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락한다던 여가현이 연락을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핸드폰을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여가현은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 바빠서 까먹은 것 같았다.여가현이 다시 전화하지 않자, 차우미는 나름 안도했다.안 그랬으면, 나상준과 함께 있는 상황을 여가현에게 들켰을 것이고 그때는 정말 곤란한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차우미는 마음을 비우고 가방을 꺼내 일했다.씻고 나온 나상준은 조용히 앉아 일하는 차우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따사롭게 들어오는 햇빛은 방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긴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가지런히 빗어 넘긴 채, 잔머리마저 귀 뒤로 넘긴 그녀가, 손에 펜을 들고 공책에 무언가를 부지런히 적고 있었다.너무 집중하고 있었던 차우미는 나상준이 씻고 나온 사실도 인식하지 못했다.하지만 나상준은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자기가 떠나든, 말든 어떤 말이나 질문도 하지 않는 차우미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자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신경도 쓰지 않는 차우미는 마치 그를 상관없는 사람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차가웠고 매정했다.하지만 나상준은 그녀의 이런 행동을 나무랄 수 없었다.차우미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잘못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잘못은 그가 했다. 하성우가 말했던 것처럼, 그의 업보였다.무거운 눈빛으로 파우더룸으로 들어간 나상준은 깨끗한 셔츠와 바지로 갈아입었다.3년 동안 나상준은 차우미를 물건 취급하며 없는 사람 취급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차우미는 나상준이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을 뿐이다.두 사람은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 아침을 간단히 먹은 뒤,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한편, 병원.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낯선 환경에 주혜민은 몸부림을 쳤다.간병인은 병실에서 그녀를 진정시켰고, 점차 그녀가 의식을 찾자 서둘러 그녀의 몸을 부축해 앉혔다.주혜민은 시야로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만 들어왔다.간병인은 50대 중년 여성이다.순간, 마음이 놓인 그녀의 눈에서 생기가 돌았다. 주변을 둘러보며 애타게 찾았으나, 나상준은 보이
주혜민은 나상준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여겼다, 그것도 매우 사랑한다고 여겼다.그들을 태운 벤츠 차가 부드럽게 달렸다. 다만 출근 시간과 겹쳐 길이 조금 막혔다.차우미는 약속 시간보다 늦을까 봐 걱정되어 계속 시간을 확인했다.그녀는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앞에 길게 늘어선 차를 바라보았다. 그는 차우미의 조급한 마음을 모르는 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했다.차우미는 운전기사를 재촉하지 않았다. 막히는 차를 어쩔 방법이 없었기에 그녀는 되도록 늦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다행히도 도로 정체는 오래가지 않았다. 몇 분 만에 차가 고속도로에 올랐고 곧 속도가 올라갔다.어느새 8시가 되었다.8시 반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안도하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의 경치를 구경했다.회성은 지역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차우미는 이곳의 독특한 경치를 느꼈다.지잉-휴대폰이 진동했다, 차우미는 여전히 풍경을 구경했다.진동하는 것은 그녀의 휴대폰이 아니라, 나상준의 것이다.나상준은 눈을 감고 있다가 휴대폰이 울리는 바람에 천천히 눈을 뜨고 휴대폰을 꺼냈다.발신자는 하성우다.스크린에 그의 이름이 찍혀있었다.나상준은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전화를 받았다. "응.""양훈한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어. 내 탓이야, 원래 주혜민이랑 같이 있으면서 지켜보려고 했는데, 나연이가 그날 따라오는 바람에 골치 아픈 일이 생겨서 데리고 가느라고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인제야 떠오르더라고."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하성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성우가 미안한 듯 사죄했다.나상준은 차창에 비친 차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앉아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나상준이 말했다. "나연이는 어때?"차우미는 나상준의 통화에 집중하고 싶지 않았지만, 좁은 차 안에서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나상준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나연
그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애타는 마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나상준은 휴대폰을 손에 쥐고 고개를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몰라."차우미는 입술을 살짝 벌리며 당황했다.'모른다니?'통화를 한 사람이 모른다고 하자 그녀는 당황했다.차우미는 한동안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통화했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하성우의 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모른다고 대답을 하니,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전혀 거짓말 같지 않은 나상준의 얼굴을 보고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다. 정말로 모르는 눈치 같았다.입술을 살짝 깨문 차우미는 심나연에게 문자를 보냈다.심나연의 연락처가 있었기에 그녀는 직접 당사자에게 묻기로 했다.나상준은 답을 얻지 못하자 더는 추궁하지 않는 차우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여자다, 자기가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얻는지 정확히 아는 여자다.'내가 없어도 평소처럼 잘 살 여자였지.'이혼한 뒤, 그녀의 행보로 볼 때 차우미는 자기 없이도 잘 살 여자라고 여겼다.나상준은 다시 고개를 돌렸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한편, 하성우는 여전히 화를 내고 있었다. 분노가 가득 차오른 그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휴대폰 너머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스크린은 꺼져 있었다.갑자기 전화가 끊기자, 하성우도 적잖게 당황했다.하성우는 아직 할 말이 남았다.양훈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을 듣게 되었고, 그 일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하성우는 서둘러 나상준에게 연락했던 것이다. 사과를 하기 위해 연락한 것도 있었지만, 주혜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통화 도중, 한순간 이성을 잃고 자기가 얼마나 화났는지를 말하느라고, 전화를 건 목적을 까맣게 잊어버렸다.그리고 나상준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성우도 나상준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결국, 나상준이 바쁘다고 판단한 그는 나상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젯밤, 주혜
심나연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한 듯 흥분해서 말했다. "와! 성우 오빠 처음으로 그런 말 했어요. 내가 오빠 사람이라잖아요. 오빠 마음속에서 나는 이미 오빠 사람이었어요! 진짜 너무 좋아요, 너무 흥분돼요! 오빠도 날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제일 중요했던 거예요!"심나연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흥분과 기쁨을 춤으로 표현했다.하지만 차우미는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웃을 수도 없었다. 만약 그 상황을 하성우가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심나연은 무서운 일을 겪었을 것이다.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차우미는 하성우의 분노가 이해되었다.차우미는 손가락을 살짝 조이며 입을 열었다. "나연 씨, 내 말 잘 들어요."차우미가 진지하게 말했다. 말투도 초반과 많이 달랐다. 심나연은 눈을 깜빡이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세요, 언니."차우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나연 씨, 세상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아주 많아요. 절대적인 것은 없어요. 어제는 성우 씨가 있어서 아무 일도 없었겠지만, 뜻밖의 사고는 항상 발생해요. 그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모든 것을 앗아가고 망쳐버려요. 그때 가서 후회하면 늦어요. 어젯밤 있었던 일도 아주 위험한 일이에요. 성우 씨도 걱정했겠지만, 나도 걱정했어요. 나연 씨 얘기를 들었을 뿐인데, 무서웠어요. 어제는 다행히 아무 사고가 안 났지만, 만일 어제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어쩔 뻔했어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차우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 그녀가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설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치 심나연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심나연도 그렇게 느꼈다.차우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도 살짝 두려웠다.만약 어제 같은 상황에 하성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 무서운 일을 겪었을지 모른다.심나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개를 떨구었다.차우미는 심나연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계속해서 말했다. "나연
그녀는 순간 가슴이 조였다.나상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둡고 짙게 변했다. 깊은 심연으로 뒤덮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하였다.차우미는 예상치 못한 나상준의 눈빛에 멍해 버렸다. 휴대폰에서 심나연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오빠가 항상 날 속여서 오빠가 하는 말을 믿지 않거든요. 근데 그 여자가 상준 오빠를 좋아한다고, 자기랑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하지만 상준 오빠와 관계있는 사람이 왜 성우 오빠랑 술을 마시겠어요? 상준 오빠랑 마셔야 하잖아요. 누가 봐도 날 속이려고 한 거짓말이에요."분노와 슬픔이 엇갈린 심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성우 씨가 거짓말하는 건 아닐 거야."차우미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처럼... 이 일은 나상준과 관련된 일이었지만 그래도 말해야 했다.그녀는 나상준이 어젯밤 어디를 갔는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나연이 말한 그 여자도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이 심나연과 하성우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나상준보다 하성우가 받는 피해가 더 큰 것 같았다. 하성우의 문제 해결이 시급했다.그리고 심나연의 말대로라면, 하성우도 나상준 때문에 엮인 것 같았다.그녀는 이 사실을 설명해야 했다.서글프게 울고 있는 심나연 때문에 차우미는 안쓰러웠다. 심나연도 차우미와 알고 지낸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차우미를 진심으로 믿었고 좋아했다. 그런 차우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하니, 심나연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자기가 하성우를 오해했다고 하기엔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차우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성우 씨가 농담도 좋아하고 진지해 보이지 않지만, 사리분별은 명확한 사람이에요.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도 되는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해야 할 말과 해야 하지 말아야 할 말도..."하성우가 아무리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결혼 생활 중에도 그녀는 이런 말에 화가 나지 않았다.나상준은 누가 봐도 멋진 남자였다. 누군가 나상준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나상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쓸데없이 화를 내며 분풀이 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일이 없다고 여겼다.휴대폰이 조용했다. 심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깜짝 놀란 심나연은 차우미의 답장만 기다렸다.차우미가 화났다고 할까 봐 걱정되었다. 심성이 바른 차우미를 화나게 만든 것은 분명 상대의 잘못이 더 크다. 차우미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그를 믿어요."부부였을 동안, 차우미는 나상준을 믿었다.이혼하고 나서부터는 신뢰를 논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결혼 기간에 일어났다면, 차우미는 나상준을 믿을 것이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을 눈치챈 나상준이다. 나상준은 그녀의 통화 상대가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할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긴장되었다.하지만 방금 그녀가 내뱉은 말 때문에 나상준은 매우 놀랐다.차우미가 자기를 믿는다고 했다.이 한마디 말에서 차우미가 전적으로 그를 신뢰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나상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마치 한 줄기 연 줄기가 마음속으로 흘러들어 온 후 몸속에 퍼져 그의 침울한 마음을 가라앉아 파동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그는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이 실낱같은 물줄기가 자기 몸속에서 요동치도록 내버려두었다.차우미는 오랫동안 통화했다.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통화를 끝냈다.심나연은 순간순간 정서가 빨리 변했다. 자기가 말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차우미의 눈치를 보며 노심초사했다. 차우미가 혹시나 화를 낼까 봐, 차우미가 진짜로 나상준을 믿는지 확인했다.그러고는 나상준에 관한 미담을 수없이 하며 차우미를 위안하고 자기를 위안했다.차우미도 심나연의 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상처를 받지 않았다.차가 목적지에 멈추었고 운전기사가 휠체어를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수화기 맞은편에서 차가운 기계 안내음이 들려왔다.하성우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다, 심나연이 하성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하성우가 수신 거부를 했다.심나연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하성우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하성우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심나연은 잠시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어젯밤, 하성우가 극노했다. 하지만 심나연은 자기 잘못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그녀는 하성우가 자기를 영웅처럼 구하는 장면만 신경 썼다, 다른 것은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차우미와 통화하기 전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자기 잘못을 뉘우쳤다. 그녀는 하성우가 전화를 제발 받아줬으면 했다."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하지만 하서우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심나연은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그녀는 하성우에게 문자를 남겼다.하성우에게 얼른 차우미에게 말실수한 사실을 알려야 했다. 그래야 하성우와 연락이 닿을 것 같았다.한편, 하성우는 휴대폰에 그녀의 이름이 스크린에 뜨자, 화가 치밀었다. 심나연이 다시 전화를 걸어도 하성우는 계속 전화를 끊어버렸다.결국 화를 못 이겨 휴대폰 전원을 종료했다.심나연과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심나연에게 제대로 가르쳐주어야 했다.그러나 휴대폰이 꺼졌다고 하성우의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심나연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성격이 아니다. 심나연은 분명 어젯밤 자기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모른다고 하성우는 장담할 수 있었다.휴대폰을 껐다는 이유로 심나연이 하성우를 찾아와 위험한 일을 저지르면 안 되었다.하성우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휩싸였다.무슨 일이나 결단력 있게 결정하던 하성우는 심나연에 관한 일이면 주저하고 망설였다. 그는 심나연이 또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까 봐 초조했다. 머리를 움켜쥐고 고민하던 하성우는 어쩔 수 없이
하 교수는 손자가 놀음에 탐해서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하성우는 천성이 놀기를 좋아했지만, 문화와 역사방면에 지식이 해박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남들보다 총명했다. 하성우는 문화와 역사방면에서 아주 뛰어났다.그런 손자가 하필 오늘 같은 날, 사적인 일로 이렇게 중대한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니 그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 손자 쓸모있는 놈이에요! 그렇고 말고요!""지금 회양 강변에 계시는 거죠? 제가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 지금 당장 갈게요! 참, 거기 상준이랑 우미 씨도 있죠?"요 며칠, 나상준이 차우미의 곁에서 보살펴준 덕분에 하 교수도 나상준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나상준에 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성우더러 나상준에게 배우라고 귀에 못이 박이게 잔소리를 했다. 집안이 평화로우려면 손자며느리도 차우미 같은 애를 들여야 한다며 입이 닳도록 말했다.아무나 하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수 없었다. 하성우의 결혼은 이 집안의 큰일이었고, 하 교수는 손자 며느릿감을 아주 깐깐하게 검토했다.그렇기에 하성우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반감이 생겼다. 하성우는 조금 더 자유롭게 즐기고 싶었다."그 부부는 아침 일찍 도착했다. 8시 반에 만나기로 했고, 제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어! 그런데 네놈은 여태 코빼기도 드러내지 않으니, 상준이를 좀 봐! 네가 이러니, 이 할아비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하겠니?" 나상준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나상준을 감싸고 도는 하 교수다. 그는 자기 손주가 나상준이 아닌 하성우인 것이 아주 한탄스러웠다.나상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르고 훌륭했다. 자기 친손주보다 손주의 친구가 더 좋았다.원하는 대답을 얻은 하성우는 잔소리하는 하 교수에게 얼른 말했다. "네, 알겠어요. 저 지금 가는 중이에요, 30분 뒤면 도착할 거예요."탁-전화가 끊겼다.하성우는 심나연이 보내온 문자를 확인하고 나상준에게 이 소식을 알리려고 했다.친한 친구가 다시 아내의 사랑을 얻기 위해 저렇게 노력하는데, 친구로서 이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