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736 챕터

제181화

나상준은 하성우의 말을 매정하게 끊어버렸다. 순간 기분이 나빠진 하성우는 나상준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말도 제대로 못 하게 하다니, 너무해!'비록 마음이 상했지만, 그는 나상준에게 알려주었다. "그래, 네가 간지 얼마 안 돼서 바로 전화가 오더라고.""여기 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더라, 마침 다들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언제 모였으면 좋겠다고 하더라.""주혜민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거야? 아, 3년 동안 결혼 하지도 않고 남자가 있다는 얘기도 못 들었는데... 그동안 널 기다렸겠지, 결국 기다린 보람은 있네. 네가 싱글이 됐으니 이 기회에 네 아내가 되려고 하려는 것 같은데?"하성우가 참았던 말을 내뱉었고 나상준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휴대폰 너머, 정적이 찾아왔다.하성우는 눈을 깜빡이더니 순간 미소를 지었다. "난 세상에 우연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 전부 인간의 계획하에 벌어지는 거야. 주혜민도 네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온 게 틀림없어.""그리고 네 마음도 우리한테 말했잖아, 그러니 틀림없이 이날이 올 것이라는 걸 예상했겠지?"하성우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그는 나상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조심 좀 해.""우리는 네가 우미 씨랑 이혼한 거 몰랐다고 연기할 수 있거든. 하지만 주혜민은 다를 거야.""게다가 너희는 전부 싱글이잖아. 주혜민이 널 좋아한다고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너한테 만나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은 이상, 그건 불가능해."하성우는 눈꼬리가 휘게 웃었다. 자기가 이런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그가 알아서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네가 알아서 해."말을 마친 하성우는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전화를 끊기 전 그는 또 할 말이 있는지 다급히 말했다. "아, 참! 내일 점심에 모이기로 했어."전화는 그렇게 끊겼고 주위는 한없이 고요했다.나상준은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냈다.그는 굳은 눈빛으로 하얀 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다음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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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나상준은 그녀의 옷깃을 손으로 조심스레 여미더니, 침대 앞으로 가 그녀를 안아 올렸다.차우미는 정신을 차리고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벌렸다. 쉰 목소리가 살짝 흘러나왔다.'뭐라고 말하지?'생각해보니 나상준의 스케줄은 그가 알아서 할 문제였다.결국 다시 입을 다문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안겨 욕실로 향했다.막 잠에서 깬 그녀는 아직 씻기 전이었다.나상준은 그녀를 세면대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바닥에 선 차우미의 허리를 나상준은 손으로 끌어안았다. 그녀의 고운 살결이 잠옷 밖으로 그의 손바닥까지 전해졌다. 나상준은 손을 풀지 않았다. 차우미는 그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자리에 똑바로 서 있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그녀는 손으로 세면대를 잡고 있었다. 바닥에 안정적으로 선 그녀가 말했다. "혼자 할게, 가서 할 일 해."그녀의 허리에 올라간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한 뒤 밖으로 나갔다."밖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불러."나가기 전, 나상준이 무심하게 내뱉었다.차우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곧 컵을 들고 양치질을 했다.나상준은 물론 방안에 있었다. 그는 노트북을 들고 소파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얼마 뒤, 다 씻은 차우미가 밖으로 나왔다.다가오는 발걸음에 나상준은 고개를 들어 노트북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그녀를 끌어안아 휠체어에 앉혔다.차우미는 손으로 그녀의 옷깃을 살짝 움켜쥐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확인한 그녀는 그제야 잠옷의 첫 단추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 뒤로 그녀는 자기의 옷깃을 줄곧 움켜쥐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일하고 있는 나상준이 눈에 보였다.그렇게 일에 집중하고 있는 나상준의 모습을 여태 본 적 없었던 그녀는 한동안 자리에 멍하니 서서 그를 관찰했다.물론, 그가 다가와 그녀의 몸을 안아 휠체어에 앉히기 전까지 말이다. "바쁘잖아, 할 일해."차우미는 나상준의 과도한 친절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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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차우미는 혼자 오해하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이젠 나상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나상준은 항상 모든 일에 빈틈없었고 그녀가 고려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비록 그녀도 자기 일을 똑 부러지게 하지만, 나상준보다 많이 부족하다.그의 말에 따른다고 나빠질 일은 없었다.차우미의 긴장감이 느슨해졌다. 그녀는 온몸이 홀가분해지는 것 같았다.차우미가 옷을 갈아입는 사이, 나상준은 욕실로 가서 샤워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뒤, 문화궁으로 향했다.문화궁은 두 사람이 있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20분도 안 되어 두 사람은 문화궁에 도착했다.다른 사람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차우미와 나상준이 함께 오자, 얼른 차우미에게 달려가 그녀에게 상황을 물었다. 차우미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안심하라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그제야 모두 마음을 놓았다.하 교수는 사람들에게 회성의 문화를 소개한 뒤, 함께 후속 건설 배치 및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자고 했다행사는 이미 진행 중이었고 현장에 나가 문제점이 없는지 체크한 뒤, 행사를 무사히 마치면 된다.모든 스케줄이 적절하게 안배되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밀고 사람들을 따라 문화궁으로 들어갔다. 하 교수의 해설을 들으며 사람들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나상준의 시선은 줄곧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고정되었다.그녀는 하 교수의 해설에 귀를 기울였다. 간혹 의아한 얼굴이나, 깨달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먼저 묻기도 하고 자기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차우미는 오늘처럼 말 많았던 적이 없었다. 이렇게 다양한 표정을 짓는 일도 없었다. 그녀는 예전의 담담하고 평온하던 차우미가 아니었다.그녀는 이 일이 아주 좋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러 점심이 되었고 일행은 식당으로 향했다.식당은 미엘로 정해졌다.나상준이 미리 예약한 곳이다. 박물관의 건설에 투자한 것도 나상준이었고, 이번 행사의 전반적인 일정을 계획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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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입꼬리를 살짝 올린 그 사람은 나상준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놀라지 않았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하성우였고 그는 전혀 놀라지 않은 기색이다. 그는 나상준이 휠체어를 트렁크에 싣는 순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하성우는 차우미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도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성우를 놀라게 한 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자기가 주혜민과 함께 온 이 거리에, 나상준과 그녀가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하성우가 예약한 레스토랑은 나상준이 있었던 한식당의 맞은 켠 이다.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이건 정말로 우연이다, 전혀 계획된 것이 아니다.주혜민과 함께 있는 지금, 나상준과 이곳에서 마주칠 줄 몰랐던 하성우는 두 눈을 껌뻑이며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누가봐도 지금 이 상황에 놀란 눈치 같았다.그가 일부러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나상준도 맞은편에서 자기를 바라보던 하성우를 발견하고 동작을 멈추더니 기사에게 말했다. "먼저 출발해."그의 뜻을 알아차린 운전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석에 올라탔다.나상준은 차 문을 닫으며 안에 말없이 앉아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맞은편에 있는 주혜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그러나 이내를 돌린 차우미다.나상준이 있는 곳에 주혜민이 나타나는 것은 전혀 뜻밖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다만, 이틀간 나상준과 한방을 쓴 것을 주혜민이 알아버릴까 봐 걱정되었다. 다른 사람 눈에도 이게 별일 아닌 거로 보일지 의문이었다.차우미는 결국 정답을 얻지 못했다. 그녀는 주혜민이 아니었고 그녀의 입장을 짐작할 수 없었다.차 문이 닫히고 나상준이 타지 않은 것도 의외는 아니었다.곧 차가 출발했다.주혜민은 차가 출발한 것을 바라보더니, 맞은편에서 걸어왔다.하성우도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어머! 회성에 있었어? 그러면서 나한테 전화도 안 했단 말이지? 너무해!""오늘 이렇게 갑자기 마주치지 않았다면 소리 없이 가려고 했지?"나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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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사실 주혜민도 나상준의 태도를 눈치챘다. 전보다 훨씬 낯선 사람 같았다. 공항에서 마주쳤을 때도 그는 주혜민에게 거리를 뒀었다.이걸 모를 리 없는 주혜민은 가슴이 아팠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나랑 성우 씨는 아직 식사 전이거든. 우리 먼저 밥 먹으러 갈게,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나상준의 곁에 여자가 생겼다는 것을 주혜민은 눈치챌 수 있었다. 그 여자가 자기랑 닮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억지로 나상준에게 자기를 봐달라고 떼를 써봤자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말을 마친 주혜민은 몸을 돌렸다.하성우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하성우는 어쩔 수 없이 나상준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시는 지금과 같은 우연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무언의 손짓이다.하지만 나상준은 하성우를 바라보는 대신, 막 돌아선 주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혜민 씨, 3년 전에 했던 내 답은 지금도 변함없어."순간, 주혜민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억지 미소를 짓던 주혜민는 더 이상 미소를 유지하지 못했고 사정없이 구겨졌다.창백해진 얼굴로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자리에 굳어버렸다.나상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우린 어울리지 않아."이보다 더 확실한 거절은 없었다. 나상준은 아주 명확하게 자기 뜻을 말했다, 그녀를 향한 한 치의 배려심도 없이 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하성우 조차 얼굴이 멍해졌다. 나상준이 이렇게 대놓고 말할 줄 몰랐다. 너무 직설적이라 자기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꼭 필요한 게 아니면, 다시는 마주치지 말자."주혜민이 이해하지 못했을까 봐, 계속해서 직설적으로 그녀의 마음을 거절하는 나상준이다.말을 마친 나상준은 이내 택시를 잡고 자리를 떴다.자리에 남겨진 하성우는 벌렸던 입을 살짝 다물고, 멀어지는 택시를 바라보았다."그... 그..."하성우는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채고 주혜민을 위로하려 했다. 그들은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사이였고,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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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갑자기 할 얘기가 있다고 하는 주혜민이다.주혜민이 뜬금없이 내뱉은 말은 하성우를 깜짝 놀라게 했다.주혜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준 씨한테 다른 여자 있어.""아..."하성우는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당황했다.주혜민은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고 차가웠다. "그 여자 나랑 많이 닮았다더라."...오후 일정은 문화 유적지다, 회성에서 가장 유명한 명궁이다.이곳은 고대 유적의 발굴지로 많은 역사적 문물이 출토된 곳이다. 역사적 의의가 아주 컸다.운전기사가 차우미의 휠체어를 밀었고, 다른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다.안으로 들어가자, 모두에게 자료가 나누어졌다. 사람들은 자료를 펴보면서 하 교수의 해설을 들었다.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자료는 명궁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사람들이 하도 집중을 한 탓에 나상준이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오직 기사만 나상준을 발견했다.나상준이 다가오자, 운전기사는 자연스레 자리를 그에게 내주었다. 나상준은 그녀의 휠체어에 손을 올리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차우미는 뒤에 있는 사람이 나상준으로 바뀐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관람에 집중한 탓에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차우미는 앞을 바라보며 하 교수의 해설에 귀를 기울였다.그녀는 자기의 업무에 조금의 빈틈도 용납할 수 없었다.그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주의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나상준은 빈틈없는 얼굴로 앞을 보고 있는 그녀의 휠체어를 천천히 밀며 앞으로 나아갔다.오후 스케줄도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다 함께 저녁 식사 자리로 이동했고 그 자리에서도 오랫동안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9시가 다 되어서야 호텔로 돌아갔다.차우미는 나상준이 그녀를 호텔로 데려다 준 뒤, 나갈 줄 알았다.하지만 나상준은 나가지 않았고 어제처럼 그녀를 섬세하게 보살폈다.차우미는 자기도 모르게 생각했다. 나상준과 주혜민이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하지만 둘이 아무 사이도 아니라기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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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하지만 그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차우미는 이곳에 있었다. 그래서 차우미가 실제로는 어느 정도 마셨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주혜민이 빨리 취하기를 바랐다. 그러면 이곳에서 탈출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주혜민이 아까 낮에 그에게 했던 말을 빨리 나상준에게 알려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몸이 묶여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주혜민이 갑자기 이곳에 온 것은, 그날 밤 로엔에서 있었던 일을 주혜민이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은 나상준의 조카가 일러바쳤기 때문이다.하필 그날 밤, 로엔에 나상준의 조카가 왔다.천만다행으로 그의 조카는 차우미를 알아보지 못했다. 심지어 차우미를 주혜민으로 오해했다.그리고 주혜민은 나상준이 자기 대신 차우미라는 대역 배우를 찾은 줄로 알고 있다.하성우는 지금의 이 오해가 다행인 건지, 아니면 불행인 건지 알 수 없었다.어쨌든 이 모든 걸 종합했을 때, 나상준이 차우미의 마음을 얻기 전까지 주혜민이 이 사실을 몰라야 했다. 특히 차우미의 존재에 대해 알아서는 안 되었다.안 그럼, 나상준의 계획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주혜민은 선량한 사람이 아니다.갑자기 등 뒤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술 한 잔을 들이켜며 소동이 일어나는 곳으로 몸을 돌린 하성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이 와인바는 조명이 어두웠다. 색색의 어두운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음침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그리고 그가 몸을 돌린 그 좌석에서 어떤 남자가 심나연의 팔을 잡아 강제로 끌고 가려 했다. 결코 만만하게 당할 심나연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바로 자기 팔을 잡고 있는 남자의 머리를 술병으로 찍어버렸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심나연은 그 틈에 얼른 잡혔던 손을 황급히 뺐다. 그녀가 도망을 치려던 순간, 정신을 차린 남자는 심나연을 움켜쥐고 그녀를 소파 위로 밀어버렸다.사람들은 동정의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아무도 끼어들려 하지 않았다.하성우도 이 광경을 목격했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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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약간 졸렸던 차우미는 하품을 하며 고개를 돌려 바깥 야경을 보았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깃든 도시 전체가 조용했다.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자, 어느새 10시였다. 노트북을 닫은 그녀는 책상을 정리했다.그제야 나상준이 신경 쓰였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소파를 보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어디에도 나상준이 보이지 않았다.주혜민이 회성에 왔으니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나갔다고 여겼다.차우미는 책상을 잡고 일어나 천천히 파우더룸으로 향했다. 그녀는 씻기 전에 옷을 챙기려 했다.파우더룸의 문을 열려고 문고리에 손을 올렸을 무렵, 갑자기 안에서 문이 열렸다.차우미는 멍했다.나상준은 문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기 위해 손을 뻗은 그녀를 바라보았고 차우미도 의아한 얼굴로 서 있었다.그는 몸을 앞으로 살짝 구부려 차우미를 안아 올렸다.차우미는 입술을 움찔하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간 줄 알았던 사람이 파우더룸에서 나올 줄 몰랐다.그는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나상준은 그녀를 안아 파우더룸으로 향했다. 직접 옷을 고르려던 차우미는 소파 위에 놓인 노트북을 발견했다.노트북에는 복잡한 작업 양식이 띄워져 있었다, 일하고 있었던 모양이다.차우미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눈을 돌려 옷을 꺼냈다. 속옷을 꺼낼 때, 옷을 바로 잠옷 바지 안에 감췄다.나상준은 밖에 나가서 생수 한 병을 들고 마셨다. 시원한 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고 온몸이 서늘해졌다. 생수 절반을 마신 그는 뚜껑을 덮어 다시 옆에 둔 뒤, 파우더룸으로 들어갔다.옷을 챙긴 차우미가 천천히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나상준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잠옷을 쳐다보았다. 아침에 입었던 잠옷이 아니다. 그는 다가가 다시 차우미를 들어 올렸다. 그녀를 욕실 안에 데려가 내려놓은 뒤, 문을 닫고 나갔다.차우미는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발소리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방에 있기는 했지만, 욕실과 먼 곳에 있었다.소리로 유추할 수 있었다.아직 일을 끝내지 못한 탓에 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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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노트북을 보고 있어야 할 그의 시선은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그의 눈빛은 평소와 달랐다.또렷한 눈빛으로 그녀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는 듯 냉정했다.나상준의 이런 눈빛에 차우미는 두려웠다.새카만 그의 눈동자에서 그의 기분을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 나상준의 이런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가졌다, 그가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두렵고 불안했다. 차우미가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서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그녀가 여기서 한발이라도 움직이면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그들을 감싼 공기는 고요했다, 시간이 그대로 멈춘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고 두 사람은 그대로 그 자리에 굳었다.차우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문틀을 잡고 서 있던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호흡이 가빠졌다.이상한 분위기 때문에 그녀는 당장에라도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애써 시선을 돌린 그녀는 침착해지려 했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그의 눈빛에 동요하지 말라고 자기를 위로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고, 그의 눈빛을 허둥지둥 피하는 게 다 보였다. 그녀의 생각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고, 하나도 숨겨지지 않았다.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상준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런데 갑자기 휴대폰 진동음이 들렸다.나상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휴대폰이 울리면서 방 안의 기운이 변했다. 방안을 감싸고 있던 불안한 분위기가 사라졌고, 모든 것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차우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울리는 핸드폰은 나상준의 것이다.나상준은 눈에 띄게 안도하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호랑이 굴에서 살아서 도망친 토끼 같았다.그는 진동하는 휴대폰을 꺼냈다.진현이다.눈동자가 작아진 그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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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나상준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오해한 거야.""나도 들은 거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너한테 다른 여자가 생겨서 자기를 거절했다고, 그것도 아주 완강하게 거절했다고 하더라.""……"나상준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전화가 끊기지 않았지만, 적막감만 감돌았다.진현이 먼저 이 적막감을 깼다. "네가 혜민 씨 좋아하지 않는 거 알아, 줄곧 안 좋아했지.""그녀를 좋아하는 건 나잖아.""너한테 과도한 부탁을 하려는 게 아니야. 다만 혜민 씨가 혼자 있잖아, 난 외국이라 당장 갈 수도 없고. 그래서 나 대신 데리러 가면 안 될까?""그냥 안전한 곳까지만 부탁할게, 그거면 돼. 그래 줄 수 있어?"진현은 간절한 목소리로 그에게 부탁했다. 그 목소리는 절박했다.나상준은 앞을 바라보았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방 안이 어둡게 보였다. 차우미는 이미 잠든 것 같았다."너도 그 여자가 무슨 속셈으로 그러는지 알잖아."진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알아. 너도 좋아하는 사람 생겼으니, 지금 내 심정이 어떤지 헤아릴 수 있을 거라고 믿어.""……"나상준이 굳게 입을 다물었다.진현은 휴대폰을 꽉 쥐고 간절히 말했다. "나 봐서라도 데리러 가줘. 혼자 거기 있으니까 마음이 안 놓여.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부탁이야."나상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의 얼굴은 차가웠다. "네가 이럴수록 그 사람한테 안 좋아.""알아, 이번 한 번만 도와줘. 딱 한 번만 도와줘.""제발."나상준의 눈빛이 탁해졌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대답했다. "이번 한 번이야."탁, 전화가 끊겼다.그의 시선은 방문에서 휴대폰으로 옮겨졌다."죄송합니다, 지금 거신 전화는..."나상준은 시간을 확인했다, 11시가 거의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3초 만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사람 좀 찾아봐.""누구를?""주혜민."전화가 조용해졌다.나상준이 계속해서 말했다. "당장 그 여자 어디 있는지 찾아봐.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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