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봄날 / 제227화

공유

제227화

작가: 유리
나상준은 술잔을 들고 묵묵히 술을 들이켤 뿐, 그녀를 쳐다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실 나상준은 진현과 하성우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마치 동떨어진 세상에 사는 것처럼 굴었다.

주혜민이 주먹을 꽉 쥐더니 가방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상준이 신경 써주길 바랐다, 자기가 진현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알리고 싶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상준이라고 그에게 직접 알려주고 싶었다.

자기를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상준의 지금 태도가 그녀의 화를 돋웠다.

그녀도 성격이 있었다.

진현은 자리에 앉아 나가는 주혜민을 쳐다보았다. 따라가지 않았다.

다만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따라가."

하성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진현을 쳐다보았다.

전화를 끊은 진현에게 하성우가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네가 쫓아갈 줄 알았는데."

진현이 피식하고 웃었다.

"전에나 그랬지."

하성우의 눈길이 무의식 적으로 진현의 다리로 향했다.

하지만 아주 빠르게 시선을 거두었다.

마치 쳐다보지 않았던 것처럼.

주혜민이 가버리자, 하성우가 진현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현의 술잔에 자기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드디어 어떻게 여자를 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구나. 여자는 자기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싫어한다고, 순애보처럼 굴다간 영원히 널 신경 쓰지 않았을 거야."

하성우는 연애에 아주 능숙했다, 그가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진현이 웃으면서 술잔을 살짝 부딪쳤다.

술 한 모금을 마신 뒤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아."

나상준이 시선을 술잔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술잔의 입구를 따라 돌 뿐, 술을 마시지 않았다.

나상준이 고개를 돌렸다.

"귀국하기로 한 거야?"

하성우가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

"귀국하기로 했다니? 이미 여기 와 있잖아."

하성우는 나상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진현은 알아차렸다.

"그래."

"외국에서 오래 살았더니 이젠 슬슬 지겹네."

하성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마침내 알아차렸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봄날   제228화

    바깥이 어두워졌다. 하성우는 만취 상태였다. 진현이 운전기사를 불러 하성우를 차에 태워 보냈다.진현과 나상준은 아직 멀쩡했다.두 사람은 와인바 밖에서 고요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준아, 네가 혜민 씨 이해 좀 해줘. 그녀도 시간이 필요해."그의 말에 나상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진현, 넌 그 여자가 어떤 행동을 해도 용서하겠지만 난 달라.""전에는 상관없었는데, 지금은 달라, 나도 한계가 있어."진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알겠어."예전에는 주혜민이 어떤 행동을 하든 나상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변했다.나상준은 신경 쓰이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주혜민이 자기 마음대로 설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좋아하는 사람이 각자 있는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항상 지켜볼게."나상준은 차에 올라탔고, 차가 빠르게 떠났다.진현은 자리에 서서 어둠 속으로 사라진 차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진현은 예전에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나상준은 백미러로 진현을 바라보았다. 진현은 전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다시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는 나상준의 눈빛이 어둡게 변해 있었다.한편, 호텔.차우미는 여전히 일하고 있었다. 가끔 졸기도 했지만,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연거푸 하품해댔고 결국 차우미는 책을 덮었다.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자 어느새 12시가 넘었다.또다시 하품한 그녀는 시선을 돌려 바깥을 내다보았다. 고요한 어둠이 깃든 밤, 오가는 차들도 없어 한없이 조용했다.그녀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그녀는 다시 시선을 돌려 일을 하려 했다.하지만 또다시 하품했고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눈앞이 흐려졌다. 차우미는 휴지로 눈가를 닦았고 더는 일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졸음이 몰려왔다.한참 고민하던 그녀는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나상준이

  • 봄날   제229화

    센서 등이 꺼져 있었다. 창밖의 가로등 빛이 어렴풋이 들어와 방안의 어둠을 걷어냈다.선명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보였다.복도의 불빛이 방안에 비쳤고 동시에 센서 등이 켜졌다. 나상준은 책상에 엎드려 자는 차우미가 보였다.잠옷을 입은 그녀는 학생처럼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나상준을 향해 있었다.깊은 잠이 든 차우미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도 꿈쩍하지 않고 자고 있었다. 평온했다.그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더니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딸각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안으로 들어선 나상준은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책상 앞에 놓인 의자를 들고 와 그녀의 옆에 앉았다.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나상준은 다리를 꼬고 평온하게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어떤 인기척도 내지 않고 눈꺼풀을 움직여 소리 없이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봄날의 바람처럼, 호수의 물결처럼 잔잔하게 일렁거렸다.센서 등이 꺼졌고 침실 안에 정적만 가득했다. 어둠이 방 안에 깃들었다.그는 말없이, 꿈쩍도 하지 않고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차우미를 바라보는 나상준은 편안해 보였다.차우미는 한 번 잠들면 이튿날까지 숙면한다.한밤중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그녀는 깨어나지 않는다.차우미는 나상준 걱정에 좀처럼 편하게 잘 수 없었다.나상준의 술 냄새가 그녀의 코끝에 들어왔고 차우미가 잠에서 깼다.눈꺼풀을 살짝 움직여 천천히 눈을 떴다.그녀의 시야로 어둑어둑한 방 안이 들어왔다. 막 잠에서 깬 그녀는 나상준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쩌면 몽롱한 잠기운에 나상준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그래서 자기 앞에 앉아 있는 나상준을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나 어둠에 점차 적응하면서 그녀의 시야로 나상준이 또렷하게 들어왔다.의자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는 나상준의 어두운 눈빛이 느껴졌다.차우미는 멍한 얼굴로 몇 초간 굳어 있었다.몸을 일으킨 차우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문 밖의 가로등 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나상준이 돌아온 것을 그제야

  • 봄날   제230화

    평소대로라면 그녀는 자리에 앉아 나상준을 기다렸을 것이다.나상준은 여전히 낮에 빗물에 젖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약을 옆에 올려두고 물을 컵에 따랐다.나상준이 문을 열어 배달원이 건넨 물건을 받고 문을 다시 닫았다.나상준은 얌전히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방안의 불빛이 그녀를 환하게 비추었다.긴 머리를 늘어뜨린 차우미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집합한 것처럼 눈부셨다.나상준은 말없이 자리에서 서서 그녀를 눈 안에 담았다.그의 심장이 빠르게, 세차게 뛰었다.손가락을 오므리고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차우미를 기다란 그림자가 덮었다."이것부터 마셔, 가루약이야."그녀가 약을 푼 컵을 나상준에게 건넸다.하지만 몸을 돌리고 나서야, 나상준과 발끝 정도 닿을 거리에 가까이 선 것을 알아차렸다.차우미는 멍하게 굳었다.나상준이 시선을 내리깔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차우미의 놀란 기색이 그녀의 얼굴에 뚜렷하게 티 났다.나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건넨 컵을 받아 컵 안에 든 약을 먹었다.차우미가 속눈썹을 내리깔고 의식적으로 뒷걸음질쳤다.너무 가까워 오히려 불편했다.그의 손에 들린 물건을 발견한 차우미가 말했다. "줘."그가 건네준 쇼핑백에서 체온계를 꺼냈다.설명서를 따로 보지 않아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있다.그녀는 간단히 조작한 뒤 나상준을 쳐다보았다. "열 나는지, 안 나는지 몰라서 샀어. 체온부터 체크해.""음."나상준이 컵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이마에 체온계를 대기 위해 발꿈치를 살짝 들었다. 나상준은 그녀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그래서 발꿈치를 들어야 했다.그러자, 나상준이 그녀를 향해 몸을 숙였다. 덕분에 수월하게 체온을 잴 수 있게 되었다.순간, 두 사람이 가까워졌다. 눈을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에 호흡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그녀의 얼굴로 나상준의 술 냄새가 풍겨왔다.차우미는 살짝 당황했다. 몸이

  • 봄날   제231화

    차우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기를 낚아챈 나상준의 손을 발견한 차우미는 감전된 것처럼 몸을 움츠렸다. 하성우가 그녀의 손을 잡아 강제로 그의 이마에 댔을 때처럼 말이다.혼란스러웠다.그녀는 침착함을 잃고 발목이 삔 것을 잊은 채 황급히 뒷걸음질쳤다.마치 전장에 뛰어든 병사들처럼 비틀거리다가 곧 무게 중심을 잃고 뒤로 자빠지는 것 같았다.차우미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녀의 눈가로 공포가 드러났고 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순간, 그녀의 팔을 낚아챈 나상준은 그녀의 허리를 안아 자기 쪽으로 당겼고, 순식간에 차우미는 나상준에 품에 안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차우미도 어찌할 새가 없이 일어난 일이다.차우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뒤로 자빠지는 줄 알았던 자기가 되려 나상준의 품에 안기게 되자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유연한 그녀의 몸이 그의 가슴팍으로 안겼다. 두 사람은 밀접하게 닿아 있었다.그녀가 자기 품에 안기는 순간, 나상준의 눈빛이 변했다.잠잠했던 바다에 소용돌이가 일어나기라도 한 듯, 더는 평온하지 않았다.고요한 침실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센서 등이 밝아졌다가 꺼지기까지, 방 안의 모든 물건이 다시 잠들기까지 고요함만 감돌았다.차우미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평소의 침착함을 잃고 뛰어댔다. 머리가 뒤죽박죽 뒤엉킨 차우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눈앞을 찾아온 어둠에 슬쩍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며 정신을 차렸다."어... 미안."체온을 재려다가 되려 이상한 꼴이 되었다.그녀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그녀는 사과하며 애써 침착함을 되찾았다.차우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고마워."말을 마친 차우미가 손으로 나상준을 가볍게 밀쳤다. 나상준이 그녀를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더 크게 다쳤을 것이다.신중하게 행동하기로 한 차우미는 그를 세게 밀지 않았다. 가볍게 밀쳤다.계속 부상을 당한 채로 생활할 수 없었다.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 봄날   제232화

    나상준은 매우 세심했다, 차우미도 그에게 고마웠다.몸을 살짝 뒤로 움직인 차우미는 자리에 똑바로 서 있었다. 나상준의 팔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그녀는 나상준의 품에서 시종일관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가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자 나상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차우미가 멍한 눈길로 나상준을 쳐다보았다. 나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붙잡아 부축하려 했다. "잡아."차우미는 그제야 뒤에 있는 테이블을 의식적으로 잡았다. 그제야 나상준이 팔을 거두었다. 차우미가 바닥에 안전히 서고 나서야 마음을 내려놓은 것이다.불은 여전히 켜지지 않았다. 나상준은 불을 켜기 위해 움직였다. 어두컴컴한 방이 밝아졌다.차우미가 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런데 나상준이 갑자기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혀버렸다. 차우미는 아무 반응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양 옆을 받치고 몸을 숙여 그녀에게 다가갔다. "체온."나상준의 야릇한 자세는 마치 당장에라도 그녀에게 뽀뽀라도 할 기세 같았다. 그러나 나상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 밖의 말이다. 차우미는 더는 예민하게 움츠러들지 않았다.자기가 다시 넘어질까 봐 걱정되어 나상준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차우미는 정신을 가다듬었다.손에 꼭 쥐고 있던 체온계를 그의 이마에 대고 눌렀다.띡-기계음이 울렸고 체온계에 36.8이라는 수치가 명확하게 떴다."36.8도야, 열 안나." 차우미가 미소 지었다.다행이라 여기며 환하게 웃었다.나상준이 눈을 떴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앞으로 불현듯 거실에서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그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녀의 뒤로 춘란 한 그루가 있었다.차우미는 춘란 앞에 서서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쿵, 쿵, 쿵...심장 박동 소리가 그의 명치를 때렸다. 세게 부딪치면서 그의 울대까지 진동이 느껴졌다."응."나상준은 후회되었다...

  • 봄날   제233화

    진현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온화한 그의 눈빛에는 그녀를 향한 애정으로 가득했다. "혜민아, 난 상준이가 아니야.""너도 알고 있잖아."순간, 주혜민이 억눌렀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래, 당신은 나상준이 아니야. 당신은..."그녀는 나상준이 진현처럼 그녀를 따듯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주혜민은 다시 술병을 들어 입에 술을 털어 넣었다. 그녀의 마음은 상처로 곪았다.진현은 눈물을 흘리는 주혜민을 바라보다가 휴지를 들어 그녀의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혜민아, 그만 내려놔."순간, 술을 마시던 주혜민의 행동이 멈추었다.고개를 돌려 실눈을 뜨고 진현을 쳐다보았다.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이 온대 간대 사라졌다. 차가운 모습만 남아 있었다. "내려 놓으라니? 진현, 무슨 뜻이야?"급격히 표정이 변한 주혜민 때문에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던 진현도 손을 거두고 그녀를 마주 보았다. "남자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랑 같이 있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잠자리 가지고 싶어해. 그 여자랑 결혼하고 싶고, 평생을 살고 싶어하지.""그런데 상준이는...""닥쳐!"주혜민은 진현의 말을 중도에 끊어버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주혜민이 문을 가리키며 분노했다. "꺼져."진현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예상이라도 한 듯 놀라지 않았다.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찍 쉬어."진현은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린 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주혜민은 방문이 닫힐 때까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손에 든 병을 바닥에 힘껏 내리쳤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술병이 산산이 조각났다.방문을 노려보는 주혜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몸과 마음에 화가 차올라 당장에라도 그녀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좋아하는 여자랑 함께 있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잠자리를 갖고 싶은 게 남자라고? 결혼하고 평생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허. 나상준이 그 여자랑 결혼한 이유가 그녀를 사랑해서라고? 그녀를 사랑하는데, 왜 3년간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은 거지?

  • 봄날   제234화

    사람들을 이끌고 회성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머러스하게 해설하는 하성우 덕분에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3일은 지날 것이다. 그러면 첫 번째 단계의 작업이 끝난다.하성우는 사람들에게 휴식할 시간도 줄 겸, 하루 동안 회성의 유명한 거리와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회성의 현대 문화를 느끼게 했다.차우미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발목이 다 나아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며칠동안 나상준이 안아주고 돌봐준 덕분에 그녀의 발목이 아주 빠르게 회복되었다.하지만 병원에 가서 재검을 꼭 받아야 했다.그날이 바로 오늘이다.미리 진료 예약을 해뒀다.차우미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쯤, 아침 러닝을 끝내고 돌아온 나상준이다. 두 사람은 아침 식사를 한 뒤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두 사람은 아주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했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발목을 삔 자기 때문에 나상준은 아무것도 못하고 그녀만 케어했다고 여긴 차우미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그녀를 돌보기 위해 그녀의 모든 일정에 동행했다.그래서 그녀도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상준을 도울 수 있는 한 뭐라도 하고 싶었다.예를 들면, 드라이클리닝을 한 그의 옷을 챙겨 파우더룸에 정리를 한다든가, 그가 달리기하고 돌아오기 전에 그녀는 그가 목욕 후 입을 옷을 파우더룸 상단에 정리해 놓는다든지... 이렇게 하면 그가 목욕 후 바로 입을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마치 혼인 기간에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던 것처럼.차우미는 받은 것이 있으면 돌려줘야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나상준이 그녀를 돌봐줬으니, 그녀도 나상준을 도와야 했다.나상준이 돌아왔을 땐, 차우미는 책상 앞에 앉아 일하고 있었다.그는 창문 앞에 앉아 일하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욕실로 가서 목욕하고 곧바로 파우더룸으로 가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옷을 가져다 입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파우더룸에 들어간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컵에 따듯한 물을 따라 탁자 위에 올려놓았

  • 봄날   제235화

    나상준은 방안에서 통화했다. 덕분에 차우미도 그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었다. 한 공간에서 못 듣는 게 더 어려웠다.통화 소리에 차우미는 멈칫하더니, 다시 일에 집중했다.나상준도 이젠 자기 업무에 복귀할 때가 되었다.차우미도 정리를 한 뒤, 두 사람이 호텔로 나와 아침을 먹고 병원으로 향했다."회복이 잘 되었네요. 다시 삐끗하지 않는 이상, 별문제 없을 겁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완쾌 정도를 살핀 뒤 나상준이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따로 주의 해야 할 게 있나요?""네, 회복이 잘 되고 있지만, 장시간 보행은 아직 안 됩니다. 특히 고르지 못한 곳은 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다시 삐지 않게 주의하시고요.""알겠습니다."검사를 맞힌 두 사람은 L 거리로 향했다.차우미가 검진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미리 집합했다. 차에 오른 뒤, 나상준은 하성우에게 연락해 구체적인 위치를 알아냈다. "L 거리 동문으로 가.""네."운전기사가 나상준이 말한 곳으로 향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전화를 받고 바로 공항으로 갈 줄 알았다.그러나 나상준은 그녀와 동행했다.어쩌면 그녀를 하성우에게 데려다 준 뒤 공항으로 갈지 모른다고 여겼다.병원에서 L 거리까지 거리가 있었다. 아침 시간이라 차가 막혀 도착하는 데 30분이 걸렸다.나상준과 차우미가 차에서 내렸다. 광장에 모여 조각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하성우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차우미와 나상준이 도착한 것을 발견한 하성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기 두 분도 도착하셨네요."그의 말에 사람들도 시선을 돌렸고 두 사람을 발견했다.특히 진정국이 유난히 반가워했다.며칠 간, 그는 나상준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차우미가 발을 다치는 바람에 나상준이 곁에서 그녀를 보살폈다. 그녀의 발이 바닥에 닿지 않게 하려고 항상 안고 다녔고 귀찮거나,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아주 보기 드문 광경이다.나상준 같은 지위에 있으면 저런 일을 굳이 자기가 할 필요 없었다

최신 챕터

  • 봄날   제956화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 봄날   제955화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