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는 놀랍지 않았다.점주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5만 5천 원만 주세요."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녀가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점주가 살짝 놀랐다.그는 차우미와 나상준을 번갈아 보았다.남자가 돈을 낼 줄 알았으나, 여자가 돈을 내는 광경에 점주는 놀랐다. 나상준을 위아래로 훑어본 점주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보아도 가난한 사람 같지 않았다. 인색한 사람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여자를 계산하게 하는 꼴이 이해되지 않았다.차우미가 점주에게 6만 원을 건넸다.점주는 중얼거리며 잔돈 5천 원을 꺼내 차우미에게 건네며 웃었다. "잔돈입니다.""네."돈을 건네받은 차우미가 지갑에 돈을 넣었다.점주가 서둘러 선물 포장용 상자를 꺼냈다. 차우미가 얼른 말했다. "포장 안 해도 돼요, 쇼핑백에 그냥 담아줘요."차우미는 고개를 돌려 나상준을 쳐다보았다. 나상준의 시선이 선물 상자에 꽂혀 있었다. 차우미가 물었다. "포장할래?"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사는 것이면서 돈을 내지 않는 나상준 때문에 차우미는 같이 냈다.큰돈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동안 자기를 돌봐준 사람에게 만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응."점주는 나상준의 대답에 더욱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여자가 돈을 내는 마당에, 자기가 고른 것을 포장해달라고 한다.'설마 여자 돈으로 사서, 여자한테 선물하려는 건가?'점주는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복주머니를 선물 상자에 담은 뒤 포장해 나상준에게 건넸다.나상준이 상자를 받아 손에 쥐었다. 차우미에게 줄 의사가 없어 보였다.차우미도 쇼핑백을 받아들고 앞으로 나아갔다.점주는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멀쩡한 남자 같은데 왜 저리 이상하지?"차우미와 나상준은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샀다. 차우미는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이곳에 완전히 빠져 버렸다. 알림이 울리고 나서야 나상준이 가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휴대폰으로 시간
나상준은 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고, 손목에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다른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문 앞에 서 있었다.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이전과 달라졌다.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한동안, 그가 출장을 가게 될 땐, 그녀에게 미리 말했고 그녀가 짐을 미리 정리해줬다.하지만 출장 기간이라든지,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다른 모습에 놀랐다.나상준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상준이 계속해서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연락 안 되면 하성우 찾고."차우미 그가 말하는 것이 일이라는 것을 이해했다.최근 나상준이 줄곧 그들을 따라다닌 이유 중 하나가 나상준이 이 프로젝트에 거액의 돈을 투자한 것이다.당연히 중시해야 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차우미의 대답은 나상준이 원했던 대답이 아니다.나상준은 별말 없이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그동안 마음속에서 줄곧 은은하게 팽팽했던 끈이 마침내 느슨하게 풀어진 느낌이었다.이혼한 사이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좋지 않았다.차가 호텔 밖에 세워졌고 운전기사는 트렁크에 캐리어를 실었고 나상준이 차에 탔다.곧 차가 출발했다.시간이 늦었던 탓에 도로에는 차가 적었다. 차가 일정한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고 창밖으로 나무들이 스쳐 지났다. 가로등도 속도 빠른 차에 스치듯 지나가며 희미하게 보였다.나상준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뒷좌석에서 등을 켜고 외투 주머니에서 크지 않은 포장박스를 꺼냈다. 포장박스 안에는 복주머니가 담겨있었다.그가 눈여겨 봤던 복주머니다.그는 복주머니 위에 수놓아진 난초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결혼 생활 3년 동안 두 사람은 서로 어떤 것도 선물하지 않았다.로맨틱한 사람도 아니고 그런 감정도 없다.무동에서 그녀가 복주머니를 고르는 것을 보고 나상준도 고른 것이다.작
온이샘-[아침 먹었어?]문자를 확인한 차우미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먹었어, 선배는?]가끔 온이샘과 연락을 했던 차우미다. 이렇게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곤 했다.너무 자주 문자 보내는 것은 아니었다.온이샘이 바쁘다고 여겼던 차우미는 문자를 자주 하지 않았다.한편, 안평시.온이샘은 짐을 싸고 있었다. 토요일 아침, 그는 오늘 회성을 가는 티켓을 예약했다.온이샘은 사실 회성에 도착한 뒤에 차우미에게 연락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온이샘은 미리 문자 보냈다.그래서 8시 전에, 그녀가 바쁘지 않을 것 같을 때 미리 문자를 보낸 것이다.그는 짐을 챙기면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답장이 이내 왔고 온이샘은 눈썹이 휘게 미소 지으며 내용을 확인했다. 그의 얼굴에 웃음이 짙어졌다.온이샘이 답장했다. [먹었어, 요즘 바빠?] [괜찮아, 그리 안 바빠.]일사불란하게 짜여진 스케줄에 맞춰 이동하는 것 외에 할 게 없었기에 바쁘축에 속하지 않았다.[다행이네, 무리하지 마. 건강이 중요해.]시종일관 차우미를 걱정하는 그는 문자를 할 때마다 그녀에게 건강을 챙기라며 귀띔해줬다.차우미의 눈이 살짝 휘었다. [난 괜찮아. 선배도 건강 챙기면서 일해.][그럴게, 오늘 쉬거든.]차우미가 안심하며 답장했다.[그럼 얼른 쉬어.][응, 나 지금 볼일 보러 나왔어. 이따가 밤에 연락할게.][괜찮아, 일 봐.]온이샘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차우미와 짧은 대화를 끝냈다.이렇게 천천히 서로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차우미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회양강의 한쪽은 고대 성벽 유적지고 다른 한쪽은 푸른 초목들이 즐비한 산림이다.이 푸른 산림, 산을 등지고 회양강을 마주한 풍수 좋은 곳에 박물관이 건축된다.그리고 안평시도 장소가 정해졌다. 공사가 빠르게 시작되어, 어느새 윤곽을 갖춘 상태다.노동자들은 8시부터 일을 시작한다.현재 8시가 거의 되어갔다. 사람들이 속속
그래서 나상준이 없는 동안 하성우가 대신 그녀를 돌보기로 했다.주혜민이 무슨 허튼짓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하성우도 당연히 나상준의 부탁을 수락했다.그래서 나상준이 없는 동안 차우미를 잘 보살피기로 했다.차우미에게 어떤 사고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하성우가 차우미에게 문자를 보냈을 땐, 차우미가 이미 출발한 뒤였다.어쩔 수 없이 하성우는 곧장 모임 장소로 향했다.10분 먼저.사람들은 차 안에서밖에 서 있는 차우미를 단번에 발견했다. 가녀리면서도 단아한 차우미는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났다. 평범한 여자와 달랐다. 그녀만 보였다.하성우가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형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너무 일찍 오니까 내가 다 민망하네."차우미는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행사에 필요한 부스, 집, 정원 등 세트가 세심하게 세워져 있었다.차우미의 예상보다 훨씬 잘 지어졌다.보름 동안 이렇게 잘 꾸며질 줄 몰랐다.너무 집중을 했던 탓에 차우미는 하성우가 말을 걸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제야 사람들이 도착한 것을 발견했다.하성우는 어느새 그녀의 앞에 와 있었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일찍 일어나서 바로 나왔어."전에 나상준이 조깅을 하러 가는 바람에 그녀는 방에서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평소의 생활 방식에서 나상준이 없어지자, 비는 시간이 생겼고 그녀는 자연스레 일찍 밖으로 나왔다.하성우는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혹시 형수 어젯밤에 상준이 없어서 제대로 못 잔 거야?"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걸 하성우도 알고 있지만, 하성우는 장난을 참을 수 없었다. 특히 나상준이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장난을 참을 필요는 없었다.당황한 차우미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어젯밤 아주 잘 잤다.하지만 진실을 알려줄 수 없었던 차우미는 난감한 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녀는 하성우가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하 교수는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다가왔다. 하성우가 차우미를 놀
하 교수에게 하성우는 매우 소중한 사람이다.덕분에 아침부터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하 교수는 사람들을 데리고 행사장을 돌아보았다.그들과 소통을 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 어느새 정오가 되었다.하성우가 예약한 식당은 도시에서 거리가 있는 곳이다.30분 정도 차로 이동해야 했다.현재 시간은 11시였다, 식당에 도착하면 11시 반이 될 거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12시가 될 것이다.하성우는 시간을 계산한 뒤 11시에 도칙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하성우와 차우미는 같은 차에 탔다. 차우미, 나상준 그리고 하성우가 타고 다니던 차에 나상준만 빠진 상태다.차우미는 차에 탄 후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그동안 음소거 모드로 설정해 부재중이 와 있을 것 같았다.과연 그녀가 스크린이 밝아지자마자 부재중 문자가 와 있었다.발신자는 온이샘이다.정확히 11시에 온 문자다.차우미가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어느 호텔에 묵어?]멍하게 바깥 하늘을 바라보았다. 밝게 빛나는 태양이 대지를 비추었고 회성이 밝게 빛났다.'선배... 회성에 왔나?'차우미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댔다.온이샘이 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차우미는 왠지 모르게 그가 여기 왔다고 믿고 싶었다.밝은 햇빛에 차우미가 눈살을 찌푸리고 시선을 거두었다. 한편, 회성 공항.온이샘은 캐리어를 끌고 사람들이 오가는 공항에 서 있었다. 청초한 온이샘이 꼿꼿하게 서 있었다.그가 풍기는 분위기에 사람들도 힐끔거리며 온이샘을 훔쳐봤다.하지만 온이샘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했다.그는 차우미가 묶는 호텔로 갈 생각이다.그래서 차우미의 답장만 기다렸다.몇 분 뒤, 차우미가 문자를 보냈다.온이샘의 눈꼬리가 샐쭉해졌다.[선배, 회성이야?]직설적인 질문이었지만 온이샘은 차우미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상상이 갔다. 분명 깜짝 놀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을 거다.온이샘이 피식 웃었다.[응, 나 회성이야.]그가 답장을 보내자마
하성우는 어느새 몸을 옆으로 돌리고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호기심 어린 눈빛이다.그는 차우미가 방금 연락을 주고받은 상대에 대해 궁금했다.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다.차우미는 어리둥절했다.사실 그녀는 하성우가 자기를 이렇게 주시하고 있을 줄 몰랐다.특히 하성우가 이렇게 쳐다볼 때마다 짓궂은 짓을 할까 봐 그녀는 약간 불안했다. 하성우가 하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하성우는 차우미의 휴대폰을 맑은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던 하성우가 입을 열었다. "형수, 혹시 상준이랑 문자했어요?"차우미는 당황한 얼굴로 하성를 쳐다보았다. 하성우가 또 어떤 엉뚱한 말을 할지 몰라, 차우미는 황급히 손짓하며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하성우의 질문이 더 빨랐다.결국 차우미는 입을 닫았다.그녀는 나상준과 연락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연락을 했다.차우미는 하성우를 속일 생각이 없었기에 멈칫하다가 답했다. "아니."하성우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라고?""난 형수가 상준이랑 연락한 줄 알았는데.""상준이가 아니면 누구야? 기분 안 좋아 보이는 것 같던데?"하성우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형수 오해하지 마. 상준이가 가기 전에 형수 잘 부탁한다고 해서 나도 어쩔 수 없어. 안 그럼 돌아와서 날 죽일지도 몰라.""기분 안 좋은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대신 해결할게!"하성우는 의로운 용사처럼 차우미가 말하는 건 뭐든지 다 할 기세였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었다. 나상준이 정말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성우가 일부러 지어낸 말이라고 여겼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 "기분 나쁜 거 아니야. 친구가 갑자기 회성에 와서 데리러 가야 해.""아... 그랬구나.""무슨 일 난 줄 알았어."주고받은 알겠다는 듯 주고받은 바라보며 말했다. "형수 친구면 내 친구지. 형수 친구 어디 있대?
그래서 차우미는 하성우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다."호텔 주소 알려줬고 호텔로 가는 중이야. 정말 데리러 안 가도 돼. 진짜 그럴 필요 없어."차우미가 차분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하성우는 눈을 깜빡이며 차우미의 표정을 보더니 재빨리 말했다. "그럼 친구분 호텔에 도착하면 함께 와서 밥을 먹어.""우리도 점심 먹으러 가니까, 같이 먹자. 괜찮지?"하성우가 휴대폰으로 상대에게 말했다. "지금 사우스 호텔 가서 기다려. 이따가 도착하면 너한테 전화하라고 할게."탁-전화가 아주 빠르게 끊겠다.차우미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성우가 먼저 움직여버렸다.차우미가 난감한 듯 말했다. "정말 괜찮아. 내가 가면 돼. 점심에 다 같이 일 얘기도 하는데 어색할 거야."말을 마친 차우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솔길을 빠져나와 큰 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오가는 차도 많아졌다."앞에서 멈춰, 여기서 내려서 혼자 갈게."하성우는 차우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차우미가 가방을 챙겨 들었다.하성우의 미간이 찌푸러졌다. 그는 이처럼 단호한 차우미의 태도를 처음 본다. 그가 무슨 제안을 하든 차우미는 자기 뜻대로 할 것 같았다.하성우가 의아했지만, 눈치를 보더니 다급히 말했다. "형수 말대로 하자. 내 생각이 짧았어."하성우가 미안한 기색으로 눈썹까지 찌푸리며 말했다."이렇게 하자, 앞 길목에서 내려서 호텔로 가. 그럼 편하잖아."그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여기서 호텔까지 거리가 있으니까 내가 근처에서 내려줄게. 친구분 기다리게 할 순 없잖아.""손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여긴 신경 쓰지 마. 우리 할아버지도 있으니까 내가 조금 늦어도 괜찮아."차우미는 오히려 하성우가 이렇게 빨리 순응할 줄은 몰랐다. 하성우가 고집을 부리며 데리러 가겠다고 할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순순히 그녀의 의견에 따라주니 안심되었다. "괜찮아, 괜히 나 때문에 너만 늦잖아. 내가 택시 타면 돼."하성우가 늦으면 하 교수가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하성우는 근처 택시에 올라탔다.차에 올라탄 뒤,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도착했겠지?'하성우가 뒷좌석에 앉아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드리며 즐거워했다.한편, 라스베이거스 공항.허 비서가 짐을 들고 나상준을 따라 공항을 나섰다.두 사람은 미리 준비한 차에 올라탔다.차에 타자마자 허 비서가 노트북을 펼치고 이메일을 확인하며 업무를 보고했다.나상준은 휴대폰을 들고 부재중 연락이 없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정확히는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어떤 문자나 전화도 하지 않았다.현 시각, 라스베이거스는 저녁 8시 10분이다.화려한 밤이 세계 오락 도시를 감쌌고 찬란하고 웅장한 등불이 가슴을 들끓게 했다.나상준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잉-휴대폰이 진동했다.순간, 허 비서가 업무 보고를 멈추었고 차 안에 고요함이 찾아왔다.나상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ㄹ렸다 .창밖의 화려한 빛이 순간, 별똥별처럼 그의 눈앞으로 반짝이며 떠다녔다.나상준이 시선을 다시 휴대폰으로 돌렸다.발신자는 하성우다.스크린에 표시된 이름에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나상준이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응."하성우는 휴대폰에서 들리는 낮은 목소리에 활짝 웃으며 말했다. "도착했지?""응."짤막한 대답에 하성우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이 싸늘한 말투는 뭐야?'평소대로라면 하성우는 분명히 장난스레 농담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성우는 지금 그에게 급히 전할 내용이 있었다. "너 운전기사 연락처 좀 보내줘."나상준은 창밖의 등불 사이로 줄지어 늘어선 고층빌딩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짓 하려고?"하성우가 순간 웃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갑자기 이유를 묻는 나상준이 평소답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런 모습도 꽤 마음에 들었다.인간미 있어 보이고 나쁘지 않았다.전에는 딱딱한 목석처럼 건드려도 꿈쩍하지 않던 나상준이 이젠 자기 말에 반응을 해주니 하성우는 여간 재밌는 게 아니었다."무슨 짓이라니? 필요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