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민의 계략이 수포로 돌아갈까 봐 걱정되었다. 그는 나상준의 곁에 차우미가 있는 걸 몰랐다. 차우미가 어떤 사람인지는 더욱 몰랐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밤에 나간다고 해서 소란을 피우는 여자가 아니었다.아마 세상 모르고 잘 것이다.역시나 차우미는 호텔에서 잘 자고 있었다. 밤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어떤 심각한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곤히 잠든 차우미는 단꿈을 꾸는 것 같았다.병원으로 옮겨진 주혜민은 응급실로 이송되었다.나상준이 탄 차가 병원 맞은편에 세워졌다. 차에 시동이 꺼졌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양훈의 차도 병원 입구에 멈춰 섰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병원으로 들어갔다.나상준은 주혜민의 앞에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렇게밖에 있는 이유는 주혜민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진현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주혜민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 그는 병원 앞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진현과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양훈은 그녀를 찾기 위해 병원으로 들어갔다.나상준은 좌석에 등을 기댄 뒤, 눈을 감았다. 어두운 적막감만 감돌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뜬 나상준은 휴대폰을 들었다.시간을 확인하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연락하려고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스크린이 밝아졌고 그의 휴대폰은 고요했다.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잠잠한 휴대폰은 마치 호텔에서 자는 차우미 같았다.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주혜민은 응급 처치를 받았다, 몸에 난 상처는 붕대로 감쌌다. 약을 먹은 그녀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기 몸에 상처를 내야 했다. 그래서 몸에 많은 자상이 있었다.의사는 그에게 진정제를 투여했다. 한시간이 지나서야 주혜민은 편안하게 잠들었다.양훈은 복도에 있었다. 의사가 나오자, 그는 잘 부탁한다며 인사했다."어떻습니까?""전부 철과 상입니다. 큰 문제는 아니니 진정제 맞고 회복될 때까지 쉬시다가 가면 됩니다. 몸조리만 잘하면 별일 없습니다.""환자가 언제쯤 정신을
[감사합니다.]스크린에 다섯 글자가 표시되었다.나상준은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스크린은 다시 검게 변했고 정적이 찾아왔다. 어두운 밤, 고요한 적막감만 감돌았다....차우미는 아침 일찍 휴대폰 벨 소리 때문에 깼다. 어떨떨하게 눈을 뜬 그녀는 휴대폰을 확인했다.휴대폰은 침대 머리맡 위에 있었다. 아주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그녀는 침대에 몸을 기댄 채 전화를 받았다. 여가현 아침부터 전화를 건 것이다.차우미는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했다. 6시 15분이다.이른 아침이다.여가현은 밤을 꼬박 새웠는지, 출장을 가서 일찍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건 것이 놀라웠다.차우미가 하품하며 전화를 받았다. "가현아."부드러운 그녀의 목소리는 잠에서 덜 깬 것 같았다. 여가현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알아차렸다."나 때문에 깼어?""아니야."차우미는 창밖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커튼이 완전히 당겨져 있었다. 하지만 밖의 찬란한 빛을 두꺼운 커튼은 전부 반사할 수 없었고, 결국 침실 안으로 들어온 햇빛이 방 안을 밝혀주었다.차우미는 순간 온몸이 굳은 채로 소파를 바라보았다.소파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든 흔적도 없었다. 어젯밤, 전화를 받기 위해 나갔던 순간에 멈춰 있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그녀는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나상준은 어젯밤 돌아오지 않았다. 어젯밤 나간 뒤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파우더룸의 문이 열려 있었고 어떤 인기척도 없었다.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욕실을 확인했지만, 거기도 마찬가지다.나상준이 없다는 확신이 든 차우미는 완전히 긴장감을 풀고 마음을 내려놓았다.그녀는 여가현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자기가 다쳤다는 것도 알려줄 수 없었다. 안 그럼, 여가현은 쪼르르 온이샘에게 달려가 고발할 것이고, 그러면 더 곤란한 일이 생긴다."요즘 너무 바빠서
여가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여가현은 말이 턱 말했다. '미련? 남을 미련이 있나? 깔끔하게 끝난 결혼 생활이야, 게다가 각자 자기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다 끝난 마당에 왜 미련 따위를 남겨?'상대에게 미련을 남겨두는 것은 이혼한 사람이 해야 할 행동이 아니다. 그녀도 지나간 사랑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차우미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자, 여가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진짜로 나상준을 잊지 못한 거야?""아니야!""네가 이렇게 굴면, 이샘 선배는 뭔데, 왜 사람 불쌍하게 만들어. 희망을 줬다가 빼앗아 가는 것도 아니고, 왜 다른 사람 가슴에 대못을 박아!"여가현이 흥분해서 그녀를 나무라 하자,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미련 같은 거 생각해본 적 없다고, 그래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던 거야.""정말?"차우미의 말에 여가현의 불안감은 조금 사그라졌다. 하지만 결코 편안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또 으름장을 놓았다. "나 속이기만 해 봐! 그랬다간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 맞을 줄 알아!"차우미는 너무 어이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화제를 전환하지 않으면 여가현의 잔소리가 폭탄처럼 쏟아질 것 같았다.차우미는 창밖을 내다보며 태연하게 물었다. "몇 시 비행기야?"순간, 휴대폰이 잠잠해졌다. 시간을 확인한 여가현이 황급히 말했다. "나 지금 나가야 해! 이따가 차에서 연락할게! 먼저 끊을게!"바로 전화를 끊은 여가현은 부리나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어쩔 수 없다는 듯 차우미는 미소를 지었다.희미하게 들어오는 햇빛이 그녀를 비추었다. 차우미는 휴대폰을 다시 침대 머리맡에 두고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잠에서 완전히 깨어,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욕실로 가 간단히 씻은 뒤 간병인을 부르기로 했다.어제 문화궁에 간 것과 연관된 일로 다른 사람들과 업무를 시작해야 했다. 간병인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으면, 큰일은 없을 것이다.차우미는 침대에서 내려가, 커튼을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기에 차우미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그녀가 입술을 옴싹달싹하며 말을 꺼내려 했으나, 차마 입밖으로 뱉지 못했고 다시 삼켰다.다가오는 나상준에게 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상준은 그녕게 다가와 그녀의 손에 들린 커튼을 가져갔다. 무슨 의도인지는 몰랐지만, 나상준의 손끝이 차우미의 손끝에 닿았고 순간 차우미가 깜짝 놀라 황급히 손을 뗐다.촤락!커튼이 완전히 열렸고 눈부신 햇살이 차우미의 얼굴을 비추었다. 갑자기 시야가 새하얘진 차우미는 바로 눈을 감아버렸다.나상준은 모든 커튼을 걷어내고 여전히 창문앞에 서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빛에 적응한 그녀는 눈을 조금씩 떴다.마치 빛줄기 아래 고치가 조금씩 깨지고 세상으로 나온듯, 나비의 날개가 펴고 떠나려는 듯...나상준의 눈이 흔들렸다. 나상준은 차우미 앞으로 걸어가, 그녀는 품에 와락 껴안았다. 너무 놀란 차우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차우미는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나상준의 턱선을 바라보았다. 입술을 굳게 다문 나상준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차우미는 가슴이 쿵쾅거려 움직일 수 없었다.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던 차우미는 가만히 있었다.나상준은 눈을 내리깔고 품안의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놀란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그를 마주더니,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얌전하게 그의 품에 안긴 차우미는 발버둥을 치지 않았다. 다시 눈빛이 검게 변한 나상준은 그녀를 안아들고 파우더룸으로 향했다. 그녀가 옷을 챙긴 뒤 다시 욕실까지 데려다주었다.며칠 간 변함없이 그녀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나상준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그의 기분이 안 좋을 것을 눈치채고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 했다.차우미가 정리를 마치자, 나상준은 그제야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그가 들어가자마자,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어느새 7시가 되어 있었다.회성의
다시 연락한다던 여가현이 연락을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핸드폰을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여가현은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 바빠서 까먹은 것 같았다.여가현이 다시 전화하지 않자, 차우미는 나름 안도했다.안 그랬으면, 나상준과 함께 있는 상황을 여가현에게 들켰을 것이고 그때는 정말 곤란한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차우미는 마음을 비우고 가방을 꺼내 일했다.씻고 나온 나상준은 조용히 앉아 일하는 차우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따사롭게 들어오는 햇빛은 방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긴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가지런히 빗어 넘긴 채, 잔머리마저 귀 뒤로 넘긴 그녀가, 손에 펜을 들고 공책에 무언가를 부지런히 적고 있었다.너무 집중하고 있었던 차우미는 나상준이 씻고 나온 사실도 인식하지 못했다.하지만 나상준은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자기가 떠나든, 말든 어떤 말이나 질문도 하지 않는 차우미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자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신경도 쓰지 않는 차우미는 마치 그를 상관없는 사람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차가웠고 매정했다.하지만 나상준은 그녀의 이런 행동을 나무랄 수 없었다.차우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잘못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잘못은 그가 했다. 하성우가 말했던 것처럼, 그의 업보였다.무거운 눈빛으로 파우더룸으로 들어간 나상준은 깨끗한 셔츠와 바지로 갈아입었다.3년 동안 나상준은 차우미를 물건 취급하며 없는 사람 취급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차우미는 나상준이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을 뿐이다.두 사람은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 아침을 간단히 먹은 뒤,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한편, 병원.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낯선 환경에 주혜민은 몸부림을 쳤다.간병인은 병실에서 그녀를 진정시켰고, 점차 그녀가 의식을 찾자 서둘러 그녀의 몸을 부축해 앉혔다.주혜민은 시야로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만 들어왔다.간병인은 50대 중년 여성이다.순간, 마음이 놓인 그녀의 눈에서 생기가 돌았다. 주변을 둘러보며 애타게 찾았으나, 나상준은 보이
주혜민은 나상준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여겼다, 그것도 매우 사랑한다고 여겼다.그들을 태운 벤츠 차가 부드럽게 달렸다. 다만 출근 시간과 겹쳐 길이 조금 막혔다.차우미는 약속 시간보다 늦을까 봐 걱정되어 계속 시간을 확인했다.그녀는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앞에 길게 늘어선 차를 바라보았다. 그는 차우미의 조급한 마음을 모르는 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했다.차우미는 운전기사를 재촉하지 않았다. 막히는 차를 어쩔 방법이 없었기에 그녀는 되도록 늦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다행히도 도로 정체는 오래가지 않았다. 몇 분 만에 차가 고속도로에 올랐고 곧 속도가 올라갔다.어느새 8시가 되었다.8시 반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안도하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의 경치를 구경했다.회성은 지역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차우미는 이곳의 독특한 경치를 느꼈다.지잉-휴대폰이 진동했다, 차우미는 여전히 풍경을 구경했다.진동하는 것은 그녀의 휴대폰이 아니라, 나상준의 것이다.나상준은 눈을 감고 있다가 휴대폰이 울리는 바람에 천천히 눈을 뜨고 휴대폰을 꺼냈다.발신자는 하성우다.스크린에 그의 이름이 찍혀있었다.나상준은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전화를 받았다. "응.""양훈한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어. 내 탓이야, 원래 주혜민이랑 같이 있으면서 지켜보려고 했는데, 나연이가 그날 따라오는 바람에 골치 아픈 일이 생겨서 데리고 가느라고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인제야 떠오르더라고."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하성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성우가 미안한 듯 사죄했다.나상준은 차창에 비친 차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앉아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나상준이 말했다. "나연이는 어때?"차우미는 나상준의 통화에 집중하고 싶지 않았지만, 좁은 차 안에서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나상준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나연
그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애타는 마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나상준은 휴대폰을 손에 쥐고 고개를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몰라."차우미는 입술을 살짝 벌리며 당황했다.'모른다니?'통화를 한 사람이 모른다고 하자 그녀는 당황했다.차우미는 한동안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통화했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하성우의 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모른다고 대답을 하니,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전혀 거짓말 같지 않은 나상준의 얼굴을 보고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다. 정말로 모르는 눈치 같았다.입술을 살짝 깨문 차우미는 심나연에게 문자를 보냈다.심나연의 연락처가 있었기에 그녀는 직접 당사자에게 묻기로 했다.나상준은 답을 얻지 못하자 더는 추궁하지 않는 차우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여자다, 자기가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얻는지 정확히 아는 여자다.'내가 없어도 평소처럼 잘 살 여자였지.'이혼한 뒤, 그녀의 행보로 볼 때 차우미는 자기 없이도 잘 살 여자라고 여겼다.나상준은 다시 고개를 돌렸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한편, 하성우는 여전히 화를 내고 있었다. 분노가 가득 차오른 그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휴대폰 너머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스크린은 꺼져 있었다.갑자기 전화가 끊기자, 하성우도 적잖게 당황했다.하성우는 아직 할 말이 남았다.양훈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을 듣게 되었고, 그 일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하성우는 서둘러 나상준에게 연락했던 것이다. 사과를 하기 위해 연락한 것도 있었지만, 주혜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통화 도중, 한순간 이성을 잃고 자기가 얼마나 화났는지를 말하느라고, 전화를 건 목적을 까맣게 잊어버렸다.그리고 나상준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성우도 나상준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결국, 나상준이 바쁘다고 판단한 그는 나상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젯밤, 주혜
심나연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한 듯 흥분해서 말했다. "와! 성우 오빠 처음으로 그런 말 했어요. 내가 오빠 사람이라잖아요. 오빠 마음속에서 나는 이미 오빠 사람이었어요! 진짜 너무 좋아요, 너무 흥분돼요! 오빠도 날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제일 중요했던 거예요!"심나연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흥분과 기쁨을 춤으로 표현했다.하지만 차우미는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웃을 수도 없었다. 만약 그 상황을 하성우가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심나연은 무서운 일을 겪었을 것이다.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차우미는 하성우의 분노가 이해되었다.차우미는 손가락을 살짝 조이며 입을 열었다. "나연 씨, 내 말 잘 들어요."차우미가 진지하게 말했다. 말투도 초반과 많이 달랐다. 심나연은 눈을 깜빡이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세요, 언니."차우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나연 씨, 세상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아주 많아요. 절대적인 것은 없어요. 어제는 성우 씨가 있어서 아무 일도 없었겠지만, 뜻밖의 사고는 항상 발생해요. 그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모든 것을 앗아가고 망쳐버려요. 그때 가서 후회하면 늦어요. 어젯밤 있었던 일도 아주 위험한 일이에요. 성우 씨도 걱정했겠지만, 나도 걱정했어요. 나연 씨 얘기를 들었을 뿐인데, 무서웠어요. 어제는 다행히 아무 사고가 안 났지만, 만일 어제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어쩔 뻔했어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차우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 그녀가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설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치 심나연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심나연도 그렇게 느꼈다.차우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도 살짝 두려웠다.만약 어제 같은 상황에 하성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 무서운 일을 겪었을지 모른다.심나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개를 떨구었다.차우미는 심나연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계속해서 말했다. "나연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