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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양서은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원망과 증오가 가득 찬 눈빛으로 임지환을 바라봤다.

이 모습은 평소와는 다른 묘한 매력을 풍겼다.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네 옷을 찢은 건 단지 침을 놓기 편하게 하려고 한 것뿐이야.”

임지환은 일어나서 양서은과 눈빛을 마주치며 말했다.

“내가 진짜 뭔가 하려고 했다면 네가 저항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양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생각에 잠긴 듯했다.

“이번 한 번만 네 말을 믿어줄게. 계속 해 봐.”

양서은은 속으로 임지환의 눈을 파내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화를 누르고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양서은은 기절한 상태에서 깨어난 지금 오른쪽 어깨가 따끔거리고 있음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네 치료가 끝나면 난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할게.”

임지환은 유유히 말문을 열었다.

“당연하지, 그 정도는 네가 알아서 해. 내가 굳이 귀띔할 필요도 없겠네.”

임지환의 해맑은 눈빛을 보지 않았다면 양서은은 이 남자가 일부러 자기를 놀리는 게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

양서은은 자기가 모든 남자를 홀릴 수 있는 절세 미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여성스러운 매력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 양서은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 앞에서 이런 수모를 겪었다.

‘나쁜 놈, 설마 내 매력이 부족한 건가?'

양서은은 이를 악물며 속으로 뭔가 굳게 다짐했다.

“아야! 좀 살살해!”

상처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양서은은 깜짝 놀라 눈물이 맺힌 채로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임지환을 바라봤다.

보통 남자라면 이런 야릇하고 애교가 섞인 목소리에 온갖 상상을 하며 흥분했을 텐데 임지환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상자에서 작은 도자기 병을 꺼내 양서은의 보기만 해도 끔찍한 상처 위에 가루를 뿌렸다.

“이게 뭐야?”

양서은은 얼떨떨해졌다.

이 가루는 누르께한 황토처럼 보였고 딱히 약 같아 보이지 않았다.

“약이야.”

임지환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하고는 침을 놓기 시작했다.

“이게 약이라고?”

양서은은 콧방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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