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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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하성우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며칠 동안 형수님이 매우 바빠잖아요. 휴식할 시간도 필요하잖아요. 재미없는 곳에 가서 노는 것보다, 이렇게 노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을 것 같아서요."그는 진심으로 말했다. 하지만 차우미가 그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자 약간 억울하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하성우의 실망한 기색을 본 차우미가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고마워. 마음은 받겠으나...""술을 안 마시는 거면, 음료수를 마시면 되겠네요? 이 음료수도 맛이 좋아요, 여자들이 좋아하는 맛이에요. 음료수가 싫으면 과일 주스는 어때요? 설마 주스도 싫다고 할 건 아니죠? 그날 주스는 마셨던 것 같았는데..."차우미가 대답하기 전에 하성우가 먼저 말했다. "형수님,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마시지 않으려고요? 정말 이대로 돌아가려고요? 내가 막 아쉬워요, 이대로 돌아가면 안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여기 경치도 좋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분위기잖아요. 저 밤하늘 봐요, 얼마나 예뻐요."하성우는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가리키며 차우미가 마음을 바꿔주길 기대했다.하성우는 차우미의 말을 끊고 한마디 했다. 하성우의 진심이 느껴졌다. 아주 잠시만이라도 이곳에 그녀가 머물길 바라는 것이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하성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정성 있는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머물러 준다면 그녀가 하는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것처럼 간절해 보였다.차우미는 며칠 동안 하성우가 자기의 해설원 역을 해준 게 고마웠다. 은인 같은 사람이 하는 부탁을 거절하는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주스 한 잔 줘."하성우는 감격스러운 듯 말했다. "와, 현명한 선택이세요. 상준이가 어떻게 형수님 같은 분을 만났는지! 전생에 무슨 공덕을 베풀었길래 형수님을 만났는지! 진짜 복에 겨웠다니까요! 형수님이 술 싫어하면, 술 강요하지 않을게요. 여기서 주스를 마시면서 음악 듣고 풍경 보면서 편하게 쉬어요."말을 마친 하성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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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하성우의 눈이 미묘하게 빛나더니 그는 휴대폰을 확인했다.하지만 전화가 온 사람은 뜻밖에도 나상준이었다.하성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라 실망을 한 하성우가 차우미에게 말했다. "형수님,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요."차우미가 가방을 옆에 올려두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하성우의 말처럼,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고 음악과 함께 들으니 편안했다.차우미가 고개를 돌려 하성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하성우가 환하게 웃으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차우미는 두리번 거리며 안을 둘러보았다.그녀는 이곳에 30분 정도 머문 것 같았다, 하지만 하성우는 그녀를 불편하게 하거나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차우미가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고 어느새 9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시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휴대폰을 다시 가방에 넣은 차우미는 다른 룸에서 술을 마시며 떠드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질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다.차우미는 황급히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녀가 바라본 곳에 누군가 있었다.대각선 반대편 가장 안쪽에 있는 룸에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다. 20대 여자들은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예쁘게 있었다. 남자들도 정장은 아니었지만 정갈하게 입고 있었다. 게다가 전부 명품이다.그 사람들 속에서 그녀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사람들 눈에 띄는 차림을 한 사람이었다. 옷차림이 매우 자유분방했다, 꾸미지 않은 소탈한 모습이었다. 평소에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하지만 분위기에 맞지 않는 차림을 한 그녀에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유독 눈에 띈 탓인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들러리처럼 보였다.그녀는 임상희였다.임상희도 회성에 있었다.차우미는 이런 곳에서 임상희를 보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임상희는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줄곧 술을 들이켰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고 술을 계속 마셨다. 반항심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차우미가 눈을 살짝 돌려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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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쟤는 진짜 연상 킬러라니까.""하하, 저 누나도 미인이네.""허! 아무리 예뻐 봤자 늙은이야, 젊은 우리랑 비교되겠어?""너희가 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나이 많은 여자가 가지는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다고.""쯧쯧, 얘 말하는 것 좀 봐!""이게 현실이야!"룸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며 차우미에게 다가가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임상희만 흥미 없다는 듯, 술을 들이켰다.사람들은 임상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그녀가 하겠다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차우미는 누군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완전히 넋을 잃었다.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인기척에 차우미는 잡념에서 빠져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문쪽을 바라보았다. 유리문은 깨끗하고 환해 외부 사람들도 안을 뚜렷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도 밖에 있는 사람들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있는 룸으로 다가온 남자는 키가 큰 훈남이었다.그녀가 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남자는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쑥스러워하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움츠러든 것 같지 않았다.차우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남자는 그녀가 다가오자 얼굴이 달아올랐고 귀도 빨갛게 변했다. "전 전민수예요."'전민수?'그녀의 기억 속에 없는 이름이다. 맑고 깨끗한 눈을 가진 수줍은 얼굴로 변한 훈남을 바라보며 차우미가 말했다. "저희가 아는 사이였나요?"그녀가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던 전민수는 잠시 당황했다.낯선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는 상황에서 차우미처럼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차우미는 전민수가 당황한 것을 보고, 모르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요. 제 기억 속에는 없는 분인데 누구시죠?"전민수는 차우미의 진지한 표정에, 먼저 말을 걸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전민수가 잠시 놀라더니, 두 눈을 밝히며 대담하게 말했다."저희는 모르는 사이예요. 혼자 있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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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순간 발걸음을 멈춘 차우미는 자기를 뒤따라 안으로 들어온 남자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용기가 가상했다. "연상연하 커플이 유행이잖아요. 연하 좋아하지 않아요? 난 어리고 잘생겼잖아요, 누나랑 시간 많이 보낼 수 있고, 활력도 가져다줄 수 있어요. 그리고..."순간 멈칫하고 말을 멈춘 전민수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그 맑은 눈으로 차우미를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느라고 말을 멈춘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차우미는 파고들고 싶지도 않았다. 남자의 말뜻을 그녀는 충분히 이해했다. 그녀와 연애를 하고 싶어했다.하지만 차우미는 모르는 사람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녀는 서로 알아가고, 천천히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나상준과 결혼했을 때도, 그녀가 첫눈에 반하기는 했지만, 갑작스러운 결혼이 아니었다. 한동안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뒤에야 결혼한 것이다.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을 배제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게다가 연하와 연애하는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차우미가 수줍음으로 가득 찬 남자를 바라보았다. 쑥스러워했지만 자기 마음을 아주 꿋꿋하고 뜨겁게 전달하는 남자다. "감정이라는 건, 만난다고 생기는 게 아니에요. 게다가 내 나이쯤 되면 고려하는 것도 많고 결혼 생각도 해야 하거든요. 가벼운 연애를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에요.""우리도...""결혼할 수 있잖아요!"차우미는 차마 단도직입으로 상대를 거절할 수 없어 돌려서 말한 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빠르게 말했다. "우리도 결혼할 수 있잖아요. 2년만 지나면 결혼할 수 있어요. 날 2년만 기다려줘요. 2년 뒤에 꼭 결혼할게요!"차우미는 넋이 나갔다.아무리 요즘 청년들이 열혈 청준이라고 하지만, 아직 세상의 많은 것을 겪어보지 못했다고 하지만 첫 만남에 결혼을 하자고 말하는 사람은 살면서 처음이다.터무니없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전민수는 차우미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 변명했다. "누나한테 첫눈에 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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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임상희만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오직 술만 마실 뿐이다. 그녀 혼자 테이블 위의 술을 많이 마셨다.차우미는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그들에게 시선이 꽂힌 것을 전혀 몰랐다. 그녀는 나상준이 갑자기 등장한 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나상준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게다가 이곳을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차우미가 자리에 굳어버렸다.전민수는 차우미와 달랐다.전민수는 나상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자기와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잘생긴 외모였고, 어쩌면 자기보다 더 잘생겼다고 할 수 있는 외모였다. 눈대중으로 보아도 190㎝ 는 되어 보이는 키에 어깨도 넓었다.나상준이 입고 온 정장은 밖에서 파는 싸구려 옷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값비싼 수제 맞춤 정장이었다. 특히 나상준이 풍기는 카리스마에 전민수도 압도되었다.전민수는 움찔하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나상준의 시선은 전민수가 아닌, 미동도 없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차우미에게 향했다.차우미가 나상준을 의아하고 경악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나상준은 순간, 답답하고 알 수 없는 감정이 솟아올랐다.손가락으로 옷을 살짝 누른 뒤, 그는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방 안의 분위기는 나상준의 움직임에 따라 변했다.그러나 절대 가볍지 않았다.전민수는 처음으로 뭉개지는 느낌을 받았다.자기를 쳐다보지도 않는 남자에게 패배한 기분이 들었다.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은 미묘하게 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다.입 밖으로 무슨 말을 내뱉어야 할지 감 잡히지 않았다.나상준은 전민수를 지나쳐 차우미의 앞에 멈춰 섰다.차우미는 갑자기 나타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나상준이 왜 이러는지 그녀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매달리는 남자를 대신 떨어내기 위해 이러는 것이다.차우미가 입을 열었다. "당신..."순간, 차우미의 손목을 잡은 나상준이 그녀를 끌었다.강제로 손목이 잡힌 차우미가 힘없이 나상준에게 휘둘렸다.놀랐지만 고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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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어두운 밤하늘 아래, 가로등이 잔잔하게 빛났다. 어두운 그림자 속, 훤칠한 키의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를 데리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무거운 발걸음과 차가운 분위기로 주변 공기가 굳어버린 것 같았다. 고요하고 적막했다.이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술잔을 내려놓고 밖의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하지만 임상희는 키가 큰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순간 공포를 느낀 임상희는 얼이 빠졌다.'삼촌? 작은삼촌이 왜 여기…? 내가 잘못 본 건가?'임상희는 자기가 술을 너무 마셨던 탓에 헛것을 봤다고 여겼다. 어쩌면 비슷한 사람을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늘 바쁜 삼촌이 이곳에 나타날 리 없었기 때문이다.사방이 조용했다. 음악 소리가 허공에서 튕겨 나간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하성우가 밖에서 통화하다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하성우의 곁에는 양훈도 있었다. 하지만 양훈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사람을 응시했다. 낮은 소리가 그의 귀로 들려왔다. "너 큰일 날 것 같은데.""큰일은 무슨, 쟤 좀 봐. 얼마나 신경 쓰였으면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쯧쯧, 그걸 모르다니.""쌤통이지. 형수님 좀 봐, 얼마나 좋은 사람이야. 착하지, 마음 여리지, 성품 훌륭하지. 게다가 얼마나 사려 깊은지 몰라! 아름다운 분이 성품도 훌륭하니, 저런 여자를 어디 가서 또 만나겠어? 나상준 정도 되어야 형수님 같은 분을 담을 수 있어. 하느님이 점 찍어둔 두 사람인데, 그걸 자기 발로 뻥 차버리다니!"하성우는 자기 행동이 절대 잘못되었다고 여기지 않았다. 남자는 때론 과격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나상준처럼 항상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모든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양훈은 하성우를 상대하기 귀찮았다. "나 갈게."양훈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하성우가 차우미를 데리고 그것도 옆에 다른 사람도 없이 단둘이 온 것을 보고 의아해서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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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두 사람은 빠르게 로엔을 벗어났다. 입구에 다다르자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었고 나상준은 곧장 차우미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뒤따라 그도 차에 올라탔다."호텔로 가."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운전기사도 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 바로 대답했다. "예."곧 차가 출발했고 빠르게 호텔로 향했다.차우미는 차 안의 공기가 나상준 때문에 더 희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그녀는 나상준이 오늘따라 유독 이상하다고 여겼다.특히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절대 놓지 않았다.로엔을 벗어나 차에 탄 순간에도 손목을 놓지 않았다.차우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자기 옆에 앉은 나상준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은 미동 없이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불빛 때문에 나상준의 눈빛을 알 수 없었다.마냥 어둡게만 느겼졌다.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알겠지만,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자기 힘으로 나상준의 손아귀 속에서 빠져나오려 했으나 나상준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가 빠져나오려고 할수록 나상준은 힘을 주어 손목을 조여왔다. 순간, 차우미는 고통에 눈썹을 찌푸렸다.나상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이러면 안 되는 사이다.차우미는 다시 나상준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고 나상준은 아주 강한 힘으로 그녀의 팔목에 힘을 가했다.흡사 힘겨루기 대결 같았다.차우미는 눈살을 찌푸리고 미동도 없이 앞을 바라보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준 씨."그녀의 나긋한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서려 있지 않았다.오늘 밤 있었던 일 때문에 죄책감 따위를 느끼는 사람 같지 않았다. 평온하기 그지없었다.나상준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손바닥에 힘을 줬다.차우미의 가녀린 팔목은 으스러지는 듯 아팠다. 그녀가 아랫입술을 힘껏 깨물었다.하지만 차우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어두운 빛이 비친 그의 얼굴은 그의 기분을 알아볼 수 없게 했다. 그가 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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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차우미는 나상준이 강하게 잡아끄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렸다.하지만 강제로 급히 내리는 바람에 바닥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한 하이힐은 휘청거리더니 차 문턱에 부딪혔다.쿵!그렇게 차우미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움직이던 나상준의 발이 멈추었다. 소리 때문에 살짝 굳었지만, 그는 매우 빠르게 몸을 돌려 바닥에 주저앉은 차우미를 발견하고 허리를 숙여 그녀를 안아 올렸다.눈동자가 움츠러든 나상준의 눈썹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사람 전체가 무서울 정도로 침울했다.차우미는 넘어진 줄도 모르고 넋이 나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바닥을 짚고 있는 자기를 보고 더 어리둥절했다.그녀가 반응을 보이기 전에, 나상준이 그녀를 안아 올렸다. 덕분에 공중에 붕 뜬 그녀는 단단한 나상준의 품에 안겼다.차우미는 다시 한 번 넋이 나갔다.자기를 안아 든 나상준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과 표정을 그제야 정확히 알아볼 수 있었다.어두운 밤하늘 아래, 노란 불빛 사이로 훤칠한 키를 가진 나상준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미간을 찌푸린 나상준은 얼음처럼 차갑고 누구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분위기를 가졌다.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언제나 잔잔한 호수 같았다. 항상 이성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거센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거칠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변화에 놀랐다. 하지만 그녀가 알던 나상준이 아니었고 그래서 차우미도 적잖게 당황했다. 그의 품에 안긴 차우미는 너무 당황해 아무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그저 멍청한 인형처럼 말없이 안겨 있었다.나상준은 자기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차우미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얼굴은 핏기없이 창백했다. 넘어진 게 많이 아팠는지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하지만 나상준을 바라보는 차우미의 눈빛은 맑고 밝았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어딘가에 자기가 있다면,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세계 그 자체였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다른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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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차우미는 움직일 수 없었다.나상준은 말보다 행동이 앞섰고, 항상 감정 변화도 없었다. 그의 말에는 그의 기분이 담겨 있지 않았다. 성질도 없었고 불쾌함을 드러내 본 적도 없었다. 3년의 결혼 생활에서 오늘처럼 이렇게 감정을 앞세운 적이 없었다.오늘 밤이 처음은 아니었다, 임상희가 입원했던 그날부터 나상준이 변한 것 같았다.마음을 내비치지 않은 나상준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차우미는 말을 할 때, 항상 나상준의 기분부터 살폈다. 혹시나 그를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을 할까 봐 항상 눈치를 봤고 항상 신중하게 생각했다.어쩌면 두 사람이 이혼한 뒤부터 변했을지 모른다고 여겼다.어떤 일이 생기든 얼굴 한번 안 변하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해결하는 사람이 나상준이다. 사람이든 일이든 그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나상준은 곧게 뻗은 직선처럼 영원히 규격에 맞게, 곧게 뻗어 나갔다.하지만 지금의 나상준은 다르다.감정이 요동칠 수 있는 게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그녀가 알던 나상준과는 많이 달랐다.3년 동안 나상준에게 지금과 같은 파동은 없었다. 차우미도 그런 것에 감정이 상하지 않았다. 감개무량한 것은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걸 알았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3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았다. 나상준은 그녀가 아파할까 봐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의 발목을 살펴보았다. 차우미는 움츠러들지 않고 소파에 손을 짚고 서서 고통을 참았다.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나상준은 그녀의 신발을 완전히 벗겨 낸 후, 맨발의 그녀를 안아 올렸다. 무엇을 하려는지 알지 못했던 차우미가 무의식적으로 발버둥치려 했고, 나상준은 말없이 그녀를 안고 걸음을 옮겼다.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려는 것이다.나상준이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녀가 넘어져 발목을 삔 것이다. 나상준은 당연히 이 일에 책임감을 느꼈고 그녀를 병원까지 데려가려 했다.하지만 차우미는 그의 침울한 얼굴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기 때문에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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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병원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 중 양훈도 포함되었다. 양훈은 옆에서 떠드는 하성우의 입을 강제로 막았다.차우미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눈알만 굴렸다. 하성우는 양훈을 죽일 것처럼 노려보았다. 하지만 양훈은 무덤덤한 얼굴로 하성우를 막을 뿐이다. 차우미가 이 광경에 웃음이 터졌다.그녀의 입꼬리가 샐쭉 올라갔다.나상준도 그것을 눈치채고 고개를 숙여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달빛 아래, 그녀의 입술이 곱게 말려 올라갔다.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얼굴은 덧없이 피어난 꽃처럼 어두운 밤을 밝게 밝혀주었다.나상준의 어두운 눈이 밝아졌다.그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그녀를 꼭 껴안은 뒤, 병원으로 들어갔다.하성우가 미리 의사에게 진료를 부탁하긴 했으나, 그는 누가 어디를 다쳤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외과 전문의로 진료를 예약했다.물론 옆에서 조언한 양훈의 도움이 가장 컸다.의사는 차우미의 발목을 진찰하고 있었고, 하성우는 옆에서 양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속삭였다. "돗자리 깔아~ 신을 모셔야 해~"양훈은 두 손으로 문틀을 잡고 있다가 하성우의 장난에 그대로 가버렸다.하성우의 말을 계속해서 듣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하성우도 기분 나빠 하지 않았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시선을 돌려 차우미의 옆에 서 있는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나상준은 차우미의 곁에 서서 치료하는 것을 뚫어지게 보면서 주의 사항을 들었다.의사는 차우미가 발목을 심하게 다쳤고 요 며칠은 아예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며칠이 지나서 다시 병원에 와서 경과를 확인하자고 했다.회복이 잘 되면 며칠 만에 움직일 수 있겠지만, 잘 되지 않으면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차우미는 의사가 하는 말을 들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회성에 일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온 지 며칠도 되지 않아 발을 삐었고 그래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받는 것 같았다.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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