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은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그럼 네 생각엔 누가 내통자일 것 같아?”“내가 신선이라도 되는 줄 아나?” 임지환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게다가 내가 누구일 것 같다고 해도 넌 안 믿을 거잖아. 그러니 내통자를 찾는 일은 네가 직접 하는 게 좋겠지.”그 말을 듣자 양서은은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어서 옷 입고 나가. 네 부하들이 내가 뭐라도 할까 봐 다급해서 이 저택 부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임지환은 침실로 돌아가 상자를 제자리에 두고는 외투 하나를 집어 들어 양서은에게 던졌다.양서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외투를 받아 입었다.“오늘 일은 비밀로 해. 바깥에서 오늘 이 일에 관한 소문이라도 들리면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양서은은 이를 악물고 임지환을 위협했다.“걱정 마. 나도 오해받고 싶지 않거든.”임지환은 어깨를 으쓱하며 순진한 표정으로 웃어넘겼다.양서은은 이런 태도에 화가 나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도대체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날 이렇게 무시하는 거지?'“그럼, 잘 있어.”양서은은 딱딱한 목소리로 작별하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쿵!바로 그때, 갑자기 저택의 문이 외부의 강한 충격을 받고 강제로 열렸다.수사국 직원들이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와 양서은을 둘러쌌다.“팀장님, 괜찮으세요?”“팀장님, 어떠세요? 좀 나아지셨나요?”다들 양서은을 둘러싸고 일제히 질문을 쏟아냈다.“밖에서 기다리라 했잖아. 왜 마음대로 들어온 거야?” 양서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부하들을 나무랐다.“양 팀장님, 걱정돼서 그랬습니다. 그래도 팀장님이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제가 병원에 연락해서 더 자세한 검사를 받으시라고 예약했어요.”김준은 양서은의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필요 없어. 임 대사가 이미 독을 풀어주셨어.”양서은은 손을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주운재의 시신을 강한시 분국으로 옮겨. 나중에 내가 주운재의 가족에게 연락할 거야. 오늘 모두 고생 많았으니 돌아가 일찍 쉬어.”양서은은 피곤기
양서은은 그 말에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이 남자는 정말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이 정도 급의 별장이면 문 하나에 400만 정도는 합리적이네. 하지만 난 지금 그렇게 많은 현금이 없어. 나중에 시간이 나면 직접 돈을 가져다줄게. 그래도 돼?”양서은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이렇게 해결해도 될까?”“양 팀장이 나와 약속했으니 나야 당연히 괜찮지. 네 인품을 믿을게. 날 실망하게 하지 마.”임지환은 호탕하게 웃으며 동의했다.“다들 멍하니 뭐해? 얼른 나가! 너희들 때문에 창피해 죽겠네. 이런 말썽이나 일으키고 말이야!”양서은의 호통에 직원들은 싸움에서 진 닭처럼 고개를 떨구고 풀이 죽은 상태로 마지못해 별장을 떠났다.“임 대사, 우리 언젠가 또 보게 될 거야.”양서은은 떠나기 전 임지환을 힐끗 쳐다보고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듣는 듯했지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팀장님, 저 임지환이라는 자식 분명히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거예요. 그 대문 수리비로 진짜 400만을 주시면 완전 봉 되는 거 아니에요?”별장을 나와서도 김준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김준은 기어코 양서은의 심기를 건드려 양서은은 화약통에 불이 붙은 듯 단번에 폭발했다.“네가 그걸 말할 처지야? 내가 밖에서 대기하라고 했어? 안 했어? 꼭 문을 부수고 들어와야겠더냐? 임지환이 돈을 요구한 게 차라리 다행이지. 진짜로 큰 문제 삼고 우리를 골탕 먹이려 했다면 민간 재산을 파괴한 혐의로 신고해 국장님이 직접 나서서 너희를 감싸줘야 할 상황이었을 거야. 알겠어?”양서은은 참지 못하고 억누르던 화를 전부 쌍욕으로 분출했다.양서은의 분노 섞인 질책을 처음 경험한 김준 일행은 쪼그라든 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됐고 주운재의 시신을 잘 수습해서 장례식장으로 옮겨.” 마침내 양서은도 지친 듯 손을 휘저으며 지시를 내리고 주차된 곳으로 걸어갔다.“다들 팀장님
그동안 진대하는 위씨 가문을 위해 줄곧 껄끄러운 일을 해결해 왔다. 사람을 죽이는 것쯤은 진대하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소한 일이었다.“다른 일이라면 몰라도 이번엔 내 역린을 건드린 중대한 일이야. 내가 직접 그놈 숨통을 끊어놓지 않으면 앞으로도 눈치 없는 병신같은 놈들이 계속 이런 무모한 짓을 할 거란 말이야!”위준우는 분노를 전부 쏟아낸 후에야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물론 진대하 당신이 너무 오래 쉬어서 손이 근질근질한 것도 알겠어. 근데 그 임지환이란 놈은 아직 그럴 자격이 안 돼.”“저도 항상 조용히 지내왔지만 그 ‘임 대사'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임지환은 단 세 번의 공격으로 무술 대가를 죽였다고 하더군요. 실력은 상당히 강하답니다. 만약 소문대로 실력이 뛰어난 강자라면 한번 겨뤄보고 싶군요.” 진대하는 입술을 핥으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좋아, 그럼 나랑 같이 가자. 네가 옆에 있으니 걱정할 것 없겠군. 게다가 우리 아버지가 강한시에서 쌓아 놓은 인맥도 있잖아. 그놈을 진짜 죽인다 해도 누가 나한테 뭐라고 할 수 있겠어?”위씨 가문은 당장 강한시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결심했다.다음 날 아침.임지환은 이청월에게 전화를 걸어 대문을 고칠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반 시간도 안 돼 이청월은 차를 타고 용은 저택에 도착했다.“생각보다 빨리 왔네. 수리공은?”임지환은 편안한 셔츠에 슬리퍼를 신은 채 다소 흐트러진 모습으로 물었다.“웃기고 있네. 이렇게 이른 아침에 전화하면 나더러 어쩌라고? 수리공은 아직 출근도 안 했어.” 이청월은 커다란 하얀 봉지를 들고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아침밥을 챙겨왔어. 뜨거울 때 얼른 먹어.”이청월은 손에 든 흰 봉지를 거실 식탁에 내려놓고는 하품했다. 딱 봐도 이청월은 자다가 임지환의 전화를 받고 억지로 깨어난 듯했다.임지환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럼... 방에 가서 좀 더 자고 와.”“어머, 너 그래도 양심이란 게 있구나.
“전에도 말했잖아. 이 일은 네가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난 그저 방향만 제시해 준 거지. 그 외엔 나랑 상관없어.”임지환은 말을 마치고 두유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였다.“내가 이렇게 진심으로 너에게 도움을 바라는데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돼? 어젯밤에 네가 나한테 한 짓도 눈 감고 그냥 넘어가 줬잖아. 넌 남자잖아. 볼 것 못 볼 것 다 봤는데 너도 뭔가 보답해야 하지 않겠어?”양서은은 턱을 괴고 눈을 깜빡이며 임지환을 바라보았다.성숙한 매력을 풍기는 여자가 갑자기 애교를 부리니 가히 천하무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임지환은 양서은의 애교에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서 두유를 뿜을 뻔했다.“콜록, 콜록...”임지환은 몇 번 기침하고 나서야 말했다. “밥은 마음대로 먹어도 말은 함부로 뱉으면 안 되지. 그건 네 해독을 위해서였지 일부러 네가 불쾌할 만한 짓을 한 건 아니잖아.”“의도적이든 아니든 어쨌든 넌 내 은밀한 모습을 다 봤잖아. 여자로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명예야, 안 그래?”양서은은 몸을 앞으로 약간 기울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나한테 안 알려줄 거야?”양서은은 오늘 일부러 검은색 무테안경을 쓰고 연한 파란색 정장을 입고 용은 저택을 방문했다. 그리고 정장 안에는 셔츠를 받쳐 입었고 가까이서 보면 분홍색 속옷도 어렴풋이 보였다.임지환은 넌지시 정장 안을 바라보다가 잠시 방심해 그만 실토하고 말았다. “내 추측으론 부팀장 장천이 내부자일 가능성이 커.”“말도 안 돼! 장천은 우리 수사팀에서 가장 오래 있은 사람이고 공도 수없이 많이 세웠어. 그런 베테랑이 어떻게 내통자일 수 있겠어?”양서은은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네가 물어봤으니까 성의껏 말해준 거야. 근데 안 믿으면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임지환은 기지개를 켜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증거는?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면 말이 안 되잖아.” 양서은은 여전히 이를 악물고 따졌다.“그 사람이 제일 오래된 베테랑이
하지만 위준우가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양서은을 놓아주지 않을 줄은 그녀의 예상밖에 있었다.“내가 오늘 여기 오지 않았으면 내 여자를 외간 남자에게 빼앗기고도 헤헤 웃으며 살았겠네.”위준우는 냉소를 지으며 흉악한 말투로 말했다. 위 도련님의 여자를 감히 건드리는 자가 있을 수 없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랑 임지환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양서은은 큰 소리로 질책하며 단호히 부정했다.“내가 귀머거리인 줄 알아? 방금 네가 한 말, 다 들었어.”위준우는 쌀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와 저 임지환이라는 놈이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 지금 당장 어젯밤 일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해 봐.”“결백한 자는 저절로 결백하다는 게 증명되는 법이야. 네가 믿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어. 게다가 난 애초에 너에게 해명할 이유도 없어.”양서은은 장천을 바라보며 한기가 넘치는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장천, 네가 우리 팀의 내통자라니... 난 아직도 믿기지 않아.”“양 팀장,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증거도 없이 이렇게 사람을 모함해도 되는 겁니까?”장천은 억지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설마 내가 위 도련님에게 양 팀장과 임지환 사이가 부정한 관계라고 고발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날 내통자라고 모함하려는 건 아니겠죠?”이 교활한 여우 같은 놈은 한 치의 허점도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역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헛소리하지 마. 나랑 임지환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양서은은 화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가슴도 덩달아 요동쳤다.“내가 헛소리한다고요? 어제 일은 모든 팀원이 다 봤는데도 발뺌하려는 겁니까?”장천은 두 손을 펼치며 잃을 게 없어 무엇도 두렵지 않은 사람처럼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넌 일단 나와 함께 돌아가서 네 상황부터 명확히 조사해 보자.”양서은은 앞으로 나가 장천을 잡으려 했다.“서은 씨, 진정하세요.”하지만 등이 굽은 진대하가 슬쩍 장천 앞을 막아섰다.“진대하, 지금 뭘 하려는 거야?”양서은은 눈
진대하는 뒷짐을 지고 서 있었고 구부정한 몸은 높은 산처럼 우뚝 서 있었다. 마른 체형의 노인이 이렇게 강력한 기운을 내뿜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기운에 압도된 사람들은 숨조차 내쉬기 힘들었다.“종현이라면 10년 전 강북 무술 연맹의 맹주잖아. 국제 수사국의 기록에 따르면 그 사람은 거미줄 조직에 의해 살해당한 걸로 알고 있는데?”양서은은 진대하의 폭탄 발언에 깜짝 놀랐다.“양 팀장, 정말 순진하기 짝이 없군요. 국제 수사국 사람들은 미제 사건들을 전부 거미줄 조직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습관이 있는 걸 모르나요? 양 팀장이 해결한 사건 중 일부도 사실 이런 방식으로 해결한 겁니다.”장천은 양서은이 순진하다고 비웃으며 국제 수사국의 내막을 폭로했다.“설마 그런 일이 있을 줄이야...”양서은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경악을 금치 못했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줄곧 믿어왔던 중요한 신념이 한순간에 무너진 듯했다.양서은은 국제 수사국 내부에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더럽고 어두운 진실이 숨어 있을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됐어, 너희 수사국 내부의 하찮은 일에는 관심 없어. 내가 온 이유는 딱 하나, 이 임지환이라는 놈을 폐인으로 만드는 것뿐이야.”진대하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쌀쌀한 눈빛으로 임지환을 빤히 노려봤다. 탁해 보였던 진대하의 눈이 갑자기 칼날처럼 날카롭게 빛났다.“진대하, 얼른 끝내. 난 빨리 돌아가서 잠이나 보충해야겠어.”위준우는 하품하며 느긋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도련님.”진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제게 몇 분만 주십시오. 반드시 저 녀석을 도련님 앞에 무릎 꿇게 하겠습니다.”“나이 들면 괜히 허풍만 늘어나는 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다 그딴 허풍으로 버틴 거야?”임지환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이거 정말 웃기네. 진대하가 허풍 친다고 생각해? 네가 얼마나 큰 착각을 한 건지 이내 알게 될 거야.”위준우는 냉랭하게 웃으며 임지환을 하찮은 사람으로 취급하듯
양서은은 위준우의 극단적인 태도를 보고 무력감을 느꼈다.“널 믿게 하고 싶다면 간단해. 지금 당장 나랑 용산으로 돌아가. 내가 네 몸을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위준우는 양서은의 섹시한 몸매를 아래위로 쓱 훑었고 음흉하고 노골적인 의도가 보이는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양서은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참지 못하고 비난했다.“위준우! 너 정말 비열하구나.”“서은아, 이게 왜 비열하다는 거야? 넌 예전부터 내 약혼녀였어. 지금 난 단지 남편의 권리를 조금 일찍 행사하려는 것뿐인데 말이야.”위준우는 실실 웃으며 변명했고 이내 살벌한 표정을 지었다.“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걸 보니 혹시 진짜 이 임지환이라는 개자식과 잤던 거 아니야?”“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양서은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위준우가 이렇게까지 무례하고 여색을 밝힐 줄은 상상도 못 했다.“내가 헛소리한다고? 정말 저 임지환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 나랑 한번 자면 그만 아니야? 그럼 네가 결백한 게 맞는지 증명할 수 있잖아.”위준우는 교활하게 웃으며 계속 저급한 화제를 이어갔다.“좋아, 네 말대로 용산시로 돌아가겠어.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도 내가 결백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양서은은 차분한 태도를 취하며 억지로 자기를 진정시켰다.“대신, 진대하가 임지환에게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지금 상황은 솔직히 말해 너무나도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양서은이 위준우의 요구를 거절한다면 진대하는 분명 임지환에게 무자비하게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임지환의 실력도 나쁘지 않았지만 지상 랭킹 10위 안에 든 진대하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양서은은 어쩔 수 없이 위준우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저런 놈은 말이 통하지 않아. 죽도록 두들겨 패면 순순히 굴복할 거야.”임지환은 여전히 어깨를 으쓱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임지환, 분위기 파악 안 돼? 이게 장난칠 상황이야? 진대하가 정말 공격이라도 하면 네가 막아낼
위준우는 지금껏 이런 굴욕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위씨 가문의 도련님으로 자라온 위준우는 어릴 때부터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며 가문 내에서 모든 사랑을 한 몸에 담고 언제나 남들 위에서 군림해 왔다. 그런 위준우 눈에 임지환은 그저 한낱 파리에 불과했다.그런데 지금 이 파리가 감히 위준우의 머리 위에 올라타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이건 위준우가 절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도련님, 안심하십시오. 제가 도련님 분노를 반드시 풀어드리겠습니다.”진대하는 쌀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질주하는 말처럼 몸을 낮게 웅크렸고 체내의 혈기가 솟구치는 가운데 뼈마디에서는 콩을 볶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그 순간, 위준우는 수십 년은 젊어진 듯한 놀라운 기세를 폭발시키고 있었다.“임지환, 왜 멍하니 서 있어? 얼른 도망쳐!”임지환이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서 있는 것을 본 양서은은 초조해지며 급히 임지환더러 피하라고 재촉했다.“지금 와서 도망치려 해도 이미 늦었어.”진대하는 고개를 들어 살벌한 살기를 띤 눈으로 임지환을 쏘아보았다.진대하가 막 공격하려는 순간, 문밖에서 들려오는 급한 발소리를 듣고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어느 미친놈이 감히 우리 임 선생님을 건드리려고 들어?”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한 청년이 군복을 입고 전투화를 신은 채 눈에 띄는 보라색 머리를 휘날리며 당당히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이 당당한 청년이 바로 용수의 현직 교관이자 젊은 대사 허청열이었다.그리고 허청열 뒤에는 실탄을 장치한 총을 든 용수 대원 두 명이 나란히 서 있었다.“허 교관님, 마침 잘 오셨어요. 임지환이 이제야 살길이 트였네요.”양서은은 보라색 머리의 청년을 보고 이제야 안심한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용수 사람들이 왜 여기 온 거지? 이러면 상황이 귀찮아지겠는데?”진대하는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긴장한 기색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진대하, 왜 겁먹고 그래? 우리 아버지는 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