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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이라는 죄로: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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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걱정하는 유시아와 달리 용재휘는 대수롭지 않은 듯했다.“임재욱은 어떻게 됐어요?”지금 그에게 최대 관심사는 바로 이거였다.감옥을 가든 아니면 사형을 받는 그딴 거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고.만약 이번 차 사고로 임재욱이 목숨을 잃었거나 아니면 다리 하나라도 부러져서 평생 휠체어에 기댄 채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앞서 이러한 선택을 했을 때부터 용재휘는 마땅한 죗값을 치를 준비를 했었다.어떠한 대가를 치르든 상관없이 유시아가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게 전부였다.유시아는 그런 그를 째려보며 입을 여는데.“그 사람이 죽으면 재휘 씨라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요?”임재욱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임태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어쩌면 용재휘는 그의 손에 놀아나면서 평생을 생지옥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용씨 가문의 세력은 정운시가 아니라 해외에 있으니 어찌할 수도 없을 것이고.심씨 가문은 지난번의 일을 겪고 나서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기에 용재휘에게 그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이고 그럴만한 힘도 없을 것이다.무엇보다도 가장 섬뜩한 부분은 어쩌면 심씨 가문까지 다칠 수도 있다.용재휘는 시종일관 너스레 뜨며 웃는데.“감옥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그만 좀 해요!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요!”유시아는 그의 말을 바로 끊어버렸다.“재휘 씨 절대 감옥에 못 가게 내가 어떻게든 막을 거예요. 감옥은... 지낼 곳이 못 돼요...”그곳에서 자그마치 3년을 버티며 살아온 유시아이다.그 누구보다도 감옥이 얼마나 어둡고 더러운 곳인지를 뼈저리게 느낀 사람이다.일단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면 용재휘의 인생이 그로써 ‘끝’이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자유를 잃고 지금과는 정반대인 환경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야 한다.예술을 그려내던 두 손으로 온갖 궂은 일을 다 하게 될 것이며 사람답게 살 수 없을 것이다.심지어 더욱더 어둡고 차마 입에 올리기도 수치스러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갖은 곤란을 겪고 온 유시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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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하물며 용재휘가 아니었어도 유시아는 임재욱의 곁을 떠날 수 없다....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임재욱은 이미 일반 병실로 옮겨져 있었다.유시아는 여러 명의 간호사에게 묻고 나서야 펜트하우스 VIP 병실에 있는 임재욱을 찾을 수 있었다.문은 반쯤 닫혀 있었고 유시아는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병실에는 강석호가 임재욱의 곁을 지키고 있는데 지금 한창 뭐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이다.들어가는 것도 그대로 돌아서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한참을 머뭇거리고 있던 그 찰나 임재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아야, 들어와.”그 소리에 유시아는 억지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재욱 씨...”유시아가 들어오자 가만히 있기 뻘쭘해진 강석호는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났다.“대표님, 유시아 씨, 전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편하게 얘기 나누세요.”병실 밖으로 걸어 나가면서 문까지 굳게 닫아 주었다.병실 안에 덩그러니 남게 된 두 사람, 유시아는 병상 침대 머리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재욱 씨, 괜찮아요? 의사는 뭐라고 하던가요? 괜찮은 거 맞죠?”“걱정하지 마.”임재욱은 입꼬리를 올리며 링거를 맞고 있지 않은 손으로 유시아의 손을 감쌌다.“죽을 리 없어. 평생 네 곁에 있을 거야.”“...”임재웃은 기분이 제법 좋아 보였다.달콤한 듯한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오니 유시아는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만 같았다.유시아는 순간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 입만 벙긋거렸다.조금 전 강석호가 임재욱에게 알린 게 확실하다는 생각까지 들면서.용재휘를 보러 구치소로 간 것에 대해서 말이다.“괜찮으면 됐어요.”임재욱은 그녀의 손을 꼭 감싸며 걱정했다.“많이 놀랐어?”그 질문에 유시아에 진심 어린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무서웠다. 만약 임재욱에게 사달이라도 난다면 용재휘가 많이 난처해지니.두 남자 사이에 서 있는 유시아는 어느 한쪽으로 조금 더 다가가야 할지 몰랐다.그저 두 사람 모두 괜찮기만을 바라면서 다치지도 않고 감옥에 들어가는 일도 없었으면 하는 것뿐이다.병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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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이제 막 차 사고를 겪고 응급실에서 실려 나온 임재욱이지만 손힘이 대단했다.그에게 꽉 잡힌 턱이 산산조각 날 것만 같았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아파 났는데.유시아는 아주 민감하게 그의 정서를 알아차렸다.화를 내는 것이 확실하며 진심으로 노발대발하고 있다고.‘내가 너무 급했어...’응급실에서 갓 나온 사람한테 용서니 뭐니, 용재휘를 위해 부탁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다.“말해!”얼굴이 당장 터질 것만 같은 유시아를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임재욱은 소리를 질렀다.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훤히 보고 있음에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말하라고 했잖아! 근데 왜 말을 안 해!”유시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겨우 소리를 내었다.“부탁 좀 할 게요. 재휘 씨 한 번만 봐주세요. 절대 감옥으로 보내지 말아 주세요...”병상에 누워서 유시아를 괴롭히던 임재욱은 ‘용재휘’라는 이름을 듣고서 마침내 터지고 말았다.응급치료를 받고 나온 환자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단번에 유시아의 목을 잡고 침대로 눕혔으니. 꼼짝달싹 못 할 정도로.순간 링거 호스로 피가 거꾸로 흐르게 되었다.그게 마냥 거추장스러웠던 임재욱은 단번에 링거 호스를 뽑아 버렸는데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를 보였다.핏발이 가득 서린 두 눈으로 유시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여는데.“다정한 척, 관심하는 척, 부드러운 척... 온갖 척이라는 척은 다 하더니 이거였어?용재휘 그놈이 감옥에 들어갈까 봐 걱정돼서? 내가 그놈 봐줬으면 하지? 그렇지?”응급실에서 사신과 겨루고 있을 때 유시아는 단 1초도 밖에서 기다리지 않고 구치소로 달려갔다.용재휘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필요한 물건들까지 꼼꼼히 챙겨 가져다주었다.임재욱이 죽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고 용재휘가 감옥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장 애간장이 탔다.유시아에게 있어서 임재욱은 소현우보다 못하고 용재휘보다 못하며 심지어 예전에 키웠던 개만도 못했다.이러저러한 생각에 임재욱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순간 눈앞이 희미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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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말을 마치고 유시아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풀이 잔뜩 죽은 듯한 유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허씨 아주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부엌으로 돌아갔다.침실로 돌아온 유시아는 힘없이 두 사람만의 침대로 뻗었다.임재욱의 손에 꼭 조였던 목은 아직도 따끔거렸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일을 망친 것만 같았고 임재욱에게 미움을 제대로 사면서 용재휘까지 심연으로 더 밀어버렸으니.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우스웠다.유시아는 옷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더듬어 심하윤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한참을 망설였지만 결국은 그럴 용기가 없어 용재휘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임재욱에게 사정을 하는 건 이로써 글러 먹은 것 같으니 다른 길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변호사 측 역시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대우 그룹 근처에서 용재휘가 임재욱을 들이박았고 목격자도 많고 곳곳에 CCTV가 있었다.인증, 물증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용재휘한테 음주 운전 테스트까지 했는데 음성으로 나와 일은 더더욱 심각해진 것이다.실수가 아니라 계획 살인으로 성질이 달라졌기에.지금의 형세로 본다면 무기징역은 아니더라도 몇 년 정도는 선고받을 것 같다.유시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다른 방법은 없나요? 감옥에만 들어가지 않게 해주세요. 배상금은 얼마든지...”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유시아는 자기가 내뱉은 말에 웃음이 터졌다.‘배상금? 임재욱한테 돈을 준다고?’임재욱에게 있어서 돈은 숫자에 불과한데.그깟 돈을 받으려고 합의해 주는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란 말이다.그렇게 많은 일을 겪고서도 유시아는 아직도 바보 같고 순진하다.그 뒤로 유시아는 집에 이틀 정도 있었다.임재욱과 대놓고 싸우기도 했으니 이제 와서 또 아첨을 떤다는 건 말도 안 되니 말이다.오히려 그와 반대로 임재욱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역효과를 일으킬지도 모른다.3일째 되던 날 강석호가 왔다.임재욱의 지시로 자료를 가지러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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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유시아도 더 이상 빙빙 돌려 말하고 싶지 않았다.임재욱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온 도시락통을 테이블 위에 놓고서 입을 여는데.“비아냥거리려고 부르신 거예요? 제가 보기엔 아닌 거 같은데.”임재욱은 그리 한가한 사람도 아니기와 그렇게 실없는 사람도 아니다.유시아를 부른 건 용재휘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다만 유시아는 그에 마땅한 대가를 좀 치러야 할 뿐이고.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유시아에게 두려운 것이 없고 감당할 수 없는 것도 없다.임재욱은 살짝 웃으며 손끝으로 안경테를 무심코 툭 밀었다.“점점 똑똑해지는데? 네가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널 갖고 싶어지잖아.”임재욱은 노트북을 한쪽으로 밀고서 유시아의 손목을 확 당겨 잡았다.침대 머리에 그녀를 앉히고 어느새 새빨개진 그녀의 귀 망울을 서서히 간지럽혔다.“변호사한테 소송 취소하라고 할 수 있어. 그럼, 용재휘는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겠지? 근데 너도 앞으로 걔랑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그 말을 듣고서 유시아는 경계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무슨 뜻이지? 재휘 씨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건가?’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유시아를 바라보며 임재욱은 피식 웃었다.“긴장할 필요 없어. 정운시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어.”용재휘가 지냈던 해외로 돌아가서 계속 도련님 행세를 하면서 지내라는 것.정운시에서 감빵 생활이나 하면서 지내는 것보다 훨씬 낫다.사고를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쪽이 좋은지 판단을 내릴 수 있다.유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알았어요. 해외로 떠나게 할게요. 다시는 정운시에 들어오지 못하게 제가 그렇게 만들게요.”“실은 좀 궁금해...”임재욱은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살짝 사리물었다.“내가 화낼 수도 있는데 이렇게 또다시 찾아와서 사정하는 이유가 뭔지... 용재휘가많이 신경 쓰이나 봐? 그래?”쓴웃음을 지으며 까칠한 눈매로 계속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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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남자 감옥은 여자 감옥보다 더더욱 험악할 것이다.용재휘처럼 어릴 적부터 명문 세가의 도련님으로 살아왔던 사람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된다.유시아는 자기 힘으로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다.그 힘이 아주 미약할지언정 그들을 위해 용기는 내고 결심을 내리면서....임재욱은 변호사에게 소송을 취소하라고 했고 용재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석방되었다.그 소식을 듣자마자 유시아는 바로 구치소 앞으로 달려가 그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기 시작했다.직접 용재휘를 마중하여 직접 용재휘를 해외로 보내려고.만약 정운시에서 계속 머물게 된다면 임재욱은 반드시 또다시 수를 써서 그를 괴롭힐 것이다.불과 며칠 만이지만 용재휘는 전보다 훨씬 수척해진 모습이었다.수염도 조금 나고 입고 있던 옷도 주글주글해지고 무척이나 퇴폐해 보였다.푸른색 츄르닝을 입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시아를 보고서 용재휘는 빠르게 달려왔다.“시아 씨.”“수고했어요.”유시아는 그를 향해 웃었다.“이제 다 괜찮아요.”웃고 있는 그녀와 달리 용재휘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임재욱한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죠? 이렇게 쉽게 풀어줄 사람이 아닌데.”“그런 거 아니에요. 재휘 씨...”유시아는 망설이다가 다시 천천히 덧붙였다.“재휘 씨가 지내던 해외로 그만 돌아가요. 그리고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말아요. 그렇게 해주면 안 될까요?”용재휘는 갑작스러운 말을 듣고서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임재욱 뜻인가요?”“내 뜻이기도 해요.”유시아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엄숙하게 말했다.“여기에 있으면 내가 피곤해져서 그래요. 여기저기 사고만 치고 말이에요. 뺑소니 사고를 낸 것도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어요. 임재욱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재휘 씨를 법정에 세울 수 있다고요. 제발...”“시아 씨!”용재휘는 갑자기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목을 꼭 잡았다.“같이 가요. 같이 해외로 떠나서 우리 집으로 가요.”어차피 임재욱은 아직 병상에 누워있고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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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뼈마디만 남은 듯한 유시아의 손목이다.힘을 아주 살짝만 들여도 단번에 부러질 듯한 모습에 용재휘는 가슴이 미어졌다.“시아 씨는 물건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쉽게 팔아넘기지 말아요...”“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어요.”유시아는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더니 힘껏 또다시 그의 손을 뿌리쳤다.이윽고 걸음을 재촉하며 구치소 문 앞에 있는 마이바흐 차로 다가갔다.뒷좌석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입을 열었다.“강 비서님, 출발하세요.”임재욱의 뜻이었다. 구치소 앞에서 용재휘를 마중하고 그에게 직접 해외로 떠나라고 하는 것.그래서 일부러 강석호에게 유시아를 데려다주라고 한 것이다.시동이 걸리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백미러에 용재휘의 모습이 보였다.미친 듯이 뛰어오는 그의 모습. 어떻게든 달리고 있는 차를 멈춰 세우려고 하는 그의 모습...절로 가슴이 미어지는 순간이었다. 유시아는 차마 볼 수 없을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갈기갈기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써가며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꾸역꾸역 삼키면서.‘참아... 심씨 가문이 파산나는 것도 재휘 씨가 감옥에 들어가는 것도 절대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인데... 참자...’같은 날 저녁 티켓이었다.용재휘는 비행기에 오르고 나서 유시아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비행기 안에서 공항을 찍은 사진인데, 떠난다는 뜻이었다.유시아는 입술을 사리물고 끝끝내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았다.용재휘가 떠난 지 삼 일째 되던 날, 유시아는 택배 하나를 받았는데 보낸 이가 용재휘였다.속포 안에는 화실 키랑 화실과 계약서를 비롯한 화실과 관련되어 있는 여러 문서가 들어있었다.그 외에 쪽지 한 장이 있는데.[화실, 그리고 어린 친구들 모두 시아 씨한테 맡길게요.] 유시아는 그 키를 손에 꼭 쥐고서 깊은 사색에 잠겼는데 망설인 끝에 임재욱에게 전화를 걸었다.“뭐 좀 의논하고 싶어서 전화하는 길이에요. 재휘 씨는 이미 해외로 떠났는데 가면서 운영하고 있던 화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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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용재휘처럼 유시아도 실력이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그리고 아이들을 상대로 유시아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다.정신을 몰두하여 사과 한 알을 그리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아이가 갑자기 정적을 깨뜨렸다.“시아 쌤, 저기 어떤 아저씨가 보고 있어요.”유시아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는데 유리문 밖에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임재욱이다. 오늘 퇴원하자마자 유시아를 보려고 일부러 찾아온 것이다.겸사겸사 용재휘가 남긴 흔적도 보고.그렇게 1층부터 훑으면서 올라왔는데 2층에 이르자마자 유시아의 모습에 시선이 쏠리게 된 것이다.필을 들고 몰두하고 있는 유시아의 모습이 아름답고 우아해 보였다.그림을 그리고 있으나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유시아의 모습이었다. 임재욱의 눈에는.시선이 마주치자, 임재욱은 멋쩍은 듯 바로 몸을 돌려 1층으로 내려갔다.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어 앉아 있는데 직원이 그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그의 외모에 저절로 시선이 끌린 직원은 내심 속으로 감탄했다.‘누구 가장이지? 너무 잘생겼잖아.’“재욱 씨.”유시아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병원에서 막 나와도 되는 거예요?”“그럼, 안 돼? 내 집고 아닌데 평생 병원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임재욱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유시아를 흘겨보았다.이윽고 손목시계까지 보면서 다시 입을 여는데.“언제 퇴근해?”“6시 아니면 7시쯤에야 퇴근할 것 같은데요.”유시아는 살짝 머뭇거렸다.아이들은 거의 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어 자원으로 혹은 부모님의 등살에 여기로 온 것이다.초등학교 하교 시간은 4, 5시쯤이고 유시아는 한두 시간 정도 수업을 하곤 한다.6, 7시가 되어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을 때 유시아는 야식 먹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었다.매일을 그렇게 보냈는데 임재욱이 옴으로 하여 모든 패턴이 망가졌다.“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세요.”“완쾌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몸부터 챙기셔야죠.”“저 기다렸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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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유시아는 아주 오랜만에 임재욱을 보는 것만 같았다.지난번 강석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을 때도 용재휘에 대해서만 얘기했었다.용재휘가 떠나고 나서 화실을 맡게 되자마자 바삐 돌게 되었는데 그 뒤로 병원에 간 적이 없었다.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 사람은 열흘이 훌쩍 넘보도록 보지 못했다.반가운 마음은커녕 임재욱이 전보다 더욱더 낯설고 무섭기만 했다.“그럭저럭 잘 지냈어요.”유시아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물었다.“재욱 씨는요?”덤덤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 임재욱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창밖을 보고 있는 유시아의 모습에 임재욱은 입술을 사리 물었는데, 마음이 다른 데로 가 있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언짢았다.버스를 타고 있는 것처럼 모든 승객이 낯선 것처럼, 전혀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돌아오는 답이 없자 유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는데 자기를 주시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눈이 마주치고 그의 시선을 감당할 수 없어 유시아는 또다시 파르르 떨며 고개를 돌렸다.“뭘 그렇게 봐요?”임재욱은 손을 내밀어 약간 포악한 모습으로 유시아의 턱을 잡아 강제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자기와 눈이 마주치게끔.두 눈을 지그시 뜨고 유시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내 여자 보고 있었어. 무슨 문제라도 돼?”“...”보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중심 거리라 차가 막혀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임재욱은 그런 상황이 갑갑하여 거리에서 내려 유시아를 데리고 한식당으로 들어갔다.조용한 룸으로 들어오고 나서 임재욱은 두 사람 모두 즐겨 먹는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임재욱이 입을 여는데.“다음 달에 할아버지 칠순 잔치가 열릴 거야. 너도 같이 가자.”그 말을 듣고서 유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행여나 잘못 들은 건 아닌지 거듭 의심까지 들기도 했는데.“네? 뭐라고요?”칠순 잔치에 함께 가자고 하는 임재욱의 말과 그러한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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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임재욱은 화를 참고 성큼성큼 다가가 잡지를 빼앗아버리고 드레스를 훅 던졌다.“입어봐.”유시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드레스를 가지고 피팅룸으로 들어갔다.문을 여는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확 밀치는 느낌이 들었다.갑작스러운 힘에 유시아는 안으로 넘어지고 말았다.이윽고 문이 굳게 닫히는데, 뒤돌아보니 임재욱이었다.좁은 피팅룸은 사면이 거울로 되어 있다.음침한 얼굴을 하는 임재욱의 모습이 시야를 가득 채워 유시아는 이유 모를 압박감이 들었다.“왜... 왜 따라 들어온 거예요?”“지퍼가 뒤에 있잖아.”임재욱은 가슴 앞에 양팔을 감싸 안은 채 여유작작한 모습으로 문에 기대었다.“지퍼 올려주려고 따라 들어왔어.”순간 유시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럴 필요 없으니 나가세요.”임재욱 앞에서 옷을 벗기고 새로운 옷으로 입어보고 싶지 않았다.하물며 그가 여기서 무슨 파렴치한 짓을 할지도 모르고.임재욱은 피식 웃으며 물건을 훑어보듯 유시아를 바라보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순수한 척하는 거야? 네가 보지 못한 곳까지 본 사람이야. 내가.”“할아버지 칠순 잔치에 가고 싶지 않아요.”유시아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가고 싶지 않다고요.”눈살을 찌푸리며 임재욱은 갑자기 그녀의 옷깃을 잡아 자기 품속으로 끌어당겼다.“유시아, 내가 바보 같아? 무덤덤한 모습으로 날 대하고 있는데 내가 모를 것 같아? 용재휘를 해외로 쫓아 버려서 그러는 거지? 이런 식으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응?”임재욱을 바라보며 유시아는 실소가 터지고 말았다.“내가 뭐라도 되든 안 되든 그게 중요해요? 임 대표님은 전혀 상관없잖아요.”유시아는 자기 포지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임재욱을 3년 동안 사랑했고 3년 동안 미워했고 지금은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임재욱에게 있어서 자기는 그저 ‘파트너’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유시아가 누구든 뭐라도 되든 안 되든 그 자신도 개의치 않게 되었다.임재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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