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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은침 날리는 용왕: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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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이에 모두가 감탄을 내뱉었다.이게 뭐야? 검이 귀신이라도 들린 건가? 알아서 공격을 해?바로 그 순간, 임지환이 측면에서 검을 내리쳤다.팅! 쿠궁!청아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던 검은 정원의 바위에 적중해 돌을 가루로 만들었다.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기이하게 방향을 바꾼 검은 또다시 임지환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임지환은 나름 민첩하게 검의 공격을 피했지만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검과 인간이 싸우고 있다고? 내가 지금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정말 의지만으로 무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무협소설에서나 나올 만한 장면에 다들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한편, 여유롭게 공격을 피하던 임지환은 몇 합을 주고받은 뒤 곧 이상함을 눈치챘다.검의 손잡이 쪽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긴 실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아마 무기의 주인은 이 금속사로 검을 컨트롤하고 있는 듯했다. 게다가 주위의 어둠 덕분에 얼핏 봐선 보아내기도 힘드니 정말 검에 귀신이라도 들린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그만 숨고 이만 나오시지.”동시에 임지환은 주먹을 내뻗었다.퍽!전력의 50% 정도 되는 힘이었지만 순식간에 일그러지고 검은 통제를 잃어 그대로 옆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그리고 금속사에 의지해 검을 조종하던 이 역시 관성에 의해 앞쪽으로 끌려나왔고 몇번의 앞구르기 끝에 겨우 중심을 잡은 남자는 검을 낚아챈 뒤 꽤 안정적인 자세로 착지했다.상대는 중년 남자, 키 190cm는 되어 보이는 거구에 근육으로 가득 채워진 상반신은 마치 인간의 육체가 아닌 바위를 보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짙은 눈썹 아래로 보이는 눈동자는 원한으로 잠식되어 임지환을 노려보고 있었다.“당신 정체가 뭐지?”“내 이름은 서삼도다.”차분한 임지환과 달리 서삼도라는 이름의 남자의 목소리는 우레와 같이 장을 가득 채웠다.“서삼도?”남자의 대답에 장준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호흡마저 가빠졌다.“뭐야? 대단한 사람인가?”“아, 약 20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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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재능을 가진 사람이 노력까지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인지 알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너도나도 임지환이 걱정되기 시작했다.“난 당신과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는데요. 여기저기 다 부수고 도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임지환의 표정이 어느새 어두워졌다.방금 전 그 검이 깨트린 유리와 가산에 놓인 바위 값만 해도 억이 넘으니 화가 날만했다.“원한 관계가 없어? 흥.”콧방귀를 끼던 서삼도가 코웃음을 쳤다.“임지환, 노천호 네가 죽였지?”“그래. 내가 죽였는데. 그게 왜?”임지환이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천호 형님은 나와 의형제를 맺은 사이었다. 그리고 내 목숨을 구해주신 분이기도 하지. 그러니 네 목으로 하늘나라로 가신 형님의 영혼을 애도할 것이다.”기세좋은 대사와 함께 서삼도가 검을 휘둘렀다.설마 했더니 정말 원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지자 홍진과 이성봉의 표정 역시 불안감으로 굳어졌다.‘종사급을 앞둔 검광이라... 지환 씨도 이번만큼은 꽤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은데...’일촉즉발의 순간, 홍진이 한발 앞으로 다가갔다.“저기 서 선생님, 잠시만요.”“넌 또 누구지?”서삼도의 칼끝이 홍진을 향하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으나 나름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왔던 그였기에 적어도 겉보기에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강한시 시장 홍진이라고 합니다.”“하, 시장? 왜? 시장이라고 하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았어? 내 칼은 상대가 시장이든 대통령이든 딱히 상관없는데 말이야.”피식 웃던 서삼도가 손목을 휘둘렀다.어둠속에서 서린 빛을 보여주는 칼끝이 추는 춤이 숨 막히는 죽음의 기운을 내뿜었다.“의형제를 잃은 슬픔은 분명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최근 몇 년간 노천호 씨가 수장으로 있었던 맹호당은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왔습니다. 그리고 임지환 씨는 그런 그의 만행을 지켜볼 수 없었던 고위 간부님들의 사살 명령에 따른 것뿐입니다.”이미 임지환과 한 배를 탄 사이인 홍진의 눈동자도 어느새 결연함으로 번뜩이고 있었다.“맹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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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종사급을 바라보고 있는 서삼도는 두려울 게 없으니 고개를 더 빳빳하게 쳐들었고 이성봉과 홍진은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다.원한에 사로잡혀 명예도 재물도 통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피곤한 스타일이었으니까.“감히 임 선생님한테 뭐?”이때 가만히 있던 진운이 한발 앞으로 다가섰다.“넌 또 뭐야?”눈을 가늘게 뜬 서삼도가 진운을 훑어보았다.“연경 진씨 가문의 진운이다.”“뭐 나름 명문가 자제인 것 같은데 내가 그딴 타이틀에 겁먹을 것 같아? 강남에서 연경 가문이 뭔데 이래라저래라야.”“이런 건방진. 아저씨, 저 자식 제대로 혼내주세요.”진운의 명령에 결연한 표정의 경천이 한발 앞으로 다가섰다.종사의 문턱에 한 발 정도 들인 상태이지만 그 마지막 한 걸음을 떼지 못해 종사라는 타이틀을 가지지 못한 남자, 경천.딱 봐도 강해 보이는 서삼도와의 대결이 걱정스러웠지만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에 그는 한발 앞으로 걸음을 내밀었다.그런 그를 훑어보던 서삼도가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그래. 널 먼저 제물로 삼고 임지환을 죽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자세를 고친 서삼도가 사냥감을 앞에 둔 맹수처럼 침을 꿀꺽 삼켰다.역시 한쪽 주먹을 가슴 앞으로 올린 경천은 서삼도의 다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상대의 첫수에 반응하고 그에 상응하는 공격, 방어 방법을 찾는 것이 경천의 전략, 순간의 디테일 하나에 승부가 갈릴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경천은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분위기가 무거워지던 그 순간.“당신은 저자의 상대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하죠.”임지환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지환 씨...”“이런 말 굴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자존심은 승부를 가리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실력 차이를 인정하는 것 역시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잘 봐두세요.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존재감 때문일까? 순간 결코 건장하다고 볼 순 없는 임지환이 큰 비석처럼 느껴졌다.“네, 알겠습니다.”“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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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그래. 그렇게 죽는 게 소원이라면 바로 죽여주마.”기합과 함께 서삼도는 임지환의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휘잉.공기의 파동으로 인한 굉음과 볼을 때리는 바람이 저 심플한 공격 하나에 얼마나 많은 힘이 실렸는지 그대로 느껴졌고 다들 저도 모르게 한발 뒤로 물러섰다.반면, 이토록 거센 공격에 임지환은 그저 가볍게 몸을 옆으로 비틀어 너무나 쉽게 이를 피해 버렸다.깡!임지환 대신 바닥을 때린 검이 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큰 균열까지 만들어냈다.“대단한 파워네...”장준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미간을 잔뜩 찌푸린 경천 역시 몰래 감탄을 내뱉었다.침착하게 방금 전 공격을 피했다는 점 하나만 보더라도 그와 임지환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으니까.한편, 첫 공격에 실패한 서삼도는 바로 임지환의 종아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무거운 검을 휘둘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공격이었지만 임지환은 이마저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살짝 다리를 들어 공격을 피해버렸다.두 번째 공격에도 실패한 서삼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순간, 임지환은 서삼도의 둔부를 향해 킥을 날렸다.줄 끊어진 연처럼 뒤로 날려가던 서삼도는 전광석화처럼 이어지는 공격에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쾅!“쿨럭.”피를 토한 채 널브러진 서삼도의 가슴을 짓밟은 채 임지환이 입을 열었다.“세 번 안에 승부를 낸다 하여 서삼도라지? 아직 한번 남았잖아. 그런데 왜 이래?”“으아아악!”임지환의 도발에 서삼도가 분노한 맹수처럼 포효하고 순간 느껴지는 기이한 괴력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던 임지환이 뒤로 물러섰다.겨우 몸을 일으킨 서삼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매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았다.그리고 다음 순간, 서삼도의 행보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입가에 묻은 피를 자신의 검에 바르자 검은 기이한 붉은빛과 함께 묘한 요기를 내뿜기 시작했다.“자신의 피로 검을 각성시켰어?”경천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고대 무예 서적에 기재된 내용에 따르면 검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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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눈동자가 붉게 물든 서삼도는 영락없는 악귀의 모습이었다.“사술이라.”경멸어린 눈으로 서삼도를 바라보던 임지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성장을 위해 이 정도 기행까지 저지른다는 것이 임지환으로서는 딱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서삼도, 저자도 이제 끝이네.’“죽어!”한편,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른 서삼도가 마지막 공격을 내리쳤다.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의 공격은 임지환을 반으로 갈라버릴 듯 매서웠다.“끼에에엑!”피를 머금은 검에서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들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지고 귀청을 찢을듯한 울부짖음에 다들 귀를 틀어막았다.하지만 여전히 여유로운 자세로 서있던 임지환은 맨손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냈다.“이... 이게 무슨...”회심의 일격을, 그것도 맨손으로 막아낸 임지환, 그런 그를 바라보던 서삼도의 얼굴에는 어느새 분노가 아닌 충격이 가득 들어찼다.‘내 필살의 일격을... 이렇게 쉽게?’그 순간 어이없게도 지난 수십년 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일 고강도 훈련으로 실력을 다졌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그렇게 끝없는 노력을 거쳐 만들어낸 공격인데 이렇게 쉽게 무너지니 지금까지의 인생 자체가 흔들리는 듯한 절망감마저 느껴졌다.“겨우 이 정도야?”피식 웃던 임지환이 손에 힘을 주자 굉음과 함께 귀기를 내뿜던 검이 그대로 부러졌다.챙그랑.“안돼!!!”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명검, 목숨보다 더 아끼던 검이 부러지자 서삼도는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검을 빼앗긴 당신은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군. 참... 슬퍼? 아니, 설마 공격을 세 번밖에 할 줄 몰라 서삼도라 불리는 건가?”연민 가득한 임지환의 눈빛에 서삼도는 맹수처럼 달려들었다.“누가 그래! 누가 그래!”“오, 숨겨둔 패가 또 있나 보지? 어디 한 번 보여줘 봐.”“그래. 지금 그 말 후회하게 될 거다. 이게 내 네 번째 공격이다.”서삼도가 손목을 들자 끊어졌던 검이 살짝 떨리더니 임지환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끊어진 검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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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검 다루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겠네.”다음 순간 임지환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번뜩이는 검의 한광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서삼도는 뒤로 한발 물러섰다.바로 서삼도의 급소 앞에서 멈춰선 검, 자기 몸처럼 다루던 검이 본인을 노리고 있는 모습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그리고 그 경악을 미처 느끼기도 전에 임지환이 다시 금속사를 당기고 검은 새로운 주인을 모시기라도 한 듯 너무나 고분고분 제자리로 돌아갔다.“뭐야? 잘난 척하더니 별거 아니잖아?”그저 단순히 임지환이 공격에 실패한 거라고 생각한 서삼도가 피식 웃었다.“글쎄? 정말 그렇게 생각해?”말을 마친 임지환이 마치 고철을 버리듯 검을 내던지고 자신의 목을 만지던 서삼도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언제 생긴 건지 목에 난 작은 생채기에서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팍을 흠뻑 적셨다.“뭐... 뭐야...”아연실색한 서삼도가 미친듯이 목을 틀어막아 보아도 피는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갔다.“윽.”잔인한 광경에 이청월은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어어억...”한손을 겨우 든 서삼도는 그렇게 마지막 말 한 마디 내뱉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한을 품은 듯 눈조차 감지 못하고 죽은 시체,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전히 차분한 모습의 임지환을 번갈아 바라보던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여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그 유명한 서삼도가 죽다니.그것도 이렇게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대결이라고 할 수조차 없었던, 싸움을 그대로 목격한 사람들은 임지환을 절대 적으로 돌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지환 씨의 실력은 종사... 아니. 어쩌면 종사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네요.”경천이 나지막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시체는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겠나?”홍진이 물었다.“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두세요.”이런 상황을 처리하는 전문 청소업자들을 부를 생각이던 홍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자네... 진심인가?”‘물고기 밥으로 던져주라고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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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매력적인 목소리, 유혹이 가득 담긴 말투, 늘씬한 몸매.불이 꺼진 집안, 이청월의 모습은 어딘가 흐릿했지만 오히려 그 몽롱함과 신비로움이 분위기를 더 묘하게 달구었다.차가운 달빛에 언뜻언뜻 비치는 하얀 어깨, 완벽한 쇄골라인.달의 여신처럼 고고한 자태의 이청월이 천천히 임지환의 곁으로 다가갔다.‘아름다운 여자네.’모든 것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완벽 그 자체인 모습, 그림같이 생겼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만 같은 미인이었지만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임지환의 시선은 무덤덤하기만 했다.“지환아, 너도 건강한 성인 남자잖아.”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이청월이 임지환의 귓가에 속삭였다.은은한 향수 냄새와 체향이 섞여 임지환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다.가만히 있는 임지환의 모습에 이청월의 움직임은 점점 대담해지고... 긴 손가락이 천천히 임지환의 가슴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그녀의 손길이 아랫배를 향하려던 순간, 임지환이 그녀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누가 봐도 미인인 여자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솔직히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살짝 거칠어진 호흡, 어느새 욕망이 깃든 눈동자.임지환을 바라보는 이청월은 살짝 겁이 나긴 했지만 기대감이 더 앞섰다.‘그래, 임지환. 날 가져.’천천히 눈을 감은 이청월의 입술은 촉촉한 과즙을 머금은 딸기마냥 탐스러웠다.하지만 한참을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왠지 이상하다는 생각에 이청월은 빼꼼 눈을 떠보았다.방금 전 보았던 욕망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임지환은 다시 차분한 얼굴이었다.“이만 가.”임지환이 그녀의 손을 내쳤다.“왜? 배지수 그 여자 때문에 그래? 두 사람 이미 이혼했잖아. 괜찮아. 이건 배신도 아니야.”‘왜! 분명 날 원하면서 왜 참고만 있는 건데!’“이혼, 배신. 그런 거 때문 아니야.”임지환이 고개를 저었다.“그 여자 어디가 그렇게 좋아? 솔직히 이혼하고 나서도 그 여자는 널 무시하고 네 자존심을 짓밟았어. 그 여자가 원하는 건 돈, 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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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너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야. 인정해. 그런데 내 취향은 아니야.”임지환의 무덤덤한 목소리에 이청월이 이를 악물었다.“그, 그래. 알겠어.”말없이 옷을 주워입은 이청월이 얼굴을 감싸쥔 채 도망치 듯 저택을 나서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임지환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이틀 뒤 성운호텔.성운호텔은 5성급 호텔로서 위치,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소항시에서 손꼽히는 호텔이었다.호수 근처에 위치한 35층까지 건물은 소항의 랜드마크이기도 했다.“누나, 우리 앞으로 여기서 지내는 거야?”배준영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성운호텔 건물을 올려다보았다.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수많은 스포츠카 구경만 해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당연하지. 외할아버지 80세 생신이잖아. 뭐든 최고급으로 해야지.”온갖 보석 액세서리로 몸을 휘감은 유옥진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한편, 옆에 가만히 서 있는 배지수는 전혀 다른 생각 중이었다.소항시에 온 뒤로 강한시에 묶여있었던 자신의 시야가 얼마나 좁았던 것인지 깨달은 그녀였다.‘소항... 매력적인 도시야.’“일단 체크인부터 하죠.”잠시 후, 프런트.“네? 일반 스위트룸 숙박비가 하룻밤에 1000만원이라고요? 아니 무슨 강도도 아니고.”배준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웬만한 호텔에서 한달은 지낼 수 있는 가격에 겨우 하룻밤이라니.하지만 배지수는 태연하게 직원을 향해 카드를 내밀었다.“아니요. 괜찮아요. 그 방으로 해주세요.”바로 그 순간. 상자를 든 임지환이 호텔 로비로 들어서고...체크인을 마치고 방키를 챙긴 배지수는 고개를 돌리려다 바로 임지환과 눈이 마주쳤다.“너...”그를 발견한 배지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임지환, 너 미쳤어? 우리 누나 스토킹 하는 거야? 소항시까지 따라와?”역시 임지환을 발견한 배준영이 바로 욕설을 내뱉고 유옥진은 저딴 자식과는 말을 섞을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한편, 배지수와 그 가족들을 여기서 볼 거라곤 생각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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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분노로 가득 찬 배지수의 얼굴을 바라보던 임지환이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뭔지는 몰라도 오해가 꽤 깊은 모양이네...’“가자!”“아니. 왜 자꾸 따라와? 넌 수치심 뭐 이런 것도 없어?”임지환이 여전히 따라오는 걸 발견한 유옥진이 앙칼지게 소리쳤다.“우리 누나 귀찮게 굴지 마. 누나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들 모두 너만 보면 열불이 나. 또 내 눈에 띄면 그땐 진짜 죽여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배준영은 정말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릴 듯 소매까지 걷어붙였다.“저도 여기 예약했는데요.”“하, 네가? 하하하하.”임지환의 대답에 배진영은 마치 굉장히 우스운 농담을 들은 듯 배까지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아, 웃겨. 오랜만에 이렇게 크게 웃어보네. 야. 너 여기 숙박비에 하룻밤에 얼마인 줄이나 알아?”역시 옆에서 비웃던 유옥진이 물었다.“모르는데요.”“우리가 예약한 일반 스위트룸도 하룻밤에 1000만 원이야. 너 같은 거지 새끼가 언감생신 묵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앞으로는 허세를 부리고 싶으면 제대로 좀 알아보고 부려. 괜히 창피당하지 말고.”전 장모님의 비아냥거림에 임지환은 더 이상 변명하지 않았다.“당신은 참... 하나도 안 변했네. 한때 부부로서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그냥 성실하게 살아. 되지도 않는 자존심 부리지 말고.”깊은 한숨을 내쉰 배지수가 실망스러운 얼굴로 먼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뻔뻔한 자식.”혀를 끌끌 차던 유옥진이 배준영에게 말했다.“준영아. 저딴 쓰레기랑 괜히 말 섞지 말고 그냥 가.”“아니요, 엄마. 누나랑 먼저 올라가세요.”“왜. 뭐 하려고?”“저 자식 뭔가 수상해요. 행여나 우리 방 번호 몰래 알아내려는 거면 어떡해요. 제가 제대로 감시하려고요.”“알아서 해.”배지수와 유옥진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다시 임지환 앞으로 다가간 배준영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야, 임지환. 너 뭐야? 너 우리 누나랑 이미 이혼했잖아. 그런데 왜 자꾸 우리 누나 귀찮게 굴어. 우리 외할아버지 소항시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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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게다가 대나무로 엮은 것 같은 낡은 상자까지 들고 있는 모습은 잡상인 그 자체였다.잠깐 동안의 스캔을 통해 장수혁은 배준영의 말이 훨씬 더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물론 고객의 외모만으로 재력을 판단하는 건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는 일이긴 했지만...‘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아주 낮은 일이니까. 아무리 봐도 부자처럼 보이진 않아.’“고객님, 방 번호 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이미 대충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장수혁은 프로 의식을 발휘해 최대한 친절하게 질문했다.“펜트하우스 로열 스위트룸이요.”“로열 스위트룸? 하, 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왜? 아예 이 호텔이 네 거라고 하지?”배준영이 헛웃음을 터트렸다.전에는 무던하던 성격의 임지환이 왜 이렇게까지 허세를 부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한참을 웃던 배준영이 말을 이어갔다.“저기 팀장님. 얘가 지금 뭘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으니까 성운호텔 로열 스위트룸 하루 숙박비가 얼마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저희 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은 단 두 개. 가격은 1박에 3000만원입니다. 물론 가격에 맞게 최고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죠.”“들었어? 3000만원이라잖아. 너 같은 애가 3000만원을 무슨 수로. 뭘 잘못 먹고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망상증? 그런 건 것 같으니까 일단 정신과부터 좀 가봐.”‘가진 건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우리 누나 고생만 시켜놓고 이제 와서 뭐? 너 오늘 제대로 당해 봐라.’하지만 배준영의 비아냥거림에도 임지환은 침착하기만 했다.“다른 방도 내가 예약했는데?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라서.”“하. 뭐라고?”배준영이 장수혁을 돌아보았다.“저기 팀장님. 이 자식 진짜 미친 거 맞다니까요. 보는 눈도 많은데 이렇게 헛소리 계속 하게 두실 거예요?”역시 임지환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장수혁이 어느새 무전기를 꺼내들고 잠시 후 건장한 체격의 보디가드들이 임지환을 둘러쌌다.“그러게 왜 되지도 않는 뻥을 쳐선. 쌤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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