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민은 나상준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여겼다, 그것도 매우 사랑한다고 여겼다.그들을 태운 벤츠 차가 부드럽게 달렸다. 다만 출근 시간과 겹쳐 길이 조금 막혔다.차우미는 약속 시간보다 늦을까 봐 걱정되어 계속 시간을 확인했다.그녀는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앞에 길게 늘어선 차를 바라보았다. 그는 차우미의 조급한 마음을 모르는 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했다.차우미는 운전기사를 재촉하지 않았다. 막히는 차를 어쩔 방법이 없었기에 그녀는 되도록 늦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다행히도 도로 정체는 오래가지 않았다. 몇 분 만에 차가 고속도로에 올랐고 곧 속도가 올라갔다.어느새 8시가 되었다.8시 반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안도하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의 경치를 구경했다.회성은 지역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차우미는 이곳의 독특한 경치를 느꼈다.지잉-휴대폰이 진동했다, 차우미는 여전히 풍경을 구경했다.진동하는 것은 그녀의 휴대폰이 아니라, 나상준의 것이다.나상준은 눈을 감고 있다가 휴대폰이 울리는 바람에 천천히 눈을 뜨고 휴대폰을 꺼냈다.발신자는 하성우다.스크린에 그의 이름이 찍혀있었다.나상준은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전화를 받았다. "응.""양훈한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어. 내 탓이야, 원래 주혜민이랑 같이 있으면서 지켜보려고 했는데, 나연이가 그날 따라오는 바람에 골치 아픈 일이 생겨서 데리고 가느라고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인제야 떠오르더라고."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하성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성우가 미안한 듯 사죄했다.나상준은 차창에 비친 차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앉아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나상준이 말했다. "나연이는 어때?"차우미는 나상준의 통화에 집중하고 싶지 않았지만, 좁은 차 안에서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나상준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나연
그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애타는 마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나상준은 휴대폰을 손에 쥐고 고개를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몰라."차우미는 입술을 살짝 벌리며 당황했다.'모른다니?'통화를 한 사람이 모른다고 하자 그녀는 당황했다.차우미는 한동안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통화했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하성우의 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모른다고 대답을 하니,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전혀 거짓말 같지 않은 나상준의 얼굴을 보고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다. 정말로 모르는 눈치 같았다.입술을 살짝 깨문 차우미는 심나연에게 문자를 보냈다.심나연의 연락처가 있었기에 그녀는 직접 당사자에게 묻기로 했다.나상준은 답을 얻지 못하자 더는 추궁하지 않는 차우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여자다, 자기가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얻는지 정확히 아는 여자다.'내가 없어도 평소처럼 잘 살 여자였지.'이혼한 뒤, 그녀의 행보로 볼 때 차우미는 자기 없이도 잘 살 여자라고 여겼다.나상준은 다시 고개를 돌렸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한편, 하성우는 여전히 화를 내고 있었다. 분노가 가득 차오른 그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휴대폰 너머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스크린은 꺼져 있었다.갑자기 전화가 끊기자, 하성우도 적잖게 당황했다.하성우는 아직 할 말이 남았다.양훈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을 듣게 되었고, 그 일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하성우는 서둘러 나상준에게 연락했던 것이다. 사과를 하기 위해 연락한 것도 있었지만, 주혜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통화 도중, 한순간 이성을 잃고 자기가 얼마나 화났는지를 말하느라고, 전화를 건 목적을 까맣게 잊어버렸다.그리고 나상준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성우도 나상준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결국, 나상준이 바쁘다고 판단한 그는 나상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젯밤, 주혜
심나연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한 듯 흥분해서 말했다. "와! 성우 오빠 처음으로 그런 말 했어요. 내가 오빠 사람이라잖아요. 오빠 마음속에서 나는 이미 오빠 사람이었어요! 진짜 너무 좋아요, 너무 흥분돼요! 오빠도 날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제일 중요했던 거예요!"심나연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흥분과 기쁨을 춤으로 표현했다.하지만 차우미는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웃을 수도 없었다. 만약 그 상황을 하성우가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심나연은 무서운 일을 겪었을 것이다.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차우미는 하성우의 분노가 이해되었다.차우미는 손가락을 살짝 조이며 입을 열었다. "나연 씨, 내 말 잘 들어요."차우미가 진지하게 말했다. 말투도 초반과 많이 달랐다. 심나연은 눈을 깜빡이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혔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세요, 언니."차우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나연 씨, 세상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아주 많아요. 절대적인 것은 없어요. 어제는 성우 씨가 있어서 아무 일도 없었겠지만, 뜻밖의 사고는 항상 발생해요. 그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모든 것을 앗아가고 망쳐버려요. 그때 가서 후회하면 늦어요. 어젯밤 있었던 일도 아주 위험한 일이에요. 성우 씨도 걱정했겠지만, 나도 걱정했어요. 나연 씨 얘기를 들었을 뿐인데, 무서웠어요. 어제는 다행히 아무 사고가 안 났지만, 만일 어제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어쩔 뻔했어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차우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 그녀가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설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치 심나연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심나연도 그렇게 느꼈다.차우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녀도 살짝 두려웠다.만약 어제 같은 상황에 하성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 무서운 일을 겪었을지 모른다.심나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고개를 떨구었다.차우미는 심나연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계속해서 말했다. "나연
그녀는 순간 가슴이 조였다.나상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둡고 짙게 변했다. 깊은 심연으로 뒤덮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하였다.차우미는 예상치 못한 나상준의 눈빛에 멍해 버렸다. 휴대폰에서 심나연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오빠가 항상 날 속여서 오빠가 하는 말을 믿지 않거든요. 근데 그 여자가 상준 오빠를 좋아한다고, 자기랑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하지만 상준 오빠와 관계있는 사람이 왜 성우 오빠랑 술을 마시겠어요? 상준 오빠랑 마셔야 하잖아요. 누가 봐도 날 속이려고 한 거짓말이에요."분노와 슬픔이 엇갈린 심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성우 씨가 거짓말하는 건 아닐 거야."차우미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것처럼... 이 일은 나상준과 관련된 일이었지만 그래도 말해야 했다.그녀는 나상준이 어젯밤 어디를 갔는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나연이 말한 그 여자도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이 심나연과 하성우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나상준보다 하성우가 받는 피해가 더 큰 것 같았다. 하성우의 문제 해결이 시급했다.그리고 심나연의 말대로라면, 하성우도 나상준 때문에 엮인 것 같았다.그녀는 이 사실을 설명해야 했다.서글프게 울고 있는 심나연 때문에 차우미는 안쓰러웠다. 심나연도 차우미와 알고 지낸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차우미를 진심으로 믿었고 좋아했다. 그런 차우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하니, 심나연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자기가 하성우를 오해했다고 하기엔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차우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성우 씨가 농담도 좋아하고 진지해 보이지 않지만, 사리분별은 명확한 사람이에요.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도 되는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해야 할 말과 해야 하지 말아야 할 말도..."하성우가 아무리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결혼 생활 중에도 그녀는 이런 말에 화가 나지 않았다.나상준은 누가 봐도 멋진 남자였다. 누군가 나상준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나상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쓸데없이 화를 내며 분풀이 하는 것만큼 쓸모없는 일이 없다고 여겼다.휴대폰이 조용했다. 심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깜짝 놀란 심나연은 차우미의 답장만 기다렸다.차우미가 화났다고 할까 봐 걱정되었다. 심성이 바른 차우미를 화나게 만든 것은 분명 상대의 잘못이 더 크다. 차우미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그를 믿어요."부부였을 동안, 차우미는 나상준을 믿었다.이혼하고 나서부터는 신뢰를 논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결혼 기간에 일어났다면, 차우미는 나상준을 믿을 것이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을 눈치챈 나상준이다. 나상준은 그녀의 통화 상대가 그녀에게 어떤 말을 할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긴장되었다.하지만 방금 그녀가 내뱉은 말 때문에 나상준은 매우 놀랐다.차우미가 자기를 믿는다고 했다.이 한마디 말에서 차우미가 전적으로 그를 신뢰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나상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마치 한 줄기 연 줄기가 마음속으로 흘러들어 온 후 몸속에 퍼져 그의 침울한 마음을 가라앉아 파동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그는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이 실낱같은 물줄기가 자기 몸속에서 요동치도록 내버려두었다.차우미는 오랫동안 통화했다.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통화를 끝냈다.심나연은 순간순간 정서가 빨리 변했다. 자기가 말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차우미의 눈치를 보며 노심초사했다. 차우미가 혹시나 화를 낼까 봐, 차우미가 진짜로 나상준을 믿는지 확인했다.그러고는 나상준에 관한 미담을 수없이 하며 차우미를 위안하고 자기를 위안했다.차우미도 심나연의 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상처를 받지 않았다.차가 목적지에 멈추었고 운전기사가 휠체어를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수화기 맞은편에서 차가운 기계 안내음이 들려왔다.하성우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다, 심나연이 하성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하성우가 수신 거부를 했다.심나연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하성우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하성우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심나연은 잠시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어젯밤, 하성우가 극노했다. 하지만 심나연은 자기 잘못이라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그녀는 하성우가 자기를 영웅처럼 구하는 장면만 신경 썼다, 다른 것은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차우미와 통화하기 전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자기 잘못을 뉘우쳤다. 그녀는 하성우가 전화를 제발 받아줬으면 했다."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하지만 하서우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심나연은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그녀는 하성우에게 문자를 남겼다.하성우에게 얼른 차우미에게 말실수한 사실을 알려야 했다. 그래야 하성우와 연락이 닿을 것 같았다.한편, 하성우는 휴대폰에 그녀의 이름이 스크린에 뜨자, 화가 치밀었다. 심나연이 다시 전화를 걸어도 하성우는 계속 전화를 끊어버렸다.결국 화를 못 이겨 휴대폰 전원을 종료했다.심나연과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심나연에게 제대로 가르쳐주어야 했다.그러나 휴대폰이 꺼졌다고 하성우의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심나연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성격이 아니다. 심나연은 분명 어젯밤 자기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모른다고 하성우는 장담할 수 있었다.휴대폰을 껐다는 이유로 심나연이 하성우를 찾아와 위험한 일을 저지르면 안 되었다.하성우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휩싸였다.무슨 일이나 결단력 있게 결정하던 하성우는 심나연에 관한 일이면 주저하고 망설였다. 그는 심나연이 또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까 봐 초조했다. 머리를 움켜쥐고 고민하던 하성우는 어쩔 수 없이
하 교수는 손자가 놀음에 탐해서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하성우는 천성이 놀기를 좋아했지만, 문화와 역사방면에 지식이 해박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남들보다 총명했다. 하성우는 문화와 역사방면에서 아주 뛰어났다.그런 손자가 하필 오늘 같은 날, 사적인 일로 이렇게 중대한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니 그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 손자 쓸모있는 놈이에요! 그렇고 말고요!""지금 회양 강변에 계시는 거죠? 제가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 지금 당장 갈게요! 참, 거기 상준이랑 우미 씨도 있죠?"요 며칠, 나상준이 차우미의 곁에서 보살펴준 덕분에 하 교수도 나상준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나상준에 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성우더러 나상준에게 배우라고 귀에 못이 박이게 잔소리를 했다. 집안이 평화로우려면 손자며느리도 차우미 같은 애를 들여야 한다며 입이 닳도록 말했다.아무나 하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수 없었다. 하성우의 결혼은 이 집안의 큰일이었고, 하 교수는 손자 며느릿감을 아주 깐깐하게 검토했다.그렇기에 하성우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반감이 생겼다. 하성우는 조금 더 자유롭게 즐기고 싶었다."그 부부는 아침 일찍 도착했다. 8시 반에 만나기로 했고, 제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어! 그런데 네놈은 여태 코빼기도 드러내지 않으니, 상준이를 좀 봐! 네가 이러니, 이 할아비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하겠니?" 나상준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나상준을 감싸고 도는 하 교수다. 그는 자기 손주가 나상준이 아닌 하성우인 것이 아주 한탄스러웠다.나상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르고 훌륭했다. 자기 친손주보다 손주의 친구가 더 좋았다.원하는 대답을 얻은 하성우는 잔소리하는 하 교수에게 얼른 말했다. "네, 알겠어요. 저 지금 가는 중이에요, 30분 뒤면 도착할 거예요."탁-전화가 끊겼다.하성우는 심나연이 보내온 문자를 확인하고 나상준에게 이 소식을 알리려고 했다.친한 친구가 다시 아내의 사랑을 얻기 위해 저렇게 노력하는데, 친구로서 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일이 늦게 끝나 이제 도착했네요."하성우가 서둘러 모두에게 사과하며 들어섰다.하 교수는 하성우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뒷일은 전부 저 아이한테 맡기거라."비서는 하 교수의 뜻을 알고 있다. 늦게 온 하성우가 만족스럽지 못해, 그에게 남은 일을 맡기려는 심산이다.애초부터 오늘 이 스케줄은 하성우가 맡아야 했다. 하성우가 사람들에게 고대 문화에 설명해주기로 했다. 이것은 하성우의 강점이다.비서가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예."하성우는 할아버지의 지시를 들었다. 하 교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던 하성우는 의외가 아니라는 듯 나서서 말했다. "여기 전문가 님 잠시 휴식하시고 남은 일정은 제가 맡아서 여러분에게 안내하겠습니다!"너스레를 떨며 시원하게 말하는 하성우 덕분에 사람들은 깔깔 웃기 시작했다.하성우는 어떤 장소든 가리지 않고 분위기를 띄우는 데 소질이 있었다.그가 도착하고 나서부터 분위기가 아주 달라졌다. 적당히 가벼우면서도 설명해야 할 내용은 깔끔하게 설명했다.차우미는 휠체어에 앉아 해맑게 미소 짓는 하성우의 해설을 편안하게 들었다.하성우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레 긴장감이 풀렸다.그가 어젯밤 심나연과 한바탕 싸웠다는 것이 오히려 믿기지 않았다. 하성우의 지금 모습으로 볼 때, 전혀 기분 나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차우미가 곧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눈을 살짝 치켜떴다.남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쉽게 내색하지 않는 법, 아무리 큰일이라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했다. 절대 자기 기분을 업무에 티 내서는 안 되었다.차우미는 순간 하성우가 매우 이성적이고 냉정하다고 판단했다.하지만 그녀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누군가가 신경 쓰이면 아무리 감정을 통제한다고 해도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특히 어젯밤 같은 일은 누구도 쉽게 진정할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하성우에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