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우가 나상준과 차우미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그는 두 사람에게 들려주려는 것처럼 말했다.나상준은 손에 찻잔을 들고 있다가, 하성우의 눈길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 보았다.차우미는 오히려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귀를 기울였다. 하성우가 해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그녀는 그가 또 다른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려는 듯 기대했다.차우미는 그가 해주는 이야기를 마음속에 새겼다.하성우가 나상준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연인이 이 요리를 먹으면 좋은 인연의 실이 맺어져 아이를 가진다지요. 게다가 흰 머리가 파 뿌리 될 때까지 인연의 줄이 이어져 절대 헤어지지 않는답니다."순간 차우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런 이야기도 있다고?'"그래서 이 요리가 지금 회양 강변의 연인들이 제일 많이 찾는 메뉴가 되었답니다. 매년 많은 연인이 이곳에 와서 자기의 인연을 검증한답니다."하성우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젊은이들은 위한 이야기구먼.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에게 통하지 않는 이야기야.""하하, 이건 여기 젊은 부부에게 어울리는 요리구먼, 우린 참견하지 말아."대부분 나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자연스레 차우미와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하성우와 비서는 연인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레 제외되었다.하성우가 사람들의 호응에 나상준을 바라보며 웃었다. "부부끼리 이걸 먹으면 부부금실이 더 좋아진다고 했어요. 두 사람이 인연이 아니면 이 음식을 먹은 뒤 헤어지게 된다고 하네."하 교수는 이 말에 하성우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손자가 또 비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챘다.나상준과 하성우가 오랜 친구라는 사실을 하 교수도 알고 있다. 하성우가 장난기 많고 건방지다고 할 수 있지만, 분수를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 교수는 하성우를 제지하지 않았다.하성우에게 눈짓으로 경고만 했다.하지만 하성우는 하 교수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일부러 나상준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꺼낸 말이다.그가 말한 전설은 그가 거짓으로 꾸며
하성우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개의치 않을 것 같았던 나상준이 의외의 행동을 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하 교수가 웃음을 터트렸다.하 교수는 하성우가 하는 이야기를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나성준이 그것에 정면으로 맞설 줄 몰랐다."어서 식사하지요. 여기 음식 맛이 아주 괜찮아요."하 교수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식사를 시작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집어준 꽃잎을 바라보았다. 조심스레 한 점 집어 먹자, 나상준은 그녀에게 생선을 집어 주었다. 차우미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음식에 집중했다.이건 그냥 요리였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음식은 나상준을 제외하고 누구도 집어가지 않았다.그들은 두 사람을 위한 음식인 것처럼 암묵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차우미는 조용히 식사에 집중할 뿐이다.하성우는 두 사람이 함께 먹는 것을 조용하게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차우미와 생각이 많아 보이는 나상준은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로웠다.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그들은 식사를 끝낸 뒤, 평소처럼 간단히 얘기를 나누었다. 나상준은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밖으로 나갔다. 차우미는 안에서 사람들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하성우는 나상준이 나가는 것을 보고 따라나갔다.문이 곧 닫혔다.나상준은 룸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하성우가 밖으로 나와 그를 따라갔다. 울타리 앞에 서서 한 손으로 주머니에 꽂은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어르신,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차우미는 나상준의 할머니가 손자에게 소개해 줬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상준의 할머니는 사람 보는 눈이 아주 뛰어났다.차우미가 나상준의 할머니 눈에 들었다는 것은 차우미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했다.하지만 나상준은 주견도 확실했고 어른이 하는 얘기라고 무조건 듣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성격이다. 차우미와 결혼을 한 것도 그가 차우미를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으면 할머니의 강요에도 나상
하성우가 입을 다물었다.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던 나상준이 사주 궁합 같은 것을 믿을 줄 몰랐다.궁합이 잘 맞다는데, 하성우가 거기서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상준은 이미 궁합을 굳게 믿고 있었다.하성우는 누군가에게 농락당한 것 같았다. 불쾌했다.휴대폰을 들고 돌아가는 나상준에게 하성우가 말했다. "기뻐하기엔 아직 일러. 심나연이 헛소리를 한 모양이야. 우미 씨가 어젯밤 일어났던 일을 모두 알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오늘 보니까, 우미 씨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던데, 어쩌면 널 마음에 두지 않아 그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잖아? 조심 좀 해."나상준은 천천히 자리로 돌아갔다.하성우의 오른쪽 눈썹이 올라갔다.'뭐야, 신경 쓰지 않는 거야?'나상준이 돌아갔을 때, 차우미는 한창 문자를 하고 있었다.그가 옆에 와서 앉을 때까지 차우미의 시선은 여전히 휴대폰에 꽂혀 있다.스크린 위로 발신자 정보가 표시되었다.발신자의 이름은 온이샘이다.순간,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 나상준은 시선을 돌렸다. 그는 컵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셨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돌아온 줄도 모르고 온이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안평시는 요즘 계속 비가 와. 회성은 어때?]차우미가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았다. 맑은 하늘이다. 날씨가 좋았다.밤에 비가 조금 왔지만, 낮에는 오지 않았다.차우미가 답장했다. [여긴 비 안 와. 하늘도 맑고 날씨도 좋아.]온이샘은 친구들과 회식 중이다. 그는 며칠 동안 매우 바빴다. 그래서 차우미에게 연락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와 저녁뿐이었다. 그녀에게 문자를 자주 하고 싶었지만, 혹시나 방해될까 봐 하지 않았다.오늘 친구가 안평시에 와서 함께 식사하던 중, 마침 점심시간 때라 차우미에게 연락했던 것이다.그녀가 답장한 것을 본 온이샘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친구들이 얘기하던 중, 온이샘의 얼굴이 밝아진 것을 본 사람들은 말없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온이샘이 문자를 끝내고 물 한 모금을 마시자, 사람들이 온이샘을 바라
"그래, 온이샘! 너 농담하지 마.""그래,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남자가 짝사랑한다고? 그럼 우린 뭐가 되냐?""설마 상대가 천사 같은 여자야? 사진 있어?" "얼른 보여 줘!""빨리 보여줘! 어떤 여자가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생긴 애를 매혹했는지!"사람들은 온이샘에게 휴대폰을 보여달라고 몰려들었다. 온이샘이 황급히 화면을 거꾸로 덮으며 웃었다. "짝사랑 성공하면 나중에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들은 온이샘이 얼마나 훌륭하고 성격 좋은지 잘 알고 있다. 잘생긴 애가, 집안도 빵빵하고 자기 일도 똑 부러지게 잘했다. 온이샘은 결점을 찾을 수 없는 사람이다.이런 사람이 짝사랑한다고 하자, 그들은 차우미에 대한 환상만 커졌다.게다가 온이샘은 그녀와 연애할 것 같은 확신도 없어 보였다.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친구들이 서로 눈치를 보았다. "이 태도 뭐야?""네가 이렇게 자신감 없는 거 처음 봐.""그러니까, 그 여자 조건이 엄청나게 좋아? 너 정도면 네가 만나고 싶은 여자는 전부 만나잖아. 그런데도 짝사랑을 한다고? 어떤 사람이야?"그들은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온이샘을 짝사랑하게 한 여자의 정체에 대해 궁금했다. 얼마나 대단한 여자이기에 온이샘이 짝사랑하는지...온이샘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는 확실히 자신감이 없었다. "다른 여자랑 다르거든.""달라? 어떻게 다른데?""음... 여자는 몸매나 얼굴, 집안 이런 조건 보고 사귀는 거 아니야?"그들은 나이가 어느 정도 찼고, 이제는 현실적인 생각을 할 때다. 심장 떨리는 사랑은 그들 나이에 너무 비현실적이다.그래서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온이샘이 눈을 살짝 늘어뜨리더니,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그 모습에 친구들은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온이샘이 그 여자에게 매우 진지하고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방 안이 조용해졌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온이샘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눈치채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떤 사람은 한눈에 봐도
차우미 일행은 식사를 끝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러나 여전히 회강 강변 근처다. 작은 박물관이다. 회강 강변 일대의 유물들과 문화, 자료 그리고 수백 년 동안 발생했던 대사가 기록된 서적이 보관되어 있다.하성우가 가슴을 치며 오늘은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들은 하성우를 뒤따라 그의 소개를 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하성우는 자기의 전문성을 충분히 표출했다.하 교수가 매우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가 올라가게 웃었다.6시에 그들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했고 7시가 되어서야 식사 자리가 끝났다.하성우는 차 앞에 서서 모두를 배웅했다. 곧 차들이 줄지어 떠났고 그곳에는 나상준, 차우미와 하성우만 남았다.하성우가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더니 두 손을 맞잡고 몸을 돌려 빙그레 웃었다. "이제 일도 끝났겠다, 두 분을 위해 준비한 게 있는 게 지금 이동할까요?"하성우가 그들을 위해 다른 놀거리를 준비한 모양이다.바쁜 일정을 소화했으니 여유를 가지며 휴식하는 것도 좋았다.하지만 차우미는 나가서 노는 것보다 돌아가서 업무를 정리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게다가 주혜민도 이곳에 온 마당에, 나상준은 그녀와 시간을 보내는 게 더 합리했다.특히 어젯밤, 심나연이 말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나상준이 좋아하는 사람은 주혜민이다.하성우만 곤란해진 것이다. 차우미는 하성우가 아직 둘의 이혼사실을 모른다고 여겼다. 주혜민을 나상준의 불륜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여겼다.어젯밤 나상준은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나갔다.그녀와 나상준 사이를 오해해 말썽을 피웠고 그녀를 달래기 위해 나상준이 나갔다고 생각한다.고민하던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 "둘이서 가, 난 호텔로 돌아가서 오늘 업무 정리하려고. 참, 성우 씨, 이젠 말 편하게 해."하성우가 눈을 깜빡이며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어떤 표정 변화도 없었다. 정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하성우가 미소를 지었다.활짝 웃으면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재미난 구경을 하려는 것 같았다
하성우가 나상준을 가리키며 흥분해서 말했다. "너한테도 이런 날이 있구나, 하하하!"나상준더러 나가서 재밌게 놀라고 말한 차우미의 단호한 행동에 하성우가 웃음을 터트렸다.차우미가 나상준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나상준은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가 시선을 돌려 가로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아주 기뻐 보인다.""어?"하성우가 담담한 나상준의 반응에 멈칫하더니 재빨리 말했다. "당연하지! 네가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 이렇게 자유롭고 행복하게 놀 수 있다니! 아내가 남편한테 나가서 재밌게 놀라고 하잖아, 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일 거야. 너무 부럽다."하성우의 말에는 나상준에 대한 조롱만 있었다. 나상준은 말없이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성우는 나상준의 행동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상준이 아무런 표정 없이 덤덤하게 있자, 자기가 한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로 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초래되었다."나연아."나상준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하성우가 뻣뻣하게 굳더니 황급히 나상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끊어버렸다.하지만 휴대폰을 빼앗아 황급히 스크린을 눌렀을 땐, 잠금 화면만 보였다. 통화를 하지 않은 것이다. 하성우가 농락당했다.나상준은 허겁지겁 휴대폰을 빼앗아간 하성우의 손에서 다시 휴대폰을 낚아 챈 뒤, 차에 올랐다.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하성우가 내적 비명을 질렀다.'저, 저 괘씸한 인간! 자기 기분 안 좋으니까 내 기분까지 망치려 든 거지?' "나상준, 너무 한 거 아니야?"하성우가 오른쪽으로 달려가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나상준이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두드리며 말했다. "진짜 나연이한테 전화하는 수가 있다."순간, 하성우가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괜히 건드렸어!'운전기사는 차우미를 방으로 데려다 준 뒤 나왔다. 차우미가 휠체어에서 천천히 일어나 책상으로 향했다.
"내가 어떻게 대처하든 주혜민한테 애정 표현으로 인식될 텐데, 그런 여자 입에서 나온 말이 어떨지 예상 안 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하성우가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너... 그렇게 자신있냐?"하성우가 시선을 양훈에게 돌렸다.양훈은 나상준보다 말수가 더 적었다.두 사람이 얘기하는 동안 양훈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하성우도 양훈이 과묵하지만, 머리가 좋은 것은 알고 있다.하성우와 나상준의 속셈을 가장 잘 알아맞히는 사람도 양훈일 것이다."어떻게 할 생각이야?"양훈이 처음으로 꺼낸 질문이다. 모처럼 질문을 하며 나상준을 바라보고 있다.하성우도 얼른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나상준이 앞으로 어떻게 할지 누구보다 궁금했다.주혜민은 평범한 여자가 아니다. 절대 다스리기 쉬운 여자가 아니다. 오랜 세월, 좋아했던 나상준을 포기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골치 아팠다.나상준은 컵을 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빛이 그의 손끝에 떨어지며 잔에 담긴 술을 감았다. 흐르는 빛이 은은하게 차갑게 빛났다."서두르지 마."양훈은 바로 나상준의 말뜻을 알아차렸다.그는 시선을 거두고 다시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하성우는 멍한 눈빛으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서두르지 말라니, 무슨 소리야?'시간을 맞춰뒀던 탓에 알림이 9시 반에 정확히 울렸다. 고요하던 방안에 알림 소리가 울리면서 적막감을 깼다. 차우미가 시선을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어두운 하늘은 검게 물들었다. 가로등이 밝게 밤을 밝혀주었다. 고요한 적막감이 소리 없이 퍼져 나갔다.차우미는 물건을 정리하고 천천히 파우더룸으로 가 옷가지를 가진 뒤 욕실로 향했다.머지않아,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다리가 불편해 씻는 것이 평소보다 오래 걸렸지만, 차우미는 평소 성미가 급하지 않았기에 참을만했다. 욕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방문이 철컥하고 열렸다.차우미가 문쪽을 바라보았다.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나상준이다.
나상준은 자기 품에 안긴 차우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한 차우미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감돌았다.자기 셔츠를 잡고 있는 차우미의 손에 힘이 들어간 게 느껴졌다.황급히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린 차우미를 안고 침대로 갔다.그녀를 침대에 눕히자 셔츠를 움켜쥔 차우미의 손이 스르르 풀렸다. 몸을 잔뜩 움츠린 차우미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나상준은 자기 품에서 벗어나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붉어진 귀를 감추지 못하는 차우미를 침대 앞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불을 끌어당겨 덮은 차우미가 나상준을 등지고 옆으로 누웠다.그녀는 창문을 마주해 눈을 감았다.예전이었다면 차우미도 분명 술을 많이 마신 나상준을 걱정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상황이 달랐다.그녀는 나상준과 아무 사이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했다.그녀는 자기 일만 잘하기로 했다.베개 위에 흩뿌려진 머리카락이 펼쳐졌다. 눈을 감은 차우미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상준이다. 이혼을 한 그들은 각자의 행복을 빌어줘야 할 사이가 되었다.어두운 눈빛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나상준은 몸을 돌려 욕실로 향했다.차우미는 멀어지는 나상준의 발소리, 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 안에서 들리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제야 긴장의 끈을 놓았다.차우미는 비록 눈을 감고 있었지만, 나상준의 모든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침대 옆에 서서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 그녀를 품에 안아 바라보던 그 시선은 그녀를 긴장하게 하였다.차우미는 나상준에게 위험한 감정을 느껴 겁을 먹었다.그래서 그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차우미가 눈썹을 찌푸렸다.전에는 느낀 적 없는 감정이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물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려왔다. 방안에서 술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고요하고 평온하던 적막감이 깨지고 사람을 묘한 긴장감으로 들뜨게 했다.차우미가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