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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죄로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485 챕터

제371화

심하윤의 말을 듣고서 유시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순간 뭐라고 할지 몰랐는데.그전까지만 해도 유시아와 심하윤과 같은 마인드였다.아빠의 차에 신서현이 치이고 죽고 나서 유시아는 3년간의 감옥 생활로 임재욱에게 그 빚을 갚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현우가 죽고 나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평생 갚아도 갚을 수 없는 빚이 있다는 것을.소현우는 유시아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심지어 목숨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남자다.임재욱이 무엇을 하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더라도 절대 그 빚을 갚을 수 없다.마찬가지로 임재욱에게 있어서 신서현이 바로 그러한 존재이다.유시아는 임재욱에게 빚진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아빠가 차로 치어 죽고 정유라와의 아이까지 자기 손에 죽었으니 그 어떠한 방식으로도 두 사람의 목숨을 갚을 수 없는 것이다. 수심이 가득한 유시아의 모습을 보고서 심하윤은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시아야, 그만 생각해. 신서현은 이미 죽었고 임재욱 일은 앞으로 너랑 아무런 상관도 없어. 넌 그냥 빠른 시일 내로 건강 회복하기만 하면 돼. 해외로 나가든 말든 정운시에 계속 남든 말든 난 언제나 네 편이야.”유시아는 고개를 들어 진지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며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하윤 언니.”“그런 소리 하지 마.”심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집안을 위해 그런 일까지 했는데, 난 이보다 더한 것도 해 줄 수 있어. 그러니 앞으로 절대 나한테 고맙다는 소리 따위 하지 마.”유시아는 살짝 놀라긴 했지만,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우리 사이가 얼마나 돈독한지 잠깐 깜빡했어요.”손을 내밀어 핏기 하나 없는 유시아의 얼굴을 만지고 나서 심하윤은 입을 열었다.“그럼, 아침 좀 먹고 쉬고 있어. 오후에 병원으로 갈 거야. 재검사하러 오라고 병원에서 전화가 왔었어.”유시아의 현 상황으로서는 응당 입원해야 한다.걱정이 앞선 심하윤이 말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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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채경숙의 행위에 대해 심하윤은 무척이나 부끄러웠다.하지만 이득을 얻은 입장이고 채경숙의 딸이기도 하기에 차마 뭐라고 할 수도 없어 몰래 토지 양도 계약서를 가지고 임재욱을 찾아간 것이다.만약 유시아에 대해서 채경숙이 알게 된다면 임재욱한테 알릴 가능성도 있다.유시아를 또다시 임재욱 그 악마 같은 남자한테 돌려보내게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일단은 속일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한다.“그만 놀고 리안 클럽으로 와 봐. 엄마 지금 친구들이랑 티 타임 가지고 있는데 미연이가 너한테 좋은 남자 소개해 준데. 어서 와서 한 번 만나보고 가.”살짝 언짢은 심하윤은 바로 거절해 버렸다.“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어요. 연애하고 싶지도 남자 만나고 싶지도 않다고요. 저 필요 없으니 제발 좀 신경 꺼주세요.”“너 그러다가 노처녀 소리 들어! 언제든 가야 할 건데 좋은 임자 있으면 일찍 차지해서 가는 게 맞지...”비록 심씨 가문의 상황은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전에 당했던 일들로 심하윤을 호시탐탐 노리던 채권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채경숙은 여전히 소름이 돋곤 한다.내일을 알 수 없는 ‘전쟁터’에서 오늘 벌었다고 하여 내일 꼭 번다는 소리도 없다.그러므로 심씨 가문 현재 상태가 괜찮을 때 알맞은 사람으로 찾아 심하윤을 시집보내려고 하는 것이다.훗날 갑자기 또다시 힘든 상황에 부닥쳐 지더라도 심하윤에게는 처가댁이 있으니, 전처럼 그렇게 외롭게 동떨어져 있지 않아도 된다.하나뿐인 귀한 딸이니 그녀의 미래에 대해 잘 안배해 주려는 것이다.심하윤 또한 채경숙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 순순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때마침 유시아가 검사실에서 걸어 나왔다. 심하윤은 다급하게 몇 마디하고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나중에 다시 얘기해요.”그러고는 유시아를 향해 걸어갔는데.“시아야, 어떻게 됐어?”“이제 막 CT 촬영했어요. 좀 있으면 결과 나올 거예요.”“그럼, 저기 휴게실에서 좀 기다리고 있자. 뭐 마시지 않을래? 밀크티 어때?”심하윤이 웃으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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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청아야...”책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임청아를 바라보더니 임태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 쟤랑 할 말 있으니.”“...”속으로 무척이나 달갑지 않지만, 임태훈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습관이 있는 임청아이다.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병실에서 나와 밖에서 기다렸다.병실 안에는 또다시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임재욱은 침대 머리로 다가와 앉아 입을 열었다.“괜찮으세요? 의사는 뭐라고 하던가요?”“아직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 거라.”“유시아는? 찾았어? ZH 빌라에서 아무것도 못 찾아냈어?”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듯한 그의 말투에 마치 유시아의 실종이 자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만 같았다.임재욱이 덤덤하게 대답하는데.“만약 할아버지께서 거짓말을 하신 게 아니시라면 정말로 ZH 빌라에 시아를 버리신거라면 지금 아마 살아있을 거예요.”“살아있으면 됐어. 명줄이 긴 아이인가 보네.”말하면서 임태훈은 가볍게 씩 웃기까지 했다.“신서현보다는 복이 좀 있는 편인가 봐, 아직 살아 있는 걸 보면...”임재욱은 그런 그를 흘겨보고는 또다시 입을 열었다.“자꾸 서현이 일에 대해서 언급하지 마세요. 서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 서현이는 서현이고 시아는 시아예요. 그 정도는 똑똑히 할 수 있단 말이에요.”전에 유시아한테 잘해 주려고 마음만 먹으면 임태훈은 지금처럼 신서현을 언급하고 그랬었다.신서현으로 유시아 그리고 유시아 아버지에 대한 원한을 되새기라는 뜻으로.하지만 임태훈이 아무리 이간질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졌다.임태훈은 허허 웃었다.“그래. 이해할 수 있어. 모든 걸 버리고 여자를 선택하겠다는 거잖아.”“아니요.”임재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병상에 누워있는 임태훈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아주 무심해 보이는 듯한 눈빛과 그러한 뉘앙스로.“여자도 사업도 모두 손에 넣을 거예요. 유시아도 대우 그룹도.”“그래. 대우 그룹은 이미 네 손에 건너갔으니, 앞으로 상관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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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유시아는 그제야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의자를 다시 조절했다.아직도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한 번 보았는데, 마이바흐가 보이지 않자 서서히 진정을 되찾게 되었다.그전까지만 해도 임재욱에 대한 두려움과 역겨움으로 만나고 싶지 않았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를 바탕으로 임재욱에 대한 미안함이 더 해진 상황이다.정유라의 아이에 대해서 뭐라고 해명할 길도 없다.임재욱에게 있어서 그녀는 또다시 임재욱의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로 변했을 것이다.그의 편견과 오해는 유시아에게 있어서 숨통을 조여오는 가쇄와 다름이 없다.목을 단단히 조여 고개를 들 수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시아야.”심하윤이 운전을 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런 유시아의 모습을 보면서.“이렇게 숨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임재욱 저 사람이 포기하지 않고 널 찾고 있다면 언젠가는 찾아내고 말 거야.”심하윤은 아직도 유시아가 용재휘와 함께 해외로 떠나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앞으로 심씨 가문에 관련된 일들도 복잡한 분쟁들도 더 이상 유시아에게 엮지 않게끔.유시아는 아랫입술을 살포시 사리물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요.”용재휘 따라 해외로 떠나는 건 그 누가 봐도 좋은 선택이다.하지만 만약 임재욱이 그 행적을 알게 된다면 용재휘한테 불꽃이 튕길 것이 뻔하다.그래서 지금 도망갈 수도 그렇다고 임재욱을 찾아갈 수도 없는 것이다.짐승한테 몰려 벼랑 끝으로 서 있는 사람처럼 짐승에게 먹히거나 아니면 두 눈 감고 떨어지거나 그러한 상황이다.저녁, 용재휘가 화실에서 돌아왔고 심하윤은 집으로 돌아갔다.유시아 혼자 집에서 깨끗이 청소하고 저녁상까지 차렸다.깨끗해진 집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식탁 위를 보면서 용재휘는 절로 웃음이 났다.“시아 씨 실은 우렁각시죠? 몰래 청소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 말이에요.”유시아는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너스레 떠는 그의 말에 덩달아 같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며칠 동안 신세도 많이 지고 해서 미안해서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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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적나라한 협박에 용재휘는 순간 언짢았다.아직 어린 나이라 임재욱과 맞설 능력은 되지 못한다.그렇다고 하여 고개를 숙이고 싶지는 않아 바로 치고받았다.“얼마 전에 이혼하셨다던데, 이혼하자마자 시아 씨 찾는 거예요? 시아 씨는 몇 번째인가요? 임 대표님 여자 중에서 한 5위안에는 드나요?”“저랑 시아 사이의 일이니, 간섭하지 마세요.”화를 억누르고 있는 듯했지만, 그런대로 말투는 꽤 평화로웠다.“그쪽에 없다고 하니 그만 끊을게요.”끊어진 전화를 보면서 용재휘는 가볍게 한숨을 내뱉었다.이윽고 몸을 돌려 다시 식탁으로 돌아가 밥을 먹으라고 했으나.고개를 돌리자마자 사색이 되어버린 유시아의 얼굴을 보게 되고 만다.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전 통화 내용을 들은 것 같은 눈치다.용재휘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시아 씨...”“그 사람이죠?”유시아는 가능한 한 평온하게 들리게끔 천천히 입을 열었다.“임재욱한테서 온 거 맞죠?”용재휘는 망설이다가 별거 아닌 것처럼 웃었다.“여기 있는 거 모를 거예요.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 온 것 같은데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편하게 쉬고 있어요. 설마 함부로 쳐들어오기까지 하겠어요.”그 말을 듣고서 마음이 평온해진 것이 아니라 더더욱 흔들리기 시작했다.충분히 쳐들어오고도 남을 사람이니.전에 홀로 밖에서 지내고 있을 때 임재욱은 수시로 찾아왔었다.갑자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놀라게 했었다.그 어떠한 어려움이라도 돈이 있고 세력까지 있는 그에게 주어진다면 그토록 쉬운 일로 변해버린다.유시아는 아주 민감하게 촉이 왔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것.용재휘한테 피해만 줄 것이라고 단번에 확 느껴졌다.저녁, 유시아는 침실 침대에 누워 내내 불안해했다.머리가 아직 아프지만 며칠 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축이다.이젠 슬슬 용재휘의 곁을 떠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정운시에서 유시아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지금껏 집에 머물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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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낮에는 거의 회사에 가지 않았고 어떻게든 유시아를 찾아내려고 매일 같이 애를 썼었다.홀로 운전대를 잡고 거리마다 찾아 나선 적도 있고.심지어 검은 지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하여 정운시 전체를 발칵 뒤집어버릴 뻔했었다.회사에서 밀린 업무는 모두 밤으로 밀어 버리고 집에서 또는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서 처리했었다.제대로 자지 못한 관계로 컨디션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심지어 유시아의 일로 임태훈과 싸운 것도 소문이 자자해졌고.별장으로 들어서자마자 허씨 아주머니는 핸드폰부터 챙겨 들었다. 임재욱한테 알리려고.“대표님께서 아가씨 돌아오신 거 아시면 엄청 좋아하실 거예요.”유시아는 그런 그녀를 막지 않았다.“네. 올라가서 좀 자고 있을게요. 좀 피곤하네요.”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피로감이 느껴지는 건 뇌진탕으로 남겨진 후유증이다.하지만 의사는 별문제가 없으니, 휴식만 잘하면 그 증상들이 모두 사라진다고 했다.위층으로 올라가 침실 문을 열자, 바닥에 납작 엎드려있던 고양이가 금세 경계하며 고개를 들었다.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유시아를 지켜보더니 천천히 다가와 안아달라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임재욱과 하인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별장 안에 사람들은 모두 이 고양이를 좋아한다.유시아는 그런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와 몸을 쪼그리고 앉아 머리와 보슬보슬한 귀를 어루만져 주었다.동물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강아지도 좋아하고 고양이도 좋아하며 가끔 길냥이에게 먹이도 주곤 했었다.다만 이 고양이는 의미가 다르다. 임재욱의 못된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에.임재욱은 이 고양이로 구름이와 소현우의 흔적을 덮으려고 했었다.그래서 좋아하고 싶어도 절대 좋아지지 않은 것이다.유시아는 고양이를 들어 안아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려 놓았다.침대로 뛰어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높이로 놓고서 그제야 옷방으로 들어가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그리고 얼른 침대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유난히 달콤했던 잠이었다. 깨어났을 때 시간은 이미 초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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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유시아는 가볍게 대답하고서 본론으로 들어갔다.“그냥 가고 싶었는데, 분명하게 말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돌아왔어요.”임재욱은 살짝 의아해하며 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입술을 살포시 사리물고 유시아는 천천히 운을 떼기 시작했다.“아이에 대해서는...” 어젯밤까지 유시아는 오늘 몰래 용재휘를 떠나 정운시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아무런목적지도 없이.하지만 그녀는 자기 책임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다.정유라와 임재욱 사이의 아이에 대해서도 똑똑히 밝히고 사과까지 해야만 할 것 같았다.임재욱이 자기를 세상 악독한 여자라고 보든 말든 그대로 순순히 받아들이면서.일이 어찌 됐든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면서, 정유라를 실수로 밀면서 아이를 잃은 건 사실이니 말이다.울음소리 하나 내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죽은 아이...“미안해요.”“그때 저도 살짝 이성을 잃었었어요. 임신 중이라는 거 깜빡하고 밀쳤는데...”이때 임재욱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살포시 막는데.“이미 지나간 일이야. 말하지 않아도 돼.”“하지만 그 일로 이혼한 거잖아요. 저...”“이혼한 것도 아이에 관해서도 너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임재욱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나지막이 말했다.“그 아이 내 아이도 아니야. 정유라 혼자 병원에서 이름 모를 사람 것으로 수술받은 거라고. 그리고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야. 처음부터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었고 네가 마침 나타나서 널 죄인으로 몰아세운 거야.”“네?”유시아는 멍하기만 했다.“아직도 모르겠어?”임재욱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그 아이는 일종의 도구였어. 결혼을 유지하는 도구, 그리고 널 물리세우는 도구.”임재욱은 손을 내밀어 유시아의 볼을 어루만지며 사람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덧붙였다.“바보야, 너도 속은 거야. 그동안 엄청 자책하면서 지냈었지? 근데 눈치 차리는 것도 이상해. 너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도 오랫동안 속았으니.”만약 임재욱이 제때 정유라의 진찰 기록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더라면 그 역시 지금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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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심지어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괜히 언급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자기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고 마음만 괜히 휘젓은 것 같았다.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일이다.늘 유시아 앞에서 거리낌이 없었던 그가 이토록 말을 조심히 하는 모습이.유시아는 그에게 정유라 아이에 대해서 말하고자 찾아온 것뿐이라 더 이상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며칠 만이라 서로가 ‘애틋’하지만, 그 또한 잠시였다.단 며칠 만에 그동안에 있었던 모든 불쾌함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완전히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유시아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임재욱,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부드러움이다.그렇게 한참을 보고 나서야 임재욱은 그녀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일어섰다.“샤워하러 가야겠어.”말을 마치고 그는 잠옷 가운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 문도 안에서 잠그고.홀로 침대에 남겨진 유시아는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임재욱으로부터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듣게 되면서 전부 다 소화해 낼 수 없었다.‘날 감옥에 보내지 않으려고 정유라와 결혼한 거라고?’‘그 아이가 재욱 씨 아이가 아니라고?’‘이미 지나간 일이라고?’유시아는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이 되지 않았다.실은 그가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었으면 하나 희망이 클 수록 실망도 큰 법이니 차마 그럴 수 없었다.감언이설과 다름없는 말들이었다면 그때 유시아는 단지 창피한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임재욱한테 그동안 하도 속고 당해서 이처럼 경계하고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임재욱은 아주 오랫동안 샤워를 했다.욕실에서 나왔을 때 유시아는 여전히 침대 머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양손으로 무릎을 감싸 안고 조용히 생각하고 있었고 욕실에서 소리가 나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임재욱은 그런 유시아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는데.“어제 할아버지께 말씀드렸어. 앞으로 너한테 다시는 그러지 못할 거야.”소중한 손녀 임청아를 잃고 싶지 않은 이상.“고마워요.”유시아는 낮고 부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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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유시아가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것 같자, 허씨 아주머니는 몰아붙이지 않았다.우유를 따라주며 다시 입을 여는데.“직접 병원으로 가시지 않으셔도 돼요. 어차피 홈닥터가 정기적으로 오셔서 검사해 드릴 거예요. 설령 몸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찍 발견해 낼 수 있고요. 대표님께서도 걱정하시는 마음에 그러신 것 같아요. 아가씨 몸은 아가씨가 가장 잘 알 텐데.”유시아는 그저 웃기만 했다.최근 들어 허씨 아주머니가 말이 많아진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던 모습과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내심 감탄했다.아침을 먹고 나서 유시아는 태블릿을 들고 정원으로 향했다.소파에 기대어 SNS에 로그인했는데, 오르자마자 용재휘의 메시지가 연달아 튀어나왔다.[시아 씨가 남긴 쪽지 봤어요. 왜 또 거기로 돌아간 거예요?][제발 정신 좀 차려요. 임재욱은 그냥 나쁜 놈이에요. 시아 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그 사람은 절대 모를 거라고요. 평생 시아 씨 행복하게 해 줄 수도 없고 말이에요.][혹시 임재욱이 또 강요하던가요?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말해요. 변호사도 찾아놓았으니 절대 그 사람한테 헛된 희망 가지지 말아요.]...메시지가 하도 많아서 유시아는 채 보지도 못했다.[나 괜찮아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그 많은 메시지에 유시아는 딱 이 한마디만 보냈다.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답장이었으니...하루 종일 유시아는 정원에서 태블릿만 보고 있었다.마구 잘린 머리가 점점 신경 쓰이면서 유시아는 미용실을 찾아가서 좀 다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어떤 스타일로 자를지 고민하고 있을 때 별장 안에서 벨 소리가 들려왔다.허씨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았고 몇 마디 주고받더니 정원에 있는 유시아를 불렀다.“아가씨 앞으로 전화가 왔어요. 젊은 여자인 것 같은데 심 씨라고 그랬어요.”‘심 씨? 심하윤?’유시아는 멍하니 있다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허씨 아주머니로부터 수화기를 건네받았다.“여보세요?”“시아야, 나 하윤 언니야.”애타는 심하윤의 목소리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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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용재휘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초지종을 제대로 말하고 떠났더라면 적어도 오해는 하지 않았을 텐데.“유시아 씨.”마침내 유시아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은 강석호이다.그는 유시아 쪽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유씨아 씨, 지금 상황으로 보고서는 아마 당분간 병원에서 좀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유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무엇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어 강석호를 바라보며 물었다.“할아버님은 아시나요?”그때 유시아가 임재욱을 찔렀다는 소식을 듣고서 임태훈은 그녀를 감옥으로 보내려고 했었다.사실의 여부는 밝히기 힘들지만, 임태훈은 종래로 팔을 안으로 꺾는 사람이다.만약 자기 손자가 남의 차에 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임태훈이 이 사건에 끼어들면 일은 많이 번거로워진다.유시아에게 있어서 임태훈보다는 그래도 임재욱이 좀 더 상대하기 쉽기 때문이다.적어도 임재욱은 유시아에게 감정이 있으나 임태훈은 그 무엇도 없다.강석호는 고개를 저었으나 웃으며 대답했다.“속일 수 있을 것 같아요?”“...”용재휘가 대우 그룹 문 앞에서 차로 임재욱을 들이박은 건 이미 소문이 자자해졌을 것인데 임태훈이 모를 리가 없다.유시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심하윤의 손을 잡았다.“재휘 씨 만나러 가요. 뭐가 많이 필요할지도 몰라요.”갑작스러운 상황에 심씨 가문 일가족은 행여나 임재욱에게 사달이 날까 봐 병원에만 있었다.그 누구도 용재휘를 만나러 갈 틈도 여유도 없었다.임재욱 쪽은 아직도 응급 치료 중이니 차라리 먼저 용재휘를 만나고 하루빨리 변호사를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심하윤은 별다른 말 없이 유시아와 함께 밖으로 향했다.떠나가는 유시아를 보고서 강석호는 그만 참지 못하고 입을 여는데.“유시아 씨...”그 소리에 유시아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뒤돌아서서 그를 보고 말했다.“꼭 돌아올게요.”그러고는 심하윤과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유시아의 뒷모습을 보고서 강석호는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 안목이 맞으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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