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736 챕터

제161화

"평소에 형수님이 상준이 내조를 했으니까, 이번 기회에 상준이가 형수님 돌봐야 인지 사정이죠.""그리고..."하성우가 나상준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멀쩡하던 형수님이 상준이랑 돌아가자마자 이렇게 다친 걸 보니, 상준이가 소홀한 게 틀림없어요. 지금부터라도 지극정성을 다해 보살필 거예요.""그렇지, 상준아?"하성우는 로엔을 떠나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분명 좋은 일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차우미를 만만하게 보고 괴롭힌 게 틀림없었다.그래서 나상준이 모든 것을 떠맡아야 한다고 말했다.더군다나...하성우는 나상준이 처방전을 들고 접수하러 갈 때, 아주 유쾌하게 웃었다.아주 기뻐했다.나상준이 약을 받아온다며 밖으로 나갔다.차우미는 앉아서 멀어지는 나상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하성우는 나상준이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여겼다.하지만 차우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랐다.나상준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하성우가 차우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나상준이 나가자마자, 차우미에게 다가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하지만 차우미는 하성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성우가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질문한다는 것을 안 그녀는 하성우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실수로 넘어진 거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하성우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차우미는 거짓말을 할 때 티가 나는 사람이다. 잔뜩 굳은 채로 실수로 넘어졌다고 하는 사람의 말을 쉽게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고 하성우도 강요할 수 없었다.한참이나 그녀에게 물었지만 아무런 정보도 캐낼 수 없었다.곧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란 하성우가 외쳤다. "형수님, 손목!"하성우가 차우미의 손을 가리켰다.긴 소매를 입은 그녀는 줄곧 옷으로 손목을 가렸다. 사람들은 그녀가 발목만 삔 줄 알고 다른 곳을 살피지 않았다. 그런중, 추워서 두 손을 맞잡으며 긴 소매가 내려갔고 그녀의 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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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나상준은 차우미를 데리고 호텔로 돌아갔다. 하성우도 따라가려고 했으나 나상준이 매몰차게 차 문을 닫는 바람에 따라가지 못했다.차우미는 차에 앉아 있었다. 창 밖으로 하성우가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분개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나상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곧 차가 아주 빠르게 병원을 벗어났다.차우미는 이 장면이 약간 웃겼다. 나상준과 하성우, 양훈이 모이기만 하면 항상 재밌는 일이 생겼다. 차우미가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두 부모님에게 회성에서 다쳤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이 일이 나상준과 관련 있다는 것도 속여야 했다.숨기기 위해서는 그녀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간병인은 언제든지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진정국이 내일 회성에 온다. 그를 속이지 못하면 두 부모님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갈 것이다. 차우미는 마음이 무거웠다.여가현은 자기의 올해 운세가 좋지 않다며 한탄한 적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올해 운세가 좋지 않은 것은 여가현이 아니라 그녀였다.차는 호텔 앞에 멈췄고 나상준이 차우미를 안고 내렸다.발을 다쳐 움직일 수 없었던 차우미는 마음이 불편했다. 나상준 때문에 다친 것은 맞지만 이렇게 안겨 있는 모습이 편치 않았다.만약 가능하다면, 그녀는 나상준이 제발 일을 하러 나갔으면 하는 거다. 그녀는 따로 간병인을 부르면 되었다.그녀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나상준은 그녀를 안아 들고 호텔 방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소파 위에 그녀를 내려놓았다.그제야 차우미는 정신을 차렸다."상준 씨..."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살짝 놀랐다.나상준이 데려온 방은 그녀가 묶었던 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성우가 나상준과 그녀를 같이 데리고 왔던 방이었다.방 안의 배치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퀸 사이즈의 넓은 침대 위에는 붉은 장미 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장미 꽃다발이 정중앙에 놓여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는 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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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바닥으로 넘어지지 않고 나상준의 품속으로 떨어졌다. 깜짝 놀랐던 차우미는 휘청거리며 나상준의 셔츠를 움켜쥐었던 것이다. 얼굴을 그의 가슴팍에 붙인 차우미에게 나상준의 숨결이 닿았다. 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달라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딱딱한 가슴팍에 얼굴을 팍하고 부딪치자, 얼굴이 얼얼했고 움직일 수 없었다. 나상준은 품에 안긴 차우미를 끌어안았다. 매번 저항하던 차우미는 웬일로 잠잠했다.얌전하게 그의 품에 안겨 편안하게 있었다.무겁던 기운이 사라졌다. 차우미는 겁을 먹지 않았다.주위가 고요해졌고 어둠의 장막도 찾아왔다.향초 빛이 유유하게 흩어졌고 방안의 센서가 꺼졌다. 향초 불빛이 방 안을 유일하게 밝혔다.로맨틱한 분위기와 꽃향기가 둘 사이를 야릇하게 휘감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품에 여전히 안겨 있었다. 그녀의 몸이 점점 뻣뻣하게 굳었다.두 사람의 몸이 맞닿아 있었다. 그녀는 나상준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살결과 차분하게 뛰는 심장 박동수가 들렸다.차우미는 멍했다.나상준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인지하자, 갑자기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차우미는 정신을 차리고 나상준을 홱 밀쳤다.하지만...나상준은 자기를 밀치는 그녀를 팔로 눌러 막았다. 그녀의 얼굴이 나상준의 가슴에 맞닿았고 그의 체온이 그녀에게 스며들었다.차우미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그녀는 멍한 얼굴로 넋이 나갔다.하성우에게 밀려 나상준의 품에 안긴 것도, 넘어지려는 그녀를 안아서 받쳐준 것도 전부 사고였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달랐다.이건 사고라고 할 수 없다.나상준은 힘껏 그녀를 자기 품에 안았다. 강한 힘으로 그녀를 자기 품에 껴안았다.두 사람은 밀착하게 되었고 차우미도 그를 떼어낼 방법이 없었다.차우미의 귓가로 나상준의 심장 박동이 들렸다. 그녀의 심장 박동도 점차 빨라졌다.서서히 심장 소리가 겹쳤고, 지금 뛰고 있는 게 그녀의 심장인지, 그의 심장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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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차우미는 멍하게 나상준의 품에 안겨 움직이지 않았다.나상준의 품에 안겨 숨을 내쉬며 그의 심장박동만 들었다. 얼마 뒤, 나상준은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차우미를 내려다보았다. "앉아 있어, 함부로 움직이지 마."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허스키했다.차우미는 고개를 들어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순간, 차우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언제부터인가 차우미는 나상준의 시선이 무서웠고 움츠러들었다. 도망치고 싶을 지경이다.그의 시선이 차우미에게 꽂히자, 차우미는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차우미는 그저 나상준의 시선을 당해내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녀가 어리둥절한, 멍한, 의아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나상준과 거리를 두고 앉았다.나상준은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그녀의 어깨를 살짝 만지더니, 욕실로 향했다.곧 욕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도 조금씩 의식이 되돌아왔다.나상준은 주혜민과 사랑하는 사이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차우미를 끌어안자 차우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자기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3년 동안, 나상준은 그녀에게 오늘처럼 스킨십을 한 적 없었다. 그런데 이혼을 한 뒤에야, 그녀를 안으며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으니 차우미는 이해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차우미는 발에 물을 묻힐 수 없었다. 그래서 씻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벅찬 일이다. 곧 나상준이 그녀를 안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차우미가 욕조 안의 물을 바라보더니 급히 말했다. "내 의자 좀 갖구 와, 나 거기 앉아서 천천히 씻으면 돼."나상준에게 씻겨달라고 할 수 없었던 차우미는 혼자 씻으려 했다.나상준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래."의자 위에 앉은 차우미는 손을 뻗어 세안 용품을 가져왔다. 다행히 욕실에 필요한 용품을 둔덕에 편리했다.차우미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머리가 아팠다. 나상준은 그녀를 돌려보낼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입을 옷도 없는데 말이다.평소에는 옆 사람도 돌볼 정도로 꼼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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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그의 발걸음에 의해 센서 등이 반응했다, 방을 유일하게 밝혀주던 향초가 볼품없는 존재가 되었다.센서 등이 워낙 밝았던 탓에 향초는 인테리어가 되어버렸다. 방을 밝혀주는 존재보다는 방에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눈에 띄지 않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항상 존재한다.보잘것없고 희미한 것이라도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그 작용이 다를 뿐.침실 안이 조용해졌고 무중력 상태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조용한 곳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그 소리 역시 크게 들린다.욕실 안에서 바스락 소리, 물소리... 나상준은 밖에 서서 이 소리를 들으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불을 붙이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욕망으로 가득 찼다, 마치 화려한 어둠으로 가득 뒤덮인 밤거리처럼. 차우미는 미끄러운 욕실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천천히 움직였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오랫동안 씻었다.따듯한 물에 오랫동안 씻고 나니, 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에는 그녀가 갈아입을 옷이 없었다. 나상준은 가운 하나를 건넸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가운을 입기로 했다.가운을 걸친 그녀는 허리끈을 동여맸다. 길고 하얀 목덜미가 훤히 드러났다. 하지만 가운의 앞을 단단히 동여맨 탓에, 목덜미만 보였다, 쇄골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하지만 가운 밑으로 그녀의 하얀 종아리와 적당한 발이 드러났다.긴 머리를 드라이한 뒤, 그녀는 거울을 보며 몸단장을 했고 천천히 벽을 짚고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그녀는 나상준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입구에 다다른 그녀는 욕실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이 열리자마자,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나상준이 들어왔다.차우미는 갑자기 들이닥친 나상준 때문에 깜짝 놀랐다.나상준은 그녀의 움직임을 듣고 담배를 끄고 몸을 돌렸던 것이다.알싸한 담배 냄새가 뜨거운 열기를 타고 퍼지는 옅은 향기를 만났다. 차우미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눈을 동그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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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차우미는 그의 행동을 보고 가정적인 남자가 아니라는 게 편견이라는 것을 알았다.결혼생활 동안 나상준은 이렇게 그녀를 챙겨준 적이 없었다. 챙길 필요도 없었다.차우미가 뜨거운 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는 욕실로 들어갔고, 이내 물소리가 들렸다.욕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차우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안 가는 거야?'어둠이 깃든 밤, 회성은 고요했다. 내일이 오기를 기다리며 깊은 잠이 든 것 같았다.나상준도 샤워 가운을 입고 있었다. 차우미의 것과 달랐다. 가운을 헐렁하게 동여맨 그는, 옷깃이 많이 열려 있었다. 탄탄한 그의 가슴과 살결에 닦아내지 못한 물방울이 있었다.차우미는 순간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심장이 너무 쿵쾅대서 진정되지 않았다. 볼도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당... 당신..."나상준에게 나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나상준은 불그스름해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3월의 매화꽃처럼 새빨갛게 물든 그녀의 볼이 눈에 띄었다. 그는 소파에 누웠다.나상준이 있던 방에는 1인용 소파만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방에는 2인용 소파가 있었다.비록 그의 기럭지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소파지만, 그래도 1인용 소파보다 나았다.나상준은 소파에 누운 뒤, 팔을 머리 뒤에 베고 눈을 감았다.차우미는 소파에 누운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덮지 않은 채 샤워 가운만 입고 있었다.샤워 가운은 그녀가 입기엔 길었지만, 나상준이 입기엔 짧았다. 그의 튼튼한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특히 저렇게 누워있자, 옷깃이 훤히 열려있었고 그의 가슴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차우미는 얼굴을 붉히며 눈알을 굴렸다. "돌아가서 자. 나 혼자 있으면 돼. 그러다가 감기 걸려.""……"침실은 고요했고 그녀의 목소리 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차우미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상준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그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상준 씨?""..."역시나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벌써 잠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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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차우미는 나상준의 협박에 기겁했다. 나상준이 이런 협박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순간, 나상준이 음흉하게 보였다.그녀를 안았던 것처럼, 예상치 못한 전개다.소파에 누워 눈을 감은 채, 차분하게 말하는 사람은 분명 나상준이다.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침대로 돌아가 조심스레 이불을 덮고 누웠다. 그녀는 다시 움직일 자신이 없었다.그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오늘 밤, 그녀는 여러 번 나상준의 말에 복종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그녀는 나상준이 살짝 두려웠다.침실은 고요했고 등도 꺼졌다. 예전이었으면 잠들었을 시간이지만, 그녀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머릿속에는 온통 그가 샤워 가운을 입고 누워있는 장면만 떠올랐다. 회성의 밤은 평소 청주보다 기온이 낮았다. 그녀는 나상준이 감기 걸릴까 봐 걱정되었다.그러나 그녀는 나상준의 협박에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소파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차우미가 눈을 떴다.센서 등이 켜졌고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이불 하나를 떠 꺼내왔다.차우미는 살짝 놀랐다.나상준은 이불을 들고 와, 소파에 눕더니 이불을 덮고 다시 눈을 감았다.차우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편한 게 잘 수 있었다.눈을 감은 그녀의 머릿속에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났다. 혼란스러웠다.차우미는 어떤 일이든지 이해가 되어야 했다. 오늘 일어났던 일들은 그녀의 예상 밖을 벗어나는 것들 투성이다. 하지만 몸이 점점 나른해지면서 졸음이 몰려왔고 그녀는 생각을 접은 채 잠에 빠졌다.침실의 센서 등이 꺼졌고 나상준은 얇은 이불을 덮고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침대에 누워 잠이 든 차우미의 가느다란 호흡이 들려왔다. 그는 그녀의 숨결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뜨고 있었다.커튼을 치지 않은 탓에 도시의 불빛이 안으로 들어왔고 침실 안은 이 희미한 빛으로 밝았다.나상준은 희미한 빛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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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인연은 하늘이 정해준다. 전민수와 다른 여자들은 두 사람과 인연이 없었다.그들은 마음을 다잡았다. 전민수도 체념한 채 술잔을 들어 술을 들이켰다.임상희의 친구들도 저녁에 본 나상준이 그녀의 삼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임상희는 자기의 작은삼촌이 얼마나 독선적인지 모두에게 알렸고, 그들은 나상준에 대해 몹시 궁금해했다. 임상희는 나상준을 존경했다. 친구들이 이렇게 자기 삼촌에게 빠지자, 그녀도 숨길 게 없이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새벽이 되었다. 임상희는 그제야 자기가 몇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얘기한 것을 알았다. 그녀는 입이 바싹 말랐다.옆에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친구들은 임상희가 갑자기 말을 멈추자마자, 넋을 잃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상희 작은삼촌 정말 매력 있어!""매력만 있는 게 아니야!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볼 줄 알았던 사람이 현실에 있다니...""흑흑, 상희야, 어떡해! 나 너희 삼촌한테 빠졌어, 이젠 너희 삼촌 말고는 다른 사람이랑 결혼 못할 것 같아...""나도! 임상희! 네가 책임져!""그래, 책임져!"친구들은 임상희의 손을 부여잡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임상희가 손을 낚아채며 거만하게 말했다. "너희가 얘기해달라고 사정한 거야! 난 어쩔 수 없이 말 한 거라고! 내 탓 하지 마!""임상희, 이 잔인한...""엉엉, 나 오늘 밤 잠 못 잘 것 같아.""……"친구들이 임상희를 부여잡고 통곡을 하자, 임상희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술잔을 들어 입에 술을 털어 넣었다.옆에서 침울한 얼굴로 술만 들이켜던 전민수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나...나 혹시 너희 숙모 사진 한 장 받을 수 있어?"임상희는 순간 행동을 멈추고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들도 아주 빠르게 반응했다. "우리도! 우리도 너희 삼촌 사진 한 장만 주면 안 돼?"”"나도 줘, 밤에 그 사진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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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차우미는 뒤척이다가 늦게 잠이 들었고, 평소보다 늦게 깨어났다. 그녀가 깨어났을 땐, 커튼이 닫혀있어 외부의 빛이 차단되었다. 희미하게 들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어두웠다.차우미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10시가 거의 되어갔다.차우미는 흐리멍덩한 눈을 크게 뜨고 시간을 재차 확인한 뒤,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발목에 힘이 가해졌고 통증이 전해왔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기가 어제 발목 삐었다는 것을 떠올렸다.머릿속에 많은 장면이 스쳐 지났다. 어젯밤 일이 떠오른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소파 위를 바라보았다.이불이 소파 위에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다.차우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 자신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나상준이 갔다고 여긴 그녀는 몸의 긴장이 풀렸다.평소 업무가 많아 바빴던 나상준이니, 줄곧 그녀의 곁을 지킬 수 없었다. 그녀는 어젯밤 나상준이 옆을 지켜준 것만으로도 아주 고마웠다.오늘 진정국이 회사에 온다고 했으니, 그녀는 진정국에게 연락해야 했다."우미야."휴대폰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공항 안내음도 들렸다. "아저씨, 지금 공항이에요?""응, 곧 탑승할 거야."차우미가 미소를 지었다. "네.""참, 삼촌, 할 얘기가 있어요.""그래, 말하렴."차우미는 자기가 실수로 발을 삔 사실을 진정국에게 알렸다. 그러면서 부모님께서 걱정하실 테니, 두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진정국도 흔쾌히 승낙했다. 다만 발을 삔 그녀가 걱정되어 당부했다.차우미는 이틀간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정보를 진정국에게 알렸다. 진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일은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네가 필요하면 연락할 테니 회복에만 집중해.""네."진정국과 통화를 마친 차우미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얼른 몸을 회복하고 싶었다, 다행히도 그녀의 손이 다 아물었고 그래서 손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차우미는 침대에 앉아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조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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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깨어나면 연락해줘.]짤막한 문자에 차우미가 깼다고 답장을 했다.단순하게 그녀의 상태를 체크하려는 문자라고 치부한 차우미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상준은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고 그가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은 전혀 의외가 아니었다.차우미는 답장을 하자마자 프런트에 연락했다. 연락이 닿자마자,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다.차우미가 프런트 직원에게 말했다. "잠시만요.""네."휴대폰을 귀에서 뗀 차우미는 천천히 입구로 다가가 방문을 열었다."차우미 님, 안녕하세요."문밖에는 깨끗한 옷차림의 40대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에게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차우미도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차우미는 낯선 사람이 갑자기 인사하자, 의아했다. "혹시 간병인이세요?""네, 나상준 님께서 간병인을 신청했습니다."차우미는 그제야 모든 게 이해되었다. 그녀에게 깨어나면 연락하라고 한 이유는 간병인을 보내기 위해서였다.차우미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서 들어와요."나상준이 미리 간병인을 보낸 덕에 그는 프런트 직원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었고 직원에게 양해를 구한 그녀가 전화를 끊었다.간병인은 그녀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휠체어와 아침 식사를 호텔 직원이 가져다주었다.간병인은 얼른 방을 치운 뒤, 그녀를 매우 꼼꼼하게 보살폈다.나상준은 일처리가 깔끔했다.차우미도 안심이 되었다.아침을 먹은 그녀는 곧장 일을 시작했다. 각종 자료를 리서치하며 결코 한가롭게 보내지 않았다.비록 이 상태로 행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으나, 그녀는 박물관에 둘 조각물에 관여해야 했다.어떤 것을 디자인하고 구현할지 모두와 상의해야 했다.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렀고 어느덧 오후가 되었다.차우미는 낮잠을 자지 않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 탓에 정신이 맑았다.점심을 간단히 먹은 차우미는 계속 일에 열중했다. 그렇게 또 오후 4시가 되었다.오랫동안 한자리에 앉아 있었던 탓에, 나가서 산책하고 싶었지만, 이 발목으로 제대로 설 수 없었다.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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