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사랑이라는 죄로 / Chapter 441 - Chapter 450

All Chapters of 사랑이라는 죄로: Chapter 441 - Chapter 450

485 Chapters

제441화

단순하기 그지없는 임청아를 바라보며 유시아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어릴 적부터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자란 그녀는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두운지 모르고 있다.하여 임청아와 한서준의 미래에 대하여 유시아는 그리 긍정적인 태도는 아니다.귀띔이라고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어떠한 말도 임청아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알콩달콩한 그들의 분위기를 깨는 것 같기도 하고.한참을 망설이고 사색한 끝에 유시아는 다시 천천히 운을 떼기 시작했다.“요즘 잘 지냈어요? 한서준 씨랑 말이에요.”임청아는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그럼요.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제가 설마 미쳤다고 서준이랑 결혼하겠어요?”말하면서 그녀는 얼음으로 가득 채워진 수박 주스를 들었다.단 한 모금 만으로 무더운 여름을 한 방에 날려줄 수 있는 최고의 히트키가 아닌가 싶다.임청아의 행동에 유시아는 화들짝 놀라며 재빠르게 손을 내밀어 말리기 시작했다.“어머, 안 돼요. 산모가 이렇게 차가운 걸 마시면 안 돼요.”아이를 품은 적이 있었던 유시아라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비록 아이를 낳은 건 아니지만 임신했을 때 관련 서재를 많이 찾아봤었다.산모는 차가운 걸 마시면 안 된다고 어느 한 책에 명백히 적혀 있었다.유시아는 종업원을 불러 차가운 주스가 아닌 일반 주스를 부탁한다고 했다.차가운 걸 무척이나 선호하는 임청아는 유시아의 배려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애틋한 눈빛으로 빼앗긴 주스를 바라보며 입을 여는데.“괜찮아요. 조금만 마시면...”“안 돼요. 아이한테 좋지 않아서 그래요.”유시아는 단호하게 주스를 빼앗아 왔다.이윽고 인내심을 안고 천천히 타일러 주기 시작했다.“임신하고 차가운 걸 마시면 아주 잠깐만 좋을 뿐이지 배가 엄청 아플 거예요. 아이한테도 물론 좋지 않고요. 아이 낳고 나서 그때 마음껏 마시도록 해요. 힘들어도 청아 씨를 위해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조금만 참으세요.”유시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임청
Read more

제442화

“시아 씨...”임청아는 유시아가 손에 꼭 쥐고 있던 주스를 가져와 시원하게 한 모금 마셨다.문득 후회가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여는데.“다른 사람한테는 제발 비밀로 해주세요. 할아버지께서 아시게 되면 큰일 날지도 몰라요.”만약 임태훈이 사실 여부에 대해 알게 된다면 아마 두 사람의 결혼을 없던 일로 할지도 모른다.앞으로 이러한 거짓 스토리를 함께 꾸며낸 한서준을 더더욱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괜히 말했어.’‘그저 주스 한 모금 마시겠다고... 참나!’주스 한 모금 때문에 이처럼 중요한 일을 털어버리지 말았어야 했다며 내심 후회하고 있는 임청아이다.유시아는 일단 그녀의 바람대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비밀로 해줄게요.”그만 참지 못하고 한 마디 덧붙이는데.“근데 거짓말은 아니라고 봐요. 앞으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한서준 씨도 청아 씨한테 거짓말하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고요.”“절대 그럴 리 없어요. 감히 그럴 용기도 없는 사람이고요.”한서준 이름 석 자가 나오자마자 임청아는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두 눈에 별이 반짝이는 듯이 세상을 다 가진 여자처럼 보였다.“저한테 뭐나 다 말하는 사람이에요. 어릴 적 일까지 하나도 숨김없이.”한창 말하고 있던 그때 임재욱과 한서준이 음식을 가득 들고 돌아왔다.따라서 두 사람은 이에 대해 그만 얘기하고 말머리를 돌리기 바빴다.임청아의 말을 듣고 다시 한서준을 보게 되자 유시아는 순간 기분이 가라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입맛까지 잃어버려 집히는 대로 대충 먹고 나서 바로 임재욱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어두운 하늘을 밝게 비춰주는 조명들은 하나가 되어 둘도 없는 광경을 자아내고 있다.그 속에서 차가 오고 가고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목적을 안고 거리를 누비고 있다.시원한 밤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자 왠지 모르게 기분이 확 트이는 것만 같았다.차에 오른 두 사람, 임재욱은 유시아를 위해 직접 안전벨트를 해주고 있었다.그때 임재욱은 그만 참지 못하고 입을 여는데.“시아야, 너 지
Read more

제443화

유시아는 빨간색으로 된 초대장을 만지며 그 위에 찍힌 남운대 배지를 바라보았는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꽃다운 시절을 보냈던 남운대, 한때 스승이었던 선생님이 아직도 수업을 가르치고 있을 수도 있고 엄격했던 기숙사 선생님도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수도 있다.그리고 그곳에는 임재욱을 쫓아다녔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몇 년간 시간이 흐리긴 했지만 뭐가 달라졌을까?문득 지금의 남운대가 궁금해졌지만 그와 함께 두려움도 밀려왔다.임재욱은 남운대의 저명한 교우로서 지금은 대우 그룹의 총책임자일 뿐만 아니라 남운대에 다닐 때도 걸출한 인물로 명성이 자자했던 사람이다.장학금을 싹쓸이하고 농구도 식은 죽 먹기로 잘했으며 모든 학과에서 ‘A’를 받았던 엄친아 중의 엄친아이다.마치 전설 속의 인물과 같다고 할까?그런 임재욱과 달리 유시아는 지금 내놓을 만한 게 없다.남운대에 다녔을 때는 나름대로 우수한 편이었지만 중도에 퇴학하면서 학업을 그만두게 되었다.감옥에서 나온 뒤, 남운대에 복학 신청을 제출한 적이 있지만 매몰차게 거절을 당했었다.좋았던 기억보다는 아팠던 기억이 많은 곳이라 유시아는 망설이게 되었다.“그냥 재욱 씨 혼자 가요...”유시아는 초대장을 다시 임재욱에게 밀어 넣었다.“화실에 수업도 있고 그럴 시간이 없어요.”눈치가 빠른 임재욱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망설이는 이유는 알게 되었다.가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자기한테 수없이 거절을 당했던 곳일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졌던 곳이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는 다르다.명성이 자자했던 남운대의 임재욱은 지금도 여전히 대우 그룹의 총책임자로 카리스마가 넘친다.“시아야...”임재욱은 손을 꼭 잡고 말했다.“나랑 같이 가자. 꼭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과거를 잊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 과거를 직면해 보는 건 어때?”유시아에게 많은 걸 빚진 임재욱은 시발점인 그곳에서 빚을 천천히 갚기 시작해야 한다
Read more

제444화

말하다 보니 유시아는 점점 감개무량해지기 시작했다.“오랜만에 온 게 맞는 것 같아요.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해있을 줄이야.”임재욱은 그런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마침내 그녀의 손을 잡고 덩달아 감개에 빠지는데.“너뿐만 아니라 나도 참 오랜만이야.”졸업하자마자 임태훈이 찾아와서 정운시로 가야만 했으니 말이다.그 뒤로 별의별 일들을 다 겪으면서 다시는 이 도시에 발을 들여놓을 새가 없었다.유시아가 감옥에 들어가고 나서 임재욱은 더더욱 이 도시를 멀리하게 되었다.업무상 필요한 곳이고 꼭 가야만 했던 출장지였어도 회사 동료에게 모두 떠맡겨 버렸다.유시아 이름으로 된 화실을 짓는 것에 대해서도 임재욱은 직접 현장에 오지 않았었고 모든 걸 온라인으로 소통했다.무엇을 피하고 있는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그 역시 선뜻 답을 뱉어낼 수 없었다.어느 한 순간부터 그 모든 건 습관이 되어 있었고 자기도 모르게 그 습관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하지만 초대장을 받게 되는 순간 그 습관을 어겨 한 번 직접 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유시아가 싫다고 해도 직접 몰래 와서 볼 생각이었다.다행인 것은 유시아도 그와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이다.늦은 밤이 되어서야 두 사람은 호텔에 도착했다.시간도 애매하고 하여 임재욱은 배달 앱을 열어 야식을 주문했다.이튿날 아침, 두 사람은 일찍 일어나서 케쥬얼한 커플 옷으로 맞춰 입고 선글라스까지 꼈다.캠퍼스 커플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택시에 올라 남운대로 행했다.남운대는 총 다섯 개 교육구로 나누어져 있고 유시아 화실은 바로 미술과 강의동 가장 뒤쪽에 자리 잡고 있다.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인테리어가 정교한 것이 전형적인 고딕 건축 스타일이다.유시아 화실은 이미 대외로 개방되었다.때때로 미술과 사생들이 삼삼오오 참관하러 오기도 하고 나지막이 의논하는 모습도 보였다.남운대 화실이 아니라 유시아 화실이라는 명명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것이다.화실을 둘러보면서 유시아는 수많은 작품
Read more

제445화

그 뒤로 남운대 미술과에 떡 하니 붙은 유시아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유병철은 직접 딸을 남운대까지 바래다주었다.유시아의 가장 큰 꿈은 해외로 유학을 가는 것이었다.하지만 남운대 교환 학생의 정액은 한정되어 있고 요구도 만만치 않았다.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그대로 뽑히게 되는지 모든 건 미지수였다.그럴 때마다 유병철은 늘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안을 해주었었다.“괜찮아. 교환 학생으로 가지 못하면 자비로 가면 돼.”“한두 푼도 아니고...”유시아는 매번 쓴웃음을 지으며 꿈과 점점 멀어져 갔었다.미술은 거의 돈을 태우는 듯한 학과라고 보면 된다.관련 도구도 가격이 만만치 않고 해외로 유학하러 가려면 학비에 생활비까지 적어도 몇천만 원은 든다.유병철은 늘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유시아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희망을 주었다.“돈은 모으면 그만이야. 걱정하지 마.”평소에 한두 푼씩 꼼꼼하게 모아 유병철은 작은 아파트를 사고 나서 남은 돈을 모두 한 카드에 넣었다.그는 장난삼아 유시아에게 드림 카드라며 말한 적도 있다.하지만 대학을 마치기도 전에 꿈을 향해 다가가기도 전에 유시아는 감옥으로 향하게 되었다.‘만약 아빠가 살아 계신다면 나 보고 실망하겠지?’정성껏 키워주셨는데 남자 하나 때문에 모든 걸 잃었으니 말이다.자랑으로 여기시면서 힘든 세월을 살아오셨는데, 자아까지 잃어버린 유시아이니 말이다.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유시아는 서서히 쓸쓸해지기 시작했다.어두워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임재욱은 입술을 사리물었다.유병철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은 듯 유시아를 데리고 다른 작품 앞으로 걸어갔다.점심이 다가오자 두 사람은 남운대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유시아가 화실에서 하도 오래 있어서 식당으로 향했을 때 음식들은 거의 바닥이 나 있었다.임재욱은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다른 곳을 제안했다.“먹자골목으로 가지 않을래?”“아니요.”유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그냥 있는 대로 대충 먹어요.”식당 음식을 먹은 지 오래된 그녀는
Read more

제446화

걷다 보니 커플 아이템으로 가득한 가게들이 줄줄이 나타났다.그중에서 연세가 꽤 있어 보이는 할머니께서 알록달록한 끈으로 손수 팔찌를 만들고 계셨다.화려한 색채에 끌려서인지 유시아는 홀린 듯 다가가 그중의 한 팔찌를 콕 집었다.“이거 사요.”기념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마음이었다.평소에 두 사람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남운대에 올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임재욱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거 사자.”할머니는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으셨다.“두 사람 연인이지? 두 사람만을 위한 팔찌를 만들어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봐. 자, 이런 디자인인데...”할머니느 말씀하시면서 이미 만들어 놓으신 디자인을 보여 주었다.“한 사람 하나씩 팔에 꼭 끼고 다니도록 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지내.”유시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임재욱이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네, 그렇게 할게요.”말하면서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들어 할머니께 드렸다.유시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분홍색 줄은 그렇게 할머니의 손놀림에 따라 어느 정도 예쁜 디자인으로 갖춰지기 시작했다.두 사람의 팔목 두께에 따라 팔찌 길이를 조절하며 오직 두 사람만을 위한 특별 디자인까지 첨부했다.“절대 빼는 안 돼. 어딜 가나 꼭 하고 다녀야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거야.”손목에 예쁘게 ‘나타난’ 팔찌를 보며 유시아는 웃었다.실은 아주 드문 디자인이었다. 예쁜 것 외에 아무런 쓸모도 없는 그런 팔찌.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임재욱이 선물해 주었던 어메랄드 팔찌보다 훨씬 예쁘고 소중했다.이때 유시아의 손을 꼭 잡고 임재욱이 웃으며 말했다.“시아쌤, 할머니 말씀 들으셨죠? 절대 빼는 안 돼요.”손을 맞대고 팔찌가 이어지자 특별히 첨부한 디자인인‘하트’가 맞춰지는 것만 같았다.유시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향해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대표님도 절대 빼면 안 돼요.”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다가 두 사람은 남운대 근처에 있는 유명한 음식점
Read more

제447화

유시아를 지그시 바라보며 임재욱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이윽고 미리 준비해 놓은 츄레이닝 복을 꺼내서 전해 주었다.턱까지 지퍼를 올릴 수 있는 그런 보기만 해도 답답한 느낌을 주는 츄레이닝 복.여행하는 동안 차려입으려고 가지고 온 예쁜 원피스들은 순간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유시아는 그만 참지 못하고 임재욱한테 솜 주먹을 두어 번 날렸다.“일부러 그런 거죠? 이 더위에 츄레이닝 복이 웬 말이에요! 원피스 입고 싶었는데...”허허 웃으며 임재욱은 너스레를 떨었다.“요즘 자외선이 좀 강해야 말이지. 네가 혹시나 햇볕에 그을려 피부 상하게 될까 봐 특별히 준비해 온 거야.”유시아는 옷을 건네받으며 그를 확 밀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옷을 갈아입고 츄레이닝 복에 어울리는 올림머리도 예쁘게 감아올렸다.메이크업을 확인하려고 거울을 보고 있을 때 전화를 받는 임재욱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일로 하는 전화라고 생각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여기로 오기 전에 이미 모든 걸 맡겨놓고 온 거라.문을 열고 나가자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그가 보였는데, 표정이 무척이나 어두웠다.순간 당황해하며 유시아가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문제가 좀 생겨서 지금 당장 정운시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임재욱은 소파에서 일어서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안한 얼굴로.“시아야, 미안해. 식물원은 다음에 가야 할 것 같아. 일 끝나는 대로 내가 꼭 보상해 줄게.”내심 실망하긴 했지만 일이 먼저니 유시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알았어요. 얼른 티켓 끊어요. 전 짐이나 챙길게요.”말하면서 그녀는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짐이 워낙 많지도 않아 정리하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가장 빠른 시간으로 티켓을 끊은 임재욱은 콜택시를 불러 그녀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휴가를 떠나는 모든 이들처럼 두 사람은 이곳으로 올 때 여유가 넘쳤었다.하지만 갑자기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이코노미석에 앉아 갈 수밖에 없었다.비행기 안은 여객들의 목소리가 아울러져 유난
Read more

제448화

두 사람의 집인 만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아야 뭔가 화목해 보일 것 같았다.노트북으로 사진을 일일이 다 옮기고 나서야 졸음이 밀려와 유시아는 바로 침대로 올라가 자려고 했다.밤새 숙면을 취한 유시아는 깨어나자마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침을 먹으려고 내려갔는데, 부엌 테이블 쪽에 앉아 있는 임재욱이 보였다.슈트를 차려입은 그는 지금 당장 출근하려는 그런 모습이었다.“시아야, 잘 잤어?”임재욱은 먼저 인사를 건넸다.“좀 더 자지 그랬어.”“잘 잤어요.”유시아는 대답하고서 테이블로 다가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언제 온 거예요?”“새벽에 왔어. 네가 하도 깊이 자고 있어서 깨우지 않았어.”임재욱은 말하면서 그녀를 향해 웃었다.“내가 다른 식으로 널 깨웠다면, 넌 아마 아직도 자고 있을걸?”아침부터 훅 들어온 임재욱의 너스레에 유시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테이블 밑에서 그를 호되게 밟았다.“뭐라는 거예요!”임재욱은 웃으며 잔에 남아 있는 커피를 깨끗하게 마시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난 출근하러 간다. 화실에 가지 않아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 계속 집에 있을 거야? 아니면 나가서 놀 거야?”“현우 어머니 뵈러 가고 싶은데요.”임재욱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연세도 있으신 데 사람이 얼마나 그립겠어. 아들도 잃고 돈도 잃고 친척들마저 멀리하고 있잖아.”전혀 생각하지 못한 그의 말에 유시아는 웃었다.“오늘따라 마음이 엄청 넓네요?”전 남편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 그가 당연히 싫어할 줄 알았으니 말이다.임재욱은 웃으며 말했는데.“어르신이랑 굳이 그럴 필요는 없잖아.”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얼굴을 유시아의 입가로 기울였다.“자, 뽀뽀. 얼른 출근하러 가야 해.”다행히 하인들도 없어서 유시아는 그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됐어요. 얼른 가 봐요.”임재욱은 그녀의 이마에 ‘답례’를 하고서 차 키를 들고 집을 나섰다.아침을 먹고 난 뒤 유시아도 위층으로
Read more

제449화

“재욱 씨 회사에 일이 좀 생겨서 급하게 돌아온 거예요.”의문이 풀린 이채련은 웃으며 말했다.“그랬구나. 남자가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어. 다 너랑 잘살아 보겠다고 그러는 거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마. 같이 지내면서 서로 이해하는 법도 익혀야 하는 거야.”유시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문득 전에 임재욱이 했던 말도 떠올랐는데.만약 대우 그룹을 날려 버리면 이채련의 병원비를 지급할 능력도 없고 유시아에게 좋은 생활도 줄 수 없다고 했었다.두 사람의 말이 맞았다. 돈은 중요한 일부분이라는 것.점심에 유시아는 병원에 남아 이채련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다 먹고 나서 휠체어에 이채련을 앉혀 정원으로 나가 산책을 하기도 했다.그렇게 오후가 다 되어서야 유시아는 차를 타고 병원을 떠났다.남운대에서 돌아온 뒤로 임재욱은 늘 야근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한서준과 임청아의 약혼식이 열리는 그날에서야 시간을 쪼개서 유시아를 데리고 약혼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두 사람의 약혼식은 대우 그룹 기하에 있는 7성급 호텔에서 진행되었다.귀한 손녀의 약혼식이라 임태훈은 원래 호텔 안에 있던 모든 것을 옮겨 버리고 거의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새로 장식까지 했다.그뿐만 아니라 정운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사람들을 모두 초대해 왔고 기자들까지 불렀다.귀한 소녀 임청아의 약혼식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셈이다.이토록 성대하고 원만한 약혼식임에도 불구하고 흠 하나가 있었다.그건 바로 한서준의 부모님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임씨 가문 하인의 말로는 한서준의 부모님이 워낙 한서준을 달갑게 보지 않고 있었고 며느리로 들어오게 될 임청아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는 편이라 아예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그들의 결정과 행동은 임씨 가문 전체의 불만을 자아냈다.정운시에서 상류 계층에 속하는 임씨 가문인데, 임태훈의 귀한 손녀로 정운시에서 명성이 자자한 천금일 뿐만 아니라 예쁘고 기질 또한 뛰어난 임청아인데...그 외모가 얼마나 뛰어나고 아우라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Read more

제450화

“그래?”임재욱은 되물으며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급할수록 직진해야 하는 거 아니고? 나 매일 밤 직진하는데?”“...”평소에 세상 차가워 보이는 남자가 인제 19금 드립도 마구 날리고 있다.자기가 알고 있던 임재욱이 맞는가 싶기도 했다.이제 막 반박하려고 하던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두 사람을 한사코 노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유시아는 그 사람의 시선을 마주하며 보았는데,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정유라가 보였다.정유라는 지금 웃는 듯 마는 듯 유시아를 보고 있다.임재욱과 ‘이혼’한 건 사실이나 두 가문의 친분으로 임씨 가문에 이와 같은 일이 있게 되면 정유라는 무조건 오게 되어 있다.시선이 마주치고 난 뒤 유시아는 아랫입술을 살포시 사리 물고 더 이상 임재욱과 장난을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려 무대 위에 있는 한서준과 임청아를 바라보았다.임재욱은 이런 자리에 별로 흥미가 없는 편이라 아주 산만했다.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축제이겠지만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하여 그는 유시아의 손을 잡아당겨 만지작거리며 모든 신경을 그녀에게 쏟아부었다.함께 하는 커플 팔찌를 보고서 어린아이처럼 웃기도 하면서.바로 그때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서 그는 유시아의 손을 내려놓고 밖으로 향했다.산만한 그와 달리 유시아는 무대 위에 있는 두 사람에게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서 그가 언제 떠났는지 완전히 모르고 있었다.결혼식이 끝나고 나서야 옆자리가 한동안 비어있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렸는데.핸드폰에 메시지 한 통이 와 있었다.[시아야, 갑자기 해외에서 바이어가 와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강 비서 차 타고 먼저 집에 가. 나 기다리지 말고.]유시아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혼자서 밖으로 나갔다.문 앞으로 나오자 멀지 않은 곳에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정유라가 보였다.유시아가 나오는 것을 정유라는 성큼성큼 다가와 입을 열었는데.“시야 씨, 재욱 씨랑 같이 온 거 아니
Read more
PREV
1
...
4344454647
...
4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