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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이라는 죄로: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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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오늘 주말이잖아. 그래서 쉬는 거야.”말을 뱉고 난 뒤 임재욱은 그만 유시아에게 시선이 쏠리고 말았다.한 번쯤 시선이 머물 만큼 독보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유시아.연분홍색 파자마를 입고 머리를 대충 돌돌 말아 묶어 올린 그녀한테서 이유 모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메이크업이 지워진 상태에 방금 세안까지 하고 나온 유시아는 얼굴에 스킨로션만 발랐다.생얼인 그녀는 다소 초췌해 보였고 눈 밑 다크서클도 제법 짙어 보였다.어쩌면 밤마다 임재욱과 사랑을 탐구하는 게 버거웠을지도 모른다.여느 때와 달리 임재욱은 약간 긴장해 하면서 손까지 비비고 있다.한참을 망설인 끝에 끝끝내 입을 여는데.“밥 다 먹고 우리 나가자. 가고 싶은데, 있어?”나가자는 말에 유시아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외출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그러나 집에 남게 되면 ‘뭉치’라고 불리는 고양이를 마주해야 하니 그게 더더욱 싫었다.차라리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며.“어디든 좋아요. 재욱 씨가 정해요.”질문을 했으나 도로 질문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임재욱은 순간 훅 들어오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다.평소에 오락 시간 따위가 극히 적은 그는 주말에도 늘 업무만 봐 왔던 스타일이다.아주 가끔 나가서 논다고 하더라도 그 또한 비즈니스의 일부분이었으니.어디로 가서 뭐 하고 놀아야 하는지, 여자는 어떤 데이트 코스를 원하는지에 대해 백지상태와 다름없다.유시아 혼자 내내 집에 있다가 행여나 우울증이라도 올까 봐 바깥 공기를 좀 쐬게 해주려는 던 것인데, 순간 갈 길을 잃고 말았다.하물며 지금 날씨도 풀리지 않는 상태라 춥고, 건조하기 그지없다.‘어디로 가면 될까?’한참 사색한 끝에 임재욱은 입을 열었다.“그림 전시회 보러 갈래? 다 보고 외식도 하고.”유시아는 고개를 끄떡였다.“좋아요.”비록 그림에서 손을 뗀 지 오래되었지만, 보는 건 좋았다.무엇보다도 집에서 뭉치와 단둘이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가장 솔깃했다.아침을 먹고 나서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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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이 그림은 바로 용재휘의 작품이다.두 사람의 처음 만남이 바로 유채구가 뿌려진 흰 셔츠로부터 시작되었다.용재휘는 망가진 옷임에도 불구하고 버리지도 않고 심지어 입고 다니기까지 했었다.그러던 그가 이 셔츠를 작품으로 만들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해 넋이 나간 것이다.한쪽에 있던 해설원은 용재휘의 작품을 보고 넋이 나간 유시아를 발견하게 되는데.해설원은 옆으로 바짝 다가와 먼저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이 작품은 청년 작가 용재휘 님의 작품이에요. 혹시 이 작품이 고객님 마음에 드셨나요?”유시아는 바로 고개를 저으며 입가에 미소를 일었다.“아니요. 그냥 보고 있던 중이었어요.”‘나한테는 과분한 사람이야.’죽지 못해 살고 있는 비관적인 유시아와 달리 용재휘는 봄날의 햇살과 같은 존재이다.그런 그의 삶에 그 어떠한 ‘흐림’도 가져다줘서는 안 된다.바로 이때 뒤에서 임재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마음에 들면 그냥 사.”말하면서 임재욱은 유시아의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넋 놓고 한참이나 보던데?”사인은 본디 알아보기 어렵게 디자인하는 편이다.미대생의 사인은 더더욱 그러하여 인장 위에 새겨진 이름을 알아볼 수 없었다.게다가 오른쪽 가장 하단에 자그맣게 찍혀 있어 임재욱은 누구의 작품인지 순간 알아차리지 못했다.“아니에요. 사고 싶은 만큼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었어요.”말을 마치고 유시아는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이 상황이 뜬금없기만 한 임재욱은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했다.‘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지? 내가 너무 귀찮게 굴렀나?’멀어져 가는 유시아의 뒷모습을 보고 임재욱은 의문을 품은 채 일단 쫓아갔다.전시회에서 나오니 마침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임재욱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유시아를 데리고 들어갔다.창가 위치에 앉은 두 사람 앞으로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다가왔다.종업원은 주저 없이 여성분인 유시아에게 먼저 건네주었다.메뉴판을 받으려고 하던 찰나 유시아의 외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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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아인데, 정유라에게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유시아는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편애를 받는 자는 이처럼 두려움을 모르는 법이다.임재욱은 더더욱 그러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태어난 그는 이성의 사랑에 목말라 본 적이 없다.신서현을 제외하고 자신을 추구하는 여성에 대해 단 한 번도 자비를 베푼 적도 없다.5년 전, 임재욱은 직접 유시아를 감옥으로 보내 온갖 고통에 시달리게 했다. 5년 후, 임재욱은 정유라에게 자기 피가 섞인 아이를 직접 처리하라고 했다.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마지막 양심마저 잃어버린 듯이.독한 마음과 망설임 없는 결정에 간담이 절로 서늘해지는 정도다.정유라가 좋은 건 아니지만 이 순간 그녀가 안쓰러운 유시아이다.만약 정씨 가문을 등에 업고 있지 않다면, 임태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지 않다면, 자기보다 더더욱 험한 꼴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는 임재욱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덤덤한 모습으로 유시아의 접시로 채소를 집어 주었다.사색에 잠긴 유시아를 보고 평온하게 입을 여는데.“무슨 생각해?”“아니에요.”유시아는 거의 조건 반사로 대답하고서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임재욱의 입가에 웃음이 일었다.“속으로 내 욕하고 했지? 독한 놈이라고?”유시아는 고개를 들지 않고 비굴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대답했다.“제가 어찌 감히 재욱 씨를 욕하겠어요...”대놓고 욕하는 것도 속으로 욕하는 것도 모두 살이 떨리는 일이다.함께 자고 있을 때도 유시아는 행여나 잠결에 무심코 헛소리가 나올까 봐 조마조마해한다.일단 그에게 꼬투리라도 잡힌다면 그날이 곧 지옥이 될 테니.그저 듣기만 하고 속으로 한숨 정도만 내쉬는 정도일 뿐이다.유시아도 정유라도 임재욱의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 그 누구도 신서현의 위치를 대체할 수 없다.그 말인즉슨, 두 사람은 서로 물어뜯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임재욱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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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유시아는 그 말을 듣고서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지금 그 고양이를 위해 저한테 이렇게까지 부탁하시는 거예요?”“약속해 주실 수 있나요? 유시아 씨.”순순히 승낙하지 않는 유시아를 바라보며 임재욱은 계속 고개를 숙였다.“저녁에 올 때 네가 좋아하는 치즈 케익 사 올게. 제발 뭉치 좀 그만 괴롭혀.”부탁하는 임재욱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이 차마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유시아는 끝끝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알았어요. 어서 가서 일 봐요. 그리고 저 동물 학대하는 그런 나쁜 습관 없어요.”임재욱은 자기 부탁을 들어준 유시아에게 가볍게 포옹하고서 이마에 뽀뽀까지 했다.연인처럼 헤어지기 전 모든 절차를 마치고 나서야 차를 몰고 떠났다.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보고 나서야 유시아는 몸을 돌려 별장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그때 와인 컬러의 랭글러가 한쪽에서 질주해 오면서 그대로 유시아 앞을 가로막고 멈췄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유시아는 흠칫 놀라면서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차 문이 열리고 흰색 코트 안의 베이지 샤스커트를 휘날리며 정유라가 차에서 내려왔다.차가운 눈빛으로 유시아를 노려보며 정유라는 입을 여는데.“시아 씨, 다 같은 여자끼리 왜 이러시는 거죠? 왜 저를 이렇게까지 난처하게 만드시는 거죠?”조금 전 정유라는 한쪽에 숨어서 모든 걸 목격했다.유시아를 품에 안고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다가 이마에 뽀뽀까지 하고 간 임재욱의 모든 사랑이 넘치는 행동을.그토록 부드럽고 다정한 모습을 정유라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물론 그 사랑을 느껴본 적도 없다.자기도 느껴보지 못한 걸 유시아가 무슨 자격으로 누리고 있는지무슨 배짱으로 감히 자기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다투고 있는지.정유라는 이 모든 게 화가 났다.“죄송합니다...”순간 놀라서 사색이 되어 버린 유시아는 힘없는 해명을 하려 했으나.“저...”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유라는 그녀의 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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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임씨 가문 증손자에 관한 일이라 유시아는 감히 지체할 수 없었다.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어 응급차를 불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응급차가 달려왔고 의료진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정유라를 응급차에 실었다.시름이 놓이지 않은 유시아는 어쩌면 자기와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따라서 차에 올랐다.응급차 안에서 의료진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보고 유시아는 긴장되기 시작했다.“괜찮은 거 맞죠? 배 속에 아이가 있는데 괜찮을까요? 제발 아이만은 꼭 지켜 주세요. 절대 그 어떤 일도 있어서는 안 되거든요. 아이한테...”다들 정신없이 환자를 챙기느라 대꾸하는 이가 없었다.돌아오는 답이 없어도 유시아는 어느 정도 마음에 답이 생겼다.정유라의 스커트에 묻어 있는 선명한 핏자국을 보고서.임재욱과 정유라 사이의 아이, 정유라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이, 어쩌면 이대로 두 사람의 곁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내가... 죽인 거야? 아이를?’‘내가? 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무릎을 꿇은 채 유시아는 지금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다.그러던 그때 차가운 손이 갑자기 유시아의 손목을 꼭 잡았는데.유시아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자, 안색이 창백한 정유라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정유라는 손에 힘을 더하면서 입꼬리도 천천히 올렸다.전보다 한껏 냉혹해진 웃음과 더불어 음모가 실현된 뒤에 뿌듯함도 보였다.“유시아 씨, 그때 왜 재욱 씨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한 거죠? 재욱 씨를 사랑해서 그런 거예요? 네?”폭풍우처럼 밀려온 이 모든 상황에 유시아는 이미 정유라의 표정 따위를 판단할 능력을 잃었다.그녀의 말에 그저 가볍게 고개만 저으며 중얼거리기만 할 뿐.“아니요...”그때 정유라가 수표를 들고 찾아왔을 때, 떠나지 않은 이유는 임재욱을 사랑해서가 아니다.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임재욱은 이미 자기 집안과 어울리는 가문의 여성을 아내로 맞이했고 유시아 역시 자기에게 어울리는 생활 패턴을 찾았었기 때문이다.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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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유시아는 애꿎은 손만 만지작거렸다.어둡고 날카로운 임태훈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저도 모르게 고개까지 숙이게 되었다.“어르신, 죄송해요. 제가 실수로 그만 유리 씨를 밀쳤어요...”“뭐?”순간 임태훈은 미간이 찌푸려졌다.이글이글한 두 눈을 뚫고 벌컥 용솟음친 노여움이 유시아를 삼킬 것만 같았다.“임신한 애를 밀쳤다고? 어떻게 네가 감히!”이때 응급실의 불이 꺼지면서 병상에 누운 정유라가 의사의 도움으로 밖으로 밀려 나왔다.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 정유라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배 속의 애물단지를 처리했으니, 그녀의 미션은 이로써 끝나게 된 것이다.나머지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자기가 나서지 않아도 임태훈이 알아서 잘 처리하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 임태훈은 절대 임씨 가문의 증손자를 죽인 범인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의사 선생님...”임태훈은 지팡이를 짚고 황급히 다가갔다.“어떻게 됐어요?”의사는 마스크를 벗고 사무적인 소리로 운을 떼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만 아이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환자분 몸도 아주 허약하니 몸조리에 특히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측에서 전문 간호사를 붙여 간호할 생각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사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아이가... 끝내는...’유시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창백하기 그지없는 정유라가 아무런 생기도 없이 병상에 누워 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만 보았다.그 또한 잠시 의료진이 병상을 밀고 유시아의 곁으로 지나가 버렸다. “탁!”얼굴에 통증이 밀려오면서 화끈 달아오르는 느낌도 들었다.순간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잡고 유시아는 고개를 들었다.그러자 노기등등한 임태훈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데.“빌어먹을 년! 너 때문에 우리 집안의 증손자가 죽었어! 너 때문에! 내가 기필코 네년의 목을 베고 말 것이야!”...급하게 연락을 받고 대우 그룹으로 달려간 임재욱.다행히도 큰일은 아니었다.회사 사이트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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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마침내 정신을 차린 정유라, 깨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처음으로 품은 아이고 작은 생명이 배 속에서 조금씩 커지는 것을 몸소 느꼈다.신기하고 미묘한 느낌으로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도 많았었지만 직접 두 손으로 없앨 수밖에 없었다.자기에게도 아이에게도 잔인한 선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이로써 유시아의 목숨을 맞바꿀 수 있다면 그래서 임재욱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소식을 듣고 달려온 부모님만 옆에서 위안을 해줄 뿐이었고 임태훈이 임재욱에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그는 오지를 않았다.마치 유산되어 버린 아이가 자기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듯이.이에 명품으로 도배한 고미숙이 언짢아하며 말했다.“너무 하는 거 아니야? 아이가 유산됐다는 데 어떻게 와서 보지도 않아? 대체 일이 중요한 거야 처자식이 중요한 거야?”성질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 정건호마저도 얼굴을 붉히고 있다.아내의 넋두리에도 그만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마침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기에.부부 사이에 아무리 다툼이 있었다고 한들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이 유산까지 했는데, 그것도 제삼자의 손에 유산이 되었는데 찾아오지도 않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이놈이 우리 딸을 뭐로 보는 거야!’바로 그때 임태훈이 병실로 들어오면서 말했다.“재욱이한테 방금 전화했었는데 급히 볼 업무가 있다면서 처리하고 바로 온다고 했어요.”“할아버님...”정유라는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저 괜찮아요. 재욱이 편히 일보게 오지 말라고 하세요.”“편히 일을 봐? 너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이런 상황에서도 임재욱의 편을 드는 딸이 언짢아 고미숙이 한마디 했다.이윽고 그녀는 임태훈을 향해 언성을 높이는데.“어르신, 우리 집 귀한 딸을 그쪽 집안으로 보냈으면 좀 아껴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대체 그동안 그 댁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네요. 아이까지 유산된 이상 그 파렴치한 년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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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고미숙은 점점 이성의 끈을 놓기 시작했고 임재욱을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임재욱, 너 또한 같은 인간이야! 남의 가정 파탄 내는 빌어먹을 그 여자만큼 뻔뻔하다고!”임재욱의 아내로 정유라가 임씨 가문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정씨 가문 사람들은 임재욱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그의 형인 임진욱보다 훨씬 못났기 때문이다. 출신이며 살아온 경력이며.임진욱은 어릴 적부터 귀족 교육을 받아왔으므로 매사에 교양이 넘치고 여성을 대함에 있어서 늘 존중을 앞세웠으며 정유라에 대해서도 지극정성이었다.그와 반대로 임재욱은 그의 아버지가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가장 명확한 ‘증거’다.엄마라는 사람은 어느 술집 출신 여자로 천하기 그지없고.임재욱은 생후 3일 만에 달랑 편지 하나와 함께 몰래 보육원 앞으로 버려졌다.그 편지에는 그의 이름과 가장 기본적인 정보만 적혀 있었다.만약 임재욱 아빠와 형이 갑작스럽게 죽지만 않았더라면 그는 평생 입에 풀칠할 정도로 살았을 것이다.임씨 가문의 재산을 물려받지도 못하고 금지옥엽으로 키운 자기 딸과도 절대 만날 리가 없었을 것이다.홧김에 뱉은 고미숙의 말 속의 ‘빌어먹을 그 여자’가 과연 임재욱의 생모를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유시아를 가리키는 것인지 순간 가늠이 되지 않았다.임재욱은 차가운 눈빛으로 고미숙을 흘겨보더니 곧 정유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설마 그쪽이 정말로 내 아내라고 착각한 건 아니죠?”이에 정유라는 사색이 되면서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미안해요. 재욱 씨.”아랫입술을 살포시 물더니 정유라는 잠시 생각하고서 입을 여는데.“아빠, 엄마, 우리 혼인 신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결혼식만 올린 거예요...”정유라는 자초지종을 있는 그대로 부모님께 말씀드렸다.모든 걸 알고 난 정유라의 부모님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아주 폼 나게 온갖 정성을 다해 시집을 보냈건만, 그 모든 게 연기란 말인가?“아이를 가졌을 때도 할아버님께서 일단 아이를 낳고 혼인 신고를 하라고 그러셨어요. 그럼, 그냥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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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다 같은 임씨 가문의 핏줄이지만, 이 집안에서만큼은 신분에 귀천이 있다.그 말인즉슨, 대우 그룹 대표 자리에 임재욱이 앉았다고 한들 그 전제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임진욱이 세상을 떠나면서 임씨 가문에 더 이상 상속자가 없어서 하는 수없이 그를 앉힌 거란 말이다.만약 임진욱이 살아 있다면 임태훈은 절대 그 어떠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혼외 자식인 임재욱을 임씨 가문으로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임태훈이 자기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임재욱은 입가에 헛웃음이 일었다.“할아버지, 증손자를 잃으셔서 슬프신 가 봐요? 근데 정유라 씨 배 속에 있던 아이가 꼭 임씨 가문 핏줄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하시죠? 제 아이라고 또 어떻게 단언하실 수 있으시냐 말이에요.”“...”임태훈은 순간 말 문이 턱 막혔다.정건호 생일 그날에 정유라와 어울려 지면서 순리대로 아이를 품게 된 줄 알았다.그때 임태훈은 심지어 손주며느리인 정유라의 수단이 제법이라며 내심 ‘감탄’까지 했었다.그러나 이제 와서 임재욱이 다른 소리를 하고 있으니...정유라 부모님도 갑작스러운 그의 주장에 어리둥절해졌다.내내 흐느끼고 있던 정유라마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묻는다.핏기 하나 없는 얼굴에 눈물 자국이 선명한 채 무척이나 가녀린 모습으로.“재욱 씨, 지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제가 설마 바람이라도 폈다는 거예요? 재욱 씨 아이가 아니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죠?”정유라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전에 우리가 했던 약속 엎으려고 해도 상관없고 저 책임지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근데 그런 식으로 저 모욕하지 마세요. 저는 재욱 씨처럼 혼인에 배신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이랑 자지도 않았어요.”‘네 아이인지 아닌지 확인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거든.’본래 아이가 아직 배 속에 있다면 이맘때쯤 양수로 DNA 검사를 할 수 있다.임재욱이 자기를 의심하면서 DNA 검사까지 하게 될까 봐 이 타이밍에 아이를 유산해 버린 것이다.더 이상 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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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그들이 의심한다고 하더라도 정유라는 아이의 DNA를 빼고는 모든 증거를 내세울 수 있었다.빈틈 하나 없는 계획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끝내는 임재욱의 손에 잡힐 줄은 몰랐다.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니.임태훈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기만이라는 것을 정유라는 잘 알고 있다.특히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증손자의 일로 속였으니, 앞으로 다시는 자기를 믿지 않으리라 생각이 들었다.“미친!”화가 치밀어 오른 임태훈은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치고는 두말하지 않고 뒤돌아서서 떠났다.그가 떠나고 병실에 남은 네 사람 중 지금 그나마 정신을 부여잡고 있는 사람은 정건호였다.임재욱의 손에서 복사물을 가져오며 가장 먼저 입을 여는데.“재욱아, 좋은 일도 아니고 네가 더는 입 밖으로 내지 않았으면 한다.”만약 외부인들이 알게 된다면 정유라는 명성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고 얼굴 들고 살날이 없을 것이다.고미숙 또한 바락바락 화내던 모습을 거둔 채 한껏 차분해졌다.오직 정유라만이 미동도 없이 병상에 앉아 있는데 모든 음모가 간파되면서 그녀는 악이 치밀어 올랐다.“재욱 씨...”정유라는 고개를 들어 임재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순간을 위해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하셨겠어요? 마침내 모든 게 드러나고 모든 게 끝났으니 인제 당당하게 저 버리고 그 여자한테 달려가서 오붓하게 살 수 있으니 아주 속이 후련하죠?”“그 누구도 정유라 씨 강박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아주 폼나게 나갈 수 있게 제안했건만 싫다면서요. 그래서 굳이 이런 사달까지 낸 거 아니에요? 탓하라면 이 모든 걸 자초한 정유라 씨 자신을 탓하시죠.”임재욱은 복사물을 도로 가져와 갈기갈기 찢어버렸다.“3일 안팎으로 우리 이혼 소식 내보낼 거예요. 그리고 비서 통해 계좌로 위로금 들어갈 테니 확인하고요.”할 말을 다 하고서 임재욱 역시 임태훈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병실을 떠났다.정유라에 대해서 이미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 버린 임재욱이다.그 어떠한 일로도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고 말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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