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이끌고 회성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머러스하게 해설하는 하성우 덕분에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3일은 지날 것이다. 그러면 첫 번째 단계의 작업이 끝난다.하성우는 사람들에게 휴식할 시간도 줄 겸, 하루 동안 회성의 유명한 거리와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회성의 현대 문화를 느끼게 했다.차우미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발목이 다 나아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며칠동안 나상준이 안아주고 돌봐준 덕분에 그녀의 발목이 아주 빠르게 회복되었다.하지만 병원에 가서 재검을 꼭 받아야 했다.그날이 바로 오늘이다.미리 진료 예약을 해뒀다.차우미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쯤, 아침 러닝을 끝내고 돌아온 나상준이다. 두 사람은 아침 식사를 한 뒤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두 사람은 아주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했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발목을 삔 자기 때문에 나상준은 아무것도 못하고 그녀만 케어했다고 여긴 차우미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그녀를 돌보기 위해 그녀의 모든 일정에 동행했다.그래서 그녀도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상준을 도울 수 있는 한 뭐라도 하고 싶었다.예를 들면, 드라이클리닝을 한 그의 옷을 챙겨 파우더룸에 정리를 한다든가, 그가 달리기하고 돌아오기 전에 그녀는 그가 목욕 후 입을 옷을 파우더룸 상단에 정리해 놓는다든지... 이렇게 하면 그가 목욕 후 바로 입을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마치 혼인 기간에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던 것처럼.차우미는 받은 것이 있으면 돌려줘야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나상준이 그녀를 돌봐줬으니, 그녀도 나상준을 도와야 했다.나상준이 돌아왔을 땐, 차우미는 책상 앞에 앉아 일하고 있었다.그는 창문 앞에 앉아 일하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욕실로 가서 목욕하고 곧바로 파우더룸으로 가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옷을 가져다 입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파우더룸에 들어간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컵에 따듯한 물을 따라 탁자 위에 올려놓았
나상준은 방안에서 통화했다. 덕분에 차우미도 그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었다. 한 공간에서 못 듣는 게 더 어려웠다.통화 소리에 차우미는 멈칫하더니, 다시 일에 집중했다.나상준도 이젠 자기 업무에 복귀할 때가 되었다.차우미도 정리를 한 뒤, 두 사람이 호텔로 나와 아침을 먹고 병원으로 향했다."회복이 잘 되었네요. 다시 삐끗하지 않는 이상, 별문제 없을 겁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완쾌 정도를 살핀 뒤 나상준이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따로 주의 해야 할 게 있나요?""네, 회복이 잘 되고 있지만, 장시간 보행은 아직 안 됩니다. 특히 고르지 못한 곳은 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다시 삐지 않게 주의하시고요.""알겠습니다."검사를 맞힌 두 사람은 L 거리로 향했다.차우미가 검진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미리 집합했다. 차에 오른 뒤, 나상준은 하성우에게 연락해 구체적인 위치를 알아냈다. "L 거리 동문으로 가.""네."운전기사가 나상준이 말한 곳으로 향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전화를 받고 바로 공항으로 갈 줄 알았다.그러나 나상준은 그녀와 동행했다.어쩌면 그녀를 하성우에게 데려다 준 뒤 공항으로 갈지 모른다고 여겼다.병원에서 L 거리까지 거리가 있었다. 아침 시간이라 차가 막혀 도착하는 데 30분이 걸렸다.나상준과 차우미가 차에서 내렸다. 광장에 모여 조각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하성우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차우미와 나상준이 도착한 것을 발견한 하성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기 두 분도 도착하셨네요."그의 말에 사람들도 시선을 돌렸고 두 사람을 발견했다.특히 진정국이 유난히 반가워했다.며칠 간, 그는 나상준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차우미가 발을 다치는 바람에 나상준이 곁에서 그녀를 보살폈다. 그녀의 발이 바닥에 닿지 않게 하려고 항상 안고 다녔고 귀찮거나,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아주 보기 드문 광경이다.나상준 같은 지위에 있으면 저런 일을 굳이 자기가 할 필요 없었다
두 사람을 매일 이렇게 보고 웃으면 수명이 늘어 몇 년은 더 살 수 있을 것 같았다.나상준은 하성우가 싱글벙글 웃는 것을 바라보았다. 하성우의 웃음 속에는 비웃음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웃긴 상황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나상준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음."하성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간 여기서 시간을 많이 허비했으니 이젠 돌아가서 일 처리부터 해.""내가 형수 돌볼게."하성우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하 교수가 하성우를 흘겨보더니 엄숙하게 말했다. "어떻게 된 애가 나날이 가벼워 져!"하성우는 하 교수의 호통에 어색하게 웃으며 황급히 변명했다. "내 입이 말썽이네요. 신경 쓰지 마세요."하성우의 성격이 어떤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간 하성우와 지냈던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쾌활하고 유쾌한 사람인지 알고 있다.하성우와 나상준이 절친한 사이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친한 사이에 할 수 있는 농담이었기에 사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차우미가 천천히 조각상을 향해 걸어갔다.하 교수는 차우미를 자애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차우미가 좋은 사람인 것을 며칠간 지내면서 절실히 깨달았다.차우미는 성미가 급하지 않고, 일 처리가 꼼꼼하고 진지했다. 생각도 깨어있었고 사람됨이 매우 예의 바르며, 진퇴를 잘 알고 있어 결점을 찾을 수 없었다.하 교수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자기 손자가 저렇게 좋은 아가씨를 만나길 바랐다.하 교수의 머릿속에 누군가 떠올랐다. 그가 웃음을 터트렸다.사람 보는 눈은 나상준의 할머니가 훌륭했다. 차우미는 나상준의 할머니가 손수 데리고 온 며느리다.나중에 기회가 되면 나상준의 할머니를 직접 찾아뵙고 자기의 천방지축 손자에게 어울리는 신붓감을 추천해달라고 할 생각이다.하성우는 나상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다. 혼자 흥에 겨워 떠든 것에 대해 속죄할 뿐이다.차우미는 조각상에 몰두했다. 하성우가 황급히 달려가 그녀에게 조각상을 설명했다
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꽂고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그녀와 속도를 맞추었다.두 사람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평행선을 걸었다.차우미는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담담하게 걸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작은 소리로 그를 불렀다. "상준 씨."그러나 갑자기 우르르 몰려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가 묻혀버렸다.시끌벅적하게, 말소리가 끊기지 않아 매우 시끄러웠다. 그녀는 나상준이 듣지 못했을 거라고 여겼다.그래서 그의 옷소매를 가볍게 당겼다.나상준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나상준의 눈빛이 움츠러들며 어둡게 가라앉았다.나상준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그러나 대꾸하지 않았다. 일부러 하지 않았다.그녀가 다시 불러주길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힘으로 옷소매를 끌어당기는 차우미였다. 그가 살짝만 움직여도 빠져나가는 힘이었다. 서로의 피부가 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듯한 온기가 소리 없이 그의 심장을 파고들었다.나상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차우미는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나상준이 자리에 멈춰 서자, 차우미가 서둘러 손을 놓았다.그녀는 마치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것처럼 당황하며 손을 뺐다.너무 친근한 행동이었다.차우미는 옆으로 살짝 옮겨, 그와 거리를 뒀다.나비가 소스라치게 놀란 것처럼 그와 멀어졌다.나상준의 눈이 흔들렸다.그는 시선을 돌려 차우미를 쳐다보았다.그녀가 옷 소매를 잡아당겼을 땐 둘 사이에는 반걸음 정도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깜짝 놀라 멀어진 차우미의 행동으로 둘 사이에는 한 걸음 정도 거리가 생겼다.둘 사이의 거리를 바라보던 나상준이 서운한 듯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당연히 해야 할 질문이다.조금의 이질감도 없다.차우미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몇 시 비행기야?"나상준이 일이 생겨 먼저 가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가 궁금한 듯 물었다. 오전, 오후 심지어 저녁이 다 되
차우미가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급하지 않다고? 떠나기 바로 직전에 짐 정리하겠다는 건가?'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나상준이 먼저 앞서 나갔다. 차우미는 의아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하성우가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이동하고 있었다. 나상준과 차우미가 따라오지 않자, 하성우는 신경 쓰지 말라며 나상준에게 위치를 간략하게 보냈다. 부부가 놀러 간 것 같다고 말하는 하성우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모두 동의하는 눈치다.부부의 삶도 있는 법이니, 둘 만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그들은 먼저 차를 타고 이동했다.그래서 나상준과 차우미가 나왔을 땐 아무도 없었다.나상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읽지 않은 메시지가 표시되어 내용을 확인하자 하성우가 보낸 것이었다.하성우가 주소 좌표를 보냈다. [경치도 좋은데 좋은 시간 보내, 실망하게 하면 안 된다~]이모티콘까지 보내왔다.나상준은 하성우가 보낸 좌표를 확인했다.주소는 무동이다. 연등회를 개최하는 장소가 무동이었다.차우미는 주위를 둘러보며 하성우를 찾았으나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그녀는 연등회에 흥미를 느꼈다. 회성의 독특한 전통문화였다. 저녁 식사를 할 때 다 같이 가서 구경하기로 했다.그러나 하성우가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가버려 두 사람만 남았다.하지만 나상준도 자기 일이 있는 사람이다. 같이 가자고 말할 수 없었다.결국 차우미는 먼저 호텔로 돌아가 짐 정리를 대신 해주기로 했다. 그 다음 혼자 연등회에 갈 생각이었다.주소는 하성우에게 물으면 되었다그녀가 나상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나상준이 휴대폰을 넣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차에 타."차우미가 어리둥절해서 그를 쳐다보았다. 나상준은 그녀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몇 초 동안 멍하니 상황 파악을 하던 차우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입술을 살짝 깨문 차우미가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라탔다. 나상준도 뒤이어 차에 탔다."무동으로 가."차에 탄 나상준이 운전기사에게 말했다."네, 대표님."곧
차우미는 나상준과 가까워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금빛이 비치면서 밝게 빛났다.차우미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장사꾼, 노점상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눈여겨보았다.물론 이곳에 모인 모두가 이곳에 재미를 느끼고 있겠지만, 이곳은 그녀의 추후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그녀는 일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나상준은 시종일관 그녀 곁을 걸었다. 때때로 팔을 뻗어 그녀에게 부딪치려는 사람을 막기도 했다. 그의 눈동자는 차우미만 쫓았다.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찬 차우미의 눈매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작은 노점상 앞에 멈춰 섰다. 매달려 있는 작은 복주머니를 눈여겨보았다. 예전에는 이것을 사랑의 증표로 쓰기도 했다. 주머니에 새겨진 꽃과 새 자수는 더욱 의미 있었다.차우미의 머릿속에 불현듯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조각물에 하나하나의 감정을 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가족애, 우정, 사랑...각 시리즈마다 대표적인 인물과 스토리를 찾아 조각하는 것이다.'정, 정이 중요해.'세상 만물에는 정이 존재했다.어떤 정이든 모두 소중한 것이다. 없어서는 안 되는 감정이다. 만약 정이 없다면 이 세상은 혼란스러워질 것이다.작품의 메인 키워드가 정해졌다.회성의 각 지역의 현지 문화를 이해했고 그녀는 자기 생각을 정리해뒀다.나중에 이것을 주제로 토론하면 좋을 것 같았다.복주머니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차우미를 바라보던 나상준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주머니 위로 떨어졌다.평범한 주머니는 기계로 만들어진 기성품이다. 재질도 평범하고 가격도 쌌다.좋다고 말 할 수 없다.하지만 작은 수레에 매달려 불빛을 받자, 평범하던 주머니가 순식간에 아름다운 주머니로 변했다.나상준은 난초가 수놓아진 금빛 주머니에 시선을 두고 손으로 그것을 내렸다.노점상의 주인이 반갑게 뛰어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특히 나상준을 더
차우미는 놀랍지 않았다.점주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5만 5천 원만 주세요."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녀가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점주가 살짝 놀랐다.그는 차우미와 나상준을 번갈아 보았다.남자가 돈을 낼 줄 알았으나, 여자가 돈을 내는 광경에 점주는 놀랐다. 나상준을 위아래로 훑어본 점주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보아도 가난한 사람 같지 않았다. 인색한 사람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여자를 계산하게 하는 꼴이 이해되지 않았다.차우미가 점주에게 6만 원을 건넸다.점주는 중얼거리며 잔돈 5천 원을 꺼내 차우미에게 건네며 웃었다. "잔돈입니다.""네."돈을 건네받은 차우미가 지갑에 돈을 넣었다.점주가 서둘러 선물 포장용 상자를 꺼냈다. 차우미가 얼른 말했다. "포장 안 해도 돼요, 쇼핑백에 그냥 담아줘요."차우미는 고개를 돌려 나상준을 쳐다보았다. 나상준의 시선이 선물 상자에 꽂혀 있었다. 차우미가 물었다. "포장할래?"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사는 것이면서 돈을 내지 않는 나상준 때문에 차우미는 같이 냈다.큰돈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동안 자기를 돌봐준 사람에게 만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응."점주는 나상준의 대답에 더욱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여자가 돈을 내는 마당에, 자기가 고른 것을 포장해달라고 한다.'설마 여자 돈으로 사서, 여자한테 선물하려는 건가?'점주는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복주머니를 선물 상자에 담은 뒤 포장해 나상준에게 건넸다.나상준이 상자를 받아 손에 쥐었다. 차우미에게 줄 의사가 없어 보였다.차우미도 쇼핑백을 받아들고 앞으로 나아갔다.점주는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멀쩡한 남자 같은데 왜 저리 이상하지?"차우미와 나상준은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샀다. 차우미는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이곳에 완전히 빠져 버렸다. 알림이 울리고 나서야 나상준이 가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휴대폰으로 시간
나상준은 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고, 손목에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다른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문 앞에 서 있었다.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이전과 달라졌다.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한동안, 그가 출장을 가게 될 땐, 그녀에게 미리 말했고 그녀가 짐을 미리 정리해줬다.하지만 출장 기간이라든지,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다른 모습에 놀랐다.나상준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상준이 계속해서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연락 안 되면 하성우 찾고."차우미 그가 말하는 것이 일이라는 것을 이해했다.최근 나상준이 줄곧 그들을 따라다닌 이유 중 하나가 나상준이 이 프로젝트에 거액의 돈을 투자한 것이다.당연히 중시해야 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차우미의 대답은 나상준이 원했던 대답이 아니다.나상준은 별말 없이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그동안 마음속에서 줄곧 은은하게 팽팽했던 끈이 마침내 느슨하게 풀어진 느낌이었다.이혼한 사이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좋지 않았다.차가 호텔 밖에 세워졌고 운전기사는 트렁크에 캐리어를 실었고 나상준이 차에 탔다.곧 차가 출발했다.시간이 늦었던 탓에 도로에는 차가 적었다. 차가 일정한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고 창밖으로 나무들이 스쳐 지났다. 가로등도 속도 빠른 차에 스치듯 지나가며 희미하게 보였다.나상준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뒷좌석에서 등을 켜고 외투 주머니에서 크지 않은 포장박스를 꺼냈다. 포장박스 안에는 복주머니가 담겨있었다.그가 눈여겨 봤던 복주머니다.그는 복주머니 위에 수놓아진 난초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결혼 생활 3년 동안 두 사람은 서로 어떤 것도 선물하지 않았다.로맨틱한 사람도 아니고 그런 감정도 없다.무동에서 그녀가 복주머니를 고르는 것을 보고 나상준도 고른 것이다.작
차우미가 원하지 않는다는 건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르는 체하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차우미는 어찌 됐든 나상준과 이혼한 이후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차우미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으니, 그때도 아마 바쁠 거라고 생각하면서 차우미는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탑승 시간인 것을 보고 잠시 휴식하면서 업무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휴식 구는 점차 조용해지더니 나중에는 적막이 퍼졌다.나상준은 휴대폰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차우미를 보았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눈빛이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지?’그런 그녀의 모습은 회성 회의실에서 일할 때와 같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다고 다시 휴대폰으로 안평의 관광 명소들을 검색했다.그는 자기와 멀어지려고 하는 차우미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시간은 어느덧 5시가 되어 나상준과 차우미는 비행기에 탑승했다.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하더니 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온이샘에게 탑승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곧바로 온이샘이 답장을 보냈다.[알았어. 나도 지금 탑승하고 있어.]퍼스트 클래스는 이코노미석보다 조금 더 일찍 탑승한 것이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시간을 보더니 이어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청주는 안평보다 더 일찍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이제야 차우미의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다.청주에 있는 며칠 동안은 몇 년인 것처럼 오래 느껴져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제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고향에 돌아가서 다시는 여기로 오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몸의 긴장을 풀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고 얼굴에는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갑자기 무슨 물건이 그녀의 몸 위에 떨어져서 놀라며 내려다
“예은이가 안평에 가본 적이 없어서 여름 방학이 되면 안평으로 놀러 갈 생각이야. 그런데 안평은 나도 잘 몰라.”나상준이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 것은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고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차우미는 나예은의 말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어찌 됐든 조금 전에 그녀는 약속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나상준의 말에 차우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벌렸다.나상준은 안평 사람이 아닌 청주 사람이고 또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기에 안평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는 청주 이외의 다른 도시에서 오래 있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나예은과 같이 놀려면 어느 도시든 모두 가능한데 왜 하필 안평으로 가려고 하고 또 차우미까지 함께 하자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사실 차우미는 그들과 놀지 않고 일을 하고 싶었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차우미는 워낙 회성에서 일을 끝내고 또 나예은과의 약속을 이행한 다음에는 나상준과 더 이상 엮이는 일이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지금은 또 이렇게 같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러 가고 있고 그것도 부족해서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왕래를 하지 않는 것이 언제면 가능할지 막막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나상준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똑똑히 지켜보다가 말했다.“지금부터 서두를 거 없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가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여유를 주자, 차우미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우미를 보고 있던 시선도 거두고는 휴대폰으로 일을 하려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그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아직 예은이의 여름 방학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고는 하지만 나 이번에 회성에서의 일이 금방 끝났고 또 휴가까지 썼기에 앞으로는 매우 바쁠 거여서 그때는 시간이 안 돼. 정말로 예은이와 같이 안평으로 가게 되면 내가 전문 투어 가이드를 소개해 줄 거니까 예은이와 같이 놀러 다녀.”비록 나상준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차우미는 아예 지금 미
차우미는 라운지 안으로 들어가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나상준이 통화하는 것을 보고 시선을 거두고 원래 앉았던 1인 소파에 앉았다.나상준은 시종일관 차분한 차우미의 표정을 보다가 별다른 생각없이 말했다.“그래, 큰아빠 시간이 될 때 전화할게.”“네, 알겠어요. 큰아빠 전화 기다릴게요.”나예은은 나상준과 차우미와 함께 놀 수만 있다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기에 나상준의 말을 듣고 엄청나게 기뻐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몰랐지만 업무상의 일이라고 생각할 뿐 나예은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러다가 나상준의 입에서 큰아빠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큰엄마도 같이 있는데 얘기할래?”나예은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큰엄마와 같이 계세요?”사실 예전에 나예은은 나상준이 아닌 차우미에게만 계속 전화했었다. 그런데 이틀 동안 같이 지낸 보람으로 처음 차우미가 아닌 나상준에게 전화한 것이다.때마침 나상준이 차우미와 함께 있다고 하니 나예은 순식간에 행복과 기쁨이 가득했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옆에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예상치 못한 일에 눈썹을 치켜올렸다.‘두 사람이 같이 있다고?’나상준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격동의 앳된 목소리를 듣고 차우미의 의아한 눈빛을 보며 말했다.“응, 같이 있어. 전화 바꿔줄게.”“네.”나상준이 휴대폰을 차우미에게 건넸는데, 그녀가 아직 놀라 있을 때 휴대폰이 눈앞에 왔다.차우미는 잠깐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받아서 귀에 가져다 댔다.휴대폰은 나상준의 체온이 담겨 있는 듯 따뜻했다.“예은아.”“큰엄마, 깜짝 놀랐죠. 예은이 이번에는 큰아빠에게 전화했어요. 하하하...”차우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예은은 어찌나 기뻤는지 호탕하게 웃었다.나예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예은도 같이 웃었다.“그래, 큰엄마도 깜짝 놀랐어.”나예은과의 약속한 일을 이미 완성했기 때문에 차우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
차우미는 잠깐 멈칫하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했다.휴대폰 화면에 신규 메시지가 뜨자 차우미는 하선주인 줄 알았는데 발신자는 온이샘이었다.그녀는 메시지를 클릭했다.[우미야, 탑승하면 나에게 메시지 보내줄 수 있어?]차우미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알았어.]그러자 온이샘으로부터 또 잽싸게 미소를 짓고 있는 이모티콘이 왔다.차우미는 이모티콘을 보는 순간 조금 전에 대기실에서 온이샘이 휴대폰으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달력을 한참 동안 확인하다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라운지 안으로 들어갔다.어떤 일은 애매모호하면 안 되고 정확해야 했기에 안평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시간을 내서 온이샘과 만나 확실하게 얘기할 생각이었다.라운지 휴식 구에서 나상준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줄곧 라운지 밖의 복도를 바라보며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했다.“아주버님, 지금 바빠요?”서혜지의 목소리는 예의를 갖추었지만 조금은 긴장하고 조심스러웠다.나상준이 말했다.“무슨 일이에요?”그는 바쁜가 하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고 무슨 일인지부터 물었다. 아마도 상황에 따라서 다를 모양이다.그러자 서혜지가 서둘러 말했다.“다른 건 아니고요. 지금 예은이를 픽업했는데 예은이가 아주버님과 할 얘기가 있대요. 혹시 바쁘신데 폐를 끼치는 거 아닐까 해서 문의드리는 거예요.”나상준이 말했다.“안 바빠요.”서혜지는 예상했던 대답인 듯 즉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예은이 바꿀게요.”“그래요.”나예은은 아주 조용하게 베이비시트에 앉아 있었는데 커다란 두 눈을 굴리면서 서혜지를 바라보며 나상준과 통화시켜 주기를 기다렸다.나예은은 나상준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서혜지를 만나자마자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서혜지가 자기를 바꿔주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예은은 기쁜 나머지 두 눈을 깜빡거리며 서혜지 쪽으로 자그마한 손을 내밀어 휴대폰을 받으려고 했다.서혜지는 조급해하는 나예은의 표정에 미소를 지
하선주는 이제 차우미 옆자리에는 온이샘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온이샘은 하선주에게 특히 좋은 인상을 남겨서 온이샘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좋아했다.차우미는 워낙 하선주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하선주가 눈치채자, 그냥 자연스럽게 대답하려고 했다.그런데 하선주가 갑자기 온이샘을 얘기할 줄은 몰랐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선배가 아니라 상준 씨랑 같이 가.”“나상준?”하선주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고 얼굴도 일그러졌다.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맑은 하늘에 먹장구름이 낀 것 같았다.“나상준은 왜 너와 같이 있어? 둘이 뭘 하는 거야? 그런데 왜 안평으로 오는 거야? 나씨 가문에 무슨 일 있어?”하선주의 불만이 섞인 말투와 함께 질문들이 쏟아졌다.나상준과 온이샘에 대한 하선주의 태도는 하늘과 땅이었다.이런 하선주의 반응을 차우미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할아버지와 할머니 뵈러 오는 거야.”“...”표정이 굳어진 하선주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우미의 말 한 마디에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분명 나씨 가문의 이혜정이 나상준에게 직접 가서 사과하라고 명령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나씨 가문 이혜정의 일 처리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비교할 수도 없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선주는 마음이 불쾌했다.차우미는 하선주가 비록 말하지 않지만 듣고 있다는 걸 알고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이라도 상준 씨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오는 건 정상적인 일이야. 그러니 화내지 마.”“내가 왜 화를 내? 그리고 화를 낼 필요도 없어. 그냥 안 보면 되지.”하선주가 불쾌함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걸 듣고 차우미는 웃었다.“엄마, 이제 다 지난 일이야. 우리 이혼한 지도 벌써 몇 달 지났잖아. 상준 씨도 나도 이제 모두 각자의 삶이 있으니 두 가문은 예전대로 서로 왕래하면서 지내면 돼.”차우미의 아무렇지 않아하는 말을 듣고 있던 하선주는 순간 바늘에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어렸을 때부터 말도 잘
“짐은 저 주세요.”나상준의 아무런 감정도, 온도도 없는 목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에 들렸는데 봄날 같은 분위기가 순식간에 깨졌다.온이샘은 시선을 살짝 돌려 나상준을 보았는데 나상준도 아무런 흔들림 없는 깊은 눈동자 온이샘을 보고 있었다.나상준은 지금 아주 담담하게 온이샘이 반드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차우미의 캐리어는 이제 나상준에게 넘겨줘야 했기에 온이샘은 캐리어를 잡았던 손에 힘을 꽉 주었다가 바로 풀고 나상준에게 넘겼다.차우미가 말했다.“내가 하면 돼.”그녀가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지만 이미 늦었다.차우미가 손을 뻗었을 때 골격이 분명한 손이 이미 캐리어를 잡고 자기 앞으로 가져갔다.나상준이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가자.”차우미는 허공에 있는 손을 거두며 캐리어를 잡은 나상준의 손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온이샘을 향해 말했다.“선배, 우리 안평에서 봐.”온이샘도 부드러운 미소로 대답했다.“그래, 안평에서 보자.”그리고 차우미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온이샘은 그 자리에 서서 가냘픈 몸매가 자신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키 크고 분위기가 차가운 남자도 보이자,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차우미가 다른 남자와 함께 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다른 남자와 함께 그를 멀리 떠나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온이샘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억지로 이성을 회복했다.그는 온평에 가서 차우미를 만나면 마음속의 말을 모두 할 건데 그녀만 좋다면 온이샘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차우미와 나상준은 대기실을 떠나 VIP 라운지로 갔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서둘러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었다.때문에 두 사람은 라운지의 휴식 구에 가서 앉았다.그러자 직원이 차와 디저트를 가져왔고 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더니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나상준을 보며 말했다.“나가서 전화하고 올게.”나상준은 여전히 간단하게 알았다고 했다.차우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
하얀 셔츠, 연한 캐주얼 바지, 뼛속에서부터 뿜어 나오는 좋은 가정 교양과 준수하고 우아한 얼굴은 대기실의 밝은 조명을 받아 더욱더 환하고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나상준은 눈동자를 살짝 움직이더니 서두르지 않고 평온한 속도로 걸어갔다.“다 됐어?”모두가 한곳에 모여 발걸음을 멈추자마자 온이샘이 먼저 말했다.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응. 선배 이제 캐리어는 나 줘.”온이샘이 뭔지 몰라 흠칫하더니 말했다.“괜찮아. 내가 들게.”“그게 아니라, 선배, 우리 탑승구가 달라.”온이샘 얼굴에 있던 부드러운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탑승구가 다르다고?’그는 머릿속으로 차우미가 나타나던 방향을 생각하더니 그제야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깨달았다.사실 온이샘은 비행기 탈 때 보통 퍼스트 클래스가 아닌 이코노미석을 타고 다녔다.가끔 중요하거나 급한 일이 있을 때만 퍼스트 클래스를 선택할 뿐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코노미석이 익숙했기에 오늘도 습관적으로 티켓팅을 할 때 이코노미석을 예약한 것이다.하지만 나상준은 달랐다. 그는 지위와 신분 때문에 매번 퍼스트 클래스를 타야 했는데 따라서 차우미도 그와 함께 다닐 때마다 자연스럽게 퍼스트 클래스를 탔다.그런데 온이샘은 오늘 티켓을 예매할 때 이 부분을 놓친 것이다.온이샘은 잠깐 생각하더니 곧바로 말했다.“잠깐만, 나도 좌석 업그레이드하면 돼.”말을 마치고 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서 좌석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이코노미석인 줄 알고 있었는데 만약 차우미가 퍼스트 클래스인 줄 알았다면 진작에 퍼스트 클래스를 샀을 것이다.조금 전에 차우미는 온이샘의 표정을 보고 있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온이샘이 먼저 말을 하는 바람에 차우미는 하려던 말을 하지 못했다.지금 온이샘의 행동을 보며 차우미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온이샘의 선택을 간섭할 권리가 없다는 생각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 옆
여가현과 통화를 마친 온이샘의 눈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거기에는 굳은 의지도 담겨 있었다.여가현의 말을 듣고 그는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다. 원래 차우미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었는데 지금은 두려울 것이 없었다.나상준이 차우미 옆에 있다고 해도 이제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그 순간 가슴속으로부터 무한한 힘이 솟구쳤는데 온이샘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차우미가 자신을 인정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이다.같은 시각, 공항 로비에서 나상준은 곧장 VIP 게이트로 향했는데 차우미는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 가다가 가는 방향이 VIP 게이트인 것을 보고 무언가 떠올렸다.온이샘이 구매한 항공권은 퍼스트 클래스가 아닌 이코노미석이어서 그녀에게 보낸 사진도 일반 대기실이지 VIP 라운지가 아니었다.차우미는 그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멈추고 옆에 있는 나상준을 불렀다.“상준 씨.”나상준은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서 발 폭이 차우미보다 컸지만, 앞에서 걷지 않고 차우미의 속도를 맞춰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차우미가 발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고 그도 멈추고 대답했다.“응.”차우미가 말했다.“선배는 이코노미석이어서 일반 대기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조금 전에 보내온 사진에서 봤는데 일반 탑승구였어. 상준 씨는 먼저 VIP 라운지에 가 있어. 나는 선배한테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갈게.”VIP 라운지와 일반 탑승구가 다르기에 나상준은 그녀와 같이 갈 필요가 없었다.“그럴 필요 없어.”“응?”“같이 가자.”말을 마치고 나상준은 먼저 출발했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가 서둘러 그를 쫓아가며 말했다.“같이 안 가도 돼. 먼저 라운지에 가서 휴식도 하고 일도 해. 나랑 다니며 시간 낭비하지 말고.”나상준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러자 차우미도 따라서 발걸음을 멈추고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도 같이 가면 안 돼?”차우미는 당황하며 말했다.“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나는 그냥...”“
온이샘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알았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서흔이에게 전화해.”“그래.”그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여가현이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강서흔에게 건네자, 강서흔이 곧바로 물었다.“어때? 잘 된 거야?”여가현은 강서흔의 금방이라도 신랑이 되고 싶어 하는 간절한 표정을 보고 물 한 컵을 가져다 마시며 말했다.“뭐가 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강서흔의 흥분했던 얼굴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왜 아직이야? 너무 느린 거 아니야? 나였다면 진작에...”말이 끝나기 전에 강서흔은 즉시 멈추고 조심스럽게 여가현을 바라보았다.여가현은 물컵을 내려놓고 그를 바라보며 헛기침을 두 번 하고 물었다.“진작에 뭐?”여가현의 헛기침 소리에 강서흔은 순간 가슴이 섬뜩했는데 그녀의 웃는 듯 웃지 않는 듯한 표정은 너무 무서웠다.강서흔은 무의식적으로 장난이라는 듯 웃으며 주제를 바꾸려고 했지만 여가현이 꼼짝하지 않고 자기를 바라보는 눈빛에 즉시 생각을 접고 몸을 움츠리며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속삭였다.“나였다면 진작에 덮쳤을 거라고. 나는 네가 동의를 하든 안 하든 무조건 너와 함께할 거야.”여가현은 웃었다.“우미가 나인 줄 알아? 미리 말하는데 우미는 절대 나처럼 양보하고 굽히지 않을 거야. 나상준 씨 어머니도 비록 좋은 사이는 아니었지만 우미를 괴롭히지는 못했어. 우미와 나상준의 이혼도 나상준 씨 어머니와는 아무 관련이 없이 오로지 우미의 뜻이었어. 우미가 한 번 결정하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거야. 마찬가지로 우미는 한 번 이혼한 사람을 절대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는 거야. 때문에 절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선택할 거야.”강서흔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두 사람이 다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가현의 기분은 늘 변덕스러웠다.예를 들어 조금 전에 온이샘과 통화할 때는 태도가 좋더니 지금 강서흔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사실 여가현의 마음에 여전히 불만이 있었는데 수년간 쌓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