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191 - 챕터 200

736 챕터

제191화

명화 호텔은 주혜민이 있던 와인바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비싸고 좋은 호텔은 아니었다, 평범한 곳이다.양훈이 보낸 사람은 주혜민을 구해냈고, 주혜민을 끌고 갔던 사람들도 잡혔다.양훈은 직접 호텔까지 갔고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가 보냈던 사람들이 정신을 잃은 주혜민을 들것에 눕혀 들고 나왔다.약에 취해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주혜민의 몸은 얼룩덜룩한 핏자국이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붉어진 얼굴과 반쯤 감긴 눈은 그녀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려주었다. 양훈은 정신을 못 차리는 주혜민에게 다른 상처가 더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를 발견한 사람이 급히 앞으로 뛰어나와 몸을 굽혔다. "어떻게 된 거야?"허리를 굽힌 사람이 답했다. "저희가 도착하기 전까지 정신을 차리고 있었고 끌려가지 않기 위해 싸웠던 것 같습니다 . 저희가 가서 상황을 정리했습니다."양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이 살짝 묘하게 변했다."알겠어."주혜민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데려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병원이다.양훈은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휴대폰을 들어 나상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으나, 맞은편에 주차된 차를 보고 행동을 멈추었다.검은 벤츠 차는 큰 반얀트리 아래에 주차되어 있었다. 어두운 장막이 깔려 차가 주시하지 않으면 차의 존재도 몰랐을 것이다.양훈의 눈에 차가 들어왔고 그는 순식간에 눈치챘다.그는 차를 바라보더니 움직이지 않았다.바로 그때, 뒷좌석의 창문이 내려갔고 안에 앉아 있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노란 가로등 아래, 무성한 나뭇가지와 잎은 등불을 가렸고 덕분에 차량은 희미한 빛이 겨우 비쳤다.그럼에도 뒷좌석의 사람은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나상준이다.그는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눈빛은 양훈을 향해 있었다.바로 그때, 양훈의 휴대폰이 울렸다.양훈은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확인했다.발신자는 나상준이다.차 안에 있는 나상준이 양훈에게 연락
더 보기

제192화

주혜민의 계략이 수포로 돌아갈까 봐 걱정되었다. 그는 나상준의 곁에 차우미가 있는 걸 몰랐다. 차우미가 어떤 사람인지는 더욱 몰랐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밤에 나간다고 해서 소란을 피우는 여자가 아니었다.아마 세상 모르고 잘 것이다.역시나 차우미는 호텔에서 잘 자고 있었다. 밤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어떤 심각한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곤히 잠든 차우미는 단꿈을 꾸는 것 같았다.병원으로 옮겨진 주혜민은 응급실로 이송되었다.나상준이 탄 차가 병원 맞은편에 세워졌다. 차에 시동이 꺼졌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양훈의 차도 병원 입구에 멈춰 섰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병원으로 들어갔다.나상준은 주혜민의 앞에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렇게밖에 있는 이유는 주혜민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진현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주혜민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 그는 병원 앞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진현과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양훈은 그녀를 찾기 위해 병원으로 들어갔다.나상준은 좌석에 등을 기댄 뒤, 눈을 감았다. 어두운 적막감만 감돌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뜬 나상준은 휴대폰을 들었다.시간을 확인하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연락하려고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스크린이 밝아졌고 그의 휴대폰은 고요했다.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잠잠한 휴대폰은 마치 호텔에서 자는 차우미 같았다.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주혜민은 응급 처치를 받았다, 몸에 난 상처는 붕대로 감쌌다. 약을 먹은 그녀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기 몸에 상처를 내야 했다. 그래서 몸에 많은 자상이 있었다.의사는 그에게 진정제를 투여했다. 한시간이 지나서야 주혜민은 편안하게 잠들었다.양훈은 복도에 있었다. 의사가 나오자, 그는 잘 부탁한다며 인사했다."어떻습니까?""전부 철과 상입니다. 큰 문제는 아니니 진정제 맞고 회복될 때까지 쉬시다가 가면 됩니다. 몸조리만 잘하면 별일 없습니다.""환자가 언제쯤 정신을
더 보기

제193화

[감사합니다.]스크린에 다섯 글자가 표시되었다.나상준은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스크린은 다시 검게 변했고 정적이 찾아왔다. 어두운 밤, 고요한 적막감만 감돌았다....차우미는 아침 일찍 휴대폰 벨 소리 때문에 깼다. 어떨떨하게 눈을 뜬 그녀는 휴대폰을 확인했다.휴대폰은 침대 머리맡 위에 있었다. 아주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그녀는 침대에 몸을 기댄 채 전화를 받았다. 여가현 아침부터 전화를 건 것이다.차우미는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했다. 6시 15분이다.이른 아침이다.여가현은 밤을 꼬박 새웠는지, 출장을 가서 일찍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건 것이 놀라웠다.차우미가 하품하며 전화를 받았다. "가현아."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는 잠에서 덜 깬 것 같았다. 여가현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알아차렸다."나 때문에 깼어?""아니야."차우미는 창밖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커튼이 완전히 당겨져 있었다. 하지만 밖의 찬란한 빛을 두꺼운 커튼은 전부 반사할 수 없었고, 결국 침실 안으로 들어온 햇빛이 방 안을 밝혀주었다.차우미는 순간 온몸이 굳은 채로 소파를 바라보았다.소파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든 흔적도 없었다. 어젯밤, 전화를 받기 위해 나갔던 순간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그녀는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나상준은 어젯밤 돌아오지 않았다. 어젯밤 나간 뒤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파우더룸의 문이 열려 있었고 어떤 인기척도 없었다.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욕실을 확인했지만, 거기도 마찬가지다.나상준이 없다는 확신이 든 차우미는 완전히 긴장감을 풀고 마음을 내려놓았다.그녀는 여가현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자기가 다쳤다는 것도 알려줄 수 없었다. 안 그럼, 여가현은 쪼르르 온이샘에게 달려가 고발할 것이고, 그러면 더 곤란한 일이 생긴다."요즘 너무 바빠서
더 보기

제194화

여가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여가현은 말이 턱 말했다. '미련? 남을 미련이 있나? 깔끔하게 끝난 결혼 생활이야, 게다가 각자 자기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다 끝난 마당에 왜 미련 따위를 남겨?'상대에게 미련을 남겨두는 것은 이혼한 사람이 해야 할 행동이 아니다. 그녀도 지나간 사랑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차우미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자, 여가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진짜로 나상준을 잊지 못한 거야?""아니야!""네가 이렇게 굴면, 이샘 선배는 뭔데, 왜 사람 불쌍하게 만들어. 희망을 줬다가 빼앗아 가는 것도 아니고, 왜 다른 사람 가슴에 대못을 박아!"여가현이 흥분해서 그녀를 나무라 하자,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미련 같은 거 생각해본 적 없다고, 그래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던 거야.""정말?"차우미의 말에 여가현의 불안감은 조금 사그라졌다. 하지만 결코 편안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또 으름장을 놓았다. "나 속이기만 해 봐! 그랬다간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 맞을 줄 알아!"차우미는 너무 어이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화제를 전환하지 않으면 여가현의 잔소리가 폭탄처럼 쏟아질 것 같았다.차우미는 창밖을 내다보며 태연하게 물었다. "몇 시 비행기야?"순간, 휴대폰이 잠잠해졌다. 시간을 확인한 여가현이 황급히 말했다. "나 지금 나가야 해! 이따가 차에서 연락할게! 먼저 끊을게!"바로 전화를 끊은 여가현은 부리나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어쩔 수 없다는 듯 차우미는 미소를 지었다.희미하게 들어오는 햇빛이 그녀를 비추었다. 차우미는 휴대폰을 다시 침대 머리맡에 두고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잠에서 완전히 깨어,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욕실로 가 간단히 씻은 뒤 간병인을 부르기로 했다.어제 문화궁에 간 것과 연관된 일로 다른 사람들과 업무를 시작해야 했다. 간병인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으면, 큰일은 없을 것이다.차우미는 침대에서 내려가, 커튼을
더 보기

제195화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기에 차우미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그녀가 입술을 옴싹달싹하며 말을 꺼내려 했으나, 차마 입밖으로 뱉지 못했고 다시 삼켰다.다가오는 나상준에게 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상준은 그녕게 다가와 그녀의 손에 들린 커튼을 가져갔다. 무슨 의도인지는 몰랐지만, 나상준의 손끝이 차우미의 손끝에 닿았고 순간 차우미가 깜짝 놀라 황급히 손을 뗐다.촤락!커튼이 완전히 열렸고 눈부신 햇살이 차우미의 얼굴을 비추었다. 갑자기 시야가 새하얘진 차우미는 바로 눈을 감아버렸다.나상준은 모든 커튼을 걷어내고 여전히 창문앞에 서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빛에 적응한 그녀는 눈을 조금씩 떴다.마치 빛줄기 아래 고치가 조금씩 깨지고 세상으로 나온듯, 나비의 날개가 펴고 떠나려는 듯...나상준의 눈이 흔들렸다. 나상준은 차우미 앞으로 걸어가, 그녀는 품에 와락 껴안았다. 너무 놀란 차우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차우미는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나상준의 턱선을 바라보았다. 입술을 굳게 다문 나상준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차우미는 가슴이 쿵쾅거려 움직일 수 없었다.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던 차우미는 가만히 있었다.나상준은 눈을 내리깔고 품안의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놀란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그를 마주더니,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얌전하게 그의 품에 안긴 차우미는 발버둥을 치지 않았다. 다시 눈빛이 검게 변한 나상준은 그녀를 안아들고 파우더룸으로 향했다. 그녀가 옷을 챙긴 뒤 다시 욕실까지 데려다주었다.며칠 간 변함없이 그녀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나상준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그의 기분이 안 좋을 것을 눈치채고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 했다.차우미가 정리를 마치자, 나상준은 그제야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그가 들어가자마자,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어느새 7시가 되어 있었다.회성의
더 보기

제196화

다시 연락한다던 여가현이 연락을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핸드폰을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여가현은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 바빠서 까먹은 것 같았다.여가현이 다시 전화하지 않자, 차우미는 나름 안도했다.안 그랬으면, 나상준과 함께 있는 상황을 여가현에게 들켰을 것이고 그때는 정말 곤란한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차우미는 마음을 비우고 가방을 꺼내 일했다.씻고 나온 나상준은 조용히 앉아 일하는 차우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따사롭게 들어오는 햇빛은 방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긴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가지런히 빗어 넘긴 채, 잔머리마저 귀 뒤로 넘긴 그녀가, 손에 펜을 들고 공책에 무언가를 부지런히 적고 있었다.너무 집중하고 있었던 차우미는 나상준이 씻고 나온 사실도 인식하지 못했다.하지만 나상준은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자기가 떠나든, 말든 어떤 말이나 질문도 하지 않는 차우미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자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신경도 쓰지 않는 차우미는 마치 그를 상관없는 사람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차가웠고 매정했다.하지만 나상준은 그녀의 이런 행동을 나무랄 수 없었다.차우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잘못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잘못은 그가 했다. 하성우가 말했던 것처럼, 그의 업보였다.무거운 눈빛으로 파우더룸으로 들어간 나상준은 깨끗한 셔츠와 바지로 갈아입었다.3년 동안 나상준은 차우미를 물건 취급하며 없는 사람 취급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차우미는 나상준이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을 뿐이다.두 사람은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 아침을 간단히 먹은 뒤,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한편, 병원.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낯선 환경에 주혜민은 몸부림을 쳤다.간병인은 병실에서 그녀를 진정시켰고, 점차 그녀가 의식을 찾자 서둘러 그녀의 몸을 부축해 앉혔다.주혜민은 시야로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만 들어왔다.간병인은 50대 중년 여성이다.순간, 마음이 놓인 그녀의 눈에서 생기가 돌았다. 주변을 둘러보며 애타게 찾았으나, 나상준은 보이
더 보기

제197화

주혜민은 나상준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여겼다, 그것도 매우 사랑한다고 여겼다.그들을 태운 벤츠 차가 부드럽게 달렸다. 다만 출근 시간과 겹쳐 길이 조금 막혔다.차우미는 약속 시간보다 늦을까 봐 걱정되어 계속 시간을 확인했다.그녀는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앞에 길게 늘어선 차를 바라보았다. 그는 차우미의 조급한 마음을 모르는 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했다.차우미는 운전기사를 재촉하지 않았다. 막히는 차를 어쩔 방법이 없었기에 그녀는 되도록 늦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다행히도 도로 정체는 오래가지 않았다. 몇 분 만에 차가 고속도로에 올랐고 곧 속도가 올라갔다.어느새 8시가 되었다.8시 반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안도하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의 경치를 구경했다.회성은 지역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차우미는 이곳의 독특한 경치를 느꼈다.지잉-휴대폰이 진동했다, 차우미는 여전히 풍경을 구경했다.진동하는 것은 그녀의 휴대폰이 아니라, 나상준의 것이다.나상준은 눈을 감고 있다가 휴대폰이 울리는 바람에 천천히 눈을 뜨고 휴대폰을 꺼냈다.발신자는 하성우다.스크린에 그의 이름이 찍혀있었다.나상준은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전화를 받았다. "응.""양훈한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어. 내 탓이야, 원래 주혜민이랑 같이 있으면서 지켜보려고 했는데, 나연이가 그날 따라오는 바람에 골치 아픈 일이 생겨서 데리고 가느라고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인제야 떠오르더라고."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하성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성우가 미안한 듯 사죄했다.나상준은 차창에 비친 차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앉아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나상준이 말했다. "나연이는 어때?"차우미는 나상준의 통화에 집중하고 싶지 않았지만, 좁은 차 안에서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나상준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나연
더 보기

제198화

그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애타는 마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나상준은 휴대폰을 손에 쥐고 고개를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몰라."차우미는 입술을 살짝 벌리며 당황했다.'모른다니?'통화를 한 사람이 모른다고 하자 그녀는 당황했다.차우미는 한동안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통화했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하성우의 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모른다고 대답을 하니,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전혀 거짓말 같지 않은 나상준의 얼굴을 보고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다. 정말로 모르는 눈치 같았다.입술을 살짝 깨문 차우미는 심나연에게 문자를 보냈다.심나연의 연락처가 있었기에 그녀는 직접 당사자에게 묻기로 했다.나상준은 답을 얻지 못하자 더는 추궁하지 않는 차우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여자다, 자기가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얻는지 정확히 아는 여자다.'내가 없어도 평소처럼 잘 살 여자였지.'이혼한 뒤, 그녀의 행보로 볼 때 차우미는 자기 없이도 잘 살 여자라고 여겼다.나상준은 다시 고개를 돌렸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한편, 하성우는 여전히 화를 내고 있었다. 분노가 가득 차오른 그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휴대폰 너머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스크린은 꺼져 있었다.갑자기 전화가 끊기자, 하성우도 적잖게 당황했다.하성우는 아직 할 말이 남았다.양훈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을 듣게 되었고, 그 일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하성우는 서둘러 나상준에게 연락했던 것이다. 사과를 하기 위해 연락한 것도 있었지만, 주혜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통화 도중, 한순간 이성을 잃고 자기가 얼마나 화났는지를 말하느라고, 전화를 건 목적을 까맣게 잊어버렸다.그리고 나상준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성우도 나상준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결국, 나상준이 바쁘다고 판단한 그는 나상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젯밤, 주혜
더 보기

제199화

심나연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한 듯 흥분해서 말했다. "와! 성우 오빠 처음으로 그런 말 했어요. 내가 오빠 사람이라잖아요. 오빠 마음속에서 나는 이미 오빠 사람이었어요! 진짜 너무 좋아요, 너무 흥분돼요! 오빠도 날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제일 중요했던 거예요!"심나연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흥분과 기쁨을 춤으로 표현했다.하지만 차우미는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웃을 수도 없었다. 만약 그 상황을 하성우가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심나연은 무서운 일을 겪었을 것이다.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차우미는 하성우의 분노가 이해되었다.차우미는 손가락을 살짝 조이며 입을 열었다. "나연 씨, 내 말 잘 들어요."차우미가 진지하게 말했다. 말투도 초반과 많이 달랐다. 심나연은 눈을 깜빡이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세요, 언니."차우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나연 씨, 세상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아주 많아요. 절대적인 것은 없어요. 어제는 성우 씨가 있어서 아무 일도 없었겠지만, 뜻밖의 사고는 항상 발생해요. 그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모든 것을 앗아가고 망쳐버려요. 그때 가서 후회하면 늦어요. 어젯밤 있었던 일도 아주 위험한 일이에요. 성우 씨도 걱정했겠지만, 나도 걱정했어요. 나연 씨 얘기를 들었을 뿐인데, 무서웠어요. 어제는 다행히 아무 사고가 안 났지만, 만일 어제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어쩔 뻔했어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차우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 그녀가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설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치 심나연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심나연도 그렇게 느꼈다.차우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도 살짝 두려웠다.만약 어제 같은 상황에 하성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 무서운 일을 겪었을지 모른다.심나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개를 떨구었다.차우미는 심나연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계속해서 말했다. "나연
더 보기

제200화

그녀는 순간 가슴이 조였다.나상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둡고 짙게 변했다. 깊은 심연으로 뒤덮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하였다.차우미는 예상치 못한 나상준의 눈빛에 멍해 버렸다. 휴대폰에서 심나연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오빠가 항상 날 속여서 오빠가 하는 말을 믿지 않거든요. 근데 그 여자가 상준 오빠를 좋아한다고, 자기랑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하지만 상준 오빠와 관계있는 사람이 왜 성우 오빠랑 술을 마시겠어요? 상준 오빠랑 마셔야 하잖아요. 누가 봐도 날 속이려고 한 거짓말이에요."분노와 슬픔이 엇갈린 심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성우 씨가 거짓말하는 건 아닐 거야."차우미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처럼... 이 일은 나상준과 관련된 일이었지만 그래도 말해야 했다.그녀는 나상준이 어젯밤 어디를 갔는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나연이 말한 그 여자도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이 심나연과 하성우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나상준보다 하성우가 받는 피해가 더 큰 것 같았다. 하성우의 문제 해결이 시급했다.그리고 심나연의 말대로라면, 하성우도 나상준 때문에 엮인 것 같았다.그녀는 이 사실을 설명해야 했다.서글프게 울고 있는 심나연 때문에 차우미는 안쓰러웠다. 심나연도 차우미와 알고 지낸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차우미를 진심으로 믿었고 좋아했다. 그런 차우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하니, 심나연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자기가 하성우를 오해했다고 하기엔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차우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성우 씨가 농담도 좋아하고 진지해 보이지 않지만, 사리분별은 명확한 사람이에요.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도 되는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해야 할 말과 해야 하지 말아야 할 말도..."하성우가 아무리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더 보기
이전
1
...
1819202122
...
7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