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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휴대폰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미 욕실로 들어가 물을 틀고 씻기 시작한 나상준은 벨 소리를 인식하지 못했다.

설사 들었다고 해서 씻다가 나올 사람도 아니었다.

차우미는 작업 가방을 챙겨 들고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출발 시간 전까지 일하기 충분했다.

나상준이 씻고 나왔을 땐, 휴대폰도 울리지 않았다.

그는 창문 앞에 앉아 일하는 차우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촘촘하게 내리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안개가 하얗게 뒤덮인 도시는 흐릿한 형체만 보일 뿐이다.

방 안의 불을 켰다. 차우미는 의자에 앉자 펜으로 자료를 넘기며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침착한 모습은 마치 궂은 날씨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 같았다.

나상준이 파우더룸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두 사람의 옷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셔츠를 입은 나상준은 옆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며 단추를 잠갔다.

가늘게 들리던 빗소리가 파우더룸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고요한 적막 속에 그녀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가끔 들렸다.

옷을 챙겨입은 나상준은 시계를 착용하고 다시 한 번 거울을 확인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빈틈없는 남자가 서 있었다.

밖으로 나간 나상준이 휴대폰을 들었다.

스크린이 밝아 지면서 부재중 전화와 읽지 않은 메시지가 표시되었다.

발신자에 선명히 찍혀 있었다. 진현이다.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는 전부 진현이 보낸 것이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나상준이 내용을 확인했다.

[나 회성이야. 시간 될 때 보자.]

가벼운 호흡으로 가다듬던 나상준이 휴대폰을 두드렸다.

진현에게 답장을 한 뒤, 다시 시선을 차우미에게 돌렸다.

일에 몰두한 차우미는 분리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나상준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침 먹으러 가자."

평소처럼 섹시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가 행동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들어 단정하게 차려입고 다가오는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물건을 챙긴 뒤, 나상준은 그녀의 휠체어를 밀고 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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