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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작가: 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2-06 19:00:00
하성우는 나상준이 거짓 핑계를 대는 줄 알았다, 차우미의 관심을 더 받으려고 일부러 지어낸 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나상준의 모습을 보니, 정말 약속이 있는 것 같다.

하성우가 입술을 고른 뒤, 운전석으로 가 앉았다.

운전기사는 차우미를 방으로 데려다 준 뒤 다시 나왔다.

차우미는 약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파우더룸으로 가 잠옷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

나상준이 걱정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오늘 저녁 돌아올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돌아온다면 약을 챙겨주겠지만, 돌아오지 않으면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9시가 지나 있었고 그녀는 씻고 나온 뒤, 책상 앞으로 가 업무를 했다.

사실 그녀는 나상준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했다.

나상준이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우미는 곧 업무 모드로 전환했다.

어두운 밤, 종일 비가 내리던 회성 전체가 맑은 기운으로 차 넘쳤다.

한편, 와인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와인바를 가득 채웠다.

바텐더가 나상준과 하성우 그리고 진현에게 술을 건넸다.

주혜민의 앞에는 과일 주스가 놓여 있었다.

주혜민도 진현을 따라온 것이다.

나상준과 하성우가 도착하기도 전에, 진현과 주혜민이 미리 와 있었다.

하성우는 주혜민의 옆에 앉았다. 그러더니 주혜민의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난 여기 술이 제일 좋더라. 내 취향이야."

하성우가 진현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진현, 오래만이다. 너 여기 술 못 마셔봤지? 이번 기회에 맛 좀 봐."

진현은 주혜민의 옆에 앉아 있었다. 진현은 술잔에 든 술을 전혀 마시지 않고 있었다.

하성우의 말에 미소로 대꾸한 진현이 천천히 술잔을 들었다.

"그래."

하성우와 진현은 잔을 부딪치며 웃었다.

중간에 앉은 주혜민은 주스를 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상준이 자기 곁에 앉기를 바랐으나, 하성우가 들어오자마자 앉는 바람에 나상준은 자연스레 진현의 옆자리에 앉았다.

주혜민과 나상준 사이에 진현이 있었다.

예전처럼.

진현과 하성우가 술을 들이켜자, 나상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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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사람은 어제 일에 대해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처럼 대했다.주혜민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하성우를 불쾌하게 바라보고 있었다.하성우는 주혜민의 눈빛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에게 말조심하라는 듯 못마땅하게 경고하고 있었다.주혜민는 충분히 참고 있었다.하성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큰 소리로 말했다. "혜민 씨, 나 혜민 씨한테 실수한 거 있어? 왜 그렇게 무섭게 노려봐? 아이고, 무서워라!" 하성우가 진현에게 말했다. "진현, 너 솔직히 말해. 네가 혜민 씨 기분 상하게 했어?""남자가 되어서 여자 화나게 하면 안 되지! 여자는 사랑하고 예뻐하라고 있는 건데, 여자가 화나는 건 전부 남자 잘못이라고."주혜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었다. "성우 씨,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더 말하면, 그 입 내가 찢어버릴 거야."주혜민은 정말로 화난 것처럼 보였다.뻔히 자기 때문에 화난 것인데, 돌연 화살을 진현에게 돌리자 주혜민은 하성우에게 더욱 화가 났다.그녀는 일부러 나상준을 자극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나상준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으니, 당연히 신경 쓸 거라고 여겼다. 자기가 다른 남자와 있으면 나상준이 돌아올 줄 알았다.그래서 일부러 진현과 함께 온 것이다. 그에게 질투심을 느끼게 하려고 따라온 것이다.나상준에게 알려주기 위해.그러나 나상준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마치 칼로 마음을 휘저은 것처럼 괴로웠다.하성우가 그녀를 도와 나상준에게 대신 말해주리라 믿었으나, 하성우는 예상 밖의 행동을 했다.그래서 주혜민도 화가 났다.진현은 주혜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차가운 얼굴로 앉아 있는 주혜민의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혜민 씨, 성우가 농담한 거니까 이해해 줘."주혜민의 의도를 진현이 모를 리 없었다.주혜민이 무슨 생각으로 이 자리를 따라왔는지, 진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그럼에도 진현은 그녀를 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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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서 등이 꺼져 있었다. 창밖의 가로등 빛이 어렴풋이 들어와 방안의 어둠을 걷어냈다.선명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보였다.복도의 불빛이 방안에 비쳤고 동시에 센서 등이 켜졌다. 나상준은 책상에 엎드려 자는 차우미가 보였다.잠옷을 입은 그녀는 학생처럼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나상준을 향해 있었다.깊은 잠이 든 차우미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꿈쩍하지 않고 자고 있었다. 평온했다.그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더니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딸각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안으로 들어선 나상준은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책상 앞에 놓인 의자를 들고 와 그녀의 옆에 앉았다.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나상준은 다리를 꼬고 평온하게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어떤 인기척도 내지 않고 눈꺼풀을 움직여 소리 없이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봄날의 바람처럼, 호수의 물결처럼 잔잔하게 일렁거렸다.센서 등이 꺼졌고 침실 안에 정적만 가득했다. 어둠이 방 안에 깃들었다.그는 말없이, 꿈쩍도 하지 않고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차우미를 바라보는 나상준은 편안해 보였다.차우미는 한 번 잠들면 이튿날까지 숙면한다.한밤중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그녀는 깨어나지 않는다.차우미는 나상준 걱정에 좀처럼 편하게 잘 수 없었다.나상준의 술 냄새가 그녀의 코끝에 들어왔고 차우미가 잠에서 깼다.눈꺼풀을 살짝 움직여 천천히 눈을 떴다.그녀의 시야로 어둑어둑한 방 안이 들어왔다. 막 잠에서 깬 그녀는 나상준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쩌면 몽롱한 잠기운에 나상준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그래서 자기 앞에 앉아 있는 나상준을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나 어둠에 점차 적응하면서 그녀의 시야로 나상준이 또렷하게 들어왔다.의자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는 나상준의 어두운 눈빛이 느껴졌다.차우미는 멍한 얼굴로 몇 초간 굳어 있었다.몸을 일으킨 차우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문 밖의 가로등 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나상준이 돌아온 것을 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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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2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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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기를 낚아챈 나상준의 손을 발견한 차우미는 감전된 것처럼 몸을 움츠렸다. 하성우가 그녀의 손을 잡아 강제로 그의 이마에 댔을 때처럼 말이다.혼란스러웠다.그녀는 침착함을 잃고 발목이 삔 것을 잊은 채 황급히 뒷걸음질쳤다.마치 전장에 뛰어든 병사들처럼 비틀거리다가 곧 무게 중심을 잃고 뒤로 자빠지는 것 같았다.차우미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녀의 눈가로 공포가 드러났고 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순간, 그녀의 팔을 낚아챈 나상준은 그녀의 허리를 안아 자기 쪽으로 당겼고, 순식간에 차우미는 나상준에 품에 안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차우미도 어찌할 새가 없이 일어난 일이다.차우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뒤로 자빠지는 줄 알았던 자기가 되려 나상준의 품에 안기게 되자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유연한 그녀의 몸이 그의 가슴팍으로 안겼다. 두 사람은 밀접하게 닿아 있었다.그녀가 자기 품에 안기는 순간, 나상준의 눈빛이 변했다.잠잠했던 바다에 소용돌이가 일어나기라도 한 듯, 더는 평온하지 않았다.고요한 침실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센서 등이 밝아졌다가 꺼지기까지, 방 안의 모든 물건이 다시 잠들기까지 고요함만 감돌았다.차우미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평소의 침착함을 잃고 뛰어댔다. 머리가 뒤죽박죽 뒤엉킨 차우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눈앞을 찾아온 어둠에 슬쩍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며 정신을 차렸다."어... 미안."체온을 재려다가 되려 이상한 꼴이 되었다.그녀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그녀는 사과하며 애써 침착함을 되찾았다.차우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고마워."말을 마친 차우미가 손으로 나상준을 가볍게 밀쳤다. 나상준이 그녀를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더 크게 다쳤을 것이다.신중하게 행동하기로 한 차우미는 그를 세게 밀지 않았다. 가볍게 밀쳤다.계속 부상을 당한 채로 생활할 수 없었다.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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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선주는 이제 차우미 옆자리에는 온이샘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온이샘은 하선주에게 특히 좋은 인상을 남겨서 온이샘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좋아했다.차우미는 워낙 하선주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하선주가 눈치채자, 그냥 자연스럽게 대답하려고 했다.그런데 하선주가 갑자기 온이샘을 얘기할 줄은 몰랐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선배가 아니라 상준 씨랑 같이 가.”“나상준?”하선주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고 얼굴도 일그러졌다.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맑은 하늘에 먹장구름이 낀 것 같았다.“나상준은 왜 너와 같이 있어? 둘이 뭘 하는 거야? 그런데 왜 안평으로 오는 거야? 나씨 가문에 무슨 일 있어?”하선주의 불만이 섞인 말투와 함께 질문들이 쏟아졌다.나상준과 온이샘에 대한 하선주의 태도는 하늘과 땅이었다.이런 하선주의 반응을 차우미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할아버지와 할머니 뵈러 오는 거야.”“...”표정이 굳어진 하선주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우미의 말 한 마디에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분명 나씨 가문의 이혜정이 나상준에게 직접 가서 사과하라고 명령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나씨 가문 이혜정의 일 처리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비교할 수도 없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선주는 마음이 불쾌했다.차우미는 하선주가 비록 말하지 않지만 듣고 있다는 걸 알고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이라도 상준 씨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오는 건 정상적인 일이야. 그러니 화내지 마.”“내가 왜 화를 내? 그리고 화를 낼 필요도 없어. 그냥 안 보면 되지.”하선주가 불쾌함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걸 듣고 차우미는 웃었다.“엄마, 이제 다 지난 일이야. 우리 이혼한 지도 벌써 몇 달 지났잖아. 상준 씨도 나도 이제 모두 각자의 삶이 있으니 두 가문은 예전대로 서로 왕래하면서 지내면 돼.”차우미의 아무렇지 않아하는 말을 듣고 있던 하선주는 순간 바늘에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어렸을 때부터 말도 잘

  • 봄날   제939화

    “짐은 저 주세요.”나상준의 아무런 감정도, 온도도 없는 목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에 들렸는데 봄날 같은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졌다.온이샘은 시선을 살짝 돌려 나상준을 보았는데 나상준도 아무런 흔들림 없는 깊은 눈동자 온이샘을 보고 있었다.나상준은 지금 아주 담담하게 온이샘이 반드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차우미의 캐리어는 이제 나상준에게 넘겨줘야 했기에 온이샘은 캐리어를 잡았던 손에 힘을 꽉 주었다가 바로 풀고 나상준에게 넘겼다.차우미가 말했다.“내가 하면 돼.”그녀가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지만 이미 늦었다.차우미가 손을 뻗었을 때 골격이 분명한 손이 이미 캐리어를 잡고 자기 앞으로 가져갔다.나상준이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가자.”차우미는 허공에 있는 손을 거두며 캐리어를 잡은 나상준의 손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온이샘을 향해 말했다.“선배, 우리 안평에서 봐.”온이샘도 부드러운 미소로 대답했다.“그래, 안평에서 보자.”그리고 차우미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온이샘은 그 자리에 서서 가냘픈 몸매가 자신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키 크고 분위기가 차가운 남자도 보이자,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차우미가 다른 남자와 함께 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다른 남자와 함께 그를 멀리 떠나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온이샘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억지로 이성을 회복했다.그는 온평에 가서 차우미를 만나면 마음속의 말을 모두 할 건데 그녀만 좋다면 온이샘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차우미와 나상준은 대기실을 떠나 VIP 라운지로 갔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서둘러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었다.때문에 두 사람은 라운지의 휴식 구에 가서 앉았다.그러자 직원이 차와 디저트를 가져왔고 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더니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나상준을 보며 말했다.“나가서 전화하고 올게.”나상준은 여전히 간단하게 알았다고 했다.차우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

  • 봄날   제938화

    하얀 셔츠, 연한 캐주얼 바지, 뼛속에서부터 뿜어 나오는 좋은 가정 교양과 준수하고 우아한 얼굴은 대기실의 밝은 조명을 받아 더욱더 환하고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나상준은 눈동자를 살짝 움직이더니 서두르지 않고 평온한 속도로 걸어갔다.“다 됐어?”모두가 한곳에 모여 발걸음을 멈추자마자 온이샘이 먼저 말했다.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응. 선배 이제 캐리어는 나 줘.”온이샘이 뭔지 몰라 흠칫하더니 말했다.“괜찮아. 내가 들게.”“그게 아니라, 선배, 우리 탑승구가 달라.”온이샘 얼굴에 있던 부드러운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탑승구가 다르다고?’그는 머릿속으로 차우미가 나타나던 방향을 생각하더니 그제야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깨달았다.사실 온이샘은 비행기 탈 때 보통 퍼스트 클래스가 아닌 이코노미석을 타고 다녔다.가끔 중요하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만 퍼스트 클래스를 선택할 뿐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코노미석이 익숙했기에 오늘도 습관적으로 티켓팅을 할 때 이코노미석을 예약한 것이다.하지만 나상준은 달랐다. 그는 지위와 신분 때문에 매번 퍼스트 클래스를 타야 했는데 따라서 차우미도 그와 함께 다닐 때마다 자연스럽게 퍼스트 클래스를 탔다.그런데 온이샘은 오늘 티켓을 예매할 때 이 부분을 놓친 것이다.온이샘은 잠깐 생각하더니 곧바로 말했다.“잠깐만, 나도 좌석 업그레이드하면 돼.”말을 마치고 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서 좌석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이코노미석인 줄 알고 있었는데 만약 차우미가 퍼스트 클래스인 줄 알았다면 진작에 퍼스트 클래스를 샀을 것이다.조금 전에 차우미는 온이샘의 표정을 보고 있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온이샘이 먼저 말을 하는 바람에 차우미는 하려던 말을 하지 못했다.지금 온이샘의 행동을 보며 차우미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온이샘의 선택을 간섭할 권리가 없다는 생각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 옆

  • 봄날   제937화

    여가현과 통화를 마친 온이샘의 눈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거기에는 굳은 의지도 담겨 있었다.여가현의 말을 듣고 그는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다. 원래 차우미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었는데 지금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나상준이 차우미 옆에 있다고 해도 이제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그 순간 가슴속으로부터 무한한 힘이 솟구쳤는데 온이샘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차우미가 자신을 인정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이다.같은 시각, 공항 로비에서 나상준은 곧장 VIP 게이트로 향했는데 차우미는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 가다가 가는 방향이 VIP 게이트인 것을 보고 무언가 떠올렸다.온이샘이 구매한 항공권은 퍼스트 클래스가 아닌 이코노미석이어서 그녀에게 보낸 사진도 일반 대기실이지 VIP 라운지가 아니었다.차우미는 그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멈추고 옆에 있는 나상준을 불렀다.“상준 씨.”나상준은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서 발 폭이 차우미보다 컸지만, 앞에서 걷지 않고 차우미의 속도를 맞춰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차우미가 발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고 그도 멈추고 대답했다.“응.”차우미가 말했다.“선배는 이코노미석이어서 일반 대기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조금 전에 보내온 사진에서 봤는데 일반 탑승구였어. 상준 씨는 먼저 VIP 라운지에 가 있어. 나는 선배한테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갈게.”VIP 라운지와 일반 탑승구가 다르기에 나상준은 그녀와 같이 갈 필요가 없었다.“그럴 필요 없어.”“응?”“같이 가자.”말을 마치고 나상준은 먼저 출발했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가 서둘러 그를 쫓아가며 말했다.“같이 안 가도 돼. 먼저 라운지에 가서 휴식도 하고 일도 해. 나랑 다니며 시간 낭비하지 말고.”나상준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러자 차우미도 따라서 발걸음을 멈추고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도 같이 가면 안 돼?”차우미는 당황하며 말했다.“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나는 그냥...”“

  • 봄날   제936화

    온이샘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알았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서흔이에게 전화해.”“그래.”그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여가현이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강서흔에게 건네자, 강서흔이 곧바로 물었다.“어때? 잘 된 거야?”여가현은 강서흔의 금방이라도 신랑이 되고 싶어 하는 간절한 표정을 보고 물 한 컵을 가져다 마시며 말했다.“뭐가 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강서흔의 흥분했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왜 아직이야? 너무 느린 거 아니야? 나였다면 진작에...”말이 끝나기 전에 강서흔은 즉시 멈추고 조심스럽게 여가현을 바라보았다.여가현은 물컵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며 헛기침을 두 번 하고 물었다.“진작에 뭐?”여가현의 헛기침 소리에 강서흔은 순간 가슴이 섬뜩했는데 그녀의 웃는 듯 웃지 않는 듯한 표정은 너무 무서웠다.강서흔은 무의식적으로 장난이라는 듯 웃으며 주제를 바꾸려고 했지만 여가현이 꼼짝하지 않고 자기를 바라보는 눈빛에 즉시 생각을 접고 몸을 움츠리며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속삭였다.“나였다면 진작에 덮쳤을 거라고. 나는 네가 동의를 하든 안 하든 무조건 너와 함께할 거야.”여가현은 웃었다.“우미가 나인 줄 알아? 미리 말하는데 우미는 절대 나처럼 양보하고 굽히지 않을 거야. 나상준 씨 어머니도 비록 좋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우미를 괴롭히지는 못했어. 우미와 나상준의 이혼도 나상준 씨 어머니와는 아무 관련이 없이 오로지 우미의 뜻이었어. 우미가 한 번 결정하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거야. 마찬가지로 우미는 한 번 이혼한 사람을 절대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는 거야. 때문에 절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선택할 거야.”강서흔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두 사람이 다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가현의 기분은 늘 변덕스러웠다.예를 들어 조금 전에 온이샘과 통화할 때는 태도가 좋더니 지금 강서흔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사실 여가현의 마음에 여전히 불만이 있었는데 수년간 쌓인

  • 봄날   제935화

    그들은 모두 성인이고 몇 년간의 사회 경험도 있기에 어떤 일은 상세하게 말하지 않고 몇 마디 간단한 말로도 충분히 이해한다.온이샘은 조금 전에 여가현의 말을 듣는 순간 따뜻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얼어붙었었는데 지금 여가현의 말을 듣더니 다시 따뜻해지더니 심지어 뜨거워졌다.그는 눈에 불을 켜고 휴대폰을 꼭 잡으며 마음속의 희열을 억누르며 물었다.“그러니까 우미는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거지?”여가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맞아. 우미도 선배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기에 함께하고 싶어 해. 우미가 눈이 멀지 않은 한 당연히 선배를 선택하지 않겠어?”그렇다, 눈이 멀지 않은 한 누군들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17살 어린 소녀도 아니고 사회생활도 해봤고 또 결혼 생활도 해봤기에 차우미는 모든 방면에서 충분히 성숙하였다.온이샘과 같은 훌륭한 남자가 좋아한다고 하는데 싫어하면 그게 이상한 거다.온이샘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웃었다. 그는 초승달 같은 눈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얼굴에 기쁨과 만족이 가득했다.공항의 불빛은 줄곧 온이샘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가 웃는 순간 검은 구름이 사라지고 달빛이 내리쬐듯 눈부셨다.온이샘의 미모는 나상준과 완전히 달랐다.한 명은 빙산에서 사는 것 같고 다른 한 명은 계곡에서 사는 것 같았다.그들은 각자 모두 훌륭했다.여가현은 온이샘이 웃음소리를 듣고는 같이 웃으며 긴장을 풀었다.“선배, 너무 일찍 기뻐하지는 마. 우미가 선배를 선택했다고 해도 결혼까지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우미가 선배를 선택한 것은 지극히 정상이겠지만 마찬가지로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 역시 정상인 거야. 그러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온이샘이 웃기 전에 여가현은 두 사람 때문에 엄청나게 긴장하고 걱정했는데 온이샘의 웃음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홀가분해졌다.한 사람은 선택하려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녀의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기에 어찌 됐든 여가현은 두 사람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

  • 봄날   제934화

    여가현은 나상준에 대한 인상이 줄곧 좋지 않았다.하지만 예전에 두 사람이 부부로 사는 동안 그녀는 그들의 생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그런데 차우미가 결혼 3년 동안 나상준과 한 번도 제대로 된 부부생활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폭발했다.여가현은 그럴 거면 혼자 살지 왜 결혼했냐고 엄청나게 화를 냈었다.결혼해서 와이프로 맞이해 놓고 3년 동안 장식처럼 둘 거면 왜 젊은 여인의 청춘 시절을 짓밟은 건지 정말 화가 났다.만약 조용하게 이혼하고 다시 시작하기를 바라는 차우미만 아니었다면 여가현은 반드시 나상준을 따끔하게 혼을 내줬을 것이다.어찌 됐든 차우미가 이제라도 이혼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을 떠나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었다.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도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여가현은 아무리 나상준에 대해 불만이 많아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그런데 이혼 후에도 나상준이 계속 차우미 주변에 얼씬할 줄을 몰랐다.아이를 내세워서 함께 하려고 하더니 이젠 또 차우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핑계까지 어이가 없었다.‘할 일이 없는 거야? 아니면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그것도 아니면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려는 건가?’어떤 이유로든 여가현은 나상준이 차우미의 옆에 있다는 말에 불쾌해서 욕을 퍼붓고 싶었다.그렇지 않아도 며칠 동안 나상준을 조사해 봤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아 불만이고 화가 치밀어 올라 있었다.온이샘은 휴대폰으로 여가현의 분노와 불만을 들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나상준이 차우미 옆에 자주 나타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온이샘도 남자이기에 당사자인 차우미는 몰라도 나상준이 차우미에 대한 마음을 그는 모를 리가 없었다.다만 차우미가 나상준을 대할 때 일정한 거리감을 두고 아무런 남녀 사이의 감정이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만약 차우미가 나상준이 자신에게 감정이 있는 줄 안다면 절대 조금 전처럼 침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 봄날   제933화

    사실 여가현은 아침에 차우미와의 전화를 끊은 다음 바로 온이샘에게 전화해서 차우미의 생각을 알리고 싶었지만 참았다.왜냐하면 차우미의 말이 맞고 또 그녀의 지금 상황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차우미를 원하면 그녀의 과거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온이샘이 아무리 훌륭해도 많은 일들을 상대로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차우미가 했던 말은 현재 두 사람 앞에 있는 강이고 시험이다. 두 사람이 그 강을 건널 수 있는지가 이제 결과를 결정할 것이다.만약 무난하게 강을 건널 수 있다면 아무 문제 없이 잘 된 것이고 그럴 수 없다면 지금 시작하기 전에 멈추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다.때문에 여가현은 전화하지 않고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도전에 직면하여 그 험난한 도전을 이겨냈으면 했다.그래야 결과가 어떻든지 모두 후회가 없을 것이다.다만 반나절이 지났는데 차우미의 전화가 없고 또 온이샘도 강서흔에게 전화하지 않으니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강서흔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조를 때 바로 동의했다.식당에 도착해서 여가현은 모든 것을 강서흔에게 알려주어 온이샘에게 전화해서 현재 상황을 물어보도록 유도했다.여가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신중한 표정으로 온이샘에게 물었다.사실 여가현은 마음속으로 온이샘이 모든 걸 이겨내고 차우미와 함께 할 것을 바랐고 또 그렇게 될 거라고 온이샘을 믿었다.그리고 차우미가 온이샘과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굳게 믿었다.온이샘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여가현의 신중한 목소리를 듣고 손에 힘을 주었다.“나 지금 공항에 있어.”“공항? 안평으로 돌아가는 거야? 우미는 안 만났어?”여가현은 온이샘이 공항에 있다는 말을 듣고 뭔가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했다.‘설마 선배가 포기한 건가?’순간 여가현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온이샘은 여가현의 말에서 무언가 어렴풋이 짐작하며 가슴을 조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그는 침착한 표정과 말투를 유지하며 말했다.

  • 봄날   제932화

    아침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더니 온이샘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야, 너 웬일이야? 괜찮은 거야? 별일 없어?”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무슨 큰 일이라도 생긴 듯한 강서흔의 다급한 목소리에 온이샘은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온이샘은 비록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뭐가? 별일이라니? 무슨 소리야?”강서흔의 목소리는 아침보다 더 다급하고 또 걱정과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분명 작지 않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강서흔은 온이샘의 말투가 지극히 평온한 걸 느끼고는 계속해서 말했다.“무슨 일이야? 설마 우미가 너에게 아직 얘기하지 않았어?”차우미라는 말에 온이샘은 가슴을 조이며 휴대폰을 꼭 잡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우미가 뭘 말해야 하는데?”“뭘 말하냐고?”온이샘의 질문에 강서흔은 입을 벌리고 옆에 있는 여가현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강서흔은 지금 여가현과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여가현이 오전에 줄곧 바빠서 지금에야 점심을 먹게 되었다.워낙 여가현은 모든 일을 끝내고 식사하려고 했지만 강서흔이 일을 못 하게 하고 먼저 식사를 하자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일을 잠시 멈추었다.강서흔은 늘 여가현을 상대로 떼를 잘 썼지만 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시작하자마자 여기현이 항복해서 그는 깜짝 놀랐다.사실 여가현에게 혼날 각오까지 했었는데 너무 쉽게 통과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하여 그는 여가현이 또 마음을 바꾸기 전에 서둘러 그녀를 데리고 식사하러 나갔고 좋은 말들만 골라서 했다.하지만 여기현은 안색이 좋지 않고 무언가를 생각하며 계속 미간을 찌푸렸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강서흔은 여가현이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줄 알고 기쁘게 해주려고 애를 썼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가현은 강서흔을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제지하지도 않고 그렇게 식당으로 가서 주문만 하고는 계속 생각에 잠겼다.강서흔은 여가현이 기쁜 마음으로 식사하도록 노력했다.그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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