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연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한 듯 흥분해서 말했다. "와! 성우 오빠 처음으로 그런 말 했어요. 내가 오빠 사람이라잖아요. 오빠 마음속에서 나는 이미 오빠 사람이었어요! 진짜 너무 좋아요, 너무 흥분돼요! 오빠도 날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제일 중요했던 거예요!"심나연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흥분과 기쁨을 춤으로 표현했다.하지만 차우미는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웃을 수도 없었다. 만약 그 상황을 하성우가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심나연은 무서운 일을 겪었을 것이다.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차우미는 하성우의 분노가 이해되었다.차우미는 손가락을 살짝 조이며 입을 열었다. "나연 씨, 내 말 잘 들어요."차우미가 진지하게 말했다. 말투도 초반과 많이 달랐다. 심나연은 눈을 깜빡이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세요, 언니."차우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나연 씨, 세상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아주 많아요. 절대적인 것은 없어요. 어제는 성우 씨가 있어서 아무 일도 없었겠지만, 뜻밖의 사고는 항상 발생해요. 그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모든 것을 앗아가고 망쳐버려요. 그때 가서 후회하면 늦어요. 어젯밤 있었던 일도 아주 위험한 일이에요. 성우 씨도 걱정했겠지만, 나도 걱정했어요. 나연 씨 얘기를 들었을 뿐인데, 무서웠어요. 어제는 다행히 아무 사고가 안 났지만, 만일 어제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어쩔 뻔했어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차우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 그녀가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설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치 심나연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심나연도 그렇게 느꼈다.차우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도 살짝 두려웠다.만약 어제 같은 상황에 하성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 무서운 일을 겪었을지 모른다.심나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개를 떨구었다.차우미는 심나연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계속해서 말했다. "나연
그녀는 순간 가슴이 조였다.나상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둡고 짙게 변했다. 깊은 심연으로 뒤덮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하였다.차우미는 예상치 못한 나상준의 눈빛에 멍해 버렸다. 휴대폰에서 심나연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오빠가 항상 날 속여서 오빠가 하는 말을 믿지 않거든요. 근데 그 여자가 상준 오빠를 좋아한다고, 자기랑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하지만 상준 오빠와 관계있는 사람이 왜 성우 오빠랑 술을 마시겠어요? 상준 오빠랑 마셔야 하잖아요. 누가 봐도 날 속이려고 한 거짓말이에요."분노와 슬픔이 엇갈린 심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성우 씨가 거짓말하는 건 아닐 거야."차우미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처럼... 이 일은 나상준과 관련된 일이었지만 그래도 말해야 했다.그녀는 나상준이 어젯밤 어디를 갔는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나연이 말한 그 여자도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이 심나연과 하성우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나상준보다 하성우가 받는 피해가 더 큰 것 같았다. 하성우의 문제 해결이 시급했다.그리고 심나연의 말대로라면, 하성우도 나상준 때문에 엮인 것 같았다.그녀는 이 사실을 설명해야 했다.서글프게 울고 있는 심나연 때문에 차우미는 안쓰러웠다. 심나연도 차우미와 알고 지낸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차우미를 진심으로 믿었고 좋아했다. 그런 차우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하니, 심나연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자기가 하성우를 오해했다고 하기엔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차우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성우 씨가 농담도 좋아하고 진지해 보이지 않지만, 사리분별은 명확한 사람이에요.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도 되는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해야 할 말과 해야 하지 말아야 할 말도..."하성우가 아무리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결혼 생활 중에도 그녀는 이런 말에 화가 나지 않았다.나상준은 누가 봐도 멋진 남자였다. 누군가 나상준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나상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쓸데없이 화를 내며 분풀이 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일이 없다고 여겼다.휴대폰이 조용했다. 심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깜짝 놀란 심나연은 차우미의 답장만 기다렸다.차우미가 화났다고 할까 봐 걱정되었다. 심성이 바른 차우미를 화나게 만든 것은 분명 상대의 잘못이 더 크다. 차우미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그를 믿어요."부부였을 동안, 차우미는 나상준을 믿었다.이혼하고 나서부터는 신뢰를 논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결혼 기간에 일어났다면, 차우미는 나상준을 믿을 것이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을 눈치챈 나상준이다. 나상준은 그녀의 통화 상대가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할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긴장되었다.하지만 방금 그녀가 내뱉은 말 때문에 나상준은 매우 놀랐다.차우미가 자기를 믿는다고 했다.이 한마디 말에서 차우미가 전적으로 그를 신뢰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나상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마치 한 줄기 연 줄기가 마음속으로 흘러들어 온 후 몸속에 퍼져 그의 침울한 마음을 가라앉아 파동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그는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이 실낱같은 물줄기가 자기 몸속에서 요동치도록 내버려두었다.차우미는 오랫동안 통화했다.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통화를 끝냈다.심나연은 순간순간 정서가 빨리 변했다. 자기가 말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차우미의 눈치를 보며 노심초사했다. 차우미가 혹시나 화를 낼까 봐, 차우미가 진짜로 나상준을 믿는지 확인했다.그러고는 나상준에 관한 미담을 수없이 하며 차우미를 위안하고 자기를 위안했다.차우미도 심나연의 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상처를 받지 않았다.차가 목적지에 멈추었고 운전기사가 휠체어를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수화기 맞은편에서 차가운 기계 안내음이 들려왔다.하성우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다, 심나연이 하성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하성우가 수신 거부를 했다.심나연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하성우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하성우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심나연은 잠시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어젯밤, 하성우가 극노했다. 하지만 심나연은 자기 잘못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그녀는 하성우가 자기를 영웅처럼 구하는 장면만 신경 썼다, 다른 것은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차우미와 통화하기 전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자기 잘못을 뉘우쳤다. 그녀는 하성우가 전화를 제발 받아줬으면 했다."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하지만 하서우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심나연은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그녀는 하성우에게 문자를 남겼다.하성우에게 얼른 차우미에게 말실수한 사실을 알려야 했다. 그래야 하성우와 연락이 닿을 것 같았다.한편, 하성우는 휴대폰에 그녀의 이름이 스크린에 뜨자, 화가 치밀었다. 심나연이 다시 전화를 걸어도 하성우는 계속 전화를 끊어버렸다.결국 화를 못 이겨 휴대폰 전원을 종료했다.심나연과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심나연에게 제대로 가르쳐주어야 했다.그러나 휴대폰이 꺼졌다고 하성우의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심나연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성격이 아니다. 심나연은 분명 어젯밤 자기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모른다고 하성우는 장담할 수 있었다.휴대폰을 껐다는 이유로 심나연이 하성우를 찾아와 위험한 일을 저지르면 안 되었다.하성우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휩싸였다.무슨 일이나 결단력 있게 결정하던 하성우는 심나연에 관한 일이면 주저하고 망설였다. 그는 심나연이 또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까 봐 초조했다. 머리를 움켜쥐고 고민하던 하성우는 어쩔 수 없이
하 교수는 손자가 놀음에 탐해서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하성우는 천성이 놀기를 좋아했지만, 문화와 역사방면에 지식이 해박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남들보다 총명했다. 하성우는 문화와 역사방면에서 아주 뛰어났다.그런 손자가 하필 오늘 같은 날, 사적인 일로 이렇게 중대한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니 그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 손자 쓸모있는 놈이에요! 그렇고 말고요!""지금 회양 강변에 계시는 거죠? 제가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 지금 당장 갈게요! 참, 거기 상준이랑 우미 씨도 있죠?"요 며칠, 나상준이 차우미의 곁에서 보살펴준 덕분에 하 교수도 나상준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나상준에 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성우더러 나상준에게 배우라고 귀에 못이 박이게 잔소리를 했다. 집안이 평화로우려면 손자며느리도 차우미 같은 애를 들여야 한다며 입이 닳도록 말했다.아무나 하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수 없었다. 하성우의 결혼은 이 집안의 큰일이었고, 하 교수는 손자 며느릿감을 아주 깐깐하게 검토했다.그렇기에 하성우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반감이 생겼다. 하성우는 조금 더 자유롭게 즐기고 싶었다."그 부부는 아침 일찍 도착했다. 8시 반에 만나기로 했고, 제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어! 그런데 네놈은 여태 코빼기도 드러내지 않으니, 상준이를 좀 봐! 네가 이러니, 이 할아비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하겠니?" 나상준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나상준을 감싸고 도는 하 교수다. 그는 자기 손주가 나상준이 아닌 하성우인 것이 아주 한탄스러웠다.나상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르고 훌륭했다. 자기 친손주보다 손주의 친구가 더 좋았다.원하는 대답을 얻은 하성우는 잔소리하는 하 교수에게 얼른 말했다. "네, 알겠어요. 저 지금 가는 중이에요, 30분 뒤면 도착할 거예요."탁-전화가 끊겼다.하성우는 심나연이 보내온 문자를 확인하고 나상준에게 이 소식을 알리려고 했다.친한 친구가 다시 아내의 사랑을 얻기 위해 저렇게 노력하는데, 친구로서 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일이 늦게 끝나 이제 도착했네요."하성우가 서둘러 모두에게 사과하며 들어섰다.하 교수는 하성우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뒷일은 전부 저 아이한테 맡기거라."비서는 하 교수의 뜻을 알고 있다. 늦게 온 하성우가 만족스럽지 못해, 그에게 남은 일을 맡기려는 심산이다.애초부터 오늘 이 스케줄은 하성우가 맡아야 했다. 하성우가 사람들에게 고대 문화에 설명해주기로 했다. 이것은 하성우의 강점이다.비서가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예."하성우는 할아버지의 지시를 들었다. 하 교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던 하성우는 의외가 아니라는 듯 나서서 말했다. "여기 전문가 님 잠시 휴식하시고 남은 일정은 제가 맡아서 여러분에게 안내하겠습니다!"너스레를 떨며 시원하게 말하는 하성우 덕분에 사람들은 깔깔 웃기 시작했다.하성우는 어떤 장소든 가리지 않고 분위기를 띄우는 데 소질이 있었다.그가 도착하고 나서부터 분위기가 아주 달라졌다. 적당히 가벼우면서도 설명해야 할 내용은 깔끔하게 설명했다.차우미는 휠체어에 앉아 해맑게 미소 짓는 하성우의 해설을 편안하게 들었다.하성우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레 긴장감이 풀렸다.그가 어젯밤 심나연과 한바탕 싸웠다는 것이 오히려 믿기지 않았다. 하성우의 지금 모습으로 볼 때, 전혀 기분 나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차우미가 곧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눈을 살짝 치켜떴다.남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쉽게 내색하지 않는 법, 아무리 큰일이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했다. 절대 자기 기분을 업무에 티 내서는 안 되었다.차우미는 순간 하성우가 매우 이성적이고 냉정하다고 판단했다.하지만 그녀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누군가가 신경 쓰이면 아무리 감정을 통제한다고 해도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특히 어젯밤 같은 일은 누구도 쉽게 진정할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하성우에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그녀가 생각한 진정한 감정은 이렇게 차가울 리 없다.나상준도 차우미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휠체어에 올려진 그의 손가락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고 하성우가 예약한 곳으로 모두 이동했다. 회양 강변 옆에 있는 한식집으로 정통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회양 강변에는 이곳만의 요리가 존재했다.모든 음식에 역사가 깃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성우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소개했고, 하 교수도 옆에서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다.하성우가 오늘처럼 이렇게 일에 열중한다면 하 교수도 더는 바랄 게 없었다.차우미도 식탁에 앉아 하성우 음식에 깃든 역사를 소개하는 것에 귀를 기울였다.낭만적인 사랑 이야기가 깃든 '집자의 손'이라는 음식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어느 옛날, 도령 하나가 가난한 농가의 딸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다. 농가의 딸은 용모가 추하고 글씨도 몰랐지만, 성품이 훌륭하고 머리가 총명했다. 도령이 이 처녀에게 고백하자, 처녀가 단호히 거절했고 심지어 자기 고향을 떠나버렸다고 한다. 고향을 떠난 그 여인은 두 부모님을 모시고 천 리밖에 있는 회양 강변에서 생활을 시작했다.양반과 사랑에 빠진 것이 큰 죄였던 그 시절, 그 여인은 자신이 떠나지 않으면 가족들도 큰 재앙을 겪을 것이라고 여겨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하지만 그 도령은 여인을 찾아 이곳까지 따라왔다. 이미 가진 돈은 전부 썼고 남루한 거지꼴로 온몸 성한 곳 하나 없이, 예전과 같지 않은 모습으로 그녀를 찾아왔다.그 여인은 변한 도련님의 모습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를 단지 먹을 것을 구하러 온 거지로 여기고 점심을 줬단다. 막 점심 식살르 끝냈던 탓에 집에는 점심으로 먹다 남은 반찬 한 그릇과 만두 한 개가 전부였다.그 여인은 그것을 도련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다 먹고 어떻게 살아남을지 잘 모색해보시오. 이렇게 구걸하는 것도 결국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행운을 기다리는 것이니, 스스로 일을 찾아 생
하성우가 나상준과 차우미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그는 두 사람에게 들려주려는 것처럼 말했다.나상준은 손에 찻잔을 들고 있다가, 하성우의 눈길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 보았다.차우미는 오히려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귀를 기울였다. 하성우가 해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그녀는 그가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려는 듯 기대했다.차우미는 그가 해주는 이야기를 마음속에 새겼다.하성우가 나상준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연인이 이 요리를 먹으면 좋은 인연의 실이 맺어져 아이를 가진다지요. 게다가 흰 머리가 파 뿌리 될 때까지 인연의 줄이 이어져 절대 헤어지지 않는답니다."순간 차우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런 이야기도 있다고?'"그래서 이 요리가 지금 회양 강변의 연인들이 제일 많이 찾는 메뉴가 되었답니다. 매년 많은 연인이 이곳에 와서 자기의 인연을 검증한답니다."하성우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젊은이들은 위한 이야기구먼.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에게 통하지 않는 이야기야.""하하, 이건 여기 젊은 부부에게 어울리는 요리구먼, 우린 참견하지 말아."대부분 나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자연스레 차우미와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하성우와 비서는 연인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레 제외되었다.하성우가 사람들의 호응에 나상준을 바라보며 웃었다. "부부끼리 이걸 먹으면 부부금실이 더 좋아진다고 했어요. 두 사람이 인연이 아니면 이 음식을 먹은 뒤 헤어지게 된다고 하네."하 교수는 이 말에 하성우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손자가 또 비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챘다.나상준과 하성우가 오랜 친구라는 사실을 하 교수도 알고 있다. 하성우가 장난기 많고 건방지다고 할 수 있지만, 분수를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 교수는 하성우를 제지하지 않았다.하성우에게 눈짓으로 경고만 했다.하지만 하성우는 하 교수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일부러 나상준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꺼낸 말이다.그가 말한 전설은 그가 거짓으로 꾸며
온이샘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알았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서흔이에게 전화해.”“그래.”그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여가현이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강서흔에게 건네자, 강서흔이 곧바로 물었다.“어때? 잘 된 거야?”여가현은 강서흔의 금방이라도 신랑이 되고 싶어 하는 간절한 표정을 보고 물 한 컵을 가져다 마시며 말했다.“뭐가 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강서흔의 흥분했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왜 아직이야? 너무 느린 거 아니야? 나였다면 진작에...”말이 끝나기 전에 강서흔은 즉시 멈추고 조심스럽게 여가현을 바라보았다.여가현은 물컵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며 헛기침을 두 번 하고 물었다.“진작에 뭐?”여가현의 헛기침 소리에 강서흔은 순간 가슴이 섬뜩했는데 그녀의 웃는 듯 웃지 않는 듯한 표정은 너무 무서웠다.강서흔은 무의식적으로 장난이라는 듯 웃으며 주제를 바꾸려고 했지만 여가현이 꼼짝하지 않고 자기를 바라보는 눈빛에 즉시 생각을 접고 몸을 움츠리며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속삭였다.“나였다면 진작에 덮쳤을 거라고. 나는 네가 동의를 하든 안 하든 무조건 너와 함께할 거야.”여가현은 웃었다.“우미가 나인 줄 알아? 미리 말하는데 우미는 절대 나처럼 양보하고 굽히지 않을 거야. 나상준 씨 어머니도 비록 좋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우미를 괴롭히지는 못했어. 우미와 나상준의 이혼도 나상준 씨 어머니와는 아무 관련이 없이 오로지 우미의 뜻이었어. 우미가 한 번 결정하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거야. 마찬가지로 우미는 한 번 이혼한 사람을 절대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는 거야. 때문에 절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선택할 거야.”강서흔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두 사람이 다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가현의 기분은 늘 변덕스러웠다.예를 들어 조금 전에 온이샘과 통화할 때는 태도가 좋더니 지금 강서흔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사실 여가현의 마음에 여전히 불만이 있었는데 수년간 쌓인
그들은 모두 성인이고 몇 년간의 사회 경험도 있기에 어떤 일은 상세하게 말하지 않고 몇 마디 간단한 말로도 충분히 이해한다.온이샘은 조금 전에 여가현의 말을 듣는 순간 따뜻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얼어붙었었는데 지금 여가현의 말을 듣더니 다시 따뜻해지더니 심지어 뜨거워졌다.그는 눈에 불을 켜고 휴대폰을 꼭 잡으며 마음속의 희열을 억누르며 물었다.“그러니까 우미는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거지?”여가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맞아. 우미도 선배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기에 함께하고 싶어 해. 우미가 눈이 멀지 않은 한 당연히 선배를 선택하지 않겠어?”그렇다, 눈이 멀지 않은 한 누군들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17살 어린 소녀도 아니고 사회생활도 해봤고 또 결혼 생활도 해봤기에 차우미는 모든 방면에서 충분히 성숙하였다.온이샘과 같은 훌륭한 남자가 좋아한다고 하는데 싫어하면 그게 이상한 거다.온이샘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웃었다. 그는 초승달 같은 눈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얼굴에 기쁨과 만족이 가득했다.공항의 불빛은 줄곧 온이샘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가 웃는 순간 검은 구름이 사라지고 달빛이 내리쬐듯 눈부셨다.온이샘의 미모는 나상준과 완전히 달랐다.한 명은 빙산에서 사는 것 같고 다른 한 명은 계곡에서 사는 것 같았다.그들은 각자 모두 훌륭했다.여가현은 온이샘이 웃음소리를 듣고는 같이 웃으며 긴장을 풀었다.“선배, 너무 일찍 기뻐하지는 마. 우미가 선배를 선택했다고 해도 결혼까지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우미가 선배를 선택한 것은 지극히 정상이겠지만 마찬가지로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 역시 정상인 거야. 그러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온이샘이 웃기 전에 여가현은 두 사람 때문에 엄청나게 긴장하고 걱정했는데 온이샘의 웃음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홀가분해졌다.한 사람은 선택하려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녀의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기에 어찌 됐든 여가현은 두 사람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
여가현은 나상준에 대한 인상이 줄곧 좋지 않았다.하지만 예전에 두 사람이 부부로 사는 동안 그녀는 그들의 생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그런데 차우미가 결혼 3년 동안 나상준과 한 번도 제대로 된 부부생활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폭발했다.여가현은 그럴 거면 혼자 살지 왜 결혼했냐고 엄청나게 화를 냈었다.결혼해서 와이프로 맞이해 놓고 3년 동안 장식처럼 둘 거면 왜 젊은 여인의 청춘 시절을 짓밟은 건지 정말 화가 났다.만약 조용하게 이혼하고 다시 시작하기를 바라는 차우미만 아니었다면 여가현은 반드시 나상준을 따끔하게 혼을 내줬을 것이다.어찌 됐든 차우미가 이제라도 이혼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을 떠나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었다.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도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여가현은 아무리 나상준에 대해 불만이 많아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그런데 이혼 후에도 나상준이 계속 차우미 주변에 얼씬할 줄을 몰랐다.아이를 내세워서 함께 하려고 하더니 이젠 또 차우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핑계까지 어이가 없었다.‘할 일이 없는 거야? 아니면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그것도 아니면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려는 건가?’어떤 이유로든 여가현은 나상준이 차우미의 옆에 있다는 말에 불쾌해서 욕을 퍼붓고 싶었다.그렇지 않아도 며칠 동안 나상준을 조사해 봤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아 불만이고 화가 치밀어 올라 있었다.온이샘은 휴대폰으로 여가현의 분노와 불만을 들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나상준이 차우미 옆에 자주 나타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온이샘도 남자이기에 당사자인 차우미는 몰라도 나상준이 차우미에 대한 마음을 그는 모를 리가 없었다.다만 차우미가 나상준을 대할 때 일정한 거리감을 두고 아무런 남녀 사이의 감정이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만약 차우미가 나상준이 자신에게 감정이 있는 줄 안다면 절대 조금 전처럼 침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여가현은 아침에 차우미와의 전화를 끊은 다음 바로 온이샘에게 전화해서 차우미의 생각을 알리고 싶었지만 참았다.왜냐하면 차우미의 말이 맞고 또 그녀의 지금 상황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차우미를 원하면 그녀의 과거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온이샘이 아무리 훌륭해도 많은 일들을 상대로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차우미가 했던 말은 현재 두 사람 앞에 있는 강이고 시험이다. 두 사람이 그 강을 건널 수 있는지가 이제 결과를 결정할 것이다.만약 무난하게 강을 건널 수 있다면 아무 문제 없이 잘 된 것이고 그럴 수 없다면 지금 시작하기 전에 멈추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다.때문에 여가현은 전화하지 않고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도전에 직면하여 그 험난한 도전을 이겨냈으면 했다.그래야 결과가 어떻든지 모두 후회가 없을 것이다.다만 반나절이 지났는데 차우미의 전화가 없고 또 온이샘도 강서흔에게 전화하지 않으니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강서흔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조를 때 바로 동의했다.식당에 도착해서 여가현은 모든 것을 강서흔에게 알려주어 온이샘에게 전화해서 현재 상황을 물어보도록 유도했다.여가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신중한 표정으로 온이샘에게 물었다.사실 여가현은 마음속으로 온이샘이 모든 걸 이겨내고 차우미와 함께 할 것을 바랐고 또 그렇게 될 거라고 온이샘을 믿었다.그리고 차우미가 온이샘과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굳게 믿었다.온이샘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여가현의 신중한 목소리를 듣고 손에 힘을 주었다.“나 지금 공항에 있어.”“공항? 안평으로 돌아가는 거야? 우미는 안 만났어?”여가현은 온이샘이 공항에 있다는 말을 듣고 뭔가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했다.‘설마 선배가 포기한 건가?’순간 여가현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온이샘은 여가현의 말에서 무언가 어렴풋이 짐작하며 가슴을 조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그는 침착한 표정과 말투를 유지하며 말했다.
아침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더니 온이샘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야, 너 웬일이야? 괜찮은 거야? 별일 없어?”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무슨 큰 일이라도 생긴 듯한 강서흔의 다급한 목소리에 온이샘은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온이샘은 비록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뭐가? 별일이라니? 무슨 소리야?”강서흔의 목소리는 아침보다 더 다급하고 또 걱정과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분명 작지 않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강서흔은 온이샘의 말투가 지극히 평온한 걸 느끼고는 계속해서 말했다.“무슨 일이야? 설마 우미가 너에게 아직 얘기하지 않았어?”차우미라는 말에 온이샘은 가슴을 조이며 휴대폰을 꼭 잡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우미가 뭘 말해야 하는데?”“뭘 말하냐고?”온이샘의 질문에 강서흔은 입을 벌리고 옆에 있는 여가현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강서흔은 지금 여가현과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여가현이 오전에 줄곧 바빠서 지금에야 점심을 먹게 되었다.워낙 여가현은 모든 일을 끝내고 식사하려고 했지만 강서흔이 일을 못 하게 하고 먼저 식사를 하자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일을 잠시 멈추었다.강서흔은 늘 여가현을 상대로 떼를 잘 썼지만 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시작하자마자 여기현이 항복해서 그는 깜짝 놀랐다.사실 여가현에게 혼날 각오까지 했었는데 너무 쉽게 통과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하여 그는 여가현이 또 마음을 바꾸기 전에 서둘러 그녀를 데리고 식사하러 나갔고 좋은 말들만 골라서 했다.하지만 여기현은 안색이 좋지 않고 무언가를 생각하며 계속 미간을 찌푸렸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강서흔은 여가현이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줄 알고 기쁘게 해주려고 애를 썼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가현은 강서흔을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제지하지도 않고 그렇게 식당으로 가서 주문만 하고는 계속 생각에 잠겼다.강서흔은 여가현이 기쁜 마음으로 식사하도록 노력했다.그가 무슨
차우미는 무슨 결정이든 충동적으로 하지 않는데 성격 자체도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다.때문에 매번 결정할 때마다 신중하게 모든 것을 생각하는 편이다.나상준과의 이혼도 차우미는 사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방면으로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다.그리고 일단 결정했기에 절대 다시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때문에 한 번 이혼했으면 절대 같은 사람과의 재혼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지금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에는 위로의 흔적은 없고 오로지 진정한 마음뿐이었는데 차우미가 만약 다시 결혼한다면 자기를 선택할 것을 바랄 뿐이었다.나상준은 지금 농담으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 지금 나온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진심이다.차우미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알았어. 그런 날이 온다면 잘 생각해 볼게.”이혼 전에는 언젠가 또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 온이샘과 부딪히면서 그녀는 조금 망설이게 되었다.적합한 배우자를 찾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그렇다고 또 아무 사람이나 찾을 생각이 없었고 또 그럴 거면 오히려 혼자 사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나상준이 이렇게 말하니 그녀는 만약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면 나상준과 비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이번에 정말로 좋은 상대가 아니면 아예 재혼을 안 할 거라고 다짐했다.나상준은 차우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동의한 걸로 알고 있을게. 오늘 한 말을 기억해.”말을 마치고 그는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차우미는 흠칫 놀라더니 바로 미소를 지으며 가방을 들고 그를 따라 나갔다.그녀는 당연히 기억할 것이다. 결혼은 아이의 장난이 아니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기에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만둣가게를 떠나 대기실 쪽으로 갔다.같은 시각 대기실에서 온이샘은 세 번째 줄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는 차우미의 캐리어와 여행 가방이 있었다.온이샘은 휴대폰으로 회사 직원이 보낸 업무용 이메일을 보
차우미는 현재 차분한 대화와 분위기에 마음이 편안하고 느낌이 좋았다.나상준은 차우미 눈가의 미소를 보았는데 그녀가 편안하고 홀가분해하는 모습에 약간 놀라웠다.“어울려.”차우미가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어? 어울린다고?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나상준은 자기의 주제를 잘 알고 있다는 차우미의 눈빛을 바라보며 나지막하지만 강력하고 확신의 목소리로 말했다.“차우미는 온이샘에게 충분히 어울려. 다만 두 사람 함께하는 건 적합하지 않아.”“...”차우미는 오늘의 나상준이 너무 낯설었다. 하는 말이 너무 모호하여 그와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었지만,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여 그녀는 처음에 당황해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웃어버렸다.뭔지 모르지만 그냥 웃고 싶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한 말을 이어서 물었다.“어울린다면서 왜 또 적합하지 않다는 거야?”이 질문에는 다른 뜻은 없고 그냥 단순하게 나상준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그렇다, 차우미는 간만에 너무 궁금했다.나상준은 차우미 눈빛의 변화를 지켜보며 그녀의 마음을 읽었다.“두 사람의 성격이 너무 비슷해. 만약 두 사람이 결혼한다면 마치 또 한 명의 본인과 생활하는 것과 같을 거고 그렇게 일생을 살기에는 너무 따분하고 재미가 없을 거야. 그러니 재혼하려면 차라리 나를 선택해.”차우미는 깜짝 놀라 의아해하며 나상준을 바라봤다. 특히 맨 마지막 한마디에 편안했던 그녀의 마음이 한순간에 엉망이 되어버렸다.‘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거야?’나상준이 했던 조금 전의 말로도 충분히 놀랐는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짜로 충격을 주는 건 여기에 있었다.차우미는 지금 순간의 모든 것이 정말 현실이 아니라 꿈처럼 느껴졌다.나상준의 말들 때문에 차우미는 마음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했는데 너무 혼란스러웠다. 이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몇 번 심호흡하여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차우미는 오히려 피식 웃었다.그녀는 초승달
차우미는 나상준의 갑작스러운 한마디에 깜짝 놀랐다.공항의 번잡함은 한시도 멈추지 않았고 오가는 사람들도 여전했으며 주변의 모든 것이 차우미가 들어올 때와 똑같았다.차우미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나상준을 바라봤는데 조금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나상준이 한 말은 본인이 아니라 차우미를 본 적이 없는 제3자가 하는 말 같았다.심지어 눈앞에서 당사자를 응시하면서 얘기를 하는데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말에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상준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는 마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차우미의 응답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주변이 아무리 북적거려도 두 사람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번화한 도시 중에서 유일하게 조용한 안식처 같았다.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간은 마치 멈춘 것 같았다.“띵.”갑자기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하는 소리가 두 사람의 정적을 깨뜨렸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살짝 움직이며 고개를 숙여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메시지 도착 소리가 그녀의 가방에 났기 때문이다.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온이샘이었다.아마도 티켓팅을 하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차우미는 온이샘의 메시지를 클릭했다.온이샘은 두 개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하나는 대기실에서의 위치를 알려주는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문자였다.[우미야, 나는 대기실에 왔어. 방금 사진 속에서 세 번째 라인에 있는 자리에서 기다릴게.]차우미는 대기실의 사진과 그 위에 보이는 표지판을 확인하고 답변을 보냈다.[알았어.]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온이샘이 곧바로 웃는 얼굴 이모티콘을 답장으로 보내왔다.차우미는 이모티콘을 보고 웃다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고개를 들어 나상준을 보았다.조금 전에 나상준이 한 말은 너무 갑작스럽고 뜬금없었으며 평소 같지 않아서 차우미는 도저히 나상준이 한 말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차우미가 아무리 믿기지 않고 잘못 들었을까 의심도 했지만, 현실은
”가현이와 서흔이가 연애할 때 서로 같이 놀면서 알게 되었어. 비록 같은 대학은 아니었지만 계속 같이 어울리다 보니 졸업할 때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가 되었어.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그 도시에서 몇 개월 근무하다가 안평시로 돌아갔고 선배는 그때 학업과 일 때문에 많이 바빴는데 나중에 출국한 거로 알고 있어. 구체적으로 언제 출국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사실이야. 그 후로 서로 같은 도시에 있지 않으면서 연락이 끊겼어. 그리고 나는 상준 씨를 알게 되었고 결혼을 했고 그 동안 선배와는 전혀 연락이 없었어.”예전에 차우미는 이런 일을 나상준에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오늘의 일 때문에 얘기해야 한다고 느꼈다.어떤 일과 말은 얘기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가 크다.차우미는 서로의 오해가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나상준은 한없이 평온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차우미의 눈에 담긴 진지한 표정을 바라보았다.그의 마음은 현재 너무나도 편안하고 아무런 불안도 위험 요소도 없었다.차우미는 잠시 멈췄다가 계속해서 말했다.“나 결혼한 3년 동안 선배와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어. 선배도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나도 선배와 연락한 적이 없었어. 우리가 다시 연락하고 만나게 된 건 이혼한 후 내가 안평으로 돌아간 지 2개월 정도 되었을 때야. 어느 날 선배가 내가 일하는 곳에 와서 도와달라고 하면서 다시 연락된 거야. 나 결혼 기간 동안 주변에 남성 친구도 없었고 선을 넘는 행동도 절대 하지 않았어. 다시 말해서 우리의 이혼은 우리 자신의 문제이지 선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선배에 대해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차우미는 말하면서 나상준의 표정을 살폈는데 아무런 흔들림 없이 차분했다.그녀는 나상준에게 숨기는 거 없이 모두 사실대로 말했고 자기를 믿어 주기를 바랐으며 또 모든 상황을 들은 후 온이샘에 대한 편견이 없이 예전과 같기를 바랐다.차우미는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