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736 챕터

제211화

하성우가 나상준을 가리키며 흥분해서 말했다. "너한테도 이런 날이 있구나, 하하하!"나상준더러 나가서 재밌게 놀라고 말한 차우미의 단호한 행동에 하성우가 웃음을 터트렸다.차우미가 나상준에게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나상준은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가 시선을 돌려 가로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아주 기뻐 보인다.""어?"하성우가 담담한 나상준의 반응에 멈칫하더니 재빨리 말했다. "당연하지! 네가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 이렇게 자유롭고 행복하게 놀 수 있다니! 아내가 남편한테 나가서 재밌게 놀라고 하잖아, 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일 거야. 너무 부럽다."하성우의 말에는 나상준에 대한 조롱만 있었다. 나상준은 말없이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성우는 나상준의 행동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상준이 아무런 표정 없이 덤덤하게 있자, 자기가 한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로 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초래되었다."나연아."나상준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하성우가 뻣뻣하게 굳더니 황급히 나상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끊어버렸다.하지만 휴대폰을 빼앗아 황급히 스크린을 눌렀을 땐, 잠금 화면만 보였다. 통화를 하지 않은 것이다. 하성우가 농락당했다.나상준은 허겁지겁 휴대폰을 빼앗아간 하성우의 손에서 다시 휴대폰을 낚아 챈 뒤, 차에 올랐다.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하성우가 내적 비명을 질렀다.'저, 저 괘씸한 인간! 자기 기분 안 좋으니까 내 기분까지 망치려 든 거지?' "나상준, 너무 한 거 아니야?"하성우가 오른쪽으로 달려가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나상준이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두드리며 말했다. "진짜 나연이한테 전화하는 수가 있다."순간, 하성우가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괜히 건드렸어!'운전기사는 차우미를 방으로 데려다 준 뒤 나왔다. 차우미가 휠체어에서 천천히 일어나 책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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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내가 어떻게 대처하든 주혜민한테 애정 표현으로 인식될 텐데, 그런 여자 입에서 나온 말이 어떨지 예상 안 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하성우가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너... 그렇게 자신있냐?"하성우가 시선을 양훈에게 돌렸다.양훈은 나상준보다 말수가 더 적었다.두 사람이 얘기하는 동안 양훈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하성우도 양훈이 과묵하지만, 머리가 좋은 것은 알고 있다.하성우와 나상준의 속셈을 가장 잘 알아맞히는 사람도 양훈일 것이다."어떻게 할 생각이야?"양훈이 처음으로 꺼낸 질문이다. 모처럼 질문을 하며 나상준을 바라보고 있다.하성우도 얼른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나상준이 앞으로 어떻게 할지 누구보다 궁금했다.주혜민은 평범한 여자가 아니다. 절대 다스리기 쉬운 여자가 아니다. 오랜 세월, 좋아했던 나상준을 포기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골치 아팠다.나상준은 컵을 든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빛이 그의 손끝에 떨어지며 잔에 담긴 술을 감았다. 흐르는 빛이 은은하게 차갑게 빛났다."서두르지 마."양훈은 바로 나상준의 말뜻을 알아차렸다.그는 시선을 거두고 다시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하성우는 멍한 눈빛으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서두르지 말라니, 무슨 소리야?'시간을 맞춰뒀던 탓에 알림이 9시 반에 정확히 울렸다. 고요하던 방안에 알림 소리가 울리면서 적막감을 깼다. 차우미가 시선을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어두운 하늘은 검게 물들었다. 가로등이 밝게 밤을 밝혀주었다. 고요한 적막감이 소리 없이 퍼져 나갔다.차우미는 물건을 정리하고 천천히 파우더룸으로 가 옷가지를 가진 뒤 욕실로 향했다.머지않아,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다리가 불편해 씻는 것이 평소보다 오래 걸렸지만, 차우미는 평소 성미가 급하지 않았기에 참을만했다. 욕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방문이 철컥하고 열렸다.차우미가 문쪽을 바라보았다.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나상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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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나상준은 자기 품에 안긴 차우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한 차우미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감돌았다.자기 셔츠를 잡고 있는 차우미의 손에 힘이 들어간 게 느껴졌다.황급히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린 차우미를 안고 침대로 갔다.그녀를 침대에 눕히자 셔츠를 움켜쥔 차우미의 손이 스르르 풀렸다. 몸을 잔뜩 움츠린 차우미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나상준은 자기 품에서 벗어나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붉어진 귀를 감추지 못하는 차우미를 침대 앞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이불을 끌어당겨 덮은 차우미가 나상준을 등지고 옆으로 누웠다.그녀는 창문을 마주해 눈을 감았다.예전이었다면 차우미도 분명 술을 많이 마신 나상준을 걱정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상황이 달랐다.그녀는 나상준과 아무 사이도 아니었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했다.그녀는 자기 일만 잘하기로 했다.베개 위에 흩뿌려진 머리카락이 펼쳐졌다. 눈을 감은 차우미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나상준이다. 이혼을 한 그들은 각자의 행복을 빌어줘야 할 사이가 되었다.어두운 눈빛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나상준은 몸을 돌려 욕실로 향했다.차우미는 멀어지는 나상준의 발소리, 욕실 문이 닫히는 소리, 안에서 들리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제야 긴장의 끈을 놓았다.차우미는 비록 눈을 감고 있었지만, 나상준의 모든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침대 옆에 서서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 그녀를 품에 안아 바라보던 그 시선은 그녀를 긴장하게 하였다.차우미는 나상준에게 위험한 감정을 느껴 겁을 먹었다.그래서 그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차우미가 눈썹을 찌푸렸다.전에는 느낀 적 없는 감정이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물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려왔다. 방안에서 술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고요하고 평온하던 적막감이 깨지고 사람을 묘한 긴장감으로 들뜨게 했다.차우미가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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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순간 주혜민의 눈에서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났다. 주혜민이 침대에서 바로 일어났다.어젯밤 투여받은 약으로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다쳐 이틀간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내일 검사해서 아무 문제가 없으면 퇴원할 수 있었다.컨디션이 괜찮았던 주혜민은 행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노크 소리에 주혜민의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상준 씨 왔나?'나상준이 여태 주혜민의 앞에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주혜민은 알 것 같았다. 그가 자기에게 화가 나서 오지 않은 것이라고 여겼다.하마터면 낯선 남자와 안 좋은 일에 엮일 뻔했다. 분명 나상준이 화를 낼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상준을 이해하기로 했다.나상준이 병원에 오지 않더라도 주혜민은 서운하지 않았다. 되려 자기에게 화를 내줘서 좋았다.나상준이 자기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혜민은 충분했다.갑자기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주혜민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차올랐다.참다못한 나상준이 병실로 찾아온 줄 알았다.주혜민은 버선발로 문을 열기 위해 가려다가, 다시 침대 가장자리에 돌아가 앉았다.침대에 앉아 그의 걱정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았다.주혜민은 침대에 침착하게 앉았다.간병인은 노크 소리에 문을 열기 위해 일어나려다, 벌떡 일어서는 주혜민을 발견하고 그녀를 부축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그러다가 갑자기 자리에 다시 앉는 주혜민을 멀뚱멀뚱해서 쳐다보았다.간병인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왜 그래요?"주혜민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 노크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문 열어줘요."간병인은 의아한 얼굴로 방문을 열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간병인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네."간병인이 문을 열자, 휴대폰을 들어 일하는 척하는 주혜민이다."누구..."간병인은 병실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간병인의 목소리에 주혜민도 고개를 들고 밖을 내다보았다.병실 밖에 서 있는 인물을 확인한 주혜민의 몸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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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휴대폰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미 욕실로 들어가 물을 틀고 씻기 시작한 나상준은 벨 소리를 인식하지 못했다.설사 들었다고 해서 씻다가 나올 사람도 아니었다.차우미는 작업 가방을 챙겨 들고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출발 시간 전까지 일하기 충분했다.나상준이 씻고 나왔을 땐, 휴대폰도 울리지 않았다. 그는 창문 앞에 앉아 일하는 차우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촘촘하게 내리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안개가 하얗게 뒤덮인 도시는 흐릿한 형체만 보일 뿐이다.방 안의 불을 켰다. 차우미는 의자에 앉자 펜으로 자료를 넘기며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었다.침착한 모습은 마치 궂은 날씨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 같았다. 나상준이 파우더룸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두 사람의 옷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셔츠를 입은 나상준은 옆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며 단추를 잠갔다.가늘게 들리던 빗소리가 파우더룸에서는 들리지 않았다.고요한 적막 속에 그녀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가끔 들렸다.옷을 챙겨입은 나상준은 시계를 착용하고 다시 한 번 거울을 확인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빈틈없는 남자가 서 있었다.밖으로 나간 나상준이 휴대폰을 들었다.스크린이 밝아 지면서 부재중 전화와 읽지 않은 메시지가 표시되었다.발신자에 선명히 찍혀 있었다. 진현이다.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는 전부 진현이 보낸 것이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나상준이 내용을 확인했다.[나 회성이야. 시간 될 때 보자.]가벼운 호흡으로 가다듬던 나상준이 휴대폰을 두드렸다. 진현에게 답장을 한 뒤, 다시 시선을 차우미에게 돌렸다.일에 몰두한 차우미는 분리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나상준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침 먹으러 가자."평소처럼 섹시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차우미가 행동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고개를 들어 단정하게 차려입고 다가오는 나상준을 바라보았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물건을 챙긴 뒤, 나상준은 그녀의 휠체어를 밀고 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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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주혜민의 얼굴이 차가워졌다.주혜민은 진현의 속셈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진현이 그녀의 눈빛에 고개를 푹 숙이고 피식 웃었다.주혜민이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진현이 웃으면서 말했다. "거짓말이야."진현이 고개를 들고 주혜민을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주혜민의 얼굴이 차갑게 변한 것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주혜민이 잠시 벙쪄 있더니 이내 미간을 폈다. "진현 씨, 변했어.""음?"뜬금없는 주혜민의 말에 진현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주혜민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나빠졌어.""전에는 이렇게 나 놀리지 않았잖아.""전에는..."진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입속으로 말을 삼켰다.그의 뇌리로 많은 추억이 스쳐 지났다.전에 진현은 주혜민이 하는 말은 무조건 들었다. 그녀가 말한 대로 진현은 여태껏 한 번도 주혜민을 속이거나 농락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주혜민에게 진심이었고 진지했다.하지만 진현이 다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항상 자신감에 차 있는 주혜민을 바라보며 진현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혜민 씨 말처럼 그건 예전이었잖아."주혜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당황스러움, 미안함,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시선을 돌린 주혜민이 입술을 살짝 깨문 채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애써 웃었다. "시간 정했어? 어디서 만나?"주혜민이 평소처럼 물었다.진현이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채 대답했다. "아직." ...차우미가 나상준과 아침을 먹고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아침보다 빗줄기가 거세졌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주기가 회성을 흠뻑 적셨다.공기 속에 차가운 빗물 내음이 가득 찼다. 맡아본 적 없는 냄새다.하성우도 오늘 참석했다. 어제 말했던 것처럼, 앞으로 일정에 하성우도 함께 참석한다. 그는 말한 대로 하는 성격이다.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였지만, 쾌활한 하성우덕에 모두 분위기가 좋았다. 그들은 함께 차를 타고 작은 마을로 향했다.목적지는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있다. 회성의 남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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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하성우가 차우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환하게 웃으며 질문하는 하성우는 마치 어젯밤 자기가 직접 보기라도 한 것처럼 물었다.차우미가 순간 멈칫했다. 그녀의 눈에 약간의 당황스러움이 묻어 있었다.소파에서 잔 것과 바닥에서 잔 것은 별반 다를 게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나상준은 바닥이 아니라 소파에서 잤다.차우미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녀는 뭐라고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성우는 차우미가 당황한 모습을 바라보며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정말 그랬나 보네..."그의 시선이 다시 나상준에게 향했다. 꽤 고소해하는 듯한 얼굴이다.말없이 듣고 있던 나상준이 눈을 떴다.나상준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하성우을 빤히 쳐다보았다.순간, 하성우도 긴장했다.나상준의 끝이 보이지 않는 눈빛에 하성우는 몸이 바짝 긴장되었다. 주먹을 입술에 대고 가볍게 기침한 나상준이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늘 날씨 진짜 좋네. 난 이렇게 비 오는 날이 낭만적이더라."차우미는 뜬금없는 하성우의 말에 반응하지 못했지만, 긴장감은 풀렸다.차우미는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다. 만약 하성우가 끝까지 캐묻는다면 차우미는 정말 난감했을 것이다.그러나 뜬금없이 낭만 타령을 해대는 하성우를 차우미는 따라갈 수 없었다.그녀는 낭만에 대해 알지 못했다.입술을 살짝 오므린 차우미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시선을 다시 자료로 돌렸다. 대꾸를 못하면 안 하면 되는 거다, 굳이 자기를 난처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하성우가 이내 입을 열었다. "형수, 회성에 온 지도 며칠 됐는데 여기 어떤 것 같아?" 시선을 자료로 옮긴 차우미에게 질문하는 하성우다. 차우미는 고개를 살짝 들어 창밖의 자욱한 안개를 바라보았다. 안개 사이로 언뜻 보이는 고층 빌딩은 몽롱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좋아.""좋다고? 어떻게 좋은데? 아주 좋은 거야, 나쁘지 않은 거야, 별로인 거야?"말꼬리를 잡는 하성우에게 차우미가 잠시 고민했다. "음...""너 한가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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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하성우의 해설과 함께 박물관 일정이 끝났다. 점심에 간단히 밥을 먹고 나오자 빗줄기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 교수가 비도 잦아졌으니 밖을 돌아다니자고 제안했다.모두 찬성했고 그들은 우산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차우미는 발목이 완전히 낫지 않은 탓에 거동이 불편해 식당에 남아 있기로 했다.마침 식당의 위치가 좋았던 탓에 작은 마을을 전반적으로 둘러볼 수 있었다.비가 많이 잦아들자, 하늘도 맑아졌다. 비록 빗줄기가 가늘게 떨어지고 있었지만, 마을 전체를 뚜렷하게 볼 정도는 되었다.푸른 기왓집들이 들쑥날쑥하게 자리 잡은 마을이다. 수양버들이 가볍게 흩날리고 부스러진 빗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 같았다.차우미는 붉은 끈을 동여맨 백 년 된 나무를 바라보았다.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청석판길을 따라 부슬부슬 흘러내렸다.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말로 형용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하였다.모든 생명체가 집결된 것처럼 이곳은 활기찼다.나상준은 박물관 뒤에 서서 휠체어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의 시선은 줄곧 차우미에게 향했다.차우미도 밖에서 거닐고 있는 무리에 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결국, 이 아름다운 정경을 멀리서 눈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여기요."운전기사가 우산을 들고 나타났다."음."나상준이 짧게 대답을 한 뒤, 허리를 굽혀 차우미를 안아 올렸다.당황한 차우미는 고개를 들어 나상준을 빤히 쳐다보았다.평소처럼 담담한 나상준이라 무슨 생각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차우미가 다급히 물었다."어디 가려고?"여기서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기로 했는데 돌아온 사람들이 그들이 이곳에 없는 것을 알면 놀랄 것이다. "나가서 좀 걷자."차우미가 당황했다.'나가서 걷자고?'차우미는 나상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의아한 얼굴로 나상준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상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말없이 그녀를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운전기사가 휠체어를 거둔 뒤, 따라 내려갔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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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빗줄기가 점점 거세졌다. 나상준의 셔츠를 포함해 밖에 있는 모든 것을 적셨다.나상준이 마침내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차우미는 고개를 돌렸지만, 전처럼 평온하지 않았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나상준의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았다.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밀고 밖으로 나오는 그의 행동이 불편했다.농염한 속눈썹을 움직이며 말하는 차우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나상준이 감기 들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다만 나상준과 너무 가까이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이다.눈을 치켜들자 시선이 앞쪽으로 떨어졌다. 나상준은 그녀를 밀고 앞으로 나아갔다. 동굴같은 저음이 차우미의 귓가에 들려왔다."괜찮아."차우미가 눈살을 찌푸렸다.나상준은 차우미의 말을 듣지 않았고 차우미도 더는 말하기 싫어 입술을 굳게 다물고 다시 말하지 않았다.비는 오후 내내 내리다가 4시가 되어서야 멎었다. 5시에 하성우는 나상준에게 연락해 식사 장소를 알려주었다.시내로 돌아가서 밥을 먹자면 두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저녁까지 먹은 뒤 돌아가기로 했다. 나상준은 차우미를 데리고 하성우가 말한 장소로 향했다. 모두 모이자 함께 저녁을 먹었다.늘 그래 왔던 것처럼.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차우미의 신경이 나상준에게 향한 것이다. 그녀는 식사 내내 나상준을 주의 깊게 여겨보았다.그녀를 휠체어에 앉힌 채 오후 내내 작은 마을에서 한참이나 돌아다녔다. 그의 옷은 충분히 젖어 있었다. 그러나 나상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녀를 밀고 앞으로 나아갔다.그녀가 몇 번이나 돌아가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차우미도 어쩔 수 없었다. 가능한 최대한 빨리 호텔로 돌아가 나상준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는 수밖에 없었다.하성우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하성우도 차우미과 나상준 사이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챘다. 특히 차우미의 행동이 달라진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매번 다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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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하성우가 둘을 부부로 여기고 있기에 차우미도 굳이 나상준과 거리감을 두지 않았다."아... 그랬구나."하성우가 나상준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며 차우미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형수, 걱정하지 마. 상준이 건강해. 비 좀 맞았다고 아프지 않아."하성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하성우가 계속해서 말했다. "여기서 약국 못 봤어. 다른 분들 호텔로 모셔간 뒤에 약국 찾는 게 어때?"하성우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도 매우 난처해하는 눈치였다.차우미가 무의식적으로 앞의 차를 바라보았다. 몇 대의 차가 앞에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녀는 다시 옆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은 줄곧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차우미가 고민하더니 물었다. "어디 불편한 곳 없어?""몸 안 좋으면 말해."그는 줄곧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운 상대였다. 얼굴에 티를 내지 않아 그의 상태를 알아차리기도 어려웠다.결국 차우미는 안 좋은 곳이 있으면 말하라고 귀띔하는 수밖에 없었다.하성우가 안전벨트를 매고 운전기사가 시동을 걸고 앞차를 따라갔다.하성우는 뒷좌석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실룩거렸다.'무슨 짓을 했길래... 역시 머리가 좋다니까.'나상준을 걱정하는 차우미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관심 어린 눈빛으로 나상준을 걱정했다. "아직 멀쩡해."순간, 차우미의 눈썹이 팽팽하게 당겨졌다.'아직은 멀쩡하다니? 그럼 나중에는 안 좋아질거라는 거야?'회성까지 돌아가려면 두 시간이 소요되었다. 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난감해진다.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이따가 불편한 곳이 있으면 말해. 가까운 곳을 찾아서 약부터 사자.""음."두 사람 사이에 지극히 평범한 대화가 오갔지만, 이 대화를 듣고 있는 하성우는 이 상황이 웃겼다.일부러 차우미의 관심을 받으려고 저런 대답을 하는 나상준이 웃겼다.'저 능구렁이 같은 게.'하성우가 앞에 앉아서 애써 터져 나오는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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