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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죄로의 모든 챕터: 챕터 421 - 챕터 430

485 챕터

제421화

유시아는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 보통 화를 잘 내지 않은 편이다.고마운 줄도 모르고 이채련이 자꾸 막무가내로 하는 것을 보고 슬슬 짜증이 나서 대꾸하기 시작했다.“아주머니께서 절 싫어하신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만약 아무런 일도 없었으면 이렇게 나타나서 굳이 그런 쓴 소리를 들을 이유도 없었을 거예요. 근데 제가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시름 놓고 갈 수가 있겠어요! 사기당하고 스스로 목숨까지 끝내려고 했던 아주머니를 어떻게 혼자 두고 가냐고요!”어찌 됐든 이채련은 소현우의 어머니이다.아무런 일도 없었으면 평생 마주치지 않고 그렇게 살았을 건데 좋지 않은 일이 생겼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이대로 뒤돌아서서 떠났다가 또다시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유시아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유시아는 그 간호사에게 말했다.“얘기 좀 하고 있을게요.”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쟁반을 들고 나갔다.두 사람만 병실에 덩그러니 남게 되었고 유시아는 천천히 병상 옆으로 다가갔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왜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 하는지...”소현우가 죽었을 때도 이채련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지 않았었다.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아픔 속에서 어느 정도 헤어 나왔을 건데 단지 사기당한 것 때문에 이 지경이 된다는 게 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어쩌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채련을 고개를 획 돌리고 고집을 피웠다.“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내가 죽든 말든 그것도 너랑 상관없는 일이니 그만 신경 써!”“현우 엄마잖아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저 갈 수 없어요.”유시아는 이채련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나지막이 말했다.“무슨 일이 있든 일단은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현우도 그걸 원하고 있을 거예요. 이렇게 힘들게 지내시는 걸 보고 싶지 않아 할 거예요. 괜찮으시면 제가 자주 댁으로 찾아가서...”이채련은 바로 단호하게 거절하는데.“필요 없어! 우리 집안과 넌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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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살짝 흔들린 듯한 이채련의 얼굴을 보고 나서 유시아는 계속 덧붙였다.“일단은 살고 봐야지 않겠어요?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 있을까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잖아요.”이채련은 입을 꾹 다문 채 의외로 고개를 끄덕였다.유시아는 또다시 병원 밖으로 나가 이채련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한 아름 안고 돌아왔다.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병원을 떠나 그린레이크로 돌아갔다.별장 안에서 임재욱은 초조한 걸음으로 거실을 누비고 있다.그녀가 돌아온 것을 보고서 바로 다가가 다소 난폭한 모습으로 손목을 확 잡아당겼다.노여움이 가득한 얼굴은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유시아! 대체 어디 있다가 온 거야! 전화도 안 받고 죽고 싶어 환장했어!”너무 꽉 잡고 있는 바람에 손목이 아파 났다.“아파요...”임재욱은 복수라도 하는 듯이 그녀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어디 갔었는지 바른대로 말해!”“화... 화실에 갔다가 친구랑 야식 먹었어요.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유시아는 말하면서 손을 뿌리쳤다.“이것 좀 놔요! 아프다고요!”임재욱은 그제야 그녀를 소파로 밀치고 나서 위층으로 올라갔다.올라가면서 비서인 강석호에게 전화를 걸어 그만 찾아도 된다고 했다.소파로 넘어진 유시아는 손목을 어루만지며 겨우 진정했다.이때 허씨 아주머니가 차 한잔을 건네주면서 말했다.“아가씨, 대표님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아가씨께서 아무런 소식도 없으셔서 저녁도 안 드시고 지금까지 조급해하셨어요. 제가 죽 좀 끓여줄 테니 가져다드리세요.”이는 유시아에게 주동적으로 다가가 임재욱의 환심을 사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애완견이 주인에게 간식을 얻어먹으려고 재롱을 피우는 것처럼.거절하고 싶었으나 유시아는 왠지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평소 같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건데 임재욱한테서 돈을 얻어내어 이채련에게 줄 생각이었다....윗층, 서재 안에서.기분이 상해버린 임재욱은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어 소파에 앉아 뭉치와 놀고 있었다.뭉치는 그의 다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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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임재욱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유시아는 그가 아직도 삐친 줄 알고 소리를 한껏 낮추었다.“잘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네?”임재욱은 그제야 안고 있던 뭉치를 내려놓고 책상 쪽으로 다가와 앉아 웃는 듯 마는 듯 유시아를 바라보았다.“유시아, 나한테 부탁할 일이라도 있어?”그렇지 않고서는 유시아처럼 줏대가 있는 사람이 이럴 수가 없다.심씨 가문을 위해서 직접 찾아와 부탁을 하긴 했어도 잘 보이려고 아첨을 떨었던 적은 없었다.유시아는 그 말에 살짝 굳어졌다. 들고 있는 죽을 내려놓고 천천히 다가가 그의 맞은 편에 서서 용기를 냈다.“돈이 필요해서 그래요!”임재욱은 덤덤하게 대답하고서 다시 물었다.“얼마나?”“2억 정도?”유시아는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한 것이다.구체적인 금액은 유시아도 내내 고민했던 바이다.부유한 생활에 습관 되어 있었던 이채련이기에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실은 몇억으로도 여생을 즐기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유시아는 임재욱이 자기와 흥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높게 부른 것이다.금액을 듣고서 임재욱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그 돈으로 뭐 하려고?”돈에 대해서 별다른 개념이 없었던 유시아인데 갑자기 2억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된 것이다.“돈 좀 가지고 있으려고요.”유시아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면서 책상 위에 있는 장식품을 만지작거렸다.“많이 요구한 것도 아니잖아요. 별장이랑 아파트 모두 재욱 씨한테로 넘겨줬는데, 부동산 찾아서 팔아버리면 2억보다 더 나올 수도 있고요.”임재욱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이리 와 봐.”유시아는 고분고분 다가갔고 임재욱은 그녀를 자기 허벅지 위로 끌어안았다.그 모습에 유시아는 놀리지도 않고 발버둥 치지도 않았다.“카드로 보내줄 수 있죠? 가능한 한 빨리 보내주세요.”“돈으로 안전감을 느끼는 거야?”유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알았어. 마침 은행에 아는 친구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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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돈에 대해 확답을 얻지 못한 유시아는 이미 흥이 깨진 대로 깨졌다.바로 임재욱의 손을 뿌리치면서 거절했다.“그럴 기분 아니에요.”“왜? 내가 돈 안 줘서 그러는 거야?”임재욱은 그녀의 턱을 살짝 쥐고서 다소 까칠하게 말했다.“유시아, 너 술집 아가씨야?”간단한 물음 한 마디에 신경이 제대로 건드려졌다.유시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자포자기한 듯 말했다.“비슷한 맥락이죠.”그 대답에 임재욱은 피식 웃는데.“한 번 자는 데 2억인 아가씨는 없어. 그 어떤 클럽에서도.”“주제넘었네요. 제가.”유시아는 그를 밀치고 서재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그럼, 이만.”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서 임재욱은 온몸에 열이 점점 불타올라 다가가 그녀를 들어 안았다.다시 책상 위로 눕혀 놓고 어깨를 꽉 눌렀다.화끈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임재욱은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그동안 너무 순순했지? 네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잊은 거야? 심씨 가문 일로 나한테 찾아와서 빈 거 잊었어? 생각해 보니 밑지는 장사 같아서 또다시 몸값 높여서 나한테 널 팔려는 거야?”그 말에 유시아는 수치스러워 미친 듯이 그를 밀어냈다.“나쁜 놈!”임재욱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욕까지 하네? 그래! 내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제대로 보여줄게.”‘아파.’지나친 아픔에 유시아는 그의 책상 위에서 생을 마감할 것만 같았다.돈은 둘째 치고 오히려 호랑이 굴로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유시아는 이채련의 일로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다.도우미마저 구하지 못하고 있는 이채련, 부유하게 지금껏 살아온 이채련, 만약 짧은 시간 내에 돈을 가져다 주지 않으면 또다시 죽으려고 할 것이다.그 생각에 유시아는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임재욱과 함께 욕조에 누워있을 때도 머릿속으로는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부드러운 조명 때문인지 임재욱의 딱딱하고 차가운 얼굴은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다.“어디에 쓸 건지 말해 봐. 다른 남자한테 쓰는 것만 아니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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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40분 뒤, 택시 한 대가 전당포 앞에 멈춰 섰다.택시에서 내린 유시아는 전당포를 확인하고서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갔다.팔찌에 관한 영수증을 찾지 못해서 환급은 불가능해진 것이다.일반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사치품에 대해서 일절 모르고 이런 곳도 처음이라 안절부절못했다.행여나 싼 값에 팔리게 될까 봐, 보석 감정사가 팔찌를 보고 있을 옆에서 내내 강조했다.“어메랄드 팔찌에요. 1400만 원으로 산 건데 가짜일 리가 없어요.”보석 감정사는 웃으면서 곧 그 결과는 알려주었다.팔찌는 진품이 맞고 가격은 1200만 원으로 해준다고.‘1200만 원이라...’유시아가 생각했던 가격과 좀 차이가 있긴 하나 급한 불이 먼저이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죠.”팔찌를 넘기고 돈은 곧 계좌로 들어왔다.유시아는 은행 잔액을 보고서 깊이 숨을 내쉬었다.이윽고 택시를 잡아 바로 대학 병원으로 향했다.병실에 도착했을 때 이채련이 보이지 않았다.간호사 말로는 검사받으러 내려갔다고 했고 어젯밤 컨디션도 많이 좋아져서 또다시 자살하려고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유시아는 그제야 마음이 놓여 사 들고 온 백합을 꽃병에 꽂아두고 침대도 정리해 주었다.이때 병실로 돌아온 이채련은 한창 바삐 움직이는 유시아를 보게 되는데, 한참 동안 유시아를 물끄러미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왔구나.”유시아는 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렸고 환자복을 입고 있는 이채련을 바라보면서 웃었다.“네, 오늘은 좀 어떠세요? 좀 좋아지셨어요?”이채련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이때 무엇인가 생각난 유시아는 옷 주머니에서 은행 카드를 꺼내 들었다.“여기에 1200만원 들어 있어요. 비밀번호는 0 여섯 개이고요. 일단 급한 대로 쓰고 계세요. 부족하시면 제가 더 보내드릴게요.”정작 부족하다고 하면 그 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말하고 봤다.이채련이 자기한테 기대고 마음 편히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기분이 좋아지면 회복에도 좋을 것이다.이채련은 은행 카드를 덤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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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함께 점심을 먹고 나서 유시아는 그만 일어날 생각이었다. 오후에 수업이 있어 더 스케치 화실로 향해야만 했다.그전까지 유시아는 더 스케치 화실을 취미로, 용재휘과 무언으로 이룬 일종의 약속으로 여겼었다.하지만 지금은 그 마인드가 달라졌다.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삼스레 깨닫고 제대로 운영하여 가능한 한 돈을 많이 벌려고 생각을 바꾸었다.주머니가 넉넉하면 여기저기 치일 일도 없으니 말이다.게다가 앞으로 이채련만 괜찮다고 하면 소현우 대신 그녀의 곁을 지키며 용돈을 드릴 수도 있다.“어머님, 그럼, 이만 가 볼게요.”유시아는 말하면서 침대 머리를 정리하여 남은 음식을 정리하면서 쓰레기 봉지에 버렸다.“내일 다시 찾아뵈러 올 게요.”“아니, 더 이상 찾아올 필요 없어.”놀라움을 금치 못한 유시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채련은 덧붙였다.“네가 자꾸 여기로 오면 네 남자 친구도 불쾌해할 거야.”남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대부분 너그러운 편이나 자기 여자에 관한 일이라고 하면 극히 소심해 지기 마련이다.굳이 자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겨 임재욱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아니면 손해를 보고 힘든 건 유시아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괜찮아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유시아는 그 뒤로 이채련과 한참을 얘기하고 나서야 병원을 나섰다.병원 대문을 나서자마자 임재욱이 보였다.공터에 홀로 외로이 서서 유시아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임재욱.유시아는 순간 1200만 원을 받고 전당포에 맡긴 어메랄드 팔찌가 생각났다.당황함도 잠시 병실에 있는 이채련까지 생각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재욱 씨...”임재욱은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팔찌를 꺼내 들었다.이윽고 차가운 얼굴로 허공에 팔찌를 던져버렸다.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은 순간 멈추는 것만 같았다.유시아의 시선은 시종일관 팔찌를 향했고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어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결국 한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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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임재욱은 침실 문 앞에 가만히 서서 침실 안을 들여다보았다.이불로 온몸을 꽁꽁 감싼 유시아를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조금 전, 차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2층 침실 조명이 켜져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꺼졌으니 말이다.‘가식덩어리.’임재욱은 또다시 콧방귀를 뀌고서 침실 안에 아무도 없다는 듯이 옷방으로 다가가 잠옷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갔다.욕실 문을 닫지도 않고 물소리는 그대로 울려 나왔다.유시아는 순간 일부러 저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10분 뒤, 임재욱은 재빠르게 씻고 나와 바로 침대로 올라와 그녀를 등지고 누웠다.그렇게 아무런 에피소드도 없이 조용한 하룻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아래층으로 내려온 유시아는 의외로 부엌에서 밥을 먹고 있는 임재욱을 보게 되었다.출근 전 식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편안한 그레이 셔츠와 검은색 슬랙스 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한 손에 신문을 들고 다른 한 손에 커피잔을 든 채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였다.계단 쪽에서 소리가 나자, 임재욱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평소 오후에야 화실로 향하는 유시아이므로 그녀는 보통 오전에는 집에 있는 편이다.여유로운 그녀와 달리 평소 무척이나 바삐 도는 임재욱이다.집에 있는 시간도 거의 없어 유시아는 그가 없는 틈을 타서 편안한 파자마 옷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에 익숙해졌다.지금도 마찬가지로 연한 레드 컬러의 끈 치마를 입고서 머리까지 풀어 헤치고 하품을 하며 내려오고 있다.의도한 건 아니지만 무척이나 섹시하면서 청순한 느낌을 준다.임재욱을 보자마자 유시아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출... 출근 안 해요?”임재욱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괴이하게 말했다.“좀 더 자지 그래?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아, 전 시어머니 간병하러 가려고?”유시아는 여유로운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어디서 용기를 얻었는지 바로 대꾸해 버렸다.“꼭 그렇게 말해야 속이 시원해요? 현우 그렇게 된 거 재욱 씨는 뭐 책임이 없어요?”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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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싫어요.”임재욱도 병원에 간다는 말을 듣고 유시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소현우 일로 이채련은 줄곧 두 사람에 대해 달갑지 않은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갖은 말로 겨우 얼리고 닥쳐서 이채련의 용서를 받아냈는데, 임재욱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면 모든 건 물거품이 되어 버릴 것이 분명하다.말을 예쁘게 하면 모를까, 독설계의 일인자인 임재욱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왜? 내가 네 전 시어머니한테 뭐라도 할까 봐 무서워?”임재욱은 씩 웃으며 덧붙였다.“타, 그런 일 없어. 말로 제대로 풀어볼게. 난처해 질 일은 없을 거야.”유시아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재욱 씨, 대체 뭘 더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 거예요?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사기까지 당하셨다고요. 크게 비웃으려고 가는 거예요?”임재욱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그게 뭔데요?”유시아는 의심을 품고 거듭 물었다.“가면 알게 될 거야.”말하면서 임재욱은 조수석의 차 문을 열었다.유시아는 살짝 망설였지만 결국에는 차에 올랐다.임재욱의 성격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유시아이다.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뻔히 보이는 결과를 가지고 다투기보다는 일단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말실수 같은 걸 하게 되면 옆에서 말리면 된다.만약 자기 몰래 이채련을 찾아가서 독설을 퍼붓게 된다면 그야말로 큰 재난이다.차는 곧 별장 구역을 떠나 도로를 타기 시작했다.운전대를 잡은 임재욱은 핸들을 꺾으면서 유시아에게 물었다.“너한테 틱틱 거리지 않아? 널 때리지는 않았지? 욕은 먹었어?”유시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여는데.“많이 달라지셨어요. 전보다 유유해지시고...”아마 그동안 수많은 일을 겪어서인지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일을 마주함에 있어서 전보다 훨씬 너그러워졌다.유시아는 지금의 이채련을 보고 왠지 모르게 흐뭇하기도 했다.그리고 아픈 말만 골라서 했던 그전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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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시아한테서 사모님 몸이 좀 편찮으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인사도 좀 드릴 겸 해서 찾아온 거예요.”임재욱은 말하면서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섰다.유시아를 대하던 까탈스러운 모습을 버리고 부드러운 모습을 장착했다.“좀 어떠세요? 괜찮아 지신 거 같아요?”태도가 달라진 임재욱을 바라보며 유시아는 그제야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내가 속이 좁았어.’임재욱은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기한테만 나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적어도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외톨이가 되어버린 어르신께 나쁜 짓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좋아졌어요. 바쁠 텐데 이렇게 병문안까지 오고 고맙네요.”이채련은 웃으면서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좀 앉아요.”유시아가 단독 병실을 마련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공립 병원인 만큼 환경이 그리 좋지는 않다.병실에 의자도 하나뿐이고 그 의자마저 상태가 좋지 않다.“고맙습니다.”임재욱은 앉고 싶지 않아 유시아를 끌어당겨 강제로 앉혀 버렸다.다정해 보이는 모습에 유시아는 순간 온몸이 굳어지는 것만 같았다.이채련을 바라보면서 내내 불안해했다. 어찌 됐든 전 며느리로서 새로운 남자인 임재욱을 데리고 병문안을 온다는 건 이치에 맞는 행동인 것 같지는 않았으니 말이다.유시아는 심지어 슬슬 같이 온 것에 대해 후회하기도 했다.안절부절못하던 그 순간 간호사가 문을 두드렸다.“11호 보호자 분, 약 좀 가져가세요.”낯이 익은 간호사를 보고서 유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채련을 등지고 임재욱을 바라보았다.간절하게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그러고는 곧바로 숨이 턱턱 막히는 병실을 나왔다.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게 된 병실 안에서 이채련은 덤덤하게 웃으며 운을 떼기 시작했다.“다른 일로 온 거 아니에요?”“소현우 어머니이시고 시아 전 시어머니이신데...”임재욱은 그 의자에 앉아 이채련과 가능한 한 눈높이를 맞추려고 했다.“시아가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따라서 신경 쓰고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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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소현우는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그도 그의 어머니도 쉽게 이름 석 자만으로 유시아를 흔들 수 있다.이에 대해 임재욱은 아프면서도 어할 도리가 없어 괴로운 것이다.유시아가 모든 짐을 내려놓고 그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자기 옆에 얌전하게 있게 하려면 이채련의 노후 정도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임재욱 역시 그럴 수만 있다면 흔쾌히 노후를 책임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이채련은 이렇게 굳이 병실까지 찾아온 임재욱의 뜻을 알아차렸다.여자 하나 때문에 빳빳하게 들고 다니던 고개를 숙이기까지 하다니, 그 모습에 이채련은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따라서 이채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한 번 타일러 볼게요.”그러더니 또다시 나지막이 말했다.“시아한테 잘해줘요. 귀엽고 사랑받아도 마땅한 아이잖아요. 시아한테 잘해 주면 시아는 절대 그쪽과 헤어지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임재욱 역시 입가에 미소를 살짝 띠었다.“네, 걱정하지 마세요. 꼭 그렇게 할 거예요.”...임재욱의 도움을 받아 이채련은 아주 순조롭게 이원 절차를 밟았다.새로 옮긴 병원은 도시 외곽에 있어 지리적으로 좀 외딴곳이긴 하나 공기도 환경도 일품이라 요양하기엔 적합하다.그 외에 임재욱은 해외에서 전문가를 모셔 와 이채련을 돌보게끔 했다.이원 하는 그날 임재욱은 회사에 일이 있어 유시아가 함께 갔었다.병실의 인테리어는 력셔리 그 자체였다.창문을 열면 꽃이 활짝 피어 있는 정원과 인공 호수가 보여 시야가 탁 트는 것이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평소에 다른 일들로 바삐 도는 유시아는 이곳으로 자주 찾아올 수 없어 이채련이 가장 좋아하는 백합이란 채색 앵무새 두 마리를 사서 친구가 되어주도록 했다.간병인과 함께 침실을 깨끗하고 청소하고 나서야 서서히 떠날 준비를 했다.“어머님, 편히 쉬고 계세요. 그 어떤 병도 마음 상태에 따라 좋고 나빠지는 것이니 매일 편한 마음으로 계시고요. 시간 나는 대로 바로 달려올게요.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전화해 주세요.”이채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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