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221 - 챕터 230

736 챕터

제221화

차우미의 몸이 굳었다.하성우가 돌발 행동을 할 줄 몰랐던 차우미는 그대로 하성우에게 끌려 나상준의 이마에 손을 올려놓았다.손바닥으로 나상준의 온기가 전해졌다. 비바람처럼 갑자기 그녀의 피부로 전해와, 그녀의 혈관을 타고 몸속 깊숙이 뜨겁게 달궜다.빠르게 뛰는 심장에 차우미가 다급히 손을 뺐다. 기름에 덴 것처럼 다급히 손을 뺀 차우미는 옆으로 살짝 옮겨 앉았다.하성우가 여유롭게 자기 손을 거둬들였다.그는 아주 즐거워 보였다.둘이 스킨십하게 하기 위해 나상준 대신 자기가 나서기로 했다.하성우는 나상준이 만족스러워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차우미를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나상준이 안타까워 하성우가 나선 것이다.건치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하성우다.하지만 하성우의 얼굴이 이내 굳어버렸다.차우미가 대뜸 나상준과 거리를 두고 앉아버리는 바람에 하성우가 여간 당황한 것이 아니다.'무슨 상황이야?'두 사람은 3년간 부부였다. 그런데 이마 하나를 만졌다고 저렇게 소스라치게 놀라는 차우미의 행동이 하성우는 되려 이상했다.하성우는 시선을 돌려 나상준과 차우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차우미가 자신의 양손을 맞잡고 꼼작도 하지 않고 굳어버렸다.그녀의 얼굴과 귀가 눈에 띄게 붉어졌다.결혼한 여자가 보일만 한 반응이 아니다. 마치 학창시절 처음으로 남학생과 가벼운 스킨십을 한 여학생의 반응 같았다.하성우의 얼굴이 멍해졌다.'3년간, 도대체 뭘 한 거야?'평소의 하성우라면 분명 마음속 궁금증을 입 밖으로 내뱉었을 것이다.하지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차우미 때문에 하성우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두 사람을 쳐다보는 하성우의 머리가 복잡해졌다.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안의 분위기가 급격히 고요해졌다.차 문에 기대앉은 차우미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빠르게 뛰었다.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뛰어댔다.그녀는 나상준과 하성우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잔뜩 긴
더 보기

제222화

하성우도 덩달아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하성우의 눈빛이 흥분에 가득 찼다.그는 마치 티비 속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흥분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잔뜩 긴장한 하성우가 숨을 죽이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차우미는 멍해서 황급히 고개를 돌려 나상준을 쳐다보았다. 나상준이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꼭 쥐었다.차우미의 가슴이 벌렁거렸다. 즉시 손을 빼려 했으나 그녀의 귓가로 나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사랑 같이 가."차우미는 둔감한 편에 속했다. 그녀의 반응은 하성우보다 훨씬 느렸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완전히 초과했다. 나상준의 차분한 목소리에 차우미는 혼란스러운 기분에서 점차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나상준이 뻗었던 손을 뺐다.나상준이 그녀를 놓아주었다.다만 그가 손을 놓는 순간, 손끝이 오므라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차우미는 가슴이 떨렸지만, 애써 자기가 착각했다며 마음을 진정했다.곧 운전기사가 차우미가 탄 휠체어를 밀고 약국으로 향했다. 하성우는 차우미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고개를 돌려 뒤에 앉은 나상준을 쳐다보았다.나상준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팔꿈치를 옆 팔걸이에 걸치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그의 눈꺼풀이 늘어졌다.그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얼마나 흘렀을까.이 모습을 지켜보던 하성우가 입을 열었다. "복잡해?""..."나상준은 대답이 없었다. 잠든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하성우는 나상준이 심란해하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그의 표정이 흥미롭게 변했다. 하성우의 입가에 웃음이 짙어졌다."솔직히 말해, 두 사람 아무것도 못 한 거지?"나상준의 눈꺼풀이 미묘하게 흔들렸지만 눈치챌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하성우는 똑똑히 눈치챌 수 있었다.나상준의 작은 변화를 하성우는 느낄 수 있었다.나상준의 미묘한 변화에 하성우가 픽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손으로 나상준을 툭툭 치면서 크게 웃었다. "하하하... 3년
더 보기

제223화

하지만 나상준의 눈빛은 끈질기게 하성우를 쫓고 있었다. 마치 하성우를 끝을 알 수 없는 지옥으로 잡아 끄려는 듯 하성우만 쫓았다.하성우는 몸을 움츠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를 주시하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입을 꼭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성우는 고요함을 깨뜨리고 다시 깔깔 웃기 시작했다."안 되겠어, 네가 나연이 한테 전화를 하는 것보다 내가 웃음 참는 게 더 힘들어! 진짜 웃겨 죽겠다고! 하하하!"하성우는 차가 터질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소리가 차안을 가득 메웠다.나상준은 끝없이 웃어대는 하성우를 신경 쓰지 않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버렸다.어두운 밤, 도시의 등불들이 우후죽순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밤의 불꽃처럼 화려하고 밝게 빛났다.나상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3년 동안, 천 일이 넘는 시간을 낭비했다.차우미는 약국에 가서 감기약을 샀다.사람은 누구나 잔병치레를 하기 마련이다. 미리 약을 먹어 예방하거나, 초기에 약으로 금방 낫을 수 있었다.어쨌든 일찍 나아야 환자도 편하기 때문이다.운전기사가 차우미의 휠체어를 밀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가 돌아왔을 땐, 차 안의 분위기가 확실히 전과 달랐다.차우미도 차에 올라타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차 안의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하성우를 바라보았다. 하성우는 입이 찢어지게 웃고 있었다.재미난 일을 겪기라도 한 것처럼 유난히 들떠 보였다.차우미가 차에 오르자, 하성우가 물었다. "형수, 무슨 약 산 거야?"차우미가 그에게 약을 건네며 말했다. "해열제랑 알코올."하성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약을 꺼내 살펴보더니 나상준을 쳐다보았다."형수가 너 열나고 기침할까 봐 감기약 여러 종류로 사 왔네."나상준은 가볍게 대꾸했다.하성우는 나상준의 반응에 웃음이 터졌다.나상준을 보고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상준이가 형수 같은 사람 만나서 얼마나 부러운지!""이건 3대의 복이라고!"하성우가 노골적으로 나상준을 비웃었다.
더 보기

제224화

두 사람은 동시에 나상준을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갑자기 입을 연 나상준 때문에 놀란 눈치다.특히 하성우는 너무 놀라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몰랐다.'왜 저러는 거야?' 차우미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저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다.차우미가 걱정을 해주는 것을 누리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자기 발로 내차는 꼴이다.뜬금없이 바쁘다고 말하는 나상준이 이해되지 않았다.그러나 하성우의 머릿속에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났다. 그는 다시 빙그레 웃으며 나상준을 쳐다보았다.무슨 수작인지 몰라도 분명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다.차우미는 하성우보다 좀 더 느리게 반응했다. 시선을 내리깐 차우미는 평소와 같은 표정을 되찾았다.나상준이 다른 일이 있어 저런다고 여겼다. 원래 일이 많고 바쁜 사람이다. 며칠간 그녀를 돌보느라고 회성 전역을 따라다녔다.응당해야 할 일이 따로 있는데도, 그녀 때문에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다만...차우미는 나상준의 옷이 마른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옷이 말랐다고 해서 몸의 한기가 빠져나간 것도 아니다. 돌아가서 따듯한 물에 샤워하면 훨씬 좋을 듯했다.차우미의 입술을 살짝 떨며 말했다. "많이 급해? 지금 바로 가야 하는 거야?"나상준에게 함께 돌아가자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급하지 않으면 씻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꺼낸 말이다.나상준이 차우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급한 일이야."하성우가 고개를 숙이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았다.차우미가 눈치를 챌까 봐 몸을 돌려 혼자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급하긴, 개뿔.'차우미의 눈이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그녀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서 할 일 해. 나 먼저 호텔로 돌아갈게."단호한 나상준의 태도에 차우미도 할 말이 없었다.너무 늦은 시간이 아니라 길가에 오가는 택시가 많았다. 나상준이 많이 급한 거면, 그녀 혼자 택시를 타고 돌아가면 되었다.차우미가 약을 가방에 챙겨 넣으며 말했다. "나 혼자 택시 타고 갈 수 있으니까 상준 씨 먼저 가."차
더 보기

제225화

하성우는 나상준이 거짓 핑계를 대는 줄 알았다, 차우미의 관심을 더 받으려고 일부러 지어낸 말인 줄 알았다.그러나 지금 나상준의 모습을 보니, 정말 약속이 있는 것 같다.하성우가 입술을 고른 뒤, 운전석으로 가 앉았다.운전기사는 차우미를 방으로 데려다 준 뒤 다시 나왔다. 차우미는 약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파우더룸으로 가 잠옷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 나상준이 걱정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오늘 저녁 돌아올 건지도 알 수 없었다.돌아온다면 약을 챙겨주겠지만, 돌아오지 않으면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9시가 지나 있었고 그녀는 씻고 나온 뒤, 책상 앞으로 가 업무를 했다.사실 그녀는 나상준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했다.나상준이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차우미는 곧 업무 모드로 전환했다.어두운 밤, 종일 비가 내리던 회성 전체가 맑은 기운으로 차 넘쳤다.한편, 와인바.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와인바를 가득 채웠다.바텐더가 나상준과 하성우 그리고 진현에게 술을 건넸다. 주혜민의 앞에는 과일 주스가 놓여 있었다.주혜민도 진현을 따라온 것이다.나상준과 하성우가 도착하기도 전에, 진현과 주혜민이 미리 와 있었다.하성우는 주혜민의 옆에 앉았다. 그러더니 주혜민의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난 여기 술이 제일 좋더라. 내 취향이야."하성우가 진현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진현, 오래만이다. 너 여기 술 못 마셔봤지? 이번 기회에 맛 좀 봐."진현은 주혜민의 옆에 앉아 있었다. 진현은 술잔에 든 술을 전혀 마시지 않고 있었다.하성우의 말에 미소로 대꾸한 진현이 천천히 술잔을 들었다. "그래."하성우와 진현은 잔을 부딪치며 웃었다.중간에 앉은 주혜민은 주스를 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이 자기 곁에 앉기를 바랐으나, 하성우가 들어오자마자 앉는 바람에 나상준은 자연스레 진현의 옆자리에 앉았다.주혜민과 나상준 사이에 진현이 있었다.예전처럼.진현과 하성우가 술을 들이켜자, 나상준도
더 보기

제226화

세 사람은 어제 일에 대해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처럼 대했다.주혜민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하성우를 불쾌하게 바라보고 있었다.하성우는 주혜민의 눈빛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에게 말조심하라는 듯 못마땅하게 경고하고 있었다.주혜민는 충분히 참고 있었다.하성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큰 소리로 말했다. "혜민 씨, 나 혜민 씨한테 실수한 거 있어? 왜 그렇게 무섭게 노려봐? 아이고, 무서워라!" 하성우가 진현에게 말했다. "진현, 너 솔직히 말해. 네가 혜민 씨 기분 상하게 했어?""남자가 되어서 여자 화나게 하면 안 되지! 여자는 사랑하고 예뻐하라고 있는 건데, 여자가 화나는 건 전부 남자 잘못이라고."주혜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었다. "성우 씨,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더 말하면, 그 입 내가 찢어버릴 거야."주혜민은 정말로 화난 것처럼 보였다.뻔히 자기 때문에 화난 것인데, 돌연 화살을 진현에게 돌리자 주혜민은 하성우에게 더욱 화가 났다.그녀는 일부러 나상준을 자극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나상준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으니, 당연히 신경 쓸 거라고 여겼다. 자기가 다른 남자와 있으면 나상준이 돌아올 줄 알았다.그래서 일부러 진현과 함께 온 것이다. 그에게 질투심을 느끼게 하려고 따라온 것이다.나상준에게 알려주기 위해.그러나 나상준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마치 칼로 마음을 휘저은 것처럼 괴로웠다.하성우가 그녀를 도와 나상준에게 대신 말해주리라 믿었으나, 하성우는 예상 밖의 행동을 했다.그래서 주혜민도 화가 났다.진현은 주혜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차가운 얼굴로 앉아 있는 주혜민의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혜민 씨, 성우가 농담한 거니까 이해해 줘."주혜민의 의도를 진현이 모를 리 없었다.주혜민이 무슨 생각으로 이 자리를 따라왔는지, 진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그럼에도 진현은 그녀를 이 자
더 보기

제227화

나상준은 술잔을 들고 묵묵히 술을 들이켤 뿐, 그녀를 쳐다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실 나상준은 진현과 하성우도 쳐다보지 않았다.그는 마치 동떨어진 세상에 사는 것처럼 굴었다.주혜민이 주먹을 꽉 쥐더니 가방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나상준이 신경 써주길 바랐다, 자기가 진현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알리고 싶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상준이라고 그에게 직접 알려주고 싶었다. 자기를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하고 싶었다.그러나 나상준의 지금 태도가 그녀의 화를 돋웠다.그녀도 성격이 있었다.진현은 자리에 앉아 나가는 주혜민을 쳐다보았다. 따라가지 않았다. 다만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따라가."하성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진현을 쳐다보았다.전화를 끊은 진현에게 하성우가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네가 쫓아갈 줄 알았는데."진현이 피식하고 웃었다. "전에나 그랬지."하성우의 눈길이 무의식 적으로 진현의 다리로 향했다.하지만 아주 빠르게 시선을 거두었다. 마치 쳐다보지 않았던 것처럼.주혜민이 가버리자, 하성우가 진현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현의 술잔에 자기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드디어 어떻게 여자를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구나. 여자는 자기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싫어한다고, 순애보처럼 굴다간 영원히 널 신경 쓰지 않았을 거야."하성우는 연애에 아주 능숙했다, 그가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진현이 웃으면서 술잔을 살짝 부딪쳤다. 술 한 모금을 마신 뒤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아."나상준이 시선을 술잔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술잔의 입구를 따라 돌 뿐, 술을 마시지 않았다.나상준이 고개를 돌렸다. "귀국하기로 한 거야?"하성우가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 "귀국하기로 했다니? 이미 여기 와 있잖아."하성우는 나상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진현은 알아차렸다. "그래.""외국에서 오래 살았더니 이젠 슬슬 지겹네."하성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마침내 알아차렸
더 보기

제228화

바깥이 어두워졌다. 하성우는 만취 상태였다. 진현이 운전기사를 불러 하성우를 차에 태워 보냈다.진현과 나상준은 아직 멀쩡했다.두 사람은 와인바 밖에서 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준아, 네가 혜민 씨 이해 좀 해줘. 그녀도 시간이 필요해."그의 말에 나상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진현, 넌 그 여자가 어떤 행동을 해도 용서하겠지만 난 달라.""전에는 상관없었는데, 지금은 달라, 나도 한계가 있어."진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알겠어."예전에는 주혜민이 어떤 행동을 하든 나상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변했다.나상준은 신경 쓰이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주혜민이 자기 마음대로 설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좋아하는 사람이 각자 있는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항상 지켜볼게."나상준은 차에 올라탔고, 차가 빠르게 떠났다.진현은 자리에 서서 어둠 속으로 사라진 차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진현은 예전에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나상준은 백미러로 진현을 바라보았다. 진현은 전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다시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는 나상준의 눈빛이 어둡게 변해 있었다.한편, 호텔.차우미는 여전히 일하고 있었다. 가끔 졸기도 했지만,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연거푸 하품해댔고 결국 차우미는 책을 덮었다.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자 어느새 12시가 넘었다.또다시 하품한 그녀는 시선을 돌려 바깥을 내다보았다. 고요한 어둠이 깃든 밤, 오가는 차들도 없어 한없이 조용했다.그녀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그녀는 다시 시선을 돌려 일을 하려 했다.하지만 또다시 하품했고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눈앞이 흐려졌다. 차우미는 휴지로 눈가를 닦았고 더는 일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졸음이 몰려왔다.한참 고민하던 그녀는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나상준이
더 보기

제229화

센서 등이 꺼져 있었다. 창밖의 가로등 빛이 어렴풋이 들어와 방안의 어둠을 걷어냈다.선명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보였다.복도의 불빛이 방안에 비쳤고 동시에 센서 등이 켜졌다. 나상준은 책상에 엎드려 자는 차우미가 보였다.잠옷을 입은 그녀는 학생처럼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나상준을 향해 있었다.깊은 잠이 든 차우미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꿈쩍하지 않고 자고 있었다. 평온했다.그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더니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딸각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안으로 들어선 나상준은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책상 앞에 놓인 의자를 들고 와 그녀의 옆에 앉았다.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나상준은 다리를 꼬고 평온하게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어떤 인기척도 내지 않고 눈꺼풀을 움직여 소리 없이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봄날의 바람처럼, 호수의 물결처럼 잔잔하게 일렁거렸다.센서 등이 꺼졌고 침실 안에 정적만 가득했다. 어둠이 방 안에 깃들었다.그는 말없이, 꿈쩍도 하지 않고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차우미를 바라보는 나상준은 편안해 보였다.차우미는 한 번 잠들면 이튿날까지 숙면한다.한밤중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그녀는 깨어나지 않는다.차우미는 나상준 걱정에 좀처럼 편하게 잘 수 없었다.나상준의 술 냄새가 그녀의 코끝에 들어왔고 차우미가 잠에서 깼다.눈꺼풀을 살짝 움직여 천천히 눈을 떴다.그녀의 시야로 어둑어둑한 방 안이 들어왔다. 막 잠에서 깬 그녀는 나상준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쩌면 몽롱한 잠기운에 나상준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그래서 자기 앞에 앉아 있는 나상준을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나 어둠에 점차 적응하면서 그녀의 시야로 나상준이 또렷하게 들어왔다.의자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는 나상준의 어두운 눈빛이 느껴졌다.차우미는 멍한 얼굴로 몇 초간 굳어 있었다.몸을 일으킨 차우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문 밖의 가로등 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나상준이 돌아온 것을 그제야
더 보기

제230화

평소대로라면 그녀는 자리에 앉아 나상준을 기다렸을 것이다.나상준은 여전히 낮에 빗물에 젖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약을 옆에 올려두고 물을 컵에 따랐다.나상준이 문을 열어 배달원이 건넨 물건을 받고 문을 다시 닫았다.나상준은 얌전히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방안의 불빛이 그녀를 환하게 비추었다.긴 머리를 늘어뜨린 차우미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집합한 것처럼 눈부셨다.나상준은 말없이 자리에서 서서 그녀를 눈 안에 담았다.그의 심장이 빠르게, 세차게 뛰었다.손가락을 오므리고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차우미를 기다란 그림자가 덮었다."이것부터 마셔, 가루약이야."그녀가 약을 푼 컵을 나상준에게 건넸다.하지만 몸을 돌리고 나서야, 나상준과 발끝 정도 닿을 거리에 가까이 선 것을 알아차렸다.차우미는 멍하게 굳었다.나상준이 시선을 내리깔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차우미의 놀란 기색이 그녀의 얼굴에 뚜렷하게 티 났다.나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건넨 컵을 받아 컵 안에 든 약을 먹었다.차우미가 속눈썹을 내리깔고 의식적으로 뒷걸음질쳤다.너무 가까워 오히려 불편했다.그의 손에 들린 물건을 발견한 차우미가 말했다. "줘."그가 건네준 쇼핑백에서 체온계를 꺼냈다.설명서를 따로 보지 않아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있다.그녀는 간단히 조작한 뒤 나상준을 쳐다보았다. "열 나는지, 안 나는지 몰라서 샀어. 체온부터 체크해.""음."나상준이 컵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이마에 체온계를 대기 위해 발꿈치를 살짝 들었다. 나상준은 그녀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그래서 발꿈치를 들어야 했다.그러자, 나상준이 그녀를 향해 몸을 숙였다. 덕분에 수월하게 체온을 잴 수 있게 되었다.순간, 두 사람이 가까워졌다.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에 호흡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그녀의 얼굴로 나상준의 술 냄새가 풍겨왔다.차우미는 살짝 당황했다. 몸이
더 보기
이전
1
...
2122232425
...
7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