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하늘 아래, 가로등이 잔잔하게 빛났다. 어두운 그림자 속, 훤칠한 키의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를 데리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무거운 발걸음과 차가운 분위기로 주변 공기가 굳어버린 것 같았다. 고요하고 적막했다.이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술잔을 내려놓고 밖의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하지만 임상희는 키가 큰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순간 공포를 느낀 임상희는 얼이 빠졌다.'삼촌? 작은삼촌이 왜 여기…? 내가 잘못 본 건가?'임상희는 자기가 술을 너무 마셨던 탓에 헛것을 봤다고 여겼다. 어쩌면 비슷한 사람을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늘 바쁜 삼촌이 이곳에 나타날 리 없었기 때문이다.사방이 조용했다. 음악 소리가 허공에서 튕겨 나간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하성우가 밖에서 통화하다가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하성우의 곁에는 양훈도 있었다. 하지만 양훈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사람을 응시했다. 낮은 소리가 그의 귀로 들려왔다. "너 큰일 날 것 같은데.""큰일은 무슨, 쟤 좀 봐. 얼마나 신경 쓰였으면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쯧쯧, 그걸 모르다니.""쌤통이지. 형수님 좀 봐, 얼마나 좋은 사람이야. 착하지, 마음 여리지, 성품 훌륭하지. 게다가 얼마나 사려 깊은지 몰라! 아름다운 분이 성품도 훌륭하니, 저런 여자를 어디 가서 또 만나겠어? 나상준 정도 되어야 형수님 같은 분을 담을 수 있어. 하느님이 점 찍어둔 두 사람인데, 그걸 자기 발로 뻥 차버리다니!"하성우는 자기 행동이 절대 잘못되었다고 여기지 않았다. 남자는 때론 과격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나상준처럼 항상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모든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양훈은 하성우를 상대하기 귀찮았다. "나 갈게."양훈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하성우가 차우미를 데리고 그것도 옆에 다른 사람도 없이 단둘이 온 것을 보고 의아해서 따라
두 사람은 빠르게 로엔을 벗어났다. 입구에 다다르자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었고 나상준은 곧장 차우미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뒤따라 그도 차에 올라탔다."호텔로 가."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운전기사도 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 바로 대답했다. "예."곧 차가 출발했고 빠르게 호텔로 향했다.차우미는 차 안의 공기가 나상준 때문에 더 희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그녀는 나상준이 오늘따라 유독 이상하다고 여겼다.특히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절대 놓지 않았다.로엔을 벗어나 차에 탄 순간에도 손목을 놓지 않았다.차우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자기 옆에 앉은 나상준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은 미동 없이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불빛 때문에 나상준의 눈빛을 알 수 없었다.마냥 어둡게만 느겼졌다.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알겠지만,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자기 힘으로 나상준의 손아귀 속에서 빠져나오려 했으나 나상준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가 빠져나오려고 할수록 나상준은 힘을 주어 손목을 조여왔다. 순간, 차우미는 고통에 눈썹을 찌푸렸다.나상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이러면 안 되는 사이다.차우미는 다시 나상준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고 나상준은 아주 강한 힘으로 그녀의 팔목에 힘을 가했다.흡사 힘겨루기 대결 같았다.차우미는 눈살을 찌푸리고 미동도 없이 앞을 바라보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준 씨."그녀의 나긋한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서려 있지 않았다.오늘 밤 있었던 일 때문에 죄책감 따위를 느끼는 사람 같지 않았다. 평온하기 그지없었다.나상준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손바닥에 힘을 줬다.차우미의 가녀린 팔목은 으스러지는 듯 아팠다. 그녀가 아랫입술을 힘껏 깨물었다.하지만 차우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어두운 빛이 비친 그의 얼굴은 그의 기분을 알아볼 수 없게 했다. 그가 왜 이
차우미는 나상준이 강하게 잡아끄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렸다.하지만 강제로 급히 내리는 바람에 바닥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한 하이힐은 휘청거리더니 차 문턱에 부딪혔다.쿵!그렇게 차우미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움직이던 나상준의 발이 멈추었다. 소리 때문에 살짝 굳었지만, 그는 매우 빠르게 몸을 돌려 바닥에 주저앉은 차우미를 발견하고 허리를 숙여 그녀를 안아 올렸다.눈동자가 움츠러든 나상준의 눈썹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사람 전체가 무서울 정도로 침울했다.차우미는 넘어진 줄도 모르고 넋이 나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바닥을 짚고 있는 자기를 보고 더 어리둥절했다.그녀가 반응을 보이기 전에, 나상준이 그녀를 안아 올렸다. 덕분에 공중에 붕 뜬 그녀는 단단한 나상준의 품에 안겼다.차우미는 다시 한 번 넋이 나갔다.자기를 안아 든 나상준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과 표정을 그제야 정확히 알아볼 수 있었다.어두운 밤하늘 아래, 노란 불빛 사이로 훤칠한 키를 가진 나상준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미간을 찌푸린 나상준은 얼음처럼 차갑고 누구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분위기를 가졌다.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언제나 잔잔한 호수 같았다. 항상 이성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거센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거칠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변화에 놀랐다. 하지만 그녀가 알던 나상준이 아니었고 그래서 차우미도 적잖게 당황했다. 그의 품에 안긴 차우미는 너무 당황해 아무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그저 멍청한 인형처럼 말없이 안겨 있었다.나상준은 자기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차우미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얼굴은 핏기없이 창백했다. 넘어진 게 많이 아팠는지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하지만 나상준을 바라보는 차우미의 눈빛은 맑고 밝았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어딘가에 자기가 있다면,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세계 그 자체였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다른 마음이
차우미는 움직일 수 없었다.나상준은 말보다 행동이 앞섰고, 항상 감정 변화도 없었다. 그의 말에는 그의 기분이 담겨 있지 않았다. 성질도 없었고 불쾌함을 드러내 본 적도 없었다. 3년의 결혼 생활에서 오늘처럼 이렇게 감정을 앞세운 적이 없었다.오늘 밤이 처음은 아니었다, 임상희가 입원했던 그날부터 나상준이 변한 것 같았다.마음을 내비치지 않은 나상준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차우미는 말을 할 때, 항상 나상준의 기분부터 살폈다. 혹시나 그를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을 할까 봐 항상 눈치를 봤고 항상 신중하게 생각했다.어쩌면 두 사람이 이혼한 뒤부터 변했을지 모른다고 여겼다.어떤 일이 생기든 얼굴 한번 안 변하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해결하는 사람이 나상준이다. 사람이든 일이든 그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나상준은 곧게 뻗은 직선처럼 영원히 규격에 맞게, 곧게 뻗어 나갔다.하지만 지금의 나상준은 다르다.감정이 요동칠 수 있는 게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그녀가 알던 나상준과는 많이 달랐다.3년 동안 나상준에게 지금과 같은 파동은 없었다. 차우미도 그런 것에 감정이 상하지 않았다. 감개무량한 것은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걸 알았으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3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았다. 나상준은 그녀가 아파할까 봐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의 발목을 살펴보았다. 차우미는 움츠러들지 않고 소파에 손을 짚고 서서 고통을 참았다.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나상준은 그녀의 신발을 완전히 벗겨 낸 후, 맨발의 그녀를 안아 올렸다. 무엇을 하려는지 알지 못했던 차우미가 무의식적으로 발버둥치려 했고, 나상준은 말없이 그녀를 안고 걸음을 옮겼다.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려는 것이다.나상준이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녀가 넘어져 발목을 삔 것이다. 나상준은 당연히 이 일에 책임감을 느꼈고 그녀를 병원까지 데려가려 했다.하지만 차우미는 그의 침울한 얼굴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기 때문에 그의
병원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 중 양훈도 포함되었다. 양훈은 옆에서 떠드는 하성우의 입을 강제로 막았다.차우미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눈알만 굴렸다. 하성우는 양훈을 죽일 것처럼 노려보았다. 하지만 양훈은 무덤덤한 얼굴로 하성우를 막을 뿐이다. 차우미가 이 광경에 웃음이 터졌다.그녀의 입꼬리가 샐쭉 올라갔다.나상준도 그것을 눈치채고 고개를 숙여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달빛 아래, 그녀의 입술이 곱게 말려 올라갔다.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얼굴은 덧없이 피어난 꽃처럼 어두운 밤을 밝게 밝혀주었다.나상준의 어두운 눈이 밝아졌다.그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그녀를 꼭 껴안은 뒤, 병원으로 들어갔다.하성우가 미리 의사에게 진료를 부탁하긴 했으나, 그는 누가 어디를 다쳤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외과 전문의로 진료를 예약했다.물론 옆에서 조언한 양훈의 도움이 가장 컸다.의사는 차우미의 발목을 진찰하고 있었고, 하성우는 옆에서 양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속삭였다. "돗자리 깔아~ 신을 모셔야 해~"양훈은 두 손으로 문틀을 잡고 있다가 하성우의 장난에 그대로 가버렸다.하성우의 말을 계속해서 듣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하성우도 기분 나빠 하지 않았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시선을 돌려 차우미의 옆에 서 있는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나상준은 차우미의 곁에 서서 치료하는 것을 뚫어지게 보면서 주의 사항을 들었다.의사는 차우미가 발목을 심하게 다쳤고 요 며칠은 아예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며칠이 지나서 다시 병원에 와서 경과를 확인하자고 했다.회복이 잘 되면 며칠 만에 움직일 수 있겠지만, 잘 되지 않으면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차우미는 의사가 하는 말을 들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회성에 일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온 지 며칠도 되지 않아 발을 삐었고 그래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받는 것 같았다.가장
"평소에 형수님이 상준이 내조를 했으니까, 이번 기회에 상준이가 형수님 돌봐야 인지 사정이죠.""그리고..."하성우가 나상준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멀쩡하던 형수님이 상준이랑 돌아가자마자 이렇게 다친 걸 보니, 상준이가 소홀한 게 틀림없어요. 지금부터라도 지극정성을 다해 보살필 거예요.""그렇지, 상준아?"하성우는 로엔을 떠나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분명 좋은 일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차우미를 만만하게 보고 괴롭힌 게 틀림없었다.그래서 나상준이 모든 것을 떠맡아야 한다고 말했다.더군다나...하성우는 나상준이 처방전을 들고 접수하러 갈 때, 아주 유쾌하게 웃었다.아주 기뻐했다.나상준이 약을 받아온다며 밖으로 나갔다.차우미는 앉아서 멀어지는 나상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하성우는 나상준이 당연하게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여겼다.하지만 차우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랐다.나상준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하성우가 차우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나상준이 나가자마자, 차우미에게 다가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하지만 차우미는 하성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성우가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질문한다는 것을 안 그녀는 하성우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실수로 넘어진 거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하성우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차우미는 거짓말을 할 때 티가 나는 사람이다. 잔뜩 굳은 채로 실수로 넘어졌다고 하는 사람의 말을 쉽게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고 하성우도 강요할 수 없었다.한참이나 그녀에게 물었지만 아무런 정보도 캐낼 수 없었다.곧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란 하성우가 외쳤다. "형수님, 손목!"하성우가 차우미의 손을 가리켰다.긴 소매를 입은 그녀는 줄곧 옷으로 손목을 가렸다. 사람들은 그녀가 발목만 삔 줄 알고 다른 곳을 살피지 않았다. 그런중, 추워서 두 손을 맞잡으며 긴 소매가 내려갔고 그녀의 손목
나상준은 차우미를 데리고 호텔로 돌아갔다. 하성우도 따라가려고 했으나 나상준이 매몰차게 차 문을 닫는 바람에 따라가지 못했다.차우미는 차에 앉아 있었다. 창 밖으로 하성우가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분개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나상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곧 차가 아주 빠르게 병원을 벗어났다.차우미는 이 장면이 약간 웃겼다. 나상준과 하성우, 양훈이 모이기만 하면 항상 재밌는 일이 생겼다. 차우미가 걱정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두 부모님에게 회성에서 다쳤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이 일이 나상준과 관련 있다는 것도 속여야 했다.숨기기 위해서는 그녀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간병인은 언제든지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진정국이 내일 회성에 온다. 그를 속이지 못하면 두 부모님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갈 것이다. 차우미는 마음이 무거웠다.여가현은 자기의 올해 운세가 좋지 않다며 한탄한 적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올해 운세가 좋지 않은 것은 여가현이 아니라 그녀였다.차는 호텔 앞에 멈췄고 나상준이 차우미를 안고 내렸다.발을 다쳐 움직일 수 없었던 차우미는 마음이 불편했다. 나상준 때문에 다친 것은 맞지만 이렇게 안겨 있는 모습이 편치 않았다.만약 가능하다면, 그녀는 나상준이 제발 일을 하러 나갔으면 하는 거다. 그녀는 따로 간병인을 부르면 되었다.그녀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나상준은 그녀를 안아 들고 호텔 방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소파 위에 그녀를 내려놓았다.그제야 차우미는 정신을 차렸다."상준 씨..."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살짝 놀랐다.나상준이 데려온 방은 그녀가 묶었던 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성우가 나상준과 그녀를 같이 데리고 왔던 방이었다.방 안의 배치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퀸 사이즈의 넓은 침대 위에는 붉은 장미 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장미 꽃다발이 정중앙에 놓여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는 커다
바닥으로 넘어지지 않고 나상준의 품속으로 떨어졌다. 깜짝 놀랐던 차우미는 휘청거리며 나상준의 셔츠를 움켜쥐었던 것이다. 얼굴을 그의 가슴팍에 붙인 차우미에게 나상준의 숨결이 닿았다. 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달라붙은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딱딱한 가슴팍에 얼굴을 팍하고 부딪치자, 얼굴이 얼얼했고 움직일 수 없었다. 나상준은 품에 안긴 차우미를 끌어안았다. 매번 저항하던 차우미는 웬일로 잠잠했다.얌전하게 그의 품에 안겨 편안하게 있었다.무겁던 기운이 사라졌다. 차우미는 겁을 먹지 않았다.주위가 고요해졌고 어둠의 장막도 찾아왔다.향초 빛이 유유하게 흩어졌고 방안의 센서가 꺼졌다. 향초 불빛이 방 안을 유일하게 밝혔다.로맨틱한 분위기와 꽃향기가 둘 사이를 야릇하게 휘감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품에 여전히 안겨 있었다. 그녀의 몸이 점점 뻣뻣하게 굳었다.두 사람의 몸이 맞닿아 있었다. 그녀는 나상준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살결과 차분하게 뛰는 심장 박동수가 들렸다.차우미는 멍했다.나상준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인지하자, 갑자기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차우미는 정신을 차리고 나상준을 홱 밀쳤다.하지만...나상준은 자기를 밀치는 그녀를 팔로 눌러 막았다. 그녀의 얼굴이 나상준의 가슴에 맞닿았고 그의 체온이 그녀에게 스며들었다.차우미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그녀는 멍한 얼굴로 넋이 나갔다.하성우에게 밀려 나상준의 품에 안긴 것도, 넘어지려는 그녀를 안아서 받쳐준 것도 전부 사고였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달랐다.이건 사고라고 할 수 없다.나상준은 힘껏 그녀를 자기 품에 안았다. 강한 힘으로 그녀를 자기 품에 껴안았다.두 사람은 밀착하게 되었고 차우미도 그를 떼어낼 방법이 없었다.차우미의 귓가로 나상준의 심장 박동이 들렸다. 그녀의 심장 박동도 점차 빨라졌다.서서히 심장 소리가 겹쳤고, 지금 뛰고 있는 게 그녀의 심장인지, 그의 심장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