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사이에 생긴 아인데, 정유라에게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유시아는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편애를 받는 자는 이처럼 두려움을 모르는 법이다.임재욱은 더더욱 그러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태어난 그는 이성의 사랑에 목말라 본 적이 없다.신서현을 제외하고 자신을 추구하는 여성에 대해 단 한 번도 자비를 베푼 적도 없다.5년 전, 임재욱은 직접 유시아를 감옥으로 보내 온갖 고통에 시달리게 했다. 5년 후, 임재욱은 정유라에게 자기 피가 섞인 아이를 직접 처리하라고 했다.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마지막 양심마저 잃어버린 듯이.독한 마음과 망설임 없는 결정에 간담이 절로 서늘해지는 정도다.정유라가 좋은 건 아니지만 이 순간 그녀가 안쓰러운 유시아이다.만약 정씨 가문을 등에 업고 있지 않다면, 임태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지 않다면, 자기보다 더더욱 험한 꼴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는 임재욱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덤덤한 모습으로 유시아의 접시로 채소를 집어 주었다.사색에 잠긴 유시아를 보고 평온하게 입을 여는데.“무슨 생각해?”“아니에요.”유시아는 거의 조건 반사로 대답하고서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임재욱의 입가에 웃음이 일었다.“속으로 내 욕하고 했지? 독한 놈이라고?”유시아는 고개를 들지 않고 비굴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대답했다.“제가 어찌 감히 재욱 씨를 욕하겠어요...”대놓고 욕하는 것도 속으로 욕하는 것도 모두 살이 떨리는 일이다.함께 자고 있을 때도 유시아는 행여나 잠결에 무심코 헛소리가 나올까 봐 조마조마해한다.일단 그에게 꼬투리라도 잡힌다면 그날이 곧 지옥이 될 테니.그저 듣기만 하고 속으로 한숨 정도만 내쉬는 정도일 뿐이다.유시아도 정유라도 임재욱의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뿐 그 누구도 신서현의 위치를 대체할 수 없다.그 말인즉슨, 두 사람은 서로 물어뜯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임재욱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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