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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나상준은 술잔을 들고 묵묵히 술을 들이켤 뿐, 그녀를 쳐다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실 나상준은 진현과 하성우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마치 동떨어진 세상에 사는 것처럼 굴었다.

주혜민이 주먹을 꽉 쥐더니 가방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상준이 신경 써주길 바랐다, 자기가 진현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알리고 싶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상준이라고 그에게 직접 알려주고 싶었다.

자기를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상준의 지금 태도가 그녀의 화를 돋웠다.

그녀도 성격이 있었다.

진현은 자리에 앉아 나가는 주혜민을 쳐다보았다. 따라가지 않았다.

다만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따라가."

하성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진현을 쳐다보았다.

전화를 끊은 진현에게 하성우가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네가 쫓아갈 줄 알았는데."

진현이 피식하고 웃었다.

"전에나 그랬지."

하성우의 눈길이 무의식 적으로 진현의 다리로 향했다.

하지만 아주 빠르게 시선을 거두었다.

마치 쳐다보지 않았던 것처럼.

주혜민이 가버리자, 하성우가 진현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현의 술잔에 자기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드디어 어떻게 여자를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구나. 여자는 자기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싫어한다고, 순애보처럼 굴다간 영원히 널 신경 쓰지 않았을 거야."

하성우는 연애에 아주 능숙했다, 그가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진현이 웃으면서 술잔을 살짝 부딪쳤다.

술 한 모금을 마신 뒤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아."

나상준이 시선을 술잔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술잔의 입구를 따라 돌 뿐, 술을 마시지 않았다.

나상준이 고개를 돌렸다.

"귀국하기로 한 거야?"

하성우가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

"귀국하기로 했다니? 이미 여기 와 있잖아."

하성우는 나상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진현은 알아차렸다.

"그래."

"외국에서 오래 살았더니 이젠 슬슬 지겹네."

하성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마침내 알아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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