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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이라는 죄로: Chapter 401 - Chapter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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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눈치가 빠른 임재욱은 한서준의 일거수일투족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지면서 고개를 돌려 유시아를 바라보았다.유시아는 손에 가방을 들고서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고 있었다.하이힐까지 신은 바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해서 걸음을 옮겼다.임재욱은 입술을 살짝 사리물고 한서준에 대한 불만을 당장 털어놓을 수 없어 일단은 참기로 했다.방약무인으로 유시아를 임태훈 앞으로 데려오기까지 했는데.“할아버지께 인사드리려고 시아 데리고 왔어요.”유시아!익숙한 이름 석 자에 주변 사람들은 신경이 바로 곤두서게 되었다.순간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임재욱이 이혼을 하고서 전처랑 다시 만난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감히 어르신 칠순잔치에 데려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그 험한 길을 임재욱은 뒤돌아보지 않고 걸으려는 모습이다.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자, 유시아는 고개를 살짝 떨구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부디 만수무강하시기 바랍니다.”임재욱은 몰래 유시아의 손을 꼭 잡았는데 응원하고 있는 듯했다.이윽고 뒤에 있던 강석호가 손에 들어 있던 정교한 박스를 건네주었다.임재욱은 그 박스를 받고서 공손하게 양손으로 임태훈에게 앞에 보였다.“이건 저와 시아가 함께 준비한 할아버지 생신 선물이에요.”임태훈은 허허 웃으며 양손으로 박스 위에 있는 리본을 풀고 뚜껑을 열었다.안에 들어 있는 어메랄드 조룡을 보고서 활짝 웃는데.“내가 요즘 어메랄드에 꽂혀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이렇게 콕 집어서 선물해 주고 말이야.”임재욱은 겸허한 모습으로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마음에 들어 하신다니 다행이에요.”기분이 좋아진 임태훈은 임재욱에게 유시아를 데리고 여기저기 구경하라고 했다.유시아에게 편하게 자기 집처럼 지내라고 하면서 말이다.무척이나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어른으로 보였다.그러나 얼마 전 그의 지시로 정신을 잃어 당장 폭파될 위험 주택으로 버려진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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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할아버지께서도 두 사람 갈라놓으려고 애를 쓰셨지만 임청아가 끝까지 버텼어. 끔찍이 여기는 손녀가 별의별 방법을 다 내놓자, 할아버지도 더 이상 밀어붙이기 안쓰러웠던 거지. 그래서 지금은 서로 버티고 있어. 연애를 해도 뭘 해도 좋은 데 결혼은 절대 못 할 거야. 절대!”임재욱은 말하다가 고개를 흔들며 한숨까지 쉬었다.“임청아 저...”갑자기 말을 뚝 끊었는데 더 이상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한 여자가 누군가를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있을 때 이는 그 남자에 대한 여자의 진심과 집착만을 증명할 수 있을 뿐 절대 그 누구든 그 여자를 비웃을 있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그때의 유시아처럼.사랑에 깊이 빠져 있는 그녀였지 미련한 것은 아니므로.유시아를 향해 웃으며 임재욱이 말했다.“저기로 가 보자.”그와 함께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다가 지쳐버린 유시아는 잠시 쉴 곳을 둘러보고 있었다.그때 마침 짙은 블루로 된 슈트를 입은 남자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면서 인사하기 시작했다.“ 임 대표님, 유시아 씨,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임재욱은 남자의 정체를 확인하고 입가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오랜만이에요. 도승우 씨도 그동안 꽤 잘 지내셨나 보네요? 이렇게 멀쩡하게 걸어다니는 걸 보니.”도승우를 보자마자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유시아는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었다.임재욱이 비아냥거리며 입을 여는 순간 떠오른 것이다.정월 대보름 그날에 신서현의 스트립쇼에 대해 평가했다가 임재욱이 던진 술병에 맞아 하마터면 죽을 뻔한 그 남자라는 것을.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유시아는 신경 쓰지도 않았었다.며칠 동안 임재욱이 밤을 새워가며 일한 것 말고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니.‘그때 그렇게 원수처럼 대하더니 금세 또 가까워진 거야?’“유시아 씨, 오랜만이에요.”도승우는 임재욱과 말을 하다가 유시아에게로 말머리를 돌렸다.“듣기로는 유시아 씨께서 화실을 운영하고 계신다던데,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마침 우리 집에 그동안 수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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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정월 대보름 그날 클럽에서 도승우가 했던 말이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신서현이 세상을 떠난 지도 여러 해가 지났는데 굳이 망자에게 구정물을 쏟을 필요가 없단 말이다.신서현에 대한 임재욱의 마음이 어느 정도로 깊은지 도승우도 모르고 있었기에 그가 뱉었던 말들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하지만 도승우 뿐만 아니라 심하윤도 신서현에 대한 평가가 좋지는 않았다. 극히 혐오하는 정도라고 표현할 정도로.두 사람 모두 연예계에서 인맥이 좀 있는 편인데, 그런 그들마저도 신서현에 대해 그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건 신서현이 정말로 그렇게 살았다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전에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지금은 알고 싶어졌다.신서현에 대해서 임재욱이 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지.눈살을 찌푸리고 사색이 잠겨 있는 유시아의 모습을 보고서 임재욱은 그만 참지 못하고 물었다.“시아야, 왜 그래?”유시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가볍게 웃었다.“별거 아니에요.”‘됐어! 이미 죽은 사람 두 번 죽이는 일이니 그만두자.’신서현이 어떤 사람이든 이미 죽은 건 사실이고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그것도 유시아 아버지의 차에 깔려서.그냥 지금 이대로 임재욱이 생각하고 있는 신서현의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유시아는 이 화제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고 말하고 싶지도 않아 잠시 임재욱과 함께 여기저기 인사를 하고서는 몰래 뒷문을 통해 클럽 뒤에 있는 정원으로 향했다.정운시의 봄은 다른 곳보다 좀 늦게 오는 편이다.지금 이 시기의 정원은 그 어떠한 아름다움도 보이지 않는다.유시아는 돌의자에 앉아서 들고 있던 가방을 열었다.하이힐에 시달린 발과 다리도 좀 쉴 겸 화장도 좀 고칠 겸.임태훈의 칠순 잔치에 하객들뿐만 아니라 기자들까지 우르르 몰려 들었다. 카메라 셔틀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하도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던 바람에 유시아는 얼굴 근육이 뭉친 것만 같았다.쿠션 뚜껑을 닫는 순간 뒤에서 귀에 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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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유시아는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래요? 그럼, 미리 축하해요.”잠시 멈칫거리다가 다시 운을 떼기 시작했는데.“청아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아주 단순하고 착한 사람이에요. 마약 청아 씨를 아내로 맞이할 수 있다면 그건 한 대표의 복일 거예요. 후회하는 일 없이 청아 씨를 진심으로 대하고 사랑해 줬으면 해요. 이건 진심이에요.”온갖 정성으로 한 여자에게만 올인하는 그런 사랑도 인제 드문 법이니.“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거였어.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지켜 줄 거야.”한서준을 말을 마치고 유시아의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 물었다.“솔직히 말해서 사모님 자리가 너한테 아직 끌리기나 해?”유시아는 그런 그의 두 눈을 마주하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웃었다.“미안합니다만 우리 사이에 그런 얘기를 나누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가 보는데요. 서로 고충을 털어놓는 사이는 아니잖아요.”돌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유시아는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먼저 실례할게요.”가방을 들고 다시 뒷문을 통해 클럽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그때 뒤에서 또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강제로 끌려온 거지? 그렇지?”대답하지 않아도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유시아가 보였던 웃음이 너무 어색했으니 말이다.한서준은 야생가의 사장으로서 그동안 수없는 사람을 만나왔었다.특히 여자와 가장 많이 접촉했는데 한 여자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마지못해 기쁜 척을 하고 있는 것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이치대로라면 명석한 임재욱도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믿었다.하지만 그는 자신을 잘 속일 수 있었던 것이다. 유시아는 진심으로 기뻐해 하고 있다고.유시아는 마침내 고개를 돌려 한서준을 바라보았다.“오지랖이 넓은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오지랖이 넓은 게 아니라 비즈니스 하는 사람으로서 유시아 너랑 거래 하나 좀 할까 해서 그래.”한서준의 유시아의 안색을 천천히 살피다가 다시 운을 떼기 시작했다.“임 대표가 지금 널 강박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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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그 말을 듣고서 한서준의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난 단 한 번도 내가 걔보다 얼마나 대단한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하지만 적어도 이번 거래로 넌 네가 원하던 자유를 얻을 수 있어.”도청기를 꼭 움켜쥐고 있는 유시아의 손을 살짝 두드리면서 덧붙였다.“급히 대답할 필요 없어. 천천히 기다릴게.”말을 마치고 바로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유시아는 꼭 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펼치면서 그 속에 가만히 누워있는 도청기를 보았다.망설인 끝에 버리지는 못하고 가방 안에 깊숙이 챙겨두었다.홀로 정원에 남아 머리를 좀 식히고 나서야 유시아도 클럽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들어가자마자 로열블루 드레스를 입은 정유라가 정면으로 오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두 사람은 딱 마침 서로를 마주치게 되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피해 갈 수 없었다.실은 정유라도 올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다. 임씨 가문과 정씨 가문은 세세 대대로 교제를 이어왔고 그 두 사람이 이혼했을지라도 그 교제는 끊이지 않을 거라고.딱 마침 그 예측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유시아는 아랫입술을 사리물고 그녀와 그냥 스쳐 지나가려고 했으나 정유라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시아 씨, 축하드려요...”차갑고 악독한 눈빛으로 유시아를 바라보면서 비아냥거렸다.“이제 곧 다시 사모님 소리 듣게 될 텐데 기분이 어떠세요?”“미안합니다만 그쪽과 상관없는 일이고 사적인 일이니, 대답할 의무가 없다고 봅니다.”아무런 표정도 없이 유시아가 말했다.이윽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정유라는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아당기며 죽일 듯이 노려보는데, 한참 지나고 나서야 독이 가득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미리 경고하는데, 사모님 소리는 나만 들을 수 있어! 넌 절대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할 거야!”유시아는 그런 정유라의 두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임재욱 때문에 야생가 앞에서 자기를 납치하려고 했던 그때 그 모습이 떠올랐다.어쩌면 임재욱을 너무 사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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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유시아는 얼굴을 한쪽으로 돌려 임재욱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그럼, 정유라 씨한테 물어보러 가세요.”말은 하지 않아도 임재욱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정유라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리가 없다면서.하여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웃으면서 자기와 눈이 마주치게끔 유시아의 어깨를 꼭 움켜쥐었다.“무슨 말을 했든 마음에 두지 마. 그냥 혼자서 헛소리했다고 생각해.”유시아는 그런 그의 두 눈을 마주하면서 아랫입술을 살포시 깨물었다.“네.”오후쯤이 되자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따라서 임태훈의 포커페이스도 점점 벗겨지기 시작했는데, 임재욱이든 임청아든 염장지르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그들이 데리고 온 유시아든 한서준이든 모두 임태훈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다.하필이면 비할 데 없이 위풍당당한 칠순 잔치로 데리고 왔으니, 화를 억누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임재욱은 그런 그의 눈치를 보고 싶지도 않고 끝나는 즉시 유시아를 데리고 나왔다.그림레이크로 돌아왔을 때 시간은 딱 마침 오후였다.도우미 허씨 아주머니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아가씨, 오셨어요. 저녁 준비할까요?”“네.”임재욱은 신발을 갈아 신으면서 말했다.“담백한 음식으로 준비하세요.”칠순 잔치 자리에 산해진미로 별의별 음식이 다 있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집밥이다.“시아야, 넌 뭐 먹고 싶어?”“뭐나 상관없어요.”유시아 역시 하이힐을 벗고 푸근한 슬리퍼로 갈아신고서는 바로 침실로 향했다.늦은 밤, 임재욱은 서재에서 업무를 보고 유시아는 방안에서 조각상을 보고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용재휘의 손에서 화실을 건네받은 뒤로 임재욱은 별장에 방 한 칸을 마련하여 화실로 쓰게끔 했다.그녀가 지루해할까 봐 일부러 전문적인 도구와 조각상을 여러 개나 준비해 두었다.펜을 잡고 있는 유시아는 그림을 그리다가 서서히 넋이 나가기 시작했다.‘넌 네가 원하는 자유를 얻을 수 있어.’한서준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임재욱이 지금처럼 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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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유시아는 밤새 뒤척였다.임재욱의 곁에서 한쪽으로 누워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잠이 천천히 쏟아지기 시작했다.생각이 많아서인지 편히 자지 못했고 심지어 악몽까지 꾸었다.꿈속에서 임재욱은 블랙 코트를 입고 아주 높은 곳에 서 있었다.바람도 어찌나 강하게 불어오는지 그의 코트까지 휘날릴 지경이었다.유시아는 그런 그를 올려다보면서 행여나 떨어져 내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계속 그를 불렀다.“재욱 씨, 재욱 씨...”돌아오는 대답이 없었고 자기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문득 눈을 떠보니 익숙한 천장과 크리스탈 라이트가 눈에 들어왔다.이곳은 두 사람의 침실이고 모든 것이 그대로다.유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흥건해진 땀을 닦았다.이윽고 고개를 돌려 알람을 확인했는데 때는 이미 11시로 달려가고 있었다.임재욱은 이미 일찍이 출근했고 침실에는 유시아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다행히도 오후에야 수업이 있기에 그리 당황하지는 않았다.침대에서 일어나 바로 욕실로 향했다.따뜻하게 샤워하고 나서 옷까지 갈아입고 밥 먹으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로 내려와 보니 젊은 하인이 뭉치라고 하는 고양이에게 말린 물고기를 먹이고 있었다.유시아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하인은 그제야 임재욱이 정한 규칙이 떠올랐는지 그녀를 향해 멋쩍게 웃었다.“내려오셨네요.”말하면서 고양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갈 예정이었다.“괜찮아요. 여기서 데리고 놀아도 돼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바로 부엌으로 향했다.허씨 아주머니는 토스트에 따뜻한 우유 한잔을 건네주었다.먹으려고 하던 찰나 문밖에서 익숙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임재욱이 아니라 강석호가 그 차에서 내려 별장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거실로 들어서자마자 강석호는 웃으며 유시아에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유시아는 웃으며 입을 여는데.“재욱 씨가 뭘 또 놓고 갔나 봐요?”“USB를 놓고 오셨다고 그래서요. 오후에 회의가 열리는데 꼭 있어야 하거든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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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유명 브랜드 맞춤 제작 디자인으로 전 세계에 100벌도 안 되는 걸로 기억하고 있다.잡지를 훑어보다가 임재욱은 유시아에게 어울릴 것 같아 전에 합작했었던 패션 회사에 연락해서 구매한 것이다.예쁘게 차려입으니 제 주인을 만난 것만 같았다.“시아야.”임재욱은 일어서서 그녀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갑자기 무슨 일이야?”“어젯밤에 잠을 좀 설쳤더니 머리가 아파서요. 집에만 있자니 답답해서 나왔어요.”임재욱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다른 한 손으로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슬며시 넘겨주었다.“집에만 있으면 그럴 수도 있어. 자주 나와서 걷는 것도 좋아...”그 광경에 강석호는 하고 싶었던 말을 모조리 삼켜버리고 USB만 놓고 자리를 비켜주었다.임재욱의 주의력은 오로지 유시아의 얼굴에만 있었다.“점심은 먹었어?”“입맛이 없어서 우유만 마시고 나왔어요.”유시아는 말하다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재욱 씨는요? 점심 먹었어요?”“직원 식당에서 대충.”양손으로 유시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녀의 이마에 살며시 기대었다.“근데 너 보자마자 갑자기 또 배가 고파...”유시아는 좀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며 그를 확 밀쳤다.“하여튼!” “네가 하도 예쁘게 하고 와서 그런 거야.”임재욱은 웃으면서 그녀를 안아 사무실 책상 위에 앉혔다.이마에 뽀뽀하고서 더없이 달콤한 목소리로 입을 여는데.“아직도 머리 아파? 응?”유시아는 뒤로 계속 피하면서 고개를 저었다.“그만해요...”아랑곳하지 않고 임재욱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하얀 목에 손을 대면서 동맥에 따라 움직이더니 간드러지게 훅 불기까지 했다.“여기는? 아파?”“재욱 씨...”도발적인 임재욱의 손길에 유시아는 점점 화끈거렸다.“내 목에 자국이라고 남기기만 해 봐요!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별장도 아닌데 함부로 그랬다가 지나가는 직원이 보기라도 하면 어떡하라고!’임재욱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턱을 탁 올리며 엄지로, 입술로 슬며시 문질렀다.“회사로 뿔쑥 찾아와서 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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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반월 별장, 인테리어 끝낸 신혼집, 증서 있음, 저가 매매...유시아는 순간 손가락 끝이 파르르 떨렸다.소현우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꿈꾸었던 그 신혼집, 피난처로 여겼던 그 따뜻한 곳이 어느새 저가로 매매되고 있었다.마우스를 꼭 잡고 유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메인 페이지로 들어가게 되었다.별장 내부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고 별장 안은 어느새 텅텅 비어 있었다.소현우와 며칠 동안 정성껏 골랐던 가구들이 모조리 사라진 채 빈 껍데기만 남아 있었다.별장뿐만 아니라 소현우의 다른 아파트도 임재욱 밑으로 전이되었기에 똑같이 매매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이때 밖에서 문이 밀리면서 정장을 입은 비서가 차와 다과를 들고 들어왔다.그녀는 무심결에 소파 쪽을 보았는데 유시아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임재욱의 책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차 좀 드세요.”유시아는 찻잔을 건네받으며 웃었다.“고마워요.”따뜻한 찻잔을 손에 꼭 쥐고서 다시 입을 여는데.“회의는 언제쯤에 끝나요?”비서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한 시간 정도 걸릴 거예요. 보통 회의 시간이 거의 한 시간 정도 되거든요.”기다림에 유시아가 지친 줄 알고 비서는 창가 쪽에 있는 헬스 기구를 가리키며 말했다.“심심하시면 저쪽으로 가셔서 운동하면서 시간 보내셔도 좋을 것 같아요.”유시아는 사무실을 훑어보더니 다시 묻는데.“여기서 운동하면 재욱 씨가 알 수 있을까요? 혹시 여기 안에 CCTV 있어요?”비서는 순간 실소를 금치 못했다.“아가씨께서 저기서 운동하신다고 한들 대표님께서 화내실 것도 아닌데요. 뭐가 걱정 되시죠?”유시아는 러닝 머신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실은 제가 몸이 좀 뻣뻣해서 재욱 씨가 보고 놀릴까 봐 그래요. 자주 놀렸거든요.”“그렇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안에 CCTV 없어요.”유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마워요.”“그럼, 전 이만 나가서 일 보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얼마든지 부르세요. 바로 옆에 있어요.”비서가 나오고 나서야 유시아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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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위층도 마찬가지로 방마다 텅텅 비어 있었다. 풀 하나 나지 않는 사막처럼.유시아는 멍하니 이방 저방 돌아다니면서 무엇인가 계속 찾고 있는 모습이다.그러나 이곳에 소현우와 관련된 건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소현우가 떠난 지 하도 오래되어 이 별장 안에 남아 있던 그의 숨결마저도 서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옅어져 버렸다. 하나도 남김없이.소현우가 없는 이상 이곳은 더 이상 피난처가 아니다.유시아는 2층 난간에 서서 텅텅 비어 있는 거실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 밖으로 걸어나가 별장 구역을 벗어나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았다.“아저씨, HT 아파트로 가주세요.”그곳은 결혼 전 소현우가 살았던 아파트로 소운 그룹 옛 주소와 거리가 가까워 그곳에서 오랫동안 지냈었다.다만 그 아파트도 이제 곧 임재욱의 손에 의해 텅텅 비어버릴 것이다.하여 유시아는 먼저 손을 써서 소현우의 모든 물건을 미리 챙겨서 자기 집으로 가지고 갈 생각이다.아파트 안에는 물건이 그리 많지 않았다.소현우는 그녀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반월 별장을 구매했을 때 이미 많은 것들을 별장으로 옮겨 갔었다.지금 이곳에 남은 건 태반이 낡은 물건 들이고 소현우가 버리고 간 것들이다.전에는 그리고 소중한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임재욱이 몽땅 쓸어버리고 있자,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더없이 소중해졌다.유시아는 특별히 이사 센터에 연락까지 했다.낡은 소파, 침대 시트, 찻잔...이곳에서 여러 해 동안 지낸 거라 안에 있는 물건들이 잡다했다.하지만 이사 센터 직원들의 도움으로 아주 빨리 포장을 끝낼 수 있었다.유시아가 물건을 체크하고 있을 때 한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손님, 서재에 매입형 금고가 있는데, 중요한 거라도 들어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그 소리를 듣고서 유시아는 바로 서재로 향했다.전에 본 적이 있는 금고를 소현우가 쓰는 것도 봤었다.평소에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 편이 아닌 그녀는 소현우에게 비밀번호도 알아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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