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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은침 날리는 용왕: Chapter 481 - Chapter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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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1화

임지환은 더 이상 이 여자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천천히 저택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여자 뒤에 있던 직원들은 그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누구도 감히 나서서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거기 서!”양서은이 앞으로 뛰어와 임지환의 길을 가로막았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임지환은 양서은의 가슴이 거의 자기 얼굴에 닿을 듯한 느낌을 받았다.“왜? 나랑 같이 자고 싶어?” 임지환은 진담 반 농담 반 섞인 말투로 비꼬았다.“너...”양서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억지로 억누르고 차갑게 웃었다. “넌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내가 왜 어리석지?” 임지환은 그 말에 웃으며 물었다.“네가 대사인 건 맞지만, 이번에 우리가 상대해야 할 인물은 거미줄 조직에서 세 번째로 랭크된 골드 킬러야. 게다가 이 인물은 우리 국제 수사국 내부에서도 S급으로 분류된 지명 수배자야. 이 인물의 무술 실력이 너보다 한참 우위에 있는 건 물론이고 이 인물이 속한 거미줄 조직엔 대사급 무사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숨어 있어. 만약 네가 우리와 협력하지 않는다면 암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거야.”양서은은 한꺼번에 자기 패를 다 까고 나서 팔짱을 끼고 임지환을 바라보았다.“그 자식이 날 암살하러 온다고?”임지환은 그 말을 듣고 멈칫하다가 물었다.양서은은 임지환이 자기 말에 공포감을 느끼는 줄 알고 예쁜 눈 속에 자부심이 살짝 스쳤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응.” 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그대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너 뭐 하는 거야?”양서은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반응했다.“그 녀석이 날 암살하러 올 거라며? 이런 상황에서 내가 너희와 협력하면 그 녀석이 경계심을 가지고 모습을 감출 게 뻔하지 않겠어? 허청열의 면목을 봐서 좋은 말로 충고하는데, 어서 우리 집에서 나가. 그 탐랑인지 뭔지 하는 놈이 이 모습을 본다면 암살 대상이 너희로 바뀔지도 몰라.”임지환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으며 말하고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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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여기까지 왔는데 뭐 그렇게 숨어 있어? 널 기다리다가 목이 빠질 뻔했어.”임지환은 마당을 쓱 훑어보며 어둠 속에 대고 홀가분한 말투로 가볍게 말했다.“이 녀석이 혹시 몽유병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한밤중에 왜 마당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거지?” 대문 밖 풀숲에 숨어 있던 수사국 직원들은 이 장면을 보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리둥절해했다.“임지환이 몽유병이 있는 건 아니야. 뭔가 이상한 점을 감지한 것 같아. 설마... 탐랑이 정말 온 건가?”양서은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고 곧장 풀숲에서 나가 상황을 묻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펑!바로 그 순간, 갑자기 마당 안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거대한 연막이 뿜어져 나오면서 순식간에 임지환의 모습이 그 연막 속에 잠겼다.“이건 미혼연이야! 탐랑이 드디어 나타났어! 임지환은 너무 자기 실력을 믿고 상대방을 과소평가했어. 대사급 강자라 해도 이 미혼연을 마시면 한동안 전투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어. 다들 눈 똑바로 뜨고 있어. 이제 우리가 나가서 구출할 차례야.”양서은은 배낭에서 방독면을 꺼내 쓰고 곧장 마당 안으로 뛰어들었다.“너 빨리 나가, 여기서 말썽부리지 말고!”마당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임지환의 목소리가 양서은의 귀에 들려왔다.“너... 왜 아무렇지도 않지?”양서은은 소리를 듣고 위치를 파악했고 재빨리 임지환의 옆으로 이동했다.하지만 양서은을 경악하게 만든 건 연기 속에서도 임지환은 중독된 기색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이 정도 독 연기는 나한테는 그냥 아이들 장난에 불과해. 그것보다 너 자신과 부하들부터 먼저 챙기는 게 좋을 거야.”임지환은 말을 마치고 시선을 멀지 않은 풀숲 쪽으로 돌렸다.“으악!”바로 그때, 풀숲에서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비명이 양서은의 귓가에 울렸다.“큰일이야, 탐랑의 범을 산으로부터 유인하는 계책에 걸렸어!”비명을 듣는 순간, 양서은은 바로 자기가 탐랑의 손에 놀아났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양서은이 허겁지겁 팀원을 구하러 가려고 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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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바로 그때, 가냘픈 그림자 하나가 땅을 뚫고 나왔다.눈만 드러낸 채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튀어나와 단도를 들고 임지환을 찌르려고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오래 기다렸어, 어서 와.”갑작스러운 기습에도 임지환은 전혀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임지환은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번개 같은 속도로 두 손가락을 뻗었다.까닥...서슬퍼런 빛을 내뿜던 단도는 임지환의 손가락 앞에서 진흙으로 만든 것처럼 너무나 쉽게 부러지고 말았다.“뭐야?”검은 옷의 자객은 순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혹하여 저도 몰래 말이 새어 나왔다.임지환이 자기가 설치한 미혼연에 중독되지 않은 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하지만 임지환은 자객의 반응을 무시한 채, 손가락을 칼처럼 사용하여 그의 가슴을 정확히 찔렀다.그 순간, 임지환의 눈에 잠깐 혼란스러운 빛이 스쳐 갔다.펑!예기치 못한 손가락 공격에, 검은 옷의 자객은 그대로 공중으로 튕겨 나갔다.“이놈, 뭔가 수상한데...”임지환은 자기 손가락에 맞아 날아간 자객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임지환, 저쪽에 저격수가 있어!”임지환이 누워있는 자객을 잡아 일으켜 더 자세하게 알아보려는 찰나, 양서은이 갑자기 뛰어와 소리쳤다.“가슴 크면 머리에 든 게 없다고 하더니, 딱 너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임지환은 양서은의 가슴이 요동치는 것을 힐끗 보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혼잣말로 중얼댔다.그러고는 다시 손을 뻗어 은침을 하나 꺼냈다.“이런 상황에서 나와 성희롱할 기분이 나냐?”임지환의 시선을 느낀 양서은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펑!하지만 양서은의 말에 돌아온 건 임지환의 대답이 아닌 어둠을 가르는 둔탁한 총소리였다.임지환은 총소리가 나자마자 빠르게 손목을 살짝 흔들어 손에 숨겨둔 은침을 던졌다.슉!이내 아까 양서은에 눈앞에서 번뜩이던 은빛 광채가 다시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은빛 광채가 빠르게 날아가며 총알을 다시 한번 정확하게 막아냈다.이번엔 양서은의 운이 좋았다. 그 총알은 양서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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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날렵한 칼날이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서늘한 빛을 담아 임지환의 머리 위로 내리쳤다.“미혼연이 효과를 발휘했나 보구나. 이 녀석, 방어조차 하지 않다니.”임지환이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은발 남자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슉!하지만 남자의 긴 칼이 내려오기 직전, 임지환이 그의 예상을 깨고 몸을 움직였다.임지환은 천천히 손을 뻗어 허공을 가르듯이 휘둘렀다.순간, 은빛 광채가 은발 남자의 눈앞을 스쳐 갔다.쨍그랑...다음 순간, 남자의 몸이 갑자기 격렬하게 떨렸고 손에 들고 있던 긴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뚝, 뚝...시뻘건 피가 남자의 이마에서 빗방울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남자는 어렵게 손을 들어 이마에 박힌 은침들을 빼내려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결국 남자는 천천히 바닥에 쓰러졌고 피가 금세 땅을 붉게 물들였다.임지환은 반쯤 웅크린 채 쓰러진 남자의 모습을 관찰했다.그때, 양서은이 살아남은 부하들과 함께 달려왔다.“네가 이렇게 쉽게 탐랑을 해치우다니, 내가 널 과소평가했구나.”양서은은 은발 남자의 시신을 검사한 뒤, 경멸에 찬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보던 태도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양서은 뒤를 따르던 남자 직원들은 임지환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목격한 뒤, 함부로 세 치 혀를 놀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죽은 사람이 탐랑이라고? 누가 그랬어?”임지환은 돌아서서 양서은을 비웃으며 물었다.“우리는 탐랑을 3년 동안 추적해 왔어. 재가 되더라도 난 탐랑을 알아볼 수 있어. 이 죽은 사람이 바로 탐랑이야. 틀림없어!”양서은은 확신에 참 목소리로 말했다.“난 너희 국제 수사국의 수사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이런 놈은 나뿐만 아니라 아무 대사나 와도 식은 죽 먹기로 죽일 수 있을 거야.”임지환은 냉랭하게 웃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양서은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어질어질해진 머리를 흔들며 중얼댔다. “그럼... 우리가 지금껏 확보한 정보가 다 가짜였던 거야?”“아니, 대부분은 진짜였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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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이 뜨거운 감자는 다시 그들에게 되돌아왔다.수사국 직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약속이나 한 듯 침묵에 빠졌다.누구도 팀장의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게 뻔했다.만약 임지환의 말이 사실이라면 과연 이 상황을 책임질 수 있을까?부팀장 장천은 양서은의 상처를 확인한 후 임지환이 결코 과장된 주장을 펼치지 않았음을 알아챘다.그래서 장천은 미안함이 묻은 말투로 급히 상황을 수습했다.“임 선생님, 방금 김준도 사람을 구하려는 마음이 너무 급해서 말실수한 겁니다. 넓은 기량으로 용서해 주셨으면 좋겠네요.”“김준아, 어서 임 선생님께 사과드려!”“부팀장님, 제가 좀 관심이 지나쳐 말실수를 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김준은 끝까지 고집을 피우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닥쳐! 임 선생님께서 양 팀장이 중독됐다는 걸 알아챈 이상 분명 해결책도 있을 거야. 양 팀장이 죽는 걸 넋 놓고 보고만 있을 거야?”장천은 화난 목소리로 김준을 꾸짖었다.“그건...”김준은 그만 말문이 턱 막혔다.잠시 침묵을 지킨 김준은 결국 이를 악물고 임지환에게 사과했다.“임 선생님, 아까는 제가 경솔했습니다. 제발 화를 푸시고 절 용서해 주십시오.”“내가 널 용서하지 않았다면 넌 이미 시체가 되어 바닥에 누웠을 거야.”임지환은 쌀쌀한 눈길로 김준을 흘겨본 후, 이내 양서은에게 다가갔다.탁!임지환은 사람들 앞에서 은침을 꺼내 양서은의 팔에 꽂았다.그러자 양서은의 팔에서 흘러내리던 검은 피가 순식간에 멈췄다.“이건 은침이잖아요! 제 예상이 맞았군요. 임 선생님, 역시 의술이 뛰어나시군요.”임지환의 능숙한 침술에 장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임지환의 설명을 듣자 장천의 마음은 다시 불안해졌다.“너무 일찍 안심하지 마. 너희 팀장 체내의 독은 보통 독이 아니야. 방금 난 단지 출혈을 막은 것뿐이야. 체내에 깊숙이 들어간 독을 전부 제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침을 놓은 후에도 임지환의 표정은 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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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탐랑의 시체가 가까이에 보란 듯이 누워 있었고 장천은 그 시체를 보며 멍청하게 죽음을 자초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속으로 결심했다.“그래도 난 임지환이 양 팀장에게 뭔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같아요.” 김준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걱정 마. 우리가 이렇게 지키고 있는데 임지환이 감히 무슨 짓을 하겠어? 진짜 양 팀장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 이 목숨을 걸고라도 임지환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장천은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용은 저택 넓은 객실 내.촤악...임지환은 아무 망설임 없이 양서은의 정장 재킷을 찢어버렸다.순간, 한 줄기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하얗고 매끄러운 몸과 풍만한 가슴선이 임지환의 눈앞에 드러났다.양서은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순간이었다.하지만 임지환은 그 황홀한 광경에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임했다.이 순간, 임지환의 눈은 샘물처럼 해맑았고 양서은의 팔에 꽂혀 있던 은침들을 하나씩 뽑아냈다.그 순간, 양서은의 팔에서 짙은 검은 선이 순식간에 퍼지기 시작했다.임지환은 그 광경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양서은의 온몸에 침투된 독은 임지환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임지환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에서 상자를 가져와 그 안에 있는 포장을 천천히 열었다.안에는 18개의 차가운 빛이 번쩍이는 은침이 들어 있었다.“오랜 친구들, 이번에도 너희한테 신세를 지게 되는구나.”임지환은 은침을 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양서은이 깨어 있었다면 아마도 이 장면을 보고 화산처럼 분노하다가 피를 토했을지도 모른다. 임지환에게 있어 은침의 매력이 어떤 매혹적인 여자보다도 더 강력했다.지금 임지환의 머릿속에는 잡생각이 전혀 없었다.침을 뽑고 침을 놓는 동작은 거의 순간적인 차이로 마치 절정에 다다른 예술처럼 완벽했다.18개의 은침 중 임지환은 9개의 가는 침만을 꺼냈다.그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은침들은 임지환의 손에서 생명을 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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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양서은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원망과 증오가 가득 찬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봤다.이 모습은 평소와는 다른 묘한 매력을 풍겼다.“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네 옷을 찢은 건 단지 침을 놓기 편하게 하려고 한 것뿐이야.”임지환은 일어나서 양서은과 눈빛을 마주치며 말했다.“내가 진짜 뭔가 하려고 했다면 네가 저항할 수 있었을 것 같아?”양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생각에 잠긴 듯했다.“이번 한 번만 네 말을 믿어줄게. 계속 해 봐.”양서은은 속으로 임지환의 눈을 파내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화를 누르고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양서은은 기절한 상태에서 깨어난 지금 오른쪽 어깨가 따끔거리고 있음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네 치료가 끝나면 난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할게.”임지환은 유유히 말문을 열었다.“당연하지, 그 정도는 네가 알아서 해. 내가 굳이 귀띔할 필요도 없겠네.”임지환의 해맑은 눈빛을 보지 않았다면 양서은은 이 남자가 일부러 자기를 놀리는 게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양서은은 자기가 모든 남자를 홀릴 수 있는 절세 미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여성스러운 매력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그런 양서은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 앞에서 이런 수모를 겪었다.‘나쁜 놈, 설마 내 매력이 부족한 건가?'양서은은 이를 악물며 속으로 뭔가 굳게 다짐했다.“아야! 좀 살살해!”상처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양서은은 깜짝 놀라 눈물이 맺힌 채로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임지환을 바라봤다.보통 남자라면 이런 야릇하고 애교가 섞인 목소리에 온갖 상상을 하며 흥분했을 텐데 임지환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러고는 상자에서 작은 도자기 병을 꺼내 양서은의 보기만 해도 끔찍한 상처 위에 가루를 뿌렸다.“이게 뭐야?”양서은은 얼떨떨해졌다. 이 가루는 누르께한 황토처럼 보였고 딱히 약 같아 보이지 않았다.“약이야.”임지환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하고는 침을 놓기 시작했다.“이게 약이라고?”양서은은 콧방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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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양서은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그럼 네 생각엔 누가 내통자일 것 같아?”“내가 신선이라도 되는 줄 아나?” 임지환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게다가 내가 누구일 것 같다고 해도 넌 안 믿을 거잖아. 그러니 내통자를 찾는 일은 네가 직접 하는 게 좋겠지.”그 말을 듣자 양서은은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어서 옷 입고 나가. 네 부하들이 내가 뭐라도 할까 봐 다급해서 이 저택 부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임지환은 침실로 돌아가 상자를 제자리에 두고는 외투 하나를 집어 들어 양서은에게 던졌다.양서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외투를 받아 입었다.“오늘 일은 비밀로 해. 바깥에서 오늘 이 일에 관한 소문이라도 들리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양서은은 이를 악물고 임지환을 위협했다.“걱정 마. 나도 오해받고 싶지 않거든.”임지환은 어깨를 으쓱하며 순진한 표정으로 웃어넘겼다.양서은은 이런 태도에 화가 나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도대체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날 이렇게 무시하는 거지?'“그럼, 잘 있어.”양서은은 딱딱한 목소리로 작별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쿵!바로 그때, 갑자기 저택의 문이 외부의 강한 충격을 받고 강제로 열렸다.수사국 직원들이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와 양서은을 둘러쌌다.“팀장님, 괜찮으세요?”“팀장님, 어떠세요? 좀 나아지셨나요?”다들 양서은을 둘러싸고 일제히 질문을 쏟아냈다.“밖에서 기다리라 했잖아. 왜 마음대로 들어온 거야?” 양서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부하들을 나무랐다.“양 팀장님, 걱정돼서 그랬습니다. 그래도 팀장님이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제가 병원에 연락해서 더 자세한 검사를 받으시라고 예약했어요.”김준은 양서은의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필요 없어. 임 대사가 이미 독을 풀어주셨어.”양서은은 손을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주운재의 시신을 강한시 분국으로 옮겨. 나중에 내가 주운재의 가족에게 연락할 거야. 오늘 모두 고생 많았으니 돌아가 일찍 쉬어.”양서은은 피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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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양서은은 그 말에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이 남자는 정말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이 정도 급의 별장이면 문 하나에 400만 정도는 합리적이네. 하지만 난 지금 그렇게 많은 현금이 없어. 나중에 시간이 나면 직접 돈을 가져다줄게. 그래도 돼?”양서은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이렇게 해결해도 될까?”“양 팀장이 나와 약속했으니 나야 당연히 괜찮지. 네 인품을 믿을게. 날 실망하게 하지 마.”임지환은 호탕하게 웃으며 동의했다.“다들 멍하니 뭐해? 얼른 나가! 너희들 때문에 창피해 죽겠네. 이런 말썽이나 일으키고 말이야!”양서은의 호통에 직원들은 싸움에서 진 닭처럼 고개를 떨구고 풀이 죽은 상태로 마지못해 별장을 떠났다.“임 대사, 우리 언젠가 또 보게 될 거야.”양서은은 떠나기 전 임지환을 힐끗 쳐다보고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듣는 듯했지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팀장님, 저 임지환이라는 자식 분명히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거예요. 그 대문 수리비로 진짜 400만을 주시면 완전 봉 되는 거 아니에요?”별장을 나와서도 김준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김준은 기어코 양서은의 심기를 건드려 양서은은 화약통에 불이 붙은 듯 단번에 폭발했다.“네가 그걸 말할 처지야? 내가 밖에서 대기하라고 했어? 안 했어? 꼭 문을 부수고 들어와야겠더냐? 임지환이 돈을 요구한 게 차라리 다행이지. 진짜로 큰 문제 삼고 우리를 골탕 먹이려 했다면 민간 재산을 파괴한 혐의로 신고해 국장님이 직접 나서서 너희를 감싸줘야 할 상황이었을 거야. 알겠어?”양서은은 참지 못하고 억누르던 화를 전부 쌍욕으로 분출했다.양서은의 분노 섞인 질책을 처음 경험한 김준 일행은 쪼그라든 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됐고 주운재의 시신을 잘 수습해서 장례식장으로 옮겨.” 마침내 양서은도 지친 듯 손을 휘저으며 지시를 내리고 주차된 곳으로 걸어갔다.“다들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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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그동안 진대하는 위씨 가문을 위해 줄곧 껄끄러운 일을 해결해 왔다. 사람을 죽이는 것쯤은 진대하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소한 일이었다.“다른 일이라면 몰라도 이번엔 내 역린을 건드린 중대한 일이야. 내가 직접 그놈 숨통을 끊어놓지 않으면 앞으로도 눈치 없는 병신같은 놈들이 계속 이런 무모한 짓을 할 거란 말이야!”위준우는 분노를 전부 쏟아낸 후에야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물론 진대하 당신이 너무 오래 쉬어서 손이 근질근질한 것도 알겠어. 근데 그 임지환이란 놈은 아직 그럴 자격이 안 돼.”“저도 항상 조용히 지내왔지만 그 ‘임 대사'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임지환은 단 세 번의 공격으로 무술 대가를 죽였다고 하더군요. 실력은 상당히 강하답니다. 만약 소문대로 실력이 뛰어난 강자라면 한번 겨뤄보고 싶군요.” 진대하는 입술을 핥으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좋아, 그럼 나랑 같이 가자. 네가 옆에 있으니 걱정할 것 없겠군. 게다가 우리 아버지가 강한시에서 쌓아 놓은 인맥도 있잖아. 그놈을 진짜 죽인다 해도 누가 나한테 뭐라고 할 수 있겠어?”위씨 가문은 당장 강한시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결심했다.다음 날 아침.임지환은 이청월에게 전화를 걸어 대문을 고칠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반 시간도 안 돼 이청월은 차를 타고 용은 저택에 도착했다.“생각보다 빨리 왔네. 수리공은?”임지환은 편안한 셔츠에 슬리퍼를 신은 채 다소 흐트러진 모습으로 물었다.“웃기고 있네. 이렇게 이른 아침에 전화하면 나더러 어쩌라고? 수리공은 아직 출근도 안 했어.” 이청월은 커다란 하얀 봉지를 들고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아침밥을 챙겨왔어. 뜨거울 때 얼른 먹어.”이청월은 손에 든 흰 봉지를 거실 식탁에 내려놓고는 하품했다. 딱 봐도 이청월은 자다가 임지환의 전화를 받고 억지로 깨어난 듯했다.임지환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럼... 방에 가서 좀 더 자고 와.”“어머, 너 그래도 양심이란 게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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