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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죄로의 모든 챕터: 챕터 431 - 챕터 440

485 챕터

제431화

‘도청기가 옮겨졌다고?’유시아는 그 소식을 듣게 되는 순간 숨이 턱 멈추는 듯했다.작은 도청기를 임재욱 사무실 의자 아래쪽에 붙여놓았는데, 눈에 띄지 않은 곳일 뿐만 아니라 평소에 청소를 자주 한다고 해도 절대 발견될 리가 없는 곳이다.임재욱은 과연 어떻게 알고 도청기를 옮긴 것일까?그 비밀은 어떻게 발견하게 된 것일까?그냥 단순하게 의자를 바꾸고 싶어서 그런 걸까?가장 마지막 추측이기를 유시아는 간절히 바랐다.사무실 안에 감시 카메라도 없거니와 그날 유시아 혼자만이 사무실에 있긴 했는데 자기를 의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그렇게 스스로 안정을 주며 왠지 모르게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마음속의 커다란 짐이 놓이는 것처럼 가슴도 마침내 가라앉았다.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된다고.유시아는 심지어 한서준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거봐요, 안 먹힌다고 했죠? 이쯤에서 다시 하는 말인데, 재욱 씨한테 어떻게 할 생각하지 말아요. 결과는 뻔하잖아요.”“승패를 논하기에 아직 너무 이른 거 아니야?”한서준은 도로 질문을 던지며 피식 웃었다.“그보다도 넌 궁금하지 않아? 자기 여자한테 배신당한 임재욱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것도 다른 남자랑 같이 손을 잡고 배신을 때린 거라면 얼마나 빡칠지...”유시아는 그 말을 듣고서 한참 지나 대답했다.“실은 나도 궁금하긴 해요.”도청기를 의자 밑에 붙인 건 유시아가 사실이다.한서준과 손을 잡고 임재욱을 무너뜨리려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알고 싶었다.모든 걸 알고 난 임재욱의 반응을.4년 전과 4년 후, 임재욱 마음속의 자기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인제와 보니 슬슬 그 답을 얻게 될 타이밍이 된 듯싶다.콜택시는 곧 도시에 이르렀고 유시아는 예전 그대로 수업에 집중했다.저녁 즈음, 학생들을 보내고 나서 퇴근하려고 위층에서 내려왔다.그때 휴게실 소파에서 잡지를 보며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임재욱이 시야로 들어왔다.“시아야, 퇴근했어?”그녀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임재욱은 잡지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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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그런 임재욱과 반대로 신서현은 어디를 가나 밴과 매니저가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여 연애했었지만, 단 한 번도 대놓고 당당하게 한 적이 없다.가장 용기를 낸 순간을 뽑으라면 아마 신서현 아버지에게 들킨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포옹하고 뽀뽀했던 그 순간, 그것이 전부였다.신서현은 호화로운 생활을 바라는 여자도 아니었다.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함께 하기를 바랐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해 임재욱은 죄책감을 느꼈었다.신서현에게 좋은 생활을 안겨다 주지 못한 것 같아서.지금 두 사람 모두 마음속으로 신서현을 떠올리고 있다.순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남아 넘실거렸던 달콤했던 분위기는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저녁을 먹고 나서 유시아는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예전처럼 화실로 들어가 그림 그리기에 전념했다.오늘 간단하게 스케치하고 싶어 조각상을 모델로 삼아 천천히 선을 긋기 시작해다.아직 채 완성하지 못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조각상 앞을 가로막았다.욕실에서 이제 막 나온 임재욱이다.그는 회색 가운을 느슨하게 걸치고 의자를 유시아 앞으로 당겨와 앉았다.“내가 오늘 한가해서 그러는데, 모델로 서 줄게.”유시아는 웃었다.“오늘 엄청 바쁘실 텐데, 이럴 시간 있어요?”“왜?”임재욱은 눈썹을 들썩였다.“그려주기 싫어?”유시아는 연필 끝을 물고 그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씩 하고 웃었다.“누구나 모델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치골 라인 선명해요? 복근은 몇 개고요? 등 근육은 어때요? 역삼각형 몸매이긴 한가요?”유시아는 턱을 살짝 올리고 애교를 떠는 듯한 목소리로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이런 평범한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기 때문이다.도청기가 대우 그룹에서 나온 이상 회사 내부에서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이미 조사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언젠가는 자기한테까지 파급될 테니 마지막 남은 이 순간이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 아닌가 싶었다.모든 게 밝혀지고 나면 어디로 가야 하는 지도 미지수이다.임재욱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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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하얀 종이 위에는 조금 전 임재욱의 모습이 아니라 그의 뒷모습이었다.정장 차림에 손에 서류를 들고 고개를 약간 숙인 그의 모습, 떡 벌어진 어깨와 땅을 짚고 서 있는 긴 다리, 흑백을 뚫고 나오는 아우라에 저절로 눈이 부셨다.“유시아....”임재욱은 웃으면서 유시아를 품으로 끌어당겼다.“놀린 거 맞지? 온몸이 시큰할 정도로 그렇게 한 자세로 오랫동안 버티고 있었는지, 재밌었어?”유시아는 그림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재욱 씨, 이 뒷모습도 재욱 씨잖아요.”다른 바가 있다면 4년 전의 임재욱이었다.그때 감옥에 들어가자마자 임재욱은 변호사를 데리고 이혼 합의서 초고를 들고 병원으로 찾아와 사인을 요구했었다.그날 임재욱이 입은 정장은 바로 지금 그림 속에 있는 흑백 정장이었다.그는 손에 이혼 합의서를 들고 단호하게 떠나는 뒷모습만 남겼었다.그 뒷모습이 가슴속에 낙인되어 지금껏 아프게 하고 있다.5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그 아픔은 처음 느꼈던 그때처럼 똑같았다.살짝 바람이 불어와도 상처가 다시 돋아나고 지난 일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유시아는 손으로 그림을 가리키며 설명했다.“여기 한 번 봐요. 재욱 씨가 들고 있는 저 서류는 내가 사인을 마친 이혼 합의서예요. 재욱 씨는 모르겠지만, 그때 전 재욱 씨 뒷모습을 끝까지 봤어요.”얼굴에 번졌던 웃음은 서서히 사라지고 임재욱은 가슴 한쪽 곁이 미어지기 시작했다.그날의 모든 순간을 임재욱 역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이혼 합의서를 들고 감옥으로 찾아가 유시아에게 모욕을 주고 그녀의 신분을 박탈하면서 교도관에게 잘 부탁한다고 했었다.잘 부탁한다...간단한 말 한마디는 유시아에게 악몽처럼 다가왔었다.3년 동안 유시아는 그 짧고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임재욱은 모른다.하지만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가슴 속에 묻고 있던 한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었다.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부터 유시아의 기분이 신경 쓰였고 그녀의 눈물이 두려웠으며 매사에 조심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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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두 사람은 제각기 하고 싶은 말만 했다.유시아는 도청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했고 임재욱은 화제를 돌리느라 바빴다.“참 잘 그렸어. 분위가 아주 그냥...”유시아는 덤덤해 보이는 임재욱을 바라보면서 순간 놀림을 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어디선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내밀어 그 그림을 빼앗아 왔다.이윽고 갈기갈기 찢어버려 공중에 확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임재욱 씨!”임재욱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고 화난 나머지 빨갛게 달아오른 유시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또 왜 이러는 거야?”유시아는 온몸을 살짝 떨며 또박또박 물었다.“도청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잖아요. 못 들었어요?”“들었어.”임재욱은 덤덤하게 대답했다.귀로도 마음으로도 유시아의 말을 똑똑히 들었는데.임재욱은 잠시 침묵하더니 운을 떼기 시작했다.“잡다한 일로 이러고 싶지 않아. 그럴 가치도 없는 일이고. 그러니 좀 그 일에 대해서 그만 얘기하면 안 돼?”“딱하고 싶은데요.”유시아는 다소 달갑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래.”“그럼, 바른대로 알려줄게. 내 사무실에 감시 카메라는 없지만 도청기 제어하는 시스템이 있어.”대우 그룹의 모든 기밀이 임재욱 사무실에 있고 많은 프로젝트에 관한 사항들도 모두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된다.그런 중요한 곳에 유시아와 같은 아마추어를 쉽게 들여서 도청기까지 붙이게 할 수 없단 말이다.하여 유시아가 사무실로 찾아온 그날부터 임재욱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내가 지금까지 말하지 않는 건, 전에 이와 비슷한 일로 널 감옥에 들어가게 했었기 때문이야. 네가 한 짓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라고 생각하면서 너랑은 상관없다고 여기면서 평생 말하지 않으려고 했어. 이걸로 손해를 보지 않은 건 내가 운이 좋아서 그렇고 만약 이대로 손해를 본다면 자업자득이라고 하면서.”임재욱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지그시 바라보았다.“시아야, 내가 너한테 빚진 건 앞으로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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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늦은 밤, 별장 안은 유난히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어두운 침실에서 임재욱은 서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기절이라도 한 듯한 유시아를 바라보며 그는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녀의 얼굴에 천천히 뽀뽀하고 나서 그는 옷을 걸치고 화실로 향했다.이곳은 평소에 유시아 혼자만의 아지트로 조각상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고 그녀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임재욱은 화실 안쪽으로 들어가 허리를 숙여 유시아가 찢어 버린 그림 조각을 하나씩 주었다.다시 테이블로 가져와 천천히 맞추면서 정성껏 복귀 작업에 들어갔다.풀로 붙인 그림이라 아무리 작업 솜씨가 뛰어난 다고 한들 흔적은 눈에 선명했다.한눈에 보이는 것이 결코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마치 유시아를 대하는 것처럼 아무리 사랑해 주고 보살펴 준다고 해도 전에 안겨다 주었던 그 상처들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없듯이.사실이 이러한데도 임재욱은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노력하면 가능성이라도 있지 노력마저 하지 않으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옆에 강제로 묶어 두는 건 기껏해야 자기를 싫어할 뿐이고 적어도 임재욱은 앞으로 여한이 없게 된다.임재욱은 고개를 숙이고 ‘산산조각’ 난 그림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서재로 향했다.다음 날, 유시아는 거의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깨어났다.커튼을 거두지 않았으나 여름의 햇살은 무척이나 강렬하여 커튼을 뚫고 들어왔다.어젯밤 임재욱이 일방적으로 뜨겁게 사랑을 나눈 바람에 유시아는 몸도 아프고 머리가 아파 났다.하지만 배가 하도 고파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허씨 아주머니는 따뜻한 우유를 건네주며 계란 후라이도 해주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이제 곧 오실 거예요. 같이 식사하러 오신다고 했는데, 일단 허기만 좀 채우시고 이따가 정식으로 식사 하세요.”유시아는 그 말을 듣고서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점심에도 집에 와서 먹어요? 그렇게 할 일이 없나.”허씨 아주머니느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께서 맨날 혼자서 식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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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부엌 안으로 들어간 건 아니지만 풍겨 나오는 냄새로 봐서는 대충 짐작이 되었다.임재욱이 점심 먹으러 온다고 하여 쉐프들이 메뉴에 힘을 들였다는 것을.말을 마치고 유시아는 바로 뒤돌아서서 위층으로 향했다.임재욱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피식 웃고서 바로 따라갔다.여자를 달래는 건, 좋아하는 여자를 달래는 건, 그 또한 일종의 재미이다.침실로 들어서자마자 임재욱은 바로 목소리를 낮추어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화났어? 어디 아파? 내가 어젯밤에 좀 너무 심했지? 미안해... 어디 다쳤는지 한 번 봐봐.”임재욱은 말하면서 그녀를 침대로 데리고 왔다.“누워 봐봐, 한번 보자...”유시아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그를 확 밀쳐 버렸다.“대낮에 뭐라고 그러는 거예요! 낯간지럽게...”임재욱은 내내 웃으며 말했다.“남녀가 사랑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낯간지럽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게다가 어젯밤 너도 엄청 즐겼잖아. 침대 위에서는 엄청 즐기더니 지금은 또 아닌 가 봐? 이걸 보고 ‘침튀’라고 하나?”“시아쌤, 사람은 성실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유시아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임재욱은 계속 그녀를 놀렸다.대낮에 이러한 얘기를 입을 올리고 있으니, 유시아는 듣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웠다.그러다가 순간 어젯밤 침대 위에서 보였던 자기의 그러한 모습이 하나둘씩 떠올랐다.입으로는 욕하고 있지만 그의 리듬에 따라 계속 깊숙이 들어가면서 서서히 극에 달하는 그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으니 말이다.천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젯밤의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웠다.흥분한 나머지 유시아는 발을 들어 그를 차려고 했다.다행히 눈치가 빠른 임재욱은 바로 손을 내밀어 그녀의 무릎을 막아 버렸다.“시아야, 평생 외롭게 지내고 싶어?”지난번 피팅룸에서 방심한 틈을 타 유시아의 공격이 제대로 먹혔으나 이번에 역사를 재현할 수 없었다.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유시아를 바라보며 임재욱은 그녀를 품속으로 끌어안았다.“가자, 배고프다.”무더위를 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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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기분 나빠? 응?”오랫동안 돌아오는 답이 없자, 임재욱은 유시아의 고개를 돌렸다.다른 생각을 하듯 유시아는 눈꺼풀을 내리깔고서 그와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긴 눈초리는 두 눈을 완전히 덮어버려 모든 정서까지 감춰버렸다.임재욱은 그만 참지 못하고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유시아!”성까지 붙여서 부른다는 건 무슨 사달이 났음을 의미한다.유시아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임재욱과 두 눈을 마주쳤는데 이유 모를 긴장함과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그 모습에 임재욱은 살짝 당황하며 반성하기 시작했다.너무 언성을 높여 부른 건 아닌지, 무섭게 부른 건 아닌지, 유시아가 놀란 건 아니지.잠시 후, 그는 다시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앞으로 기분 나쁘면 내가 죽도록 미우면 얼마든지 소리치고 때려도 좋아. 근데 대우 그룹 가지고 장난하지 마. 알았어?”유시아는 그런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귀신한테 홀린 듯 물었다.“왜죠?”“그러다가 정말로 대우 그룹 잃게 된다면 내가 널 뭐로 먹여 살려? 네 전 시어머니는 또 어떻게 치료해 드리고.”속물이라고 해도 좋다. 임재욱은 어릴 적부터 돈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지내온 일인자이다.임재욱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거듭 강조했다.“돈만 있으면 암 환자도 가실 때까지 편하게 있다가 편하게 보내드릴 수 있어.”하물며 대우 그룹은 임태승의 명줄이나 다름없다.만약 유시아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언젠가 그의 귀에 들어갈 것이니 그 또한 트러블이다.유시아는 더 이상 변론할 도리가 없게 되자, 말을 아끼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처음부터 대우 그룹을 망칠 생각도 없었고 자기에 대한 임재욱의 마지노선을 테스트하고 싶었을 뿐이다.이제 대답도 얻게 되었고 그 대답이 예상 밖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은 결국 한 바탕 전쟁을 마치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이윽고 임재욱은 차를 몰고 유시아를 더 스케치 화실로 바래다주었다.차에서 내릴 때 임재욱은 또다시 그녀에게 물었다.“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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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유시아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뒤에서 안내 데스크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아쌤, 솔로들 배 아프게 그렇게 대놓고 염장 지르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무척이나 부러워하는 안내 데스크 직원의 표정이 시야로 들어왔다.유시아는 살짝 멋쩍어하며 웃더니 가방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2시간 정도 수업하고 나서 퇴근 시간이 되자 임재욱이 제시간에 맞춰 픽업하러 와 있었다.그는 유시아를 데리고 샤브샤브 먹으러 갔다.“할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었는데, 다음 주 화요일에 집으로 한 번 오라고 하셨어. 같이 먹자고 그러셨어.”유시아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천천히 고개를 들어 망설이며 입을 여는데.“재욱 씨만 부른 거 아니에요...”자기를 좋아할 리가 없는 임태훈이라 생각하며 임재욱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집으로 초대할 리도 없다고 여겼다.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불가능하게 여겨졌다.임재욱은 유시아에게 채소를 건네주면서 말했다.“시아야, 넌 내 여자야. 내 여자라면 당연히 나랑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앞으로 우리 집이 곧 네 집이 될 것인데, 그곳에서 지내지 않아도 가족 모임에는 참석해야 해.”유시아는 고개를 다시 푹 숙였고 젓가락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임재욱은 유시아를 데리고 임태훈의 칠순 잔치에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집안 모임까지 데리고 갈 생각이다.이 모든 건 딱 한 가지 사실만을 설명해 주고 있다.간단한 연애만이 아니라 유시아를 아내로 맞이하며 임씨 가문의 일원으로 들이려고 한다는 것.임재욱은 오랫동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유시아를 바라보며 웃으며 물었다.“무슨 생각 하고 있어?”유시아는 대답하지 않고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버렸다.“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나를 그 집으로 데리고 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냐고요?”“알아. 넌 앞으로 임씨 가문의 일원이 될 것이고 내 아내가 되리라는 것.”임재욱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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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그 말을 듣고서 유시아는 살짝 놀라는 모습이었다.“네? 청아 씨가 약혼한다고요? 누구랑 하는데요? 한서준 씨랑 하는 거예요?”임재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토끼 눈이 되어버린 유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임청아 임신했다고 그랬어. 그래서...”비록 신세대에 살고 있는 임태훈이지만 사상이 유독 보수적인 편이다.심지어 가부장적인 모습까지 지니고 있어 더더욱 가관이다.임태훈에게 있어서 임씨 가문 남자들은 함부로 하고 다녀도 되지만 여자는 절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사생활이 복잡하면 여기저기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이라고.하여 임청아와 한서준의 혼사를 동의하지 않던 임태훈은 임청아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오늘 집안 모임에서 한서준에게 여러 협의서에 사인까지 하게 했다.예를 들면, 임청아의 혼전 재산을 노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성과 지나친 교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심지어 귀가 시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세부적인 사항까지 규정해 주었다.하나뿐인 친손녀이고 어릴 적부터 보호를 받으며 자라왔기 때문에 유난히 조심스러웠다.손녀 사윗감이 무척이나 성에 차지 않았지만, 손녀가 좋아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대충 시집보낼 수 없었다.유시아는 그 말을 듣고서 미간을 찌푸렸는데.“한서준 씨는...”대우 그룹까지 넘보던 야망 덩어리가 과연 임청아에게 행복을 안겨다 줄 수 있는지 걱정되었다.유시아는 임태훈의 손을 빌려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임신 한 방으로 모든 게 이뤄질 줄은 몰랐다.걱정한 기색이 역력한 유시아를 바라보며 임재욱은 그녀의 턱을 살짝 꼬집었다.“왜 못 믿는 거야? 임청아한테 진심일 수도 있잖아.”유시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한서준 씨가 전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 모르는 건 아니죠? 그 사람 눈에는 그 누구든 카드가 될 수 있다고요. 청아 씨까지 포함해서요.”도청기 일로 전화를 했을 때도 한서준은 명확히 알려준 바가 있다.지금 임청아를 이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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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임재욱은 시간을 빼서 유시아를 데리고 맞춤 제작 숍으로 행했다.약혼식에 어울릴 만한 드레스로 유시아에게 선물해 줄 생각이었다.그렇게 사이즈를 재고 디자인을 고르고 나서 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백화점으로 갔다.임청아에게 줄 약혼 선물을 고르려고.비록 이복동생인 임청아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지만 아이를 가지고 약혼까지 하는 건 축하할 만한 일이다.임재욱은 무척이나 부러웠고 속으로 은은히 바라기도 했다.임청아에게 선물을 전하며 그 복을 이어받으려고 했다.어쩌면 그 운과 복을 이어받아 유시아와 곧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말이다.두 사람은 백화점을 돌다가 선물 숍에 들어섰다.임재욱은 단번에 조각 배가 눈에 들어왔고 유시아는 나무로 만든 오르골이 마음에 들었다.별로 망설이지도 않고 유시아는 바로 말했다.“재욱 씨는 저거 사고 난 오르골로 할래요. 선물은 많을수록 좋잖아요.”하지만 임재욱은 즉시 반박 의견을 드러냈다.“안 돼. 우린 한 가족인데, 선물은 하나만 해야 해.”“뭐라고 그러는 거예요.”유시아는 발을 동동 그렸다.“재욱 씨, 우리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가족이라고 할 수 없죠.”“매일 같이 먹고 같이 자는 데, 가족이나 다름없잖아.”임재욱은 당당하게 그럴 듯이 말했다.이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한서준과 임청아가 다가오는것이 보였다.두 사람은 커플 셔츠를 입고 다정하게 걸어왔다.임청아는 아이를 품고 나서 하이힐을 거두고 편안한 운동화로 바꿔 신게 되었다.한 손에 밀크티를 들고 한서준의 팔짱을 낀 채로 수호 기사에게 보호받는 공주님처럼 보였다.임청아의 성질을 죽이고 얌전한 모습만 드러내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오직 한서준 뿐인 것만 같았다.“임 대표님, 유시아 씨...”한서준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자연스레 임청아를 데리고 인사하러 왔다.“쇼핑하러 나온 거예요?”임재욱도 웃으며 말했다.“약혼 선물로 뭘 주면 좋을지 보러 나온 거예요.”웃는 얼굴에 침 뱉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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