.“이 침왕,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은혜를 이 화도윤이 평생 잊지 않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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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아버지, 그냥 편히 누워 계세요. 이 침왕이 계시잖아요. 임지환이라는 사람은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작은 인물일 뿐입니다.”화연평과 달리 화도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했다.이민재도 미소를 지으며 화도윤을 거들었다.“저 이민재가 보장하건대, 보름도 안 돼서 장군님께서 완전히 회복되실 겁니다.”“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임 대사는...”화연평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아버지, 굳이 임지환이라는 사람에게 빚진 기분이 드신다면 나중에 제가 돈을 좀 주면 됩니다. 그냥 진료비라고 생각하면 되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아버지가 온전한 상태로 요양하시는 겁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깔끔하게 처리할게요.”화도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면...”화연평은 유유하게 한숨을 내쉬며 더는 말을 잇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이 침왕, 이번엔 전부 당신 덕분입니다. 제가 금릉에서 가장 좋은 5성급 호텔에 성대한 만찬을 준비했으니 부디 와주십시오.”화도윤은 손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이민재도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나란히 저택을 떠날 준비를 했다.삑!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짧고 낮은 경고음이 밖에서 들려왔다.“푸흡...”조금 전까지 혈색을 되찾았던 화연평이 갑자기 입에서 피를 왈칵 쏟아냈고 온몸의 힘이 풀려 경직된 상태로 침대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검은 피가 화도윤의 옷에 가득 튀었다.“이 침왕, 이게 무슨 일입니까?”화도윤은 믿을 수 없는 충격에서 벗어나자마자 이민재에게 목소리를 높여 따졌다.항상 침착한 태도를 보이던 이민재조차도 당황스러워하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논리적으로만 보면 화연평이 안정된 상태여야 했는데 어째서 갑자기 피를 토하는 거지?“역시 임 선생님 말씀이 맞았군요. 이제 장군님을 구할 방법은 임 선생님을 다시 모셔 오는 것뿐입니다.”이 광경을 목격한 허청열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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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화 장군의 아들이 애초에 내가 치료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임지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뭐야? 그럼 쫓겨났단 말이야?”이청월은 미간을 찌푸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저 멀리 강한에서 여기 금릉까지 와서 이렇게 기분 더러운 대접을 받아야 해? 가자, 당장 가서 저 사람들과 제대로 따져보자!”이청월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에서 뛰어내리며 당장 임지환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했다.하지만 임지환은 먼저 손을 뻗어 이청월의 어깨를 살며시 누르면서 말렸다.“날 믿지 못하는데 굳이 얼굴 붉힐 필요는 없잖아.”“그럼 지금 어쩔 건데?”이청월은 그 말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운이 쭉 빠졌다.“당연히 강한으로 돌아가야지.”임지환은 가볍게 웃으며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그러자, 우리 강한으로 돌아가자. 강한에선 아무도 너한테 무례하게 굴 수 없어.”이청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 시동을 걸었고 차는 천천히 출발했다.차 안에서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고 분위기는 다소 어색했다.“청월아, 요즘 너 정말 고생 많았어. 유란 같은 소수의 몇몇 사람들 외엔 너만큼 날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임지환은 집중하며 운전하는 이청월의 옆모습을 보며 진심이 묻어나는 말을 내뱉었다.끼익!갑작스러운 급브레이크에 임지환은 몸이 앞으로 휘청였지만 다행히 빠른 반사 신경 덕분에 좌석에서 튕겨 나가지 않았다.“내가 뭘 잘못 말했나?”임지환은 이청월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반응이 이렇게 심해?”이청월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호흡은 조금 가빠진 것 같았다.“그... 그냥 네가 칭찬하는 말을 한다니 좀 놀랐을 뿐이야.”해가 서쪽에서 떴나? 목석같은 남자 임지환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청월은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네 눈에는 감정 없는 사람으로 보여?”임지환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런 뜻은 아니야.”이청월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 보탰다.“그냥 네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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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나무는 껍질 없이 못 살고 사람은 자존심 없이 못 산다.방금 일어난 치욕적인 일은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텐데 하물며 임지환 같은 거물급 인물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화 장군의 생명이 걸린 일인데 내가 목숨을 걸지 않을 수 없지.”허청열은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나 두 발로 바닥을 강하게 차자 그의 몸이 마치 스프링이라도 달린 것처럼 공중으로 훌쩍 튀어 올랐다.허청열은 허공에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수십 미터를 단번에 날아 임지환이 타고 있던 지프차 보닛 위에 가볍게 착지했다.끼이익!이청월은 허청열의 갑작스러운 거동에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지프차는 관성 때문에 스무 미터 이상을 미끄러지다 겨우 멈춰 섰다.“허 교관, 제정신이세요? 죽지 못해 안달이 났어요?”이청월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차 문을 열며 쏘아붙였다.“임 선생님, 화 장군님께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아까 일은 제발 너그럽게 용서하시고 저와 함께 돌아가셔서 그분을 살려주세요.”허청열은 몸이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이 숙이며 절박하게 부탁했고 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내가 아까 이미 말했잖아. 너희가 내 말을 듣지 않았을 뿐이지. 이제 와서 나보고 돌아가라고? 웃기고 자빠졌다.”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차갑고 단호하게 거절했다.“하지만... 지금은 임 선생님만이 화 장군님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분의 생사는 오직 당신 손에 달려 있다고요. 우리 용수는 화 장군님 없이는 절대 존재할 수 없습니다.”허청열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고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남자는 절대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그분이 죽든 살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화씨 가문 사람들이 날 믿지 않았으니 전적으로 그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야. 세상에 후회 약은 없는 법이야, 알겠어?”하지만 허청열의 눈물에도 임지환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그건...”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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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그러자 눈앞에 보인 것은 날카로운 칼로 깎아낸 듯한 임지환의 또렷한 얼굴이었다.“임 선생님...”화도윤은 입을 열었지만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잇지 못했다.“네가 그래도 효자인 걸 봐서 이번 한 번은 내가 특별히 치료해 줄게.”임지환은 담담하게 말했다.“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임 선생님!”화도윤은 순간 눈앞이 환해지고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아버지를 살릴 수만 있다면 돈이 얼마나 들든 다 드리겠습니다. 우리 집안이 망해도 상관없습니다!”“내가 치료한다고는 했지만...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는 화 장군님의 운에 달린 일이야.”임지환은 천천히 이성적으로 말했다.“괜찮습니다. 선생님만 나서주신다면 그 결과는 우리가 모두 책임지겠습니다. 임 선생님, 제발 지금 바로 가주시죠. 시간이 늦어지면 아버지 상태가...”화도윤은 급하게 덧붙였다.“서두를 필요 없어.”임지환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화도윤의 천문혈에 은침을 찔렀다.“임 선생님, 이건 대체...”화도윤은 깜짝 놀라며 임지환이 앙갚음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방금 충돌로 네 몸에 내상이 생겼어. 내가 지금 은침으로 네 몸 안의 응혈을 걷히는 중이야.”임지환은 천천히 침의 끝을 돌리며 설명했다.그러자 화도윤은 온천에 몸을 담근 듯 온몸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해지며 쾌적한 기운이 퍼져나갔다.이 신비로운 치료에 화도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잠시 후, 임지환은 은침을 거두었다.화도윤은 몸속의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꼈고 다친 적이 없는 사람처럼 개운했다.“임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멀어 그동안 무례하게 굴었던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용서해 주십시오!”그제야 화도윤은 임지환의 침술에 완전히 굴복했다.“이제 와서야 잘못을 인정하는 건가요? 처음부터 이런 태도였으면 지금 이 사단도 없었을 거잖아요.”이청월은 눈을 굴리며 임지환을 대신해 억울함을 토로했다.“맞습니다, 맞습니다. 모든 건 다 제 잘못입니다!”화도윤은 이청월의 말에 부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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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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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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