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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작가: 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1-20 19:00:00
두 사람은 빠르게 로엔을 벗어났다.

입구에 다다르자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었고 나상준은 곧장 차우미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뒤따라 그도 차에 올라탔다.

"호텔로 가."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운전기사도 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눈치채고 바로 대답했다.

"예."

곧 차가 출발했고 빠르게 호텔로 향했다.

차우미는 차 안의 공기가 나상준 때문에 더 희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나상준이 오늘따라 유독 이상하다고 여겼다.

특히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절대 놓지 않았다.

로엔을 벗어나 차에 탄 순간에도 손목을 놓지 않았다.

차우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자기 옆에 앉은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나상준은 미동 없이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불빛 때문에 나상준의 눈빛을 알 수 없었다.

마냥 어둡게만 느겼졌다.

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알겠지만,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자기 힘으로 나상준의 손아귀 속에서 빠져나오려 했으나 나상준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가 빠져나오려고 할수록 나상준은 힘을 주어 손목을 조여왔다. 순간, 차우미는 고통에 눈썹을 찌푸렸다.

나상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이러면 안 되는 사이다.

차우미는 다시 나상준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고 나상준은 아주 강한 힘으로 그녀의 팔목에 힘을 가했다.

흡사 힘겨루기 대결 같았다.

차우미는 눈살을 찌푸리고 미동도 없이 앞을 바라보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준 씨."

그녀의 나긋한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서려 있지 않았다.

오늘 밤 있었던 일 때문에 죄책감 따위를 느끼는 사람 같지 않았다.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나상준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손바닥에 힘을 줬다.

차우미의 가녀린 팔목은 으스러지는 듯 아팠다.

그녀가 아랫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하지만 차우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어두운 빛이 비친 그의 얼굴은 그의 기분을 알아볼 수 없게 했다. 그가 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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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태림
나상준의.. 강한 소유욕이 돋보이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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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준이 신속하게 차에 오르자 진정국도 운전석에 올라타고 별장을 나갔다.바깥쪽에 있는 조각 철문은 그들의 차가 가까이 가자 열렸다가 떠나자 다시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닫혔다.별장은 또다시 전체가 고요해졌다.차우미가 없는 몇 달 동안 나상준이 한 번도 별장에 오지 않았던 것처럼 또 그 상태가 되었다.비록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었지만, 별장 안에는 차가운 기운이 맴돌아 사람들이 가까이할 수 없게 했다.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들고 나상준의 말을 듣고 있다가 무언가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나상준은 자기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차우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바탕화면으로 돌아온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나상준에게 데리러 올 필요 없이 비행기 시간이 확정되면 공항에서 만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차우미는 본인이 두 사람 항공편을 예약하고 나상준은 시간에 맞춰 바로 공항으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차우미는 나예은과 같이 보내는 이틀 동안 나상준이 돈을 많이 썼기에 이번에 비행기 티켓은 자기가 사려는 생각이었다.이 내용들은 차우미가 나상준과 같이 할아버지 뵈러 가겠다고 대답할 때 모두 생각했다.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을 보니 어느새 10시가 다 되었다.나상준의 계획대로 오늘 간다면 아마 저녁에 늦어서 할아버지 댁에 도착할 것이다.차우미는 너무 늦으면 안 되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휴식을 취하기 전에 도착하려면 청주에서 일정을 빨리 끝내고 안평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차우미는 마음속으로 여기에서 2시 정도 끝내고 호텔로 돌아갔다가 바로 공항으로 가면 3시가 될 것이고 공항에서 이것저것 수속을 밟으려면 6시의 비행기를 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곧바로 휴대폰으로 관련 앱를 클릭하고 6시 출발 항공권을 검색했다.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나상준이 또 허영우에게 자기 것까지 예약하라고 지시할 것 같았다.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나상준이 시간을 물어보던 상황이 생각났다.‘설마 벌써 영우 씨에게 예매하라고 지시한 건 아니겠지?’나성준의 성격상 이미 진

  • 봄날   제905화

    차우미와 나상준은 원한이 없기에 함께 조부모님을 만나서 이혼했지만 두 사람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보여주면 조부모님도 시름을 놓을 것이다.나상준은 생일 얘기를 하고 나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우미가 침묵하고 휴대폰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도 나상준은 여전히 휴대폰을 잡고 번잡한 길거리 소리를 듣고 있었다.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오래된 관계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무시할 수 없었다.나무에 가지가 많고 잎이 무성하듯이 한 가문에 자손이 많고, 기반이 깊고, 관여하는 범위가 넓으면 그중의 나뭇가지 하나가 부러진다고 해도 다음 해에는 또 새로운 것이 자라는 법이다.이처럼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는 차우미가 끊으려고 해도 끊을 수 없는 그런 관계이다.차우미가 차씨 성을 가지고 있는 한 그녀는 어찌 됐든 나상준과 연계가 있을 것이며 숨으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안될 것이다.나상준의 표정은 너무 평온하여 정서적인 감정을 한치도 알아볼 수 없었다.그는 침묵했던 차우미의 목소리를 듣고 유유히 대답했다.“오늘 시간이 돼.”차우미가 대답했다.“그럼, 오늘 할아버지 뵈러 가겠다는 거야?”“응.”나상준은 생일날 당일에 가면 할아버지가 화를 낼까 봐 전에 뵈러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생일 당일에 화를 내면 좋지 않기 때문이다.“그래, 알았어. 나 여기 일이 오후에 끝날 것 같으니 그때 다시 연락할게. 괜찮지?”“몇 시쯤 끝날 것 같아?”차우미는 잠깐 생각하고 대답했다.“늦어도 3시까지 연락할게.”“응, 끝나면 연락해. 데리러 갈게.”말을 마치고 나상준은 곧바로 휴대폰을 끊었다.그는 고개를 들고 창밖의 밝은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하늘 높이 떠오른 불같은 태양이 대지를 불태우려는 듯 내리쬐고 있었다.햇빛은 나상준의 눈동자에도 밝은 빛을 비추어 심오하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휴대폰을 다시 들고 진정국에게 전화했다.“본가로 갈 거니까 준비해 주세요.”“알았어, 나 대표.”전화를 끊고 나상준은 자리

  • 봄날   제904화

    “우미야, 우리 협의해서 이혼한 거지 원수는 아니잖아. 지금까지 할아버지 생신 때마다 줄곧 함께 참석했는데 이번에도 함께 가야지.”차우미가 알고 있던 나상준이었다면 그녀의 말에 이미 화를 냈을 건데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을뿐더러 아주 차분하고 이성적인 말투로 말했다.정말로 평소의 나상준답지 않았다.하지만 차우미는 그의 말투와 정서에는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생일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지고 생각했다.맞다, 며칠 후면 차우미 할아버지의 생일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차우미는 나상준과 같이 생일에 참가했는데 3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었다.때문에 가문의 어른들은 나상준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하지만 이제 두 사람 이혼했기에 모두의 마음이 다를 것 같았다.차우미는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할아버지 생일이라면 그가 참여하는 것도 두 가문의 관계상 정상이고 그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해도 그의 할머니 이혜정이 가라고 할 것이다.나상준 역시 방금 이혜정의 뜻이라고 했다.그 순간 차우미는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나상준이 이토록 함께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이혜정 때문이었다.이혜정은 아주 자상하고 지혜가 뛰어난데 모든 일에서 트집을 찾아볼 수 없게 완벽하게 처리하셔서 가족은 물론이고 친척과 친구들 모두 그녀를 존중했다.차씨 가문과의 왕래에 대해서도 매번 특별히 신중하게 챙기셨고 차우미도 엄청나게 예뻐하셨다.때문에 이번에도 분명 이혜정이 특별히 나상준에게 명령했을 것이다.비록 차우미와 나상준이 이혼을 했지만, 이혜정은 줄곧 나상준과 나씨 가문에서 차우미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이번에 차우미 할아버지 생일에 나상준한테 반드시 차우미와 함께 참석하라고 한 것도 두 어른께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라고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결혼 생활 3년 동안에 차우미는 이혜정의 성격을 대략 요해했는데 무슨 일이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자기의 잘못부터 말씀하셨다. 때문에 지금 이런 상황도 충분히 이해된다. 이건 분명 이

  • 봄날   제903화

    차우미는 전에 나상준에게 메시지로 보냈던 질문을 다시 물었다.그녀는 나상준의 성격에 아무런 이유가 없이 절대 스케줄을 변경할 사람이 아니기에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그래, 일이 있어.”나상준의 긍정적인 대답에 차우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휴대폰을 꽉 잡고 물었다.“무슨 일이야?”그녀는 아무리 일이 있다고 해도 두 사람이 함께 안평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할머니가 이제 연로하셔서 외출이 힘들어졌어. 그래서 이번에 시간이 되니 할머니를 대신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뵈려고 해.”나상준이 여기에서 찾아뵙겠다고 하는 분들은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니고 차우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다.나상준의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지만 차우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직 살아계시고 외할머니만 그녀가 중학교 다닐 때 돌아가시고 지금은 외할아버지만 계신다.창우미와 나상준의 결합은 두 가문의 관계에서 시작이 되었고 또 두 사람이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만약 두 사람이 서로 상대를 싫어했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 가문의 관계에는 영향이 없었을 것이다.그것은 지금 차우미와 나상준이 이혼을 했어도 두 가문의 관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다.때문에 나상준이 차우미의 조부모님들을 방문하겠다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나상준은 굳이 직접 차우미의 조부모님을 만나러 갈 필요가 없다.다시 말해서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내도 되고 또 굳이 차우미와 같이 가지 않아도 된다.차우미는 이혼했던 당시에 조부모님은 물론이고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않았었는데 얼마 전에 그녀의 어머니가 전화가 와서 하지유의 결혼 소식을 전할 때 더는 속이면 안 될 것 같아 이혼한 사실을 얘기했었다.며칠이 지난 지금 하선주가 조부모님께 얘기했는지 차우미도 모른다.만약 말했다면 가족 모두가 차우미와 나상준이 이혼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고 또 알았다고 해도 혼인 문제는 당사자 두 사람만 아는 것이기에 아무도 말할 수 없다

  • 봄날   제902화

    유리가 차우미의 가방을 보고 말했다.“전화 받아요.”말을 마치고 유리는 잡고 있던 차우미의 손을 놓았다.“네.”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때 유리와 온이샘은 차우미의 통화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자율적으로 조금 앞에서 걸었다.하지만 온이샘의 눈빛을 여전히 차우미를 보고 있었다.차우미가 있는 한 온이샘은 절대 그녀한테서 눈길을 떼지 않을 것이다.유리는 차우미를 보다가 다시 온이샘의 열광적인 표정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농담했다.“예전에 여자한테 추호의 관심도 없던 청월세자 이샘이는 어디 갔어? 너 정말 몰라보게 변했다.”온이샘을 청월세자라고 부르게 된 것은 그의 가문이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고 그의 조상을 추적한 결과 왕 작위를 받은 분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온이샘의 성격이며 교양, 그리고 예의가 너무 좋았고 열 몇 살 나이에 청풍제월이라고 맑은 바람과 밝은 달과 같은 청년으로서 수많은 소녀의 마음을 매료시켜서였다.그래서 그때 친구들이 그에게 청월세자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는데 지금까지도 모든 친구가 기억하고 있었다.그리고 유리는 그때 온이샘과 다른 몇 명의 친구들 덕분에 아무 일도 없이 무사할 수 있었기에 그때 구해줬던 친구들을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온이샘은 유리의 말을 듣고 시선을 거두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유리의 농담을 제지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좋아하지 않으면 당연히 관심이 없는 거고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달라지는 거야.”유리는 온이샘이 이렇게 망설임 없이 속 시원히 인정할 줄 몰랐다.그녀는 약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깜짝 놀라더니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온이샘이 이렇게 사랑에 빠지는 날도 있다니.”유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온이샘을 바라봤다.온이샘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너랑 화동 씨와 같은 거야. 너도 화동 씨가 나타났을 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잖아. 내가 우미에 대한 감정이

  • 봄날   제901화

    유리는 형제처럼 화동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화동의 말을 이어서 말했다.“맞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제대로 식사해야지. 멀리 가지 않고 우리 여기 가계에서 식사하면 돼. 내가 장담하는데 우리 남편 밖에 있는 웬만한 식당의 셰프보다 요리를 더 잘하거든.”온이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차우미도 같이 일어나서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유리와 화동이 식사 초대를 하자 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이샘을 보았는데 온이샘도 차우미를 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자 온이샘이 물었다.“시간이 돼?”온이샘은 마치 모든 것을 아내에게 물어보고 진행하는 남편 같았다.차우미는 온이샘을 보다가 시선을 돌려 유리를 보았다.유리는 두 사람의 반응을 지켜보다가 서둘러 차우미 옆에 다가가서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시간 되는 거죠? 거절하면 화를 낼 거예요. 그런데 제가 화를 내면 엄청 무서워요.”화동이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맞아요. 유리가 화를 내면 엄청 무서워요.”부부의 반응에 차우미는 웃으며 온이샘에게 말했다.“선배가 결정해.”워낙 온이샘과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기에 점심을 어디에서 먹든지 그녀는 상관없었다.온이샘은 차우미가 동의한다는 것을 알고 고마워하며 미소를 지었다.“좋아. 오늘 점심에는 네 남편의 요리를 맛보자. 화동 씨, 부탁해요.”이로서 점심에 화동이가 요리를 하기로 했고 차우미와 온이샘이 아침을 먹는 동안 화동은 직접 장 보러 가기로 했다.유리는 화동에게 무엇을 살지 꼼꼼하게 종이에 적어서 주며 당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화동은 구매 리스트를 들고 떠났다.차우미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요리한다는 게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제로 하려고 하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시간이 걸리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순간 너무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하지만 온이샘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이샘과 유리의 대화를 들으며 조용하게 아침을 먹었다.유리는

  • 봄날   제900화

    “우미 씨는 고향이 어디예요?”귀 가까이에 들리는 말소리에 차우미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유리가 자기의 옆에 앉아 있었다.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흥미진진하게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유리를 보며 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는 안평 사람이에요.”“아~ 안평 사람이었네요.”유리는 온이샘을 힐끔 봤는데 그의 시선은 다시 차우미에게로 돌아가 있었다.그 표정은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었는데 얼굴에 차우미를 좋아한다고 적나라하게 써놓은 것 같았다.유리는 온이샘의 이와 같은 모습을 처음 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다만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유리는 온이샘을 제대로 놀려주고 싶었다.“우미 씨, 그러면 우리 외할아버지가 만드는 아침 메뉴가 무조건 입에 맞을 거예요. 안평시와 노주시의 음식이 비슷하잖아요. 모두 매운맛을 좋아하는데 매운맛과 단맛의 조합도 있고 매운맛과 신맛의 조합은 정말로 사람을 매혹하죠. 우리 이샘 학생도 그런 맛을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예전에는 청주 사람이 왜 좋아하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그 원인을 알 것 같아요. 옆에 있는 친구 때문에 따라서 좋아하게 된 거네요.”온이샘이 차우미를 좋아한다고 그대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 뜻을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아무리 감정에 반응이 느린 차우미라고 해도 이런 직설적인 표현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차우미는 유리가 이렇게까지 솔직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온이샘은 순식간에 귀가 빨개지며 차우미를 보고 나서 약간 심각한 얼굴로 유리에게 말했다.“유리야, 그만해.”온이샘의 눈에는 더 이상 따뜻함이 아니라 차가움이 가득했다.해서는 안 되는 농담이 있는데 특히 자기도 아직 차우미에게 하지 않은 말은 더더욱 안 된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목소리 변화를 느끼고 바라보았는데 그의 안색이 평소와 너무 달랐고 또 엄숙했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유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뭘 그만해? 내가 무슨 못할 말을 했어? 그럼, 우미 씨 덕분에 이런 음식을 좋아하게 된 거 아니야?”

  • 봄날   제899화

    온이샘은 차우미의 호기심 어린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할아버지는 청주 사람이 아니야. 할아버지는 노주 사람이고 할머니가 청주 사람이야.”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청주시에서 가게를 하시는구나.”할머니의 고향에 정착한 것이다.“그래.”두 사람이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유리가 김치가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걸어왔다.김치 위에 설탕, 고춧가루, 깨소금을 살짝 뿌려서 가져왔다.유리가 차우미를 보며 말했다.“우미 씨, 이샘이는 청주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우리집 김치를 엄청 좋아해요. 매번 올 때마다 꼭 이 김치를 찾아요. 이 맛을 잊을 수 없나 봐요.”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저도 김치를 좋아해요.”“그래요? 이런 우연도 있네요. 역시 비슷한 사람끼리 모인다는 옛말이 틀린 거 없네요.”차우미는 자기도 김치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더니 순간 머릿속에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대학 다닐 때, 차우미는 학교 식당의 요리가 입에 맞지 않아서 가끔 고향의 음식이 생각났는데 그때마다 부모님이 우편으로 보내주곤 했다.그중에서도 김치는 빼놓지 않았던 음식이다.특히 차우미의 어머니 하선주가 만든 김치는 일품이었는데 매번 김치가 올 때마다 여가현도 같이 먹었다.나중에 여가현과 강서흔이 연애하고 서로 익숙해진 후, 같이 소풍을 갈 때 차우미는 하선주가 만든 김치를 가져가기도 했다.여가현의 말에 따르면 하선주의 김치는 식탁의 영혼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라고 했다.강서흔과 온이샘은 모두 김치가 뭔지도 모르고 먹어 본 적도 없었는데 차우미가 가져온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여가현은 차우미가 김치를 꺼내자마자 무를 집어 강서흔의 입어 넣었는데 강서흔은 순식간에 독약을 먹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맛을 보더니 음미하기 시작했다.반면 온이샘은 스스로 무를 입에 넣고 맛을 느꼈다.필경 고향 음식이기도 하고 또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기에 차우미는 친구들도 모두 좋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때문에 온이샘이 스스로 집어 들자, 반응이 어

  • 봄날   제898화

    “할아버지, 말씀하신 물건을 모두 사 왔어요. 그리고 마침 친구를 만났는데 특별히 할아버지가 만드신 아침을 먹으러 왔대요.”가게 안에는 머리가 백발이고 체구가 날씬하며 기운이 넘치는 할아버지가 국수를 건지고 있었다.유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더니 유리 뒤에 있는 온이샘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샘이 왔구나. 얼른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 이게 얼마 만이야.”온이샘이 시간이 있을 때마다 가게에 아침 먹으러 다녀갔기에 유리의 할아버지는 온이샘을 한 번에 알아보았다.온이샘도 진작에 유리가 결혼해서 일남일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을 알고 있었다.온이샘은 차우미를 데리고 들어가서 할아버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희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할아버지는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온이샘이 데리고 온 차우미를 보더니 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샘아, 너의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온 거야? 너무 예쁘구나. 두 사람 잘 어울려.”온이샘이 여러 차례 아침 먹으러 다녀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여자를 데리고 왔기에 할아버지는 여자 친구일 거라고 생각했다.할아버지의 말에 온이샘이 서둘러 해명하려고 할 때 유리가 먼저 말했다.“할아버지, 여자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래요. 우미 씨가 쑥스러워하니까 그런 오해는 하지 마세요.”원래는 괜찮았는데 유리의 말을 듣자, 차우미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녀는 정말로 얼굴이 얇았다.“어? 아니야? 이샘이가 처음으로 데리고 온 여자 아이니까 나는 그런 줄 알았지.”“그만 보시고 면이나 마저 하세요. 계속 얘기하시다가 우미 씨가 도망이라도 가면 이샘 학생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아요.”말하면서도 유리의 손은 멈추지 않았는데 온이샘과 차우미에게 수저를 준비해 주고 또 육수 두 그릇을 가져왔다.“얼른 앉아. 이건 육수인데 따뜻하게 우선 마시고 있어.”육수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유리는 온이샘과 차우미를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차우미의 약간 붉어진 얼굴을 보는 온이샘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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